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점점 뚜렷해지고 있죠.
멀리 페루 안데스에서는 한 농민이 이상기후로 피해를 봤는데, 산업 선진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라며,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크게 주목받은 이 소송의 원고인, 사울 리우야 씨를 MBC가 국내 언론으로는 최초로 직접 만나봤습니다.
김민욱 환경전문기자입니다.
◀ 리포트 ▶
페루 안카시 주 와라스 외곽의 산 중턱 마을 어귀에서 사울 리우야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침내.> 드디어 만났군요."
농부이자, 산악 가이드인 사울은 10년 전 독일 에너지 기업 RW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세계적인 화석연료 기업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안데스의 환경이 바뀌고 위협이 증가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사울과 함께 해발 4500미터에 위치한 팔카코차 호수를 찾아가는 길.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안데스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호수의 수량은 크게 늘어 있었습니다.
[사울 리우야/페루 농부·독일 RWE 기후소송 원고]
"(과거와 달리) 지금은 빙하가 빠르게 후퇴 중이고 바위가 드러났습니다."
글로프(GLOF), 빙하 호수 범람 위험이 커지면서 산 아래쪽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70여 년 전 호수가 크게 범람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호수의 수위가 높으면 눈사태가 발생하거나 빙하가 붕괴했을 때, 호수의 물이 제방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파이프를 이용해 호수의 물을 계속 아래로 흘려보내면서 수위를 낮추고 있습니다.
사울은 독일 기후단체와 함께 낸 소송에서 RWE가 빙하 호수의 범람을 막기 위한 비용 350만 유로, 우리돈 약 52억 원 중 25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업화 이후 RWE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기여도가 0.47%란 점을 반영한 액수입니다.
지난 5월 소송은 끝내 기각됐습니다.
사울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가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판단 등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독일 법원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제3세계 지역의 피해에 대해서 배상 책임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프란체스카 클라인/독일 '저먼워치' 전략 소송 법률 책임자]
"기후 위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오염을 일으킨 기업에 책임을 묻고, 법정에서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죠. 역사적인 전환점입니다."
사울은 이제 다른 기후소송들의 지원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사울 리우야/페루 농부·독일 RWE 기후소송 원고]
"법원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의 고통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후정의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시청자들에게도 안데스에서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사울 리우야/페루 농부·독일 RWE 기후소송 원고]
"(이 문제는)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국가들로부터 비롯됐습니다. 한국 역시 그런 산업화된 나라 중 하나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환 / 영상편집 : 나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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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욱
김민욱
[안데스 빙하③] "온실가스량 만큼 비용 물어야" 안데스 농부, 독일 기업에 소송
[안데스 빙하③] "온실가스량 만큼 비용 물어야" 안데스 농부, 독일 기업에 소송
입력
2025-11-05 20:36
|
수정 2025-11-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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