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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경제] 3500억 달러 투자금은 선불?‥미국 속내는?

[뉴스 속 경제] 3500억 달러 투자금은 선불?‥미국 속내는?
입력 2025-09-29 07:43 | 수정 2025-09-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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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운영 방식이 최대 쟁점입니다.

    지나쳐 보이는 미국의 요구와 압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성일 경제전문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의 요구사항이 지나쳐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불'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죠?

    ◀ 기자 ▶

    언제나 그렇듯 느닷없는 발언, 지난주 후반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는 '선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EU는 95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를 투자 약속을 받았다는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는 와중에 나온 말입니다.

    사용된 표현, 여전히 익숙해지기 어려운 노골적 압박입니다.

    우리에게 요구한 3500억달러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했던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선-후 관계를 못박은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우리에겐 예사롭지 않은 시점인 이유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현금 투자를 고집하면서 두 나라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30일 협상 타결 당시, 우리 정부는 대출 형식으로 투자금에 보태거나, 기업이 투자금을 마련하면 위험-리스크에 대비한 뒷받침-보증을 주로 맡는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미국은 정부가 현금을 직접 투입하고, 투자 시한도 앞당길 것을 요구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 앵커 ▶

    이윤이 났을 때 투자를 하는 쪽이 가져가는 게 상식적이잖아요?

    트럼프대통령은 투자를 받는 자기들이 이윤까지 가져가려 하는 건데 그렇게까지 얘기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논리가 좀 있나요?

    ◀ 기자 ▶

    납득할 수 없는 논리지만, 2차 대전 이후 GATT나 WTO 같은 국제 무역 체제가 미국에게 불공정했고, 결과 미국이 무역 적자와 제조업 쇠퇴를 불렀다는 것이 트럼프 진영의 시각, 통상 정책 바탕에 깔린 생각입니다.

    미국이 돈을 받는 명목은 투자이지만, 불공정한 무역을 통해 부를 쌓은 국가에게는 남는 이윤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는 기묘한 계산법의 근거로도 보입니다.

    나아가 다른 나라의 외환보유고는 미국 달러 가치를 높여서 미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 존재 자체로 환율을 조작하는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진영의 정책 조언자들 중에는 그래서, 안보 우산을 제공해주는 정도의 대가로, 외환보유고를 허물거나, 미국으로 환수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관세 협상 조건으로 끼워넣은 '투자로 볼 수 없는 투자'가 그런 논의의 결과로 보입니다.

    ◀ 앵커 ▶

    미국이 투자하라고 하는 액수 자체가 우리나라가 가진 외환보유고 대부분을 투자하라는 건데, 외환위기가 올 수밖에 없지 않나요?

    ◀ 기자 ▶

    외환보유고는 우리처럼 경제 규모 작은 나라에게는 외환 시장 변동을 줄이고, 국가 신용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보험성 자산입니다.

    실제로, 2008년 당시 3천억 달러를 넘었던 외환보유고가, 미국 금융 기관이 진원지가 돼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외풍에서 우리 경제에 보호막을 제공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외환보유고는 4천억 달러를 조금 넘습니다.

    미국의 협상 조건을 따르자면, 90%에 가까운 돈을 미국에 투자하라는 말인데, 우리가 달러로 표시된 자산으로 가진 액수보다도 많은 돈을, 이 금고에 있는 자산을 팔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주 후반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 이후우리 금융 시장이 다른 나라 시장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주가 오랜만에 크게 떨어졌고, 12.3 계엄사태 마무리된 뒤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 1410원대에 다시 진입했습니다.

    국제 금융 시장이 흔들릴 때 미국이 달러를 제공해주는 '달러 스와프' 약속을 협상의 최소한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내건 이유를 일깨워준 셈입니다.

    ◀ 앵커 ▶

    미국 협상팀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나 봐요?

    협상은 이루어지긴할까요?

    ◀ 기자 ▶

    일본에 이어, EU에 대해서도 미국이 자동차 관세율 15%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얻어냈던 수입 의약품에 대한 100% 관세 예외 조치도, 협상 마무리된 뒤에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주말에는 우리에게 투자할 금액을 3500억 달러에서 5천억 달러로 높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우리 당국자들은 반응을 보면, 미국 측이 협상장에서 하지 못한 말로 장외 압박에 나선 것은 아닌지 속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바에는 협상을 걷어차고 자동차 의약품 관세 내는 게 낫다는 계산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상황을 상상해보면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겠지만,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받고 있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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