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철근이 훤히 보이는 복도와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으스러지는 계단.
매일 밤, 집이 무너질까 밤잠을 설치지만 갈 곳이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구청이 나서서 임대주택을 공급하자고 했지만,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데요.
왜 그런지, <소수의견> 원석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종로구 낙산 자락에 있는 4층짜리 연립주택.
외벽 전체에 금이 가 있고, 주먹보다 큰 시멘트 덩어리가 곳곳에 떨어져 있습니다.
안은 더 심각합니다.
계단 철제 난간이 손으로 만져도 부스러집니다.
복도에 시멘트 잔해가 널려 있고 철근이 훤히 드러나 있습니다.
[박 모 씨/주민 (음성변조)]
"철근이 다 보이잖아. 다 녹이 나서‥"
갈라진 벽으로 빗물이 새면서 방이 온통 곰팡이로 덮였고, 천장도 계속 내려앉고 있습니다.
[박 모 씨/주민 (음성변조)]
"지지대를 이렇게 해 놓은 거예요 제가. <이거 옷걸이 그거 아니에요?> 그걸 갖다가 내가 이렇게 해놓은 거예요 지금."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건물이다 보니 구청에서는 곳곳에 이렇게 지지대를 설치해 뒀습니다.
하지만 건물 균열이 너무 심각해서 방 안쪽에서 하늘이 보일 정도입니다.
[서 모 씨/주민]
"잘 적에 보면 항상 내려앉을까 봐, 내려앉지 않을까 하고 이게 항상 불안하더라고요."
준공 60년째인 이 주택은 지난 2006년 '즉시 철거' 직전 단계인 D등급을 받았습니다.
올해 구청 안전 점검에서도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받았습니다.
한때 서른 가구였지만 지금은 8명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령층에 기초생활수급자가 5명이고, 암 환자, 치매 환자도 있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세 20만 원 수준입니다.
집주인도 있지만 땅 주인이 따로 있어 팔고 이사 갈 처지도 아닙니다.
붕괴 직전의 집만 사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조 모 씨/주민 (음성변조)]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려요, 이 건물 자체에서‥ 진짜 죽을지도 모르면서 사는 거예요. 돈이 없고 수급자니까‥"
구청은 서울시에 '임대주택 공급'을 요청했습니다.
'주택에 중대한 하자가 생겨 이주가 필요하다고 시장이 인정하면 특별공급이 가능하다'는 주택법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례가 없고, 'D등급' 주택이 83곳, 더 위험한 E등급은 12곳이라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모든 주택 하자가 있는 분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는 없겠지만, 취약층에 대해서는 좀 더 전향적으로 주거복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에도 모든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임대주택이 아니더라도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은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원석진입니다.
영상취재: 최대환 / 영상편집: 김지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원석진
원석진
매일 우는 소리 들리는 건물‥'붕괴 위기'에도 이주는 막막 [소수의견]
매일 우는 소리 들리는 건물‥'붕괴 위기'에도 이주는 막막 [소수의견]
입력
2025-11-07 20:21
|
수정 2025-11-07 22:20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