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일제에 협력하고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는 작업이 사실상 멈춰있다는 보도를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렇게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직접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잊혀가는 친일 재산을 찾아낸 건 결국 시민이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청주의 유서 깊은 사적인 상당산성.
일제의 강제 병합에 앞장선 대표적인 친일파 민영휘가 대규모 토지를 갖고 있던 곳입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니 잡초가 무성한 땅이 보입니다.
민영휘의 아들 부부가 묻혀있던 땅을 3년 전 국가가 환수하면서 후손이 묘를 파간 겁니다.
[김남균/충북인뉴스 편집국장]
"묘가 여기하고 저기에 있었고, 여기에 이제 비석이 이렇게 쭈르르 있었는데…"
친일파의 후손이 물려받은 이 땅을 찾아낸 건 지역의 풀뿌리 언론에서 활동해 온 김남균 씨입니다.
[김남균/충북인뉴스 편집국장]
"(민영휘 일가 재산이) 남아 있다고… 환수가 안 된 상태로… 이렇게 보도를 하니까 (국가가) 일괄해서 환수를 했어요."
김 씨는 6년 가까이 친일파 후손의 재산을 추적·발굴해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친일파의 땅이 있을 법한 지역의 토지대장을 일일이 찾아본 뒤, 의심 가는 땅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가며 소유권을 확인하고, 친일파가 후손에게 물려준 땅이 맞는지 면밀히 따지는 데 지금까지 수천만 원을 썼습니다.
[김남균/충북인뉴스 편집국장]
"한 몇천만 원은 들어가죠. 가난한 신문사에서 부담하기에는 사실 너무 큰 돈인데… 국가가 하면 자기네들은 검색 하나면 될 작업들이에요."
그렇게 개인의 힘으로 한땀 한땀 찾아낸 친일파 후손 소유 의심 토지는 250필지, 2천억 원어치에 달합니다.
[김남균/충북인뉴스 편집국장]
"(친일파 후손은) 친일의 대가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 정말로 잘 살아요. 그다음에는 반성을 하지 않아요. 그런 거 보면서 '아, 이건 좀 끝까지 해야 되겠다'…"
일제에 부역하며 큰 부를 쌓은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이, 청주시에 도심 1천 8백㎡의 땅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을 때는 시민 2만여 명이 탄원서를 내가며 막아선 끝에 땅을 지켜냈습니다.
[이효윤/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국장]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상 이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져서도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소송이다.'"
광복 80년을 맞는 지금까지 친일 청산이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 현실.
스스로 책임을 떠안은 이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습니다.
[김남균/충북인뉴스 편집국장]
"<개인이 자꾸 공력과 시간을 들이는 게 좀 맞나란 생각이 자꾸 드네요.> 정말 맞지가 않죠. 이쪽의 영역에서는 국가가 없는 거예요.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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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홍의표
홍의표
국가가 손 놓은 '친일재산' 발굴‥결국 나선 건 시민
국가가 손 놓은 '친일재산' 발굴‥결국 나선 건 시민
입력
2025-08-13 20:40
|
수정 2025-08-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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