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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비싸다고 오토바이 '출입금지'‥폭염 속 뛰는 기사들

아파트값 비싸다고 오토바이 '출입금지'‥폭염 속 뛰는 기사들
입력 2025-07-31 20:44 | 수정 2025-07-3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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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유명 연예인과 재계 인사들이 산다는 매매가 2백억 원이 넘는 서울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가 배달 오토바이 출입을 차단한 채, 이런 폭염 속에도 기사들에게 걸어서 배달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고재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남산 아래 위치한 초고가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에도 인력이 배치될 만큼 경비가 삼엄합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아파트 쪽문에 오토바이가 모여듭니다.

    음식 배달 기사들입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경비실 창 너머로 소지품을 건넵니다.

    문은 그 이후에야 열립니다.

    아파트 측이 단지 내 오토바이 진입을 막아놓은 겁니다.

    [아파트 경비원 (음성변조)]
    "여기 다 좀 그런 분들이 사시는 곳이라 프라이버시, 사생활 보호 그것 때문에."

    이런 날씨에 음식 봉투 들고 5분이고 10분이고 뛰어야 하는 기사들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배달 기사 (음성변조)]
    "걸어서 안에 단지로 이동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단지가 너무 너무 큰 거예요.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조금 약간 힘들었죠."

    서울 강남의 아파트 역시 기사들이 단지 밖 별도 공간에 오토바이를 세워둬야만 배달이 가능합니다.

    [김 모 씨/배달 기사]
    "급을 나눈다고 해야 되나 불쾌한 느낌이 좀 들고요. 여기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어떤 하이클래스, 뭔가를 누려야 한다는…"

    걷는 시간만큼 금전 손해도 발생합니다.

    [정시윤/배달 기사]
    "간단한 콜은 15분 정도면 하나 잡아서 이동하는 그 과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

    '지하 주차장만이라도 개방해 달라'는 요구조차 묵살되는 현실이지만, 기사들은 무턱대고 배달 요청을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최우석/배달 기사]
    "잘 안 가려고 해서 거절을 하는데… 거절률을 제한을 하다 보니까 그냥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는 출입 보안이 강한 곳의 배달료를 비싸게 책정한다고는 하지만, 공개된 기준이 없고 체감이 되지도 않습니다.

    결국 문 걸어 잠근 아파트와 미온적인 플랫폼 업체 사이에 낀 기사들만 고통받는 꼴입니다.

    참다못한 일부 기사들은 '기피 아파트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서울 강남·서초 지역만 50군데가 넘습니다.

    폭염은 물론, 점점 높아지는 '차별의 벽'까지, 배달 기사의 여름은 유독 더 힘이 듭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남현택, 이원석 / 영상편집: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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