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국 대중가요와 공연문화계에 큰 유산을 남긴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별세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1주기를 맞아 유신정권에 의해 전량 폐기되었던 그의 첫 앨범이, LP로 재발매됐는데요.
임소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나지막이 읊조리는 서정적인 노랫말.
1971년, 스무살 청년 김민기가 직접 쓰고 부른 곡들이 한 장의 LP에 담겨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싱어송라이터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 번안곡이 아닌, 창작곡으로 빼곡한 음반은 한국대중가요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김광희/작곡가·<김민기>1집 키보드 연주]
"우리 말로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멜로디도 그렇고. (그전에는) 자기 노래로만 만든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정말 특별하고."
훗날 '명반'이 된 이 앨범은, 그러나 발매 당시엔 채 반 년도 안 돼, 유신정권에 의해 전량 폐기됐습니다.
가사가 불온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고 김민기/작곡가·공연연출가]
"주변에서 보게 되는 작은 일들을 그저 서툴게 끄적거린 것이지 누구를 깨우치려거나 그런 의도 같은 것은 감히..."
[김광희/작곡가·<김민기>1집 키보드 연주]
"전혀 정치적인 생각 없이 다 만든 노래인데 그때는 서슬이 퍼런 때니까‥"
오리지널 '동판'마저 사라져, 여기저기 해적판만이 떠돌던 이 앨범이 54년 만에 다시 LP로 만들어졌습니다.
그가 떠난 지 꼭 1년 만입니다.
[김성민/<학전>총무팀장]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나서 수차례 왜곡된 음반이 발매되었다.' 많이 속상해하시고‥"
녹음 당시 연주를 맡은 김광희 작곡가 등 여러 사람이 갖고 있던 초판 앨범을 구해 가장 좋은 음원을 살려냈습니다.
심의 탓에 제목을 바꿔야 했던 곡 '종이연'은 '혼혈아'란 원 제목을 되찾았습니다.
김민기의 음악 여정이 담긴 친필 악보와 메모도 함께 담겼습니다.
[김성민/<학전>총무팀장]
"(생전에) 본인이 했던 작업물들을 좀 기록으로 잘 남겨서 보존해 달라고 하셔서 첫 결과물이 LP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평생 '앞것'들을 빛나게 하는 '뒷것'을 자처했던 김민기.
배움의 밭, <학전>은 사라졌지만, 청년의 음악과 목소리는 오롯이 남아 또 누군가의 '못자리'가 되어줄 예정입니다.
[김성민/<학전>총무팀장]
"선생님이 원래 해오셨던 '못자리' 그런 의미로 잘 정리해서 다른 분들이 꺼내어 볼 수 있게‥"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이세훈, 위동원, 최대환 /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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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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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만에 다시 듣는 김민기의 '아침이슬', 1주기 맞아 첫 앨범 복각
54년 만에 다시 듣는 김민기의 '아침이슬', 1주기 맞아 첫 앨범 복각
입력
2025-07-23 20:45
|
수정 2025-07-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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