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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 갇힌 청춘 27만 명 [기자의 눈]

고시원에 갇힌 청춘 27만 명 [기자의 눈]
입력 2025-12-08 20:32 | 수정 2025-12-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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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소 4평의 공간에 부엌과 화장실이 있는 집, 정부가 정한 1인 가구의 최저 주거 기준입니다.

    하지만, 이 최저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청년 가구가 전체 청년 가구의 8.2%까지 늘어, 27만 명에 달합니다.

    누우면 바로 벽이 닿을 것만 같은 좁은 방에 살고 있는 청년이 1년 만에 7만 명이나 늘었는데요.

    해결 방안은 없을까요?

    기자의 눈, 이준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서울 신림동 언덕배기의 고시원.

    경남 거제에서 온 24살 이 모 씨가 사는 곳입니다.

    옆 방의 말소리도 들리는 2.4평짜리 작은 방에서 월세 22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이 모 씨/고시원 거주 (24살)]
    "1층에 세탁기랑 다 있어서. <화장실은요?> 화장실도 3층, 1층에. <여기 안에는 없고?> 네. 안에는 없어요."

    군대를 전역하고 뭐든 해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뒤, 공사판에서 일해도 고향보다 일당이 더 높다는 말에 이 씨는 서울로 왔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루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12만 원.

    비싼 방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모 씨/고시원 거주 (24살)]
    "완전 거의 감옥 수준이어서 일어나자마자 막 주변이, 막 벽이 날 보는 느낌.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니까."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경기도 평택 출신의 30살 정 모 씨는 종로의 고시원에 삽니다.

    두 평이 채 안 되는데, 월세는 30만 원이 넘습니다.

    평택에서보다 일은 고되지만, 월급은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바짝 돈을 모아 언젠가 식당을 차리겠다는 꿈으로 좁은 방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정 모 씨/고시원 거주 (30살)]
    "살짝 갇혀 있는 느낌도 들고 씻는 게 제일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공용으로 사용하다 보니까."

    정 씨의 고시원 바로 인근에는 청년 임대주택이 있습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46만 원으로 저렴하지만, 경쟁률이 40대 1에 달했습니다.

    [정희수/임대주택 거주(26살)]
    "너무 기뻤고 그때 대학원 수업 시간이었는데 소리를 질렀습니다."

    수도권 청년 임대주택 경쟁률은 보통 100대 1이 훌쩍 넘어갑니다.

    수도권 청년 4명 중 3명이 공공임대 주택에 거주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우리나라 주택 중 공공임대는 전체 주택의 8%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돈 빌려줄 테니, 집 사라는 쪽으로만 쏠리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29조 9천억 원이 쓰였지만, 임대주택 건설에 배정된 정부 융자는 12조 8천억 원에 그쳤습니다.

    [박 준/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 당장 청년 세대의 집 사도록 도와주는 방식에 약간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렇게 진행이 되게 되면 결국에는 이게 오히려 주택 가격 올라가는 그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질 좋은 공공임대가 늘어 실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부동산 정책의 관점에서도, 고시원에 갇힌 청년들을 빨리 꺼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의 눈,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한재훈, 독고명 / 영상편집 : 나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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