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픈런 성지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빵집,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성공의 이면에는 20대 청년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던 걸로 드러나 파장이 큰데요.
고인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도에 백승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매장 앞 도로까지 늘어선 줄.
예약 앱 대기만 60팀이 넘습니다.
서울 안국동 런던베이글뮤지엄 1호점입니다.
[인근 상인]
"외국 분들이 많아요, 많이 바글바글하죠."
지난 2021년 문을 연 이 빵집은 큰 인기를 끌며 4년 만에 전국 7개 매장을 열고, 지난 7월 사모펀드에 2천억 원대에 인수됐습니다.
[이효정/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 (지난 7월 8일, 연합뉴스TV)]
"인생에서 하지 못할 경험을 하는 기분이고요."
같은 7월,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정효원 씨도 그 무렵 주 60시간에서 최장 주 80시간까지 일한 걸로 유족 측은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엔 여자 친구에게 오전 8시 50분에 일을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자정까지 바퀴벌레를 잡는 방역업무를 하다 퇴근한다고 다시 보내기도 했습니다.
실제 정 씨의 근로계약서를 보니, '1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과점업은 특례업종이 아니어서 주 52시간(40시간+연장12시간)을 넘긴 근무는 불법입니다.
유족은 회사에 근로기록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지문 인식기가 한 달 동안 고장 났었다며 안 주고 버텼습니다.
[고 정효원 씨 어머니 (음성변조)]
"실질적으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근무했고, 몇 시에 퇴근했고, 이런 거를 우리는 알고 싶어서 청구를 한 건데‥"
그런데 생전 정 씨가 팀장과 주고받은 문자에는 근무시간을 30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업무 시스템(원티드)에 입력하라는 지시가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정 씨는 이곳에서 일하던 1년 2개월 동안 수원점과 잠실점 도산점을 옮겨 다니며 4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한 것도 드러났습니다.
[김영훈/고용노동부 장관 (오늘, 국회 국정감사)]
"이러한 운영 방식이 마치 기업 혁신이나 경영 혁신의 일환으로 포장되어서 성공 사례처럼 회자되는 이 문화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하겠습니다."
지난 3년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63건, 특히 지난해(29건)에는 업계 1위 SPC삼립(11건)보다 많았습니다.
이곳에서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고 싶다고 했던 정효원 씨.
[고 정효원 씨 아버지 (음성변조)]
"자기가 조금만 배워서 자기거 한다고, 서른살 전에 자기가 무조건 오픈한다고 했거든요. 지금도 믿기진 않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청년의 열정은 결국 장시간 노동 속에서 스러졌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김백승, 이원석 / 영상편집: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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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백승우
백승우
'자정까지 방역업무'에 '4개월 쪼개기계약'‥런베뮤 과로사 의혹 일파만파
'자정까지 방역업무'에 '4개월 쪼개기계약'‥런베뮤 과로사 의혹 일파만파
입력
2025-10-30 20:32
|
수정 2025-10-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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