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광복 80년이 다가오지만, 친일파 재산 환수 작업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일제의 강제병합에 큰 공을 세운 대표적인 친일파 이해승의 사례인데요.
후손이 이해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땅을 국가가 돌려받기 위해 소송에 나섰지만, 돌려받은 건 전체 땅의 한 조각에 불과한 한 평 남짓, 4제곱미터뿐이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북 괴산의 작은 마을.
오가는 차도 드문 2차선 도로 옆, 잡초가 웃자란 땅이 있습니다.
크기는 단 한 평 크기인 4제곱미터.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으로부터 국가가 환수한 토지입니다.
한 평 남짓한 땅이라, 이렇게 몇 걸음만 걸으면 금방 벗어날 정도로 매우 좁습니다.
밭도, 논도 아닌 도로변 자투리땅이라 이렇다 할 경제적 가치는 없습니다.
[정영채/괴산 능현마을 이장]
"<4제곱미터 되는데 이것만 나라가 찾아간 거예요.> 그거 찾아가면 뭐 해? (평당) 한 15만 원 선 될 거라고‥"
그런데 이 '한 평짜리' 땅 바로 옆, 568제곱미터 크기 토지의 주인 역시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입니다.
땅 주인은 같았는데, 국가 귀속 여부가 엇갈린 겁니다.
문제는 '법'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당시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이해승이 '한일 병합의 공으로 일제에게 귀족 작위를 받았다'며 후손의 토지를 국가로 귀속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후손 측이 낸 1차 소송에서 '이해승은 친일 행위가 아닌 조선 왕족이란 이유로 작위를 받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모두 되돌려줘야 했습니다.
[이준식/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특별히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이상한 조항을 넣는 바람에, '친일의 대가'라는 희한한 문구를 넣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법까지 개정한 뒤 국가가 후손을 상대로 2차 소송을 냈지만, 이번엔 '확정판결이 난 사안에는 개정 법률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부칙 조항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준식/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이미 이해승 관련 토지 가운데 제일 재산 가치가 많은 토지·임야는 이미 확정판결이 났기 때문에, 그건 다시 국가 귀속 결정을 못 한 거죠."
결국 1차 소송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토지 4제곱미터만 국가가 소유하게 됐을 뿐, 이미 후손 소유로 되돌려진 바로 옆 토지는 환수 대상에서 빠지게 된 겁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끝으로 16년 소송의 막은 내렸고, 되찾으려던 이해승 후손의 땅 190만 제곱미터의 0.0002%, 4제곱미터만 환수하는 데 그쳤습니다.
재판을 지켜봐 온 독립유공자 후손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석문/이성기·이용기 지사 손자]
"(대법원 판결을) 방청석에서 들었죠. 얼마나 허탈하겠습니까? 16년간의 지루한 싸움을 그때 그렇게 해서 끝냈습니다."
2010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해산 이후, 친일재산 소송 업무를 이어받은 법무부는 이 사건을 '승소'한 사례에 포함했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강종수 / 자료조사: 조유진 / 영상편집: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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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홍의표
홍의표
[단독] 친일파 재산 57만 평 환수 소송에 되찾은 건 '1평'
[단독] 친일파 재산 57만 평 환수 소송에 되찾은 건 '1평'
입력
2025-08-12 20:19
|
수정 2025-08-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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