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부모가 지원해준 돈이 부부 공동 재산을 불리는데 어느정도 도움이 됐더라도, 애초에 지원해준 돈의 성격이 불법적이라면 재산 기여로 평가할 수 없다.
이게 오늘 대법원이 새로 내세운 기준입니다.
그런데 기묘한 문제가 남죠.
불법적인 돈을 지원받아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이를 독식하더라도 환수할 방법은 없다는 부분인데요.
유서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앞서 2심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 분할을 불러온 결정적 증거는 노소영 씨 측이 제출한 노란색 메모지와 약속어음 6장이었습니다.
노태우 씨의 부인 김옥숙 씨가 작성한 메모엔 '선경 300억 원'과 '최 서방 32억 원'이 적혀 있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이 자료들이 노태우 씨 일가가 SK의 전신인 선경 측에 3백억 원을 건넨 증거라고 봤습니다.
여기에 오늘 대법원은 이 돈의 출처가 노 씨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챙긴 뇌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노태우(1995년 10월 27일)]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사실 관계 대신 법리 적용 위주로 검토하는 대법원의 성격상 돈이 건너간 부분 자체를 명확히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노 씨가 뇌물로 사돈이나 자녀 부부를 지원하고 이를 함구함으로써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신혜성 변호사/가정법원 판사 출신]
"배우자 부모님이 지원해준 돈이 뇌물이나 비자금 같이 불법적인 돈이면, 그 돈이 공동 재산을 형성할 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어도 기여로 평가할 수 없다… 이 점을 이제 처음으로 명백히 밝힌 거죠."
그런데 이는 다시 말해 사법부도 SK그룹이 노태우 씨가 받은 뇌물을 토대로 성장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뜻이 됩니다.
결국 5·6공화국 정경유착이라는 불법의 씨앗으로 재벌이 엄청난 이득을 누렸지만 그 이득을 환수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또다른 문제로 이어집니다.
국세청장이 "재판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적의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접적 당사자인 노태우 씨와 최종현 SK 선대 회장 모두 사망한 데다 나중에 만들어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하기도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김정환/변호사(MBC '뉴스외전')]
"불법적인 돈이 확실한 경우에는 독립해서 몰수를 할 수 있도록 발의가 되어 있고 사실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혼 소송은 일단락되어 가지만 '성공한 비자금'의 과실을 최태원 회장이 독식하게 됐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한 셈입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 영상편집: 박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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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유서영
유서영
'비자금과 정경유착' 이익 두고 소송전‥혼자 웃게 된 최태원 회장?
'비자금과 정경유착' 이익 두고 소송전‥혼자 웃게 된 최태원 회장?
입력
2025-10-16 19:51
|
수정 2025-10-1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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