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입니다.
수사하는 권한과 재판에 넘기는 권한을 분리해 한 기관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서로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렇게 되면 수사 공백이 생겨 사법 후진국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데요.
맞는 얘기인지, 오랜 세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온 외국의 사례를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손구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영국은 40여 년 전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정착시켜 왔습니다.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내용과 증거 등을 검토해 재판으로 넘길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한 사건들 가운데, 영국의 기소율은 60%대로, 50%대인 한국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영국 검찰이 수사권이 없다고 해서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데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겁니다.
영국처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국가는 여러 곳입니다.
이들 국가에서 법치주의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수치로 확인해 봤습니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에서 후원하는 국제 조사기관, 월드 저스티스 프로젝트가 44개 세부 평가항목을 분석해 매긴 순위인데요.
지난해 영국은 15위로, 19위에 그친 한국보다 높았습니다.
그밖에 영국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캐나다, 아일랜드, 핀란드도 모두 우리보다 높은 순위였습니다.
반면에 우리처럼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프랑스와 미국은 오히려 우리보다 순위가 낮았습니다.
검찰에게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법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려운 겁니다.
중요한 건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간의 견제와 협력입니다.
영국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권력을 제한하는 대신,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법률자문을 받도록 했습니다.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사건을 넘겨받지 않는 방식으로 경찰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UN의 형사사법시스템 감시기관인 UNODC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검찰이 사냥꾼처럼 기소를 위해 수사에 매달리는 사냥꾼 증후군을 막을 수 있지만, 경찰에 과도한 재량권이 가지 않도록 상호 견제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오랜 세월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며 '정치 수사'와 '제 식구 감싸기'를 반복한 검찰의 폐해가 또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견제와 협력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알고보니, 손구민입니다.
영상편집: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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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구민
손구민
[알고보니] 수사·기소 분리하면 '사법후진국'?
[알고보니] 수사·기소 분리하면 '사법후진국'?
입력
2025-09-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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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0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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