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욱

[단독] '노상원 수첩' 전문 공개‥이래도 경고성 계엄?

입력 | 2025-04-03 20:14   수정 | 2025-04-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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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이 ″경고성″이고 ″대국민 호소용″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하지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엔 비상계엄이 지난해 총선 이전부터 준비됐고, 그 목적이 반대 세력을 ′수거′해 ′제거′한 뒤 ′장기집권′을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MBC는 12·3 비상계엄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전문을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비상계엄으로 이루려고 한 게 뭔지, 하나하나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재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은 ′시기′를 ′총선 전′과 ′총선 후′로 나누고, ′실행 후 싹을 제거해 근원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글로 시작합니다.

지난해 4월 총선보다 한참 앞서 비상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곧이어 ′차기 대선에 대비해 모든 좌파 세력을 붕괴시킨다′며, 그 아래 ′수거팀 구성′과 ′수집소 운용′이라고 적었습니다.

′수거′의 대상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1차 수집′이라는 제목 아래 국회가 있는 여의도는 30에서 50명, 언론 쪽은 100에서 200이라고 썼습니다.

민노총, 전교조, 민변, 어용판사와 함께 ′500여 명 수집′이라는 글도 확인됩니다.

′수거 대상 처리 방법 연구′와 ′수거 후 호송 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적은 뒤엔 별 표시를 하고 ′특별 수사와 재판소로 사형, 무기형을 받게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다음 장부턴 등급 ′A′로 분류한 체포 대상자들의 실명이 적혀 있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재명 민주당 대표·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차례대로 조국 전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의원, 유시민 작가까지 빼곡히 담겼습니다.

그리고 몇 장 뒤 ′수거 A급 처리 방안′으로 ′연평도 이송′이라고 나와 있는데, 몇 번을 반복해 쓴 듯 ′사고′라는 글자가 눈에 띕니다.

′가스′·′폭파′·′침몰′·′격침′ 등 사살을 의미하는 내용도 수첩에 담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야당의 입법 독주를 경고하기 위한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2월 25일)]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입니다.″

하지만 70쪽에 달하는 ′노상원 수첩′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계엄령 행사 후 ′헌법 개정′을 하겠다며 ′재선′을 넘어 ′3선′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제도를 연구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비상계엄의 종착점이 반대 세력을 없애 ′장기 집권′, 즉 ′독재′에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겁니다.

[임지봉/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고성 계엄이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적 반대 세력들을 체포하고 제거한 후에 장기집권으로 가기 위한 그러한 목적까지도 포함된 그러한 계엄 시도였다는 것을‥″

′어뢰 공격′은 물론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거나′′사제폭발물을 구매′한다며 ′사살′ 계획을 구체화한 이 수첩은, 정치인과 판사, 국정원, 경찰, 좌파연예인까지 대거 ′수거′ 대상으로 나열하며 끝을 맺습니다.

호송선 3척에서 5척을 준비해 5천에서 1만 명까지 수거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확인됩니다.

수첩 주인 민간인 노상원 씨는 계엄 직전 넉 달간 김용현 국방장관 공관을 드나들며 계엄을 모의한 걸로 알려졌고, 계엄실패 뒤 대통령의 질책을 들은 장관이 그 자리에서 황급히 전화한 핵심 인물입니다.

노상원 수첩이 그저 망상의 기록이 아니라 내란 계획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단초인 이유입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편집 : 박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