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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NASA도 놀란 이례적 산불, "한국 산불 미래 보는 듯"

[기후환경 리포트] NASA도 놀란 이례적 산불, "한국 산불 미래 보는 듯"
입력 2025-01-24 07:41 | 수정 2025-01-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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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주택들이 늘어선 주택가 뒷산이 불타고 있습니다.

    산등성이를 뒤덮은 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아래로 내려옵니다.

    분화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듯 집과 건물을 하나하나 집어삼킵니다.

    불꽃이 회오리바람처럼 회전하며 하늘로 솟구쳐 오릅니다.

    강력한 산불에서 나타나는 불 회오리 현상이 산불의 위력을 말해줍니다.

    자욱한 연기와 불길을 뚫고 진화용 헬리콥터들이 물을 뿌립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불길은 더 많은 시가지를 불태웠습니다.

    태풍급 강풍이 불타는 나무를 뒤흔들어 무수히 많은 불씨를 날려 보냅니다.

    이 불씨가 주변 건물은 물론 멀리 떨어진 건물까지 날아가 불을 붙입니다.

    불길에 휩싸인 집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이지만, 시가지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불길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영화 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도 불길에 휩싸였고, 미국 항공우주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도 불탈 뻔했습니다.

    NASA를 화상 연결해 상황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제임스 크로포드/NASA 선임연구원]
    "NASA 제트추진연구소 시설은 무사합니다. 그러나 주변까지 불이 번져 많은 연구원과 근무자들이 집을 잃었고 대피해야 했습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30명 가까이 숨지고 불에 탄 건물과 주택은 1만 5천 채가 넘었습니다.

    불길이 집어삼킨 건물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역사상 2번째로 파괴적인 산불입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 촬영한 화재 현장입니다.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주택들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수십에서 수백억 원이나 되는 집들이 있던 곳입니다.

    화면 왼쪽은 산불이 나기 전에 촬영된 영상, 오른쪽은 산불이 난 뒤의 모습입니다.

    파란 하늘 아래 그림 같은 집과 정원이 있던 주택가가 전쟁터의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불길은 바닷가에 바짝 붙은 주택까지 다 태운 뒤 태평양에 이르러서야 진군을 멈췄습니다.

    NASA 연구진은 이번 산불이 정말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크로포드/NASA 선임연구원]
    "산불이 대도시로 번져 집과 건물을 이 정도로 파괴한 건 처음입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캘리포니아는 기록적인 산불로 유명하지만, 이번 LA 산불은 기존 산불과 달랐습니다.

    우선 LA 산불은 그동안 산불이 거의 나지 않던 시기에 발생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를 보면, 여름에 집중되고 1월부터 4월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1월에 큰 산불이 났습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기후 급반전’ 현상이 지목됐습니다.

    기후 급반전은 짧은 시간에 기후가 정반대로 요동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해 2월 LA에는 500mm 가까운 비가 내려 평균치를 4배 이상 뛰어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식물이 많이 자랐죠.

    그러나 5월부터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기록적 가뭄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비에 무성하게 자랐던 식물이 가뭄으로 말라 죽어 땔감이 가득 쌓였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 지구온난화가 기후 급변의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해 초 동태평양의 바다가 뜨거워지는 엘니뇨 현상이 폭우를 퍼부었고 여름부터는 엘니뇨와 반대인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 가뭄이 시작됐습니다.

    지구온난화는 가뭄을 더 심하게 만듭니다.

    여기다 각종 개발로 사람들의 거주지가 산불 위험 지역과 가까워진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란 설명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해는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면적 모두 기록적으로 적었습니다.

    피해 면적이 123ha로 2022년에 비하면 200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해는 봄, 가을에 비가 자주 왔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겨울부터 급변하고 있습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
    "땅속에 있는 수분이 많이 말라 있는 상태입니다. 산불의 재료가 되는 연료들은 굉장히 많고요."

    다행히 아직 큰 산불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 언제든 대형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고 말합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
    "다음 달 산불 위험도 상당히 높은 상태입니다. 지난 30년간 기준으로 (산불위험도가) 10위 정도 되거든요."

    건조한 날씨는 초여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큰 산불은 대부분 봄에 났지만, 여름에도 산불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밀양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여름인 6월에 큰 산불이 나 축구장 1,000개 면적이 불탔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산불이 연중 발생하고, 대형화할 위험을 키우는 배경입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크게 증가하는 지역 중에 하나고요. 우리나라에서 산불이 증가하는 주요인은 온도(상승)입니다."

    유엔 기후변화보고서는 20-3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산불 위험이 시나리오에 따라 50%에서 2배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과거 경험에만 의존한 대응방식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
    "LA 산불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 우리나라의 산불 변화가 나타날 방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것 같아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좀 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를 해야 됩니다."

    LA 산불의 비극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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