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주인공 된 '나쁜 계집애' 나애리, 하니의 새 이야기를 쓰다

◀ 앵커 ▶

어릴 적 본 만화 속 악역이 달리 보이면, 어른이 된 거란 말이 있죠?

'아기공룡 둘리'에 '고길동'이 있다면 '달려라 하니'엔 '나애리'가 있습니다.

'달려라 하니'가 40주년을 맞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이번엔 '나애리'가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임소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매주 일요일 저녁, 이 노래가 나오면 아이들은 하나 둘 TV 앞으로 모여 앉았습니다.

"달릴 거야. 엄마를 위해서. 엄마아아아~"

삐죽 뻗친 머리에 하트 모양 핀.

늘 화가 나 있지만, 실은 엄마가 그리워 이를 악물고 달리는 아이, 하니.

"나애리, 건방진 계집애!"

금수저에 실력까지 갖춘 얄미운 라이벌 나애리는 어린 시청자들에겐 원성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진주/<달려라 하니> 원작자]
"많이 순화가 된 거예요. (심의실에서) '나쁜 계집애' 소리가 들어가면 안 된대서 건방진 걸로 바꾸고."

1985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첫선을 보인 지 3년 만에 TV 만화로도 만들어진 <달려라 하니>.

흔한 순정 만화 여주인공과는 달리, 결핍이 있지만 씩씩한 여자 주인공은 당시로선 보기 드문 것이었습니다.

[이진주/<달려라 하니> 원작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그 아이들이 그렇게 곧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를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40년이 지나, 첫 극장판으로 돌아온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은 '나쁜 계집애' 나애리.

원래는 원작자가 주인공으로 생각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진주/<달려라 하니> 원작자]
"(주인공이) 하니로 바뀌는 바람에 나애리는 조연으로 밀려난 거예요. 그것도 아주 독한 나쁜 계집애로. 미안하고 죄를 많이 지은 것처럼 생각이 들었거든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파였던 나애리.

[송원형/<나쁜 계집애: 달려라 하니> 프로듀서]
"굉장히 노력을 하고 천재적인 탤런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니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캐릭터예요."

질투가 날만큼 출중한 재능을 가진 만년 1등 하니와 비로소 손을 잡게 되는데요.

"그땐 미안했어." "<부러워서 그랬나봐.>"

모두가 1등만을 바라보고 달려나가는 지금.

이제는 불혹의 어른이 된 그 시절의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처음 <달려라 하니>를 만날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함께' 달리는 나애리와 하니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요?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전효석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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