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조금 전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이 이번 수능에서 이의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모두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영어 24번엔 4백 건의 이의신청이 몰렸고 국어 3번과 17번에 대해선 전공 교수들이 오류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원어민도 황당해할 만큼 난해한 문제도 있어 논란이었는데요.
제은효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미국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외국인 유학생 6명.
올해 수능 영어 24번 문제를 풀게 했더니 정답을 고른 이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레타/이탈리아 유학생]
"<5번을 고른 거예요? 답은 2번이에요.> 복잡한 개념도 많고 일상에서는 잘 안 쓰는 어려운 표현들도 많아요."
[준 아프가티/스위스 유학생]
"안 맞는 퍼즐을 억지로 끼워 넣은 것 같아요."
미국인 학생은 이런 문제가 왜 필요하냔 반응까지 보입니다.
[어텀 조던/미국 유학생]
"미국인들이 보면 놀랄 거예요. 필요 이상으로 수준이 너무 높아요."
실제 올해 수능 이의신청(675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영어 24번 문항.
지문에 없는 단어가 정답 제목에 포함됐다는 등의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국어 영역에서는 해당 분야 전공 교수들이 나섰습니다.
필립 고프의 이론을 다룬 3번 문항,
칸트의 인격 동일성을 다룬 17번 문항 모두 문제에 오류가 있고, 내용도 지나치게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병민/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난수표 주고 '무슨 말인지 한번 네가 해석해봐라' 약간 이런 시험 같아요."
[이충형/포스텍 철학과 교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2~3분은커녕 2~3일이 걸려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것을 명확하게 개념화하는 데 며칠이 걸렸어요."
교육과정평가원은 영어 24번의 경우, 지문에 없는 단어도 수사적 표현으로 정답이 될 수 있고 국어 3번과 17번 문항도 지문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면 정답을 고를 수 있다며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평가원이 출제 오류를 인정한 사례는 모두 7차례에 9문항.
평가원의 해명은 늘 '변별력 확보'였습니다.
사교육으로 무장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상위권을 가려내기 위해 문제를 꼬다보니 생긴 문제라는 겁니다.
반복된 논란에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내놨지만 변별력은 확보해야하니 대신 극도로 어려운 수준의 지문이 등장했다는 분석입니다.
[임성호/종로학원 대표]
"지문 자체를 난해하게 해서 변별력 확보를 꾀하려고 하는‥ 틀린 지문의 내용이 나오더라도 정답을 찾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 사실은 기술을 요하는 문제‥"
수능의 출제 원칙은 "대학 수학에 필요한 기초적 개념과 원리를 이해한 문항 출제"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33년째 거듭된 시행에 등급 매기기에만 치중하다 수험생도 납득하기 힘들고 대학교수도 황당해하는 문제들을 양산하며 본래의 취지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강종수 / 영상편집: 권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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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제은효
제은효
"오류 없다"는 수능, 미국인도 교수도 '절레절레'‥33년 시행에 한계?
"오류 없다"는 수능, 미국인도 교수도 '절레절레'‥33년 시행에 한계?
입력
2025-11-25 20:29
|
수정 2025-11-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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