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고층건물 건설과 관련해 유네스코가 직접 우려를 표명했는데요.
서울시는 여전히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철회된 사례는 어떤 게 있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팩트체크 <알고보니>에서 손구민 기자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바다를 바라보고 웅장하게 자리 잡은 멋스러운 석조 건물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영광을 보여주는 항구도시 리버풀은 지난 2004년 항만 지역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그런데 2012년 대대적인 도시개발이 시작되자 문화유산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유네스코는 "항만 경관의 고유성과 온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위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여덟 차례에 걸쳐 경고와 함께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도심 부근에 대형 축구장이 건설되자 유네스코는 "경관이 회복 불가능해졌다"며 세계유산 등재를 철회해 버렸습니다.
리버풀은 축구장이 항만에서 3킬로미터나 떨어진 공터에 지어졌다고 항변했지만, 유네스코는 단호했습니다.
[데이빗 웨이드 스미스/리버풀 도심 비즈니스 협회장 (2021년 7월)]
"(유네스코 측) 가이드라인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명확했지만요."
리버풀과 같은 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던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도 5년 만에 지위를 박탈당했습니다.
세 차례에 걸친 유네스코의 개선 요구에도 4차선 다리 건설이 강행되자 세계유산 등재를 철회한 겁니다.
드레스덴은 '주민 투표로 결정된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경관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거였습니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돼 등재될 때의 결정적이었던 특성이 사라지게 되면 등재를 철회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습니다.
그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관입니다.
서울시가 고층건물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곳의 위치는 종묘에서 불과 17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축구장을 지었다 등재가 철회됐던 리버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깝습니다.
유네스코는 이미 국가유산청에 "종묘의 훼손이 우려된다"며 "검토가 끝날 때까진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리버풀은 8번, 드레스덴은 3번, 우리도 이제 처음으로 경고를 받은 셈입니다.
세계문화유산이 등재가 철회됐다가 다시 등재된 사례는 여태까지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알고보니, 손구민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권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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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구민
손구민
[알고보니] "경관 훼손" 가차 없이 철회‥세계유산 박탈 사유 봤더니
[알고보니] "경관 훼손" 가차 없이 철회‥세계유산 박탈 사유 봤더니
입력
2025-11-20 20:37
|
수정 2025-11-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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