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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도 '셀프 처리'‥"의식 없을 때만 119 불러라"

산재도 '셀프 처리'‥"의식 없을 때만 119 불러라"
입력 2025-12-27 20:05 | 수정 2025-12-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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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쿠팡이 이렇게 자신들 뜻대로 '셀프 처리'를 시도한 건 정보유출 사태만이 아니었습니다.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도 쿠팡 뜻대로 처리하려 한 지침이 내부 문건으로 확인됐는데요.

    노동자가 다쳐도 의식이 없을 때만 119를 부르도록 하는 등, 병원 이송부터 진료, 산재 신청까지, 쿠팡이 촘촘히 관여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쿠팡 인천물류센터의 '안전사고 대응 가이드'.

    '의식이 없는 위급 상황'일 때만 119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사고는, 관리자 차량으로 지정병원까지 이동하라고 했습니다.

    도착 후 주차 위치부터 원무과와 응급실 동선까지, 문건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선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집니다.

    "현장관리자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함께 진료실로 이동해 사고 경위 전달".

    사고와 관련한 첫 공식 기록을, 회사의 '셀프 설명'으로 채우려는 시도입니다.

    [이용우/국회 기후노동위원회]
    "그 상황에 대해서 차단하고 포섭하는 하나의 어떤 출발점이 아닌가. 철저하게 쿠팡 이해관계 중심으로 이 부분들을 끌고 가는 거다."

    산재 신청을 할지 말지, 노동자가 결정하는 과정에도 직접 관여합니다.

    문건에는,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산재로 할지, 실비로 할지를 관리자가 안내하도록 돼 있습니다.

    산재를 신청하면, 회사의 병원비 지원은 중단되고, 비용은 산재 승인 이후에만 환급됩니다.

    불승인되면, 환급은 없습니다.

    반면 산재를 신청하지 않으면, 병원비는 10일 이내 회사가 직접 실비로 환급해 줍니다.

    3년 뒤 작성된 또 다른 대외비 문서에도, "산재를 신청하면 병원 진료비는 지급하지 않는다".

    선택은 자율에 맡겼지만, 당장 병원비가 급한 노동자에게 선택 방향은 뚜렷합니다.

    ['산재 신청' 쿠팡 노동자 (음성변조)]
    "거의 100만 원 넘게 나왔죠. 4~5일에 한 번씩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고, MRI 찍고, 입원하고. '산재 처리를 해라' 해서 했는데 '못해주겠다'. 그리고 나한테 '불이익도 없다' 이랬는데, 불이익을 주고 있잖아요."

    쿠팡 측은 "산재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해 초기 치료비를 일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참사를 '셀프 조사'로 마무리하려는 쿠팡.

    산업재해 대응에서도 쿠팡의 '셀프 지침'은 촘촘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독고명 / 영상편집: 민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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