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월요일마다 만나는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상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또 우리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성일 경제전문기자에게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상법 개정안 핵심 내용을 보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한다' 되어 있는데, 조금만 더 쉽게 설명해 주시죠.
◀ 이성일 기자 ▶
기업의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해야 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회사와 주주'를 위해 일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 해야 한다"로 충실 의무 조항이 변경됐습니다.
과거에는 회사를 위해야 된다 여기에 주주라는 표현이 하나가 지금 더해진 거고요.
또 이런 당연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의 문구가 추가된 것에 불과한데, 이렇게 논의 과정에 진통을 겪은 이유는 바로 이게 또 나름의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LG화학이 2차 전지 사업부였던 '에너지솔루선'을 분할할 때, LG 화학 이사회는 여러 방법 가운데, 유독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안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하다 이익을 보게 된 전망 좋은 회사를 떼내면서 직접 지분을 갖지 못하게 된 반면, 대주주와 LG는 손자회사로 떼어낸 덕에 별도의 투자없이 좋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사회는 사업부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회사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존주주들이 지분을 가질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기업의 분할·합병, 자회사 상장처럼 대주주와 다른 주주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중요한 결정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됐다, 상법 개정으로 가장 크게 바뀌는 점일 것입니다.
◀ 앵커 ▶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라 이런 내용인 것 같은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것 같네요.
◀ 이성일 기자 ▶
모든 주주를 만족하는 결정은 불가능한 만큼, 주주들이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 기업이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회사는 신산업을 성공시키려면 한동안 수익이 나지 않는 투자도 감수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투자도 있기 마련인데, 일부 주주가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 자금 투자를 모두 문제삼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투자도 결정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 반대하는 주요 논리였습니다.
◀ 앵커 ▶
일반 주주들이 단기적인 성과만 요구할 거다, 이런 내용인 것 같네요.
그런데 최근의 3% 룰 이 얘기가 좀 많이 나오던데 어떤 내용입니까?
◀ 이성일 기자 ▶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얼마이든 간에,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에는 3% 이상의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입니다.
새로운 조항을 적용하면, 대주주가 50% 지분을 가졌더라도 2,3대 주주들이 지분 27%를 확보하면 감사위원을 임명할 수 있게 됩니다.
감사위원은 회사 경영진, 대주주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할 수 있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에서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 정확하게는 대주주들은 과도한 권한 제한이고 경영권 방어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불만을 가진 조항이기도 합니다.
◀ 앵커 ▶
그런데 이게 결국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냐 이건 시장이 판단을 할 텐데, 당장 주식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 이성일 기자 ▶
주식시장은 상법 개정을 반겼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주회사 주가의 상승입니다.
CJ, SK 같은 주요 지주회사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는 특별한 사업을 하지 않고 계열사 지분을 자산으로 가진 특수한 성격의 회사입니다.
대주주 일가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은 쉬워졌지만,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경영활동을 게을리하면서 주식시장에 상장된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는 매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경영진이 기업의 가치를 올릴 일을 더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상법 개정의 최대 수혜주였습니다.
예상 밖이었던 것은 한국전력 같은 정부가 지분을 많이 가진 기업, 가격 통제받던 가스회사 주가가 오른 것입니다.
가격 통제나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이사회가 앞으로는 개정된 상법을 명분으로 거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입니다.
◀ 앵커 ▶
그러면 당분간은 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보완해야 될 게 좀 있습니까?
◀ 이성일 기자 ▶
기업들 우려처럼 초반에는 소송이 늘어날 수도 있고, 경영권 방어·이사회 결정에 어려움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소액주주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처럼 야당과 협의 과정에서 빠진 몇 조항의 여론 수렴을 거쳐 2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도 변수입니다.
배임죄 요건 명확하게 해서 이사들이 형사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논의해볼 사안입니다.
이후의 논의는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보다는 수익을 우선으로, 기업들이 지금보다 정교한 의사결정 체제를 갖춰야 하는 상법 개정의 긍정적 목표를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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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성일
이성일
[뉴스 속 경제]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의미는?
[뉴스 속 경제]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의미는?
입력
2025-07-07 07:43
|
수정 2025-07-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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