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때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였던 인텔이, 미국 정부에 지분 10%를 넘기기로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상징적 반도체 기업의 최대 주주가 된 사건.
어떤 파장이 있을지, 우리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이성일 경제 전문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발표 내용부터 짚어볼까요?
인텔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를 했죠?
◀ 기자 ▶
이번 협상 누가 주도했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미국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갖게 됐다"는 글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습니다.
나중에 인텔로부터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약 89억 달러, 12조 원 넘는 돈으로 인텔 신주를 주당 20달러 정도 가격에 사기로 했습니다.
"의결권이 없는 지분"이라는 정부 설명이 있었지만, 주식 숫자로만 보면 현재 최대 주주 블랙록을 밀어내고,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인텔은, 인공지능 시대 개막으로 엔비디아가 주목받는 것처럼, 개인용 컴퓨터 PC가 최첨단 전자제품이었던 시대 가장 각광받는 회사였습니다.
486이니 586 같은 칩의 세대 구분 자체가 그 회사 용어이고, 컴퓨터 제조사보다 '인텔 인사이드' 표시가 품질을 보증했던 시대에 인텔은 첨단 기술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는 우리와 대만 기업에 밀리고, 새로 부상한 인공지능 칩 설계 분야 경쟁에서까지 밀린 탓에, 경영진 교체·구조조정을 반복하는 처지에 몰린 지 오래됐습니다.
◀ 앵커 ▶
트럼프 대통령이 심지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고" 샀다고 했는데요.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 기자 ▶
언제나 그렇듯 사실 확인이 필요한 말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반도체법 Chips 법에 따라 인텔에 줘야 할 보조금을 활용해,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조금 줘야 할 돈으로 지분을 사기로 했다면, 쓰기로 한 돈을 쓰는 것이니 공짜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마침, 89억 달러는 Chips Act로 받기로 했던 보조금 109억 달러 가운데, 인텔이 공장 건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받기 어려워진 액수와도 비슷합니다.
사정은 달라도 같은 보조금을 받는 삼성, SK 하이닉스도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외국 기업의 경우 지분을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무부 관계자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비슷한 거래를 더 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긴장을 늦출 수도 없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받기로 된 보조금은 인텔보다 작은 삼성 47억 5천만 달러, SK 4억 5천만 달러 수준이지만, 삼성이 받을 보조금을 지분으로 환산해 보면, 삼성전자 1.6% 수준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개인 지분만 따지면 비슷한 지분을 가진 주주가 나타나는 셈입니다.
◀ 앵커 ▶
보조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민간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건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미국 내에서 반발은 없습니까?
◀ 기자 ▶
인텔 지분 계약 과정을 취재한 미국 언론들은 '기업 국유화'라며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분을 사들였던 프랑스 자동차 회사처럼 구조조정 지연되고, 경쟁력은 더 약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민간 기업 지분 인수, 트럼프 행정부에서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미국의 희토류 채굴업체 지분 15%를 국방부가 정도에 사들인 사례가 있었는데, 인수자금 5천5백억 원으로 큰 기업이 아니고, 무기를 만들 때 필요한 필수 소재 확보라는 명분 때문인지 큰 관심을 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분 인수는 반도체 산업이라는 상징성을 보나,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도 인텔이 기술격차 좁히거나,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없다는 평가를 감안하나, 논란이 클 사안입니다.
경영난으로 자금이 마른 인텔과 달리, TSMC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경영권 간섭을 가져올 수 있는 지분 참여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지분 취득을 위협하며 보조금을 덜 주려는 의도라는 평도 나옵니다.
무엇이든 트럼프 행정부 이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을 걱정하고 대비하는 부담을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갖게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앵커 ▶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 지분을 요구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파장이 일었잖아요.
물론 정부에서는 부인을 했습니다만, 정상회담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까?
◀ 기자 ▶
이보다 더 규모가 크고 예민한 이슈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 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건너 뛰고 미국으로 향한 사실 등이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 예민함을 보여주는 풍경입니다.
8월초 양국의 무역 합의에 따른 세부 사항이든, 또다른 요구사항이든 미국이 밀어붙이려는 사안들이 통상·안보 분야에 상당수 있습니다.
그 결과를 내일쯤이면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우리에게 활용할 '카드가 있는지, 있다면 그 카드를 잘 쓰는지에 좌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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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성일
이성일
[뉴스 속 경제] 반도체 지분 가진 미 정부‥삼성·SK에도 요구?
[뉴스 속 경제] 반도체 지분 가진 미 정부‥삼성·SK에도 요구?
입력
2025-08-25 07:46
|
수정 2025-08-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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