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유명 학원 상위 반에 들어가기 위해 '레벨 테스트', 즉 '7세 고시'를 치른다는 아이들.
말이 '7세 고시'지, 사실상 만 6세 이전부터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는데요.
교육부가 이를 바로 잡겠다며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백승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인터넷에 올라온 한 강의 영상.
[대치동 학원 입시 강사(음성변조)]
"'대치동 7세 고시'를 미리 탄탄히 대비하고자 하시는 학부모님‥명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초1부터 대치동 유명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입학시험, 이른바 '7세 고시' 합격 전략을 영유아 부모들을 상대로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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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더 치열합니다.
[학부모(음성변조)]
"원하는 학원에 넣으려고‥애기 때부터 알파벳도 못 쓰는 애들 붙잡고 막 과외비도 비싸게 해서 하기도 해요."
[학부모(음성변조)]
"한번 레테(레벨 테스트)보면 3개월 뒤에 볼 수 있다고 하면 또 준비해서‥그 톱(상위권) 학원들이 레테비로 월세 낸다고 할 만큼 정말 많이 치거든요."
마치 고등학생이 푸는 수능 문제집처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7세 고시' 기출 문제집도 나왔습니다.
62쪽짜리가 9만 9천원.
문제지를 구입해봤습니다.
'10년 뒤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 '국적을 바꾼다면 어느 국가로 왜 바꾸고 싶은가'란 영어 질문에, 영어로 답을 하게 돼 있습니다.
[이유진/초등학교 교사]
"'한국에서 쭉 살았던 학생이 가능할까?'‥이 생각이 들고 만약에 그게 가능하다고 하면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이 아이에게 많은 압박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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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극단적인 조기 사교육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실태조사에 나선 교육부는 전국 787개 영어 유치원 가운데 23곳이 분반이나 입학을 위해 사전 시험을 보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허점이 있습니다.
정작 '7세 고시'를 치르는 초등학생 대상 학원은 조사에서 모두 빠진 겁니다.
[백병환/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
"집중 영어 몰입 교육을 받은 다음에 응시하는 '7세 고시'에 대한 실태는 이게 영어 유치원 입학 시험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가 되지 않았어요. 과소 집계가 의심되는‥"
교육 당국이 실태 파악에도 허덕이는 사이 사교육 시장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습니다.
영유아 가구의 연간 사교육비는 3조 3천억 원.
특히 만 6세 미만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41만 4천 원으로 고등학생보다도(32만 원) 많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 독고명, 이원석 / 영상편집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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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백승우
백승우
9만 9천 원 '7세 고시 기출 문제집'까지 팔리는데‥교육부는 맹탕 조사
9만 9천 원 '7세 고시 기출 문제집'까지 팔리는데‥교육부는 맹탕 조사
입력
2025-09-04 20:32
|
수정 2025-09-0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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