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서울시 의회에서 밤 10시까지인 학원운영시간을 자정으로 연장하는 조례가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밤 10시 넘어 하는 지역도 있다며 자정까지로 연장하자는 건데, 정작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현실적 어려움도 가중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는데요.
<기자의 눈> 제은효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대치동 학원가, 밤 10시가 되자마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음성변조)]
"보통 6시쯤부터 10시까지 하는데 수학 두 개 다니고 화생지(화학·생물·지구과학) 영어 국어까지 해요."
현행 서울시 조례는 밤 10시까지만 학원을 열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학원 운영 시간을 자정까지로 늘리자는 조례가 발의됐습니다.
[정지웅/서울시의원]
"서울은 10시까지 하고, 끝나고 부족하다 보니 역차별이라고 생각을 하시기 때문에‥"
인천, 울산 등 밤 11시나 12시까지 여는 지자체도 있는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학원계는 일부 서울시의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운영시간 연장을 건의해 왔습니다.
[김희수/전국보습교육협의회 회장]
"밤 10시 이후 학원 문이 닫히면 실질적인 학습 기회 박탈로 이어집니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원할 경우에만 선택하게‥"
형평성과 선택권.
과연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경쟁은 더 치열해질 걸로 예상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음성변조)]
"<12시까지 열게 되면 학원 더 다닐 것 같아요?> 그렇겠죠. 주변 분위기가 좀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건강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음성변조)]
"(밤 10시까지여도) 다섯 시간 공부하다가 허리 디스크가 터졌는데 열두시까지면 일곱 시간이니까 너무 신체적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학부모들도 우려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 (음성변조)]
"안 그래도 여기 너무 경쟁이 심해서‥ 애들 수면도 부족하고. 12시까지 한다 그러면 애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거의 한두시일 거예요."
이미 밤 10시 방침을 어기고 편법 연장 운영하는 학원도 많다며 상관없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음성변조)]
"불법적으로 하는 학원은 어차피 지금까지도 늦게 하는데‥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아요.>"
조례가 변경돼도 학원운영시간은 교육감이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지역 사교육은 시간이나 비용 등 모든 분야에서 타 시도를 압도하고 있다며 '형평성' 주장을 반박하고 밤 10시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 (음성변조)]
"방학 되면 부산이니 뭐니 다 올라와서 여기서(대치동에서) 학원 등록하기도 힘든데 그 시간 때문에 누가 거기(연장 지역)까지 가냐고요. (연장은) 학원이 좋아하는 시스템이죠."
제가 만나본 학생들 가운데엔 너댓시간만 자며 학원을 7개씩 다니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과열된 입시 경쟁의 압박 속에서 하는 이 선택들, '자율적'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해줘야 하는 건 학원에 더 머물 수 있게 하는 조례가 아니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미래를 계획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아닐까요?
<기자의 눈> 제은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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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제은효
제은효
[기자의눈] '형평성' 위해 서울 학원 자정까지?‥"경쟁만 더 치열"
[기자의눈] '형평성' 위해 서울 학원 자정까지?‥"경쟁만 더 치열"
입력
2025-11-11 20:19
|
수정 2025-11-1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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