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정슬기 앵커
■ 대담자 : 윤순환 굿프로덕션 대표·영화 '바다호랑이' 제작자, 이지훈 배우·영화 '바다호랑이' 나경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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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슬기> 세월호 구조활동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다호랑이'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 모닝콜에서는 제작자 굿 프로덕션의 윤순환 대표와 이지훈 배우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좀 민감한 소재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 그리고 주인공을 맡으신 이유 각각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윤순환> 네. 제 아들 때문입니다. 2014년 그 해에 제 아들도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아들은 죽은 아이들이 자기 친구들이라고 여겼습니다. 아직도 진상이 완벽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의 아버지로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미안함 부끄러움 죄책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슬기> 네 잘 들었습니다. 배우님 주인공을 맡으신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시지요.
이지훈> 저는 배우로서의 입장으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태이긴 한데, 우선 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가 아직도 생각이 나는데 제가 사실은 세월호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서 특히나 잠수사분들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 보고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정말 마음이 무겁고 힘들게 넘겼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그런데 배우로서 욕심이 났던 부분이 있지만 그것보다도 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제가 느끼고 간접적으로 체험했던 것들을 배우로서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관객들에게 이걸 오롯이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힘들겠지만 해보자 일념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정슬기> 대표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세월호 잠수사들의 이야기 같지만, 그것에 그치는 것 같진 않거든요.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누구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씀하시면?
윤순환> 처음에 저희가 이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었을 때는 이 영화가 세월호 잠수사들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까 이게 우리들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에 대한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참사의 밖에 있었지만 참사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이 또 다른 바다 호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선한 이웃들을 생각하면서 9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 제작기간을 버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우리 영화는 영화의 주제곡인 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는 주제곡인데, 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라는 주제곡을 우리를 위해서 지금도 목청껏 불러주고 있을 우리들의 수호신이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분들입니다. 그분들에게 바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슬기> 우리 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말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우리한테도 평범한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말씀인가요?
윤순환> 그런 뜻이기도 하고요 우리하고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영화를 보면 단지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느끼시고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슬기> 이지훈 씨는 고 김관홍 잠수사 역할을 맡으셨습니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지훈> 어떤 배우든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거 자체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조사도 필요할 것인데 특히 이 '바다호랑이'의 고인이 되신 김관홍 잠수사를 연기하는 것은 다른 부분보다는 그분이 그곳에서 겪었을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로 인해서 받게 된 트라우마를 과연 내가 그분이 겪었을 그 고통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거는 시나리오를 보고 영상을 통해서 습득한 바로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럴 수 있다고. 그런데 정말 그분이 겪었을 고통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그분을 따라 하기 위해서 제스처나 행동이나 습관 버릇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런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내가 만약 배우가 아닌 잠수사로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곳에 가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지점에서 시작을 했어요. 너무 힘든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아픔이라는 걸 가지고 있어요. 나에게 정말 큰 아픔이지만 남들이 봤을 땐 사소한 것일 수 있고 그런 여러 가지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데 그 분 돌아가신 김관홍 잠수사님께서 가지고 계셨을 아픔을 저는 그냥 제가 잠수사라면 잠수사로서 그곳에 가면 이런 아픔을 겪었을 것 같아라는 지점에서 시작했던 것 같고, 그걸 표현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정슬기> 배우님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까 대본을 읽으면서도 연기하시면서도 굉장히 힘드셨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나요?
이지훈>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배우들이 특정한 캐릭터를 맡고 나서 캐릭터가 가진 감정 상태나 심리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있는데 저는 그것을 조금 방지하자는 차원에서도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지점에서 출발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 '바다호랑이'의 나경수, 김관홍 잠수사분의 나경수라는 캐릭터는 지금도 정말 많은 인터뷰를 하고 얘기를 하고 영화를 보는데도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분의 인생을 다 오롯이 알 순 없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이렇게 내가 배우로서 내가 이걸 하는데도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굉장히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정슬기> 알겠습니다. 대표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바다호랑이'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했는데요. 2년간 편집을 하면서 정 감독 역시 많이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그렇게 집념을 보이면서 하신 건지 궁금하거든요.
윤순환> 먼저 이 작품은 정윤철 감독님의 작품입니다. 그냥 일반적인 의미에서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는 걸 떠나서 감독님의 기여와 그게 아주 많은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먼저 그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저도 그렇지만 정 감독님도 어떤 미련이 있던 거 아닌가 합니다. 미련이라는 건 집념보다는 약한 뉘앙스의 단어이긴 하지만 그것이 인간적인 측면이 있거든요. 포기할 수 없던 미련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고 김관홍 잠수사님 아내분과 자녀들에게 영화를 완성하여 보여 드리겠다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 소망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슬기> 정윤철 감독님이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계셨던 걸까요?
윤순환 그건 아주 당연하고요. 책임감, 의무감, 사명감, 분노, 슬픔, 다 있었겠지만 그래도 버티기에는 긴 시간이었거든요.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랑? 이런 것도 있던 것 같아요. 사랑 같은 게, 선의? 이런 게 밑에서 움직인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합니다.
정슬기> 알겠습니다. 두 분 각자가 뽑은 명장면 혹은 두고두고 이 대사는 기억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게 있으신가요?
윤순환> 저 먼저 말씀드리면, 거기 영화를 보시면 우연서 배우가 열연한 이병호 잠수사의 딸이 이지훈 배우가 연기한 나경수 잠수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후회되세요? 그곳에 간 게? 이렇게 묻는데. 나경수 잠수사가 역으로, 아버지는 어떠셨을 것 같냐고 물으면서 진행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우연서 배우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회상하면서 눈물을 쏟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가 거기서 안 운 적이 없습니다. 제가 영화는 백 번을 봤을 텐데 여지없이 그 장면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제가 보기엔 최고의 장면입니다.
정슬기> 배우님은?
이지훈> 여러 가지가 떠오르긴 하는데 저는 장면을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이런 내용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아까도 얘기했던 부분 중에 하나인데 사람은 다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 아픔을 외면하고, 좀 도피하지 말고 마주하고 직시하고 그것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영화에서도 오롯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지점에서 나경수라는 인물이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좀 하거든요. 그 상담을 할 때 영화에서 처음으로 정신과 의사선생님한테 본인이 왜 그렇게 힘든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요. 거기가 치유의 시작점이거든요. 그래서 경수라는 인물이 힘들고 아프고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어떻게 그걸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려주는지 보여주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보시는 분들 관객분들에게도 이렇게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치유하면 좋겠다는 지점에서 시작점을 이야기 드리고 싶네요.
정슬기>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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