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폭염으로 논밭에서 일하다 사망하는 고령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요.
어제도 전남 곡성에서 밭일을 하던 80대 노인이 숨졌습니다.
사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됐는데 매일 집계돼 발표되는 정부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임지은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 곡성 겸면의 한 고사리 밭.
어제 오후 1시 50분쯤, 이곳에서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폭염 속에 농사일을 하던 중 쓰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허처님/인근 주민]
"한 3일, 뒤 구석진 데 가서, 저 고사리 끊는 거 하시더라고. 아침 낮에 더운데 일찍 그새 나왔네…"
곡성엔 지난달 29일부터 폭염 경보가 이어졌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이곳 밭에서 발견된 당시 여성의 체온은 42도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인근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을 당시 검안의가 추정한 사인은 '열사병'.
그런데 매일 집계돼 발표되는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사망자 통계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전국 5백여 곳의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신고된 내용만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열사병으로 추정되더라도 응급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망판정을 받으면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겁니다.
[전라남도 관계자 (음성변조)]
"(전남)도 내에 있는 응급실에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감시 체계이다 보니까… 애초에 그냥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로 보시면 되거든요."
이 계산대로라면 논밭에서 폭염에 농민이 숨져도 응급실 신고가 아니면, 당일 온열환자 통계는 0명이 될 수 있다는 건데, 재난에 가까운 역대급 폭염 상황에서 온열질환 사망 위험이 축소되고 이에 따른 대책도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통계가 정확하게 들어와야 흔히 말하면 자구대책도 세우고 문제점도 발견이 되고 그럴 건데 그거를 못 따라가고 있는 우리 통계 정책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거죠."
질병관리청은 "전수조사 목적이 아니라 경향성을 보기 위한 표본감시"라며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된 농촌 사회는 열사병에 취약한 계층이 많은 만큼 폭염 아래 논밭에서 일하는 노인들의 온열질환 사례를 엄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영상취재: 임원후/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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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지은
임지은
응급실에서 신고해야 온열 사망자?‥온열질환 통계 '구멍'
응급실에서 신고해야 온열 사망자?‥온열질환 통계 '구멍'
입력
2025-07-10 20:39
|
수정 2025-07-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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