그렇게 거부하더니‥"자진 출석하게 해달라" 속내는?

◀ 앵커 ▶

법조팀 이준희 기자와 오늘 윤 대통령 체포 상황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이준희 기자, 체포영장 집행 두 번 만에 성공했는데, 오늘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뭘까요.

◀ 기자 ▶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호원들입니다.

구체적으로 몇 명이 연차를 썼는지, 어떤 식으로 지시를 거부했는지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분명한 건 공수처와 경찰 집행 인력들을 아예 막지 않았다는 겁니다.

공조본 인력 사이에선 "혹시 함정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는데요.

경호처장 소환, 차장과 경호본부장에게는 체포영장까지 발부받는 강경책을 폈지만, 하급 직원들에게는 선처를 약속하면서 내부 동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입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심리전에도 말려들지 않았는데요.

대리인단은 막판에 '구속 심사는 출석하겠다, 차라리 기소를 하라', 심지어는 '이러다 내전 일어난다' 이렇게 겁박까지 했죠.

어제는 관저 외곽경비를 맡은 육군 수방사 55경비단의 관저 출입 허가 공문이 위조됐다는 주장까지 펼쳤는데요.

공수처는 무슨 위조냐고 반박했고 결국 꿋꿋하게 오늘 집행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윤 대통령 측이 체포되기 직전에 자진 출석을 하겠다, 이런 얘길 했잖아요?

그렇게 출석 안 하겠다고 버티더니, 왜 그때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을까요.

◀ 기자 ▶

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마지막 순간에 자진 출석을 요청한 걸로 확인이 됐죠.

실제 윤 대통령도 영상 메시지에서 자신이 '출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요.

결국 공수처의 거부로 출석 대신 체포로 결론이 났는데, 어차피 똑같이 조사받는 건데 무슨 차이냐,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근데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당장 오늘부터 잠을 어디서 자느냐가 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인데요.

자진 출석 형식이면 조사를 거부하고 집에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일단 체포가 되어 버리면 조사가 끝난 뒤 구금 장소, 즉 서울구치소로 가야 합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연히 압박이 더 심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건 체포영장은 윤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발부됐다는 겁니다.

자진 출석, 진작에 했으면 아예 체포영장이 청구될 일도 없었다는 거죠.

◀ 앵커 ▶

지금 윤 대통령은 아예 말을 안 하면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잖아요.

구속영장 심사 때는 조사에 임할 거다, 이렇게 말했는데, 어떨까요.

구속영장 심사마저 거부할까요?

◀ 기자 ▶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구속영장 심사는 직접 출석을 했거든요.

왜냐하면 재판에 넘겨질 때 구속 상태냐, 불기속 상태냐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구속 기소가 되면 혐의 하나당 심급별로 최대 6개월간 구금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이렇게 해서 2년간 구속기간이 연장이 됐는데요.

어떻게든 구속을 막기 위해 구속 심사는 출석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많습니다.

게다가 지금 윤 대통령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군, 경 전현직 수뇌부 10명이 구속된 데다 다른 인사들의 상황도 별로 좋지 않은데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사태 때 MBC 등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지시를 한 의혹이 불거졌죠.

그리고 그동안 계엄에 대해 '절차적 하자' 정도만 언급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늘 국회에서 계엄은 잘못된 일이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래저래 구속 가능성이 낮지 않은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허원철 위동원 / 영상편집: 박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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