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숨 가빴던 지난 1년의 장면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권력의 온갖 만행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마음을 모은 시민들은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연대하면서, 함께 여기까지 왔습니다.
계란으로 거듭 바위를 깨뜨리는 데 성공해, 이제는 시민들이 주인공인 날로 기억될 12월 3일까지, 뉴스데스크는 하나하나 짚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먼저, 추웠지만 뜨거웠던 남태령 고개의 현장, 김민형 기자가 조명합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2월 21일,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탄핵안 통과 뒤 한남동 관저에서 꿈쩍하지 않던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힘을 보태기 위해 트랙터를 끌고 상경하던 농민들은,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힙니다.
[뉴스데스크 (지난해 12월 22일)]
"(경찰은) 국민들의 시위를 막았다고, 나도 이제 내란의 공범이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영하 7도,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 만큼 칼바람이 매섭던 밤.
어둠 속에 갇힌 농민들을 돕겠다며 시민들이 달려왔습니다.
처음엔 응원봉을 든 여성들이 몰려왔고, 곧이어 소셜미디어 생중계를 보고 온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차 빼라! 차 빼라!"
시위 경험이 많은 농민운동가들도 처음 경험한 환대였습니다.
밤샘 집회가 이어졌지만 숫자는 줄지 않았습니다.
[오순이/전국여성농민회 광주전남연합 사무처장]
"트랙터를 갖고 나왔다는 건 나의 전부를 걸었다고 할 정도로, 그 정도로 절박했었고. 어디선가 저 멀리서 이렇게 간식을 챙겨 오신 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조광남/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
"'본인이 지켜주겠다' 이렇게 외치는 시민분들… 굉장히 고맙고 그때의 그 광경이나 기분은 제가 죽는 날까지 아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직접 오지 못하는 시민들은 핫팩과 담요, 커피와 뜨거운 죽을 보냈습니다.
[조광남/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
"배달 라이더 분들이 저희 집회 현장 그 차벽을 뚫고 양손에 무겁게 물품을 갖고 오시는 거예요. (주문서에) '농민분들 힘내세요'…"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화장실을 양보하고 보초 섰고, 발언대에 선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과 청년들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정주용/전농 서천군농민회 정책실장]
"몇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계속 마이크를 바꿔 쥐면서, 나는 누구고 나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주환/진주시농민회장]
"옛날에는 우리만 힘든 줄 알았는데 보니 다 똑같더라. 우리가 해결하자."
하루가 꼬박 지나, 28시간 만에 경찰의 차벽이 열렸습니다.
농민들과 시민들은 함께 윤석열이 있던 한남동으로 갔습니다.
[권태옥/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충남도연합회장]
"춥긴 추운데도 막 어떻게 진짜 같이 진짜 함께 하면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야."
1년이 지나 내란을 꿈꾼 수괴는 구치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단죄는 아직 멀었습니다.
농촌의 현실도 달라진 건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농민들에게 1년 전 연대의 경험은 여전히 뜨거운 기억입니다.
문제가 닥치면 외롭지 않게,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남았습니다.
[전주환/전농 진주시농민회 부회장]
"'모난 돌이 정맞는다, 나서지 말아라', '세상이 바뀌는 줄 아느냐' (이러지만) 저는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부터는 바뀌어야 합니다. 바뀔 겁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 한재훈, 남현택, 김민승 / 영상편집 : 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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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형
김민형
겨울 밤 지나 남태령 너머로‥"죽을 때까지 못 잊을 기억"
겨울 밤 지나 남태령 너머로‥"죽을 때까지 못 잊을 기억"
입력
2025-12-01 19:49
|
수정 2025-12-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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