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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리 맞선 시민들‥"그날 밤 다시 와도 달려간다"

총부리 맞선 시민들‥"그날 밤 다시 와도 달려간다"
입력 2025-12-03 20:03 | 수정 2025-12-0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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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년 전 오늘, 국회 앞으로 달려 나온 시민들이 없었다면, 치밀하게 준비했던 내란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목숨을 걸었던 용기 있는 시민들에게, 우리 사회가 너무 큰 빚을 졌는데요.

    이들은, 만에 하나 다시 이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또다시 달려 나가겠다고 합니다.

    그날 밤 맨몸으로 군경에 맞섰던 시민들을 강은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밤 10시 27분, 평온했던 일상이 깨졌습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역사책에서나 봤을 법한 현실.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국회로 내달렸습니다.

    [정은애·김성준]
    "아들하고 이렇게 셋이서 같이. 딸은 너는 집에 있어라, 같이 오겠다고 하는 걸. 우리 상황이 나중에 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박미정]
    "저랑 같은 방향으로 막 뛰시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아, 나만 혼자 온 게 아니구나…"

    국회는 봉쇄됐습니다.

    국회 일대에 경찰 1천여 명이 투입됐습니다.

    "아니, 막는 게 말이 돼요!"

    시민들은 의원들의 월담에 힘을 보탰습니다.

    [박미정]
    "이렇게 발을 받쳐주고 그다음에 엉덩이 밀어드리고…"

    잠시 뒤 헬기가 보였습니다.

    중무장한 계엄군 8백여 명도 가세했습니다.

    [안창용]
    "'다다다다다다' 하고서 헬기 소리가 났을 때 굉장히 긴장감을 주고 위협감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박미정]
    "이제는 누구를 이렇게 들여보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군인들을 막아야 된다는 생각에 막 달려들었는데 사실 저는 처음에는 겁이 났었거든요."

    하지만 물러서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앞다퉈 군용 차량을 막아섰고,

    [정은애·김성준]
    "등을 기대고 이렇게, 그래서 못 움직이게 하는 게 일단 급선무라고 생각을 했었고. 안테나가 달린 차가 왔어요. 그러니까 그 차를 또 막아야 된다…"

    군인들에게 매달렸습니다.

    [박미정]
    "배낭 되게 무거운데 거기에 그냥 매달렸어요. '저 군인 하나라도 막아야 된다' 뭐 그런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계엄군의 진입 시도에 의사당 곳곳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습니다.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박규태/국회의원실 보좌관]
    "팔을 잡거나 몸을 잡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계엄 해제 의결까지 이분들을 못 들어오게 어떻게 해야겠다…"

    새벽 1시 1분.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기쁨도 잠시, 계엄군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정은애]
    "어디선가 애국가를 불러서 국회를 바라보면서 애국가를 불렀죠. 그때 굉장히 감격스럽다고 해야 될까요…"

    섬뜩했던 계엄의 밤,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안창용]
    "집사람하고 딸이 국회 속기사예요. (국회에 갈 때는) '우리 이러다가 생이별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든지 구해낼 테니까 일단 국가를 위한 일을 먼저 해라…"

    [김성준]
    "다시 돌아간다고 그래도 똑같이 우리는 나왔어야 되겠죠. 우리 아들이 내지는 딸이 살아가야 될 나라인데…"

    윤석열 파면을 결정했던 헌법재판소도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막아낸 그날 밤 시민들의 역할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1년 전 필사적으로 국회를 지켰던 이들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 해도 기꺼이 이곳으로 달려오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역사의 퇴행을 막은 건 이번에도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MBC뉴스 강은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김준형, 강종수, 이주혁 / 영상편집: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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