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월요일마다 만나는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인공지능 산업 거품론, 지난주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주제입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성일 경제전문기자에게 그 이유와 전망을 들어보겠습니다.
지난주 금융계 하락 폭이 이례적으로 컸습니다.
올해 4월 정도만 제외하면 최악이었던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뭡니까.
◀ 기자 ▶
충격이 컸던 금요일을 보면, 코스피가 하루 새 4%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이날은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2.4%, 대만은 3.6% 떨어져서 정작 진원지가 된 미국 시장보다 하락 폭이 더 컸습니다.
비트코인도 8만 6천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는데, 이처럼 모든 자산 시장을 흔든 방아쇠가 된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대한 의심이었습니다.
◀ 앵커 ▶
AI 거품론, 저희가 이 코너에서만도 여러 번 다뤘었잖아요.
그래서 지난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중요하다, 얘기를 해서 주의 깊게 발표를 지켜보긴 했는데, 실적은 좋게 나왔는데 정작 주가는 떨어졌어요?
◀ 기자 ▶
지난 목요일 장 마감 뒤에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5% 넘게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발표한 지난 3분기 매출 증가율은 1년 전보다 62%, 시장 전망을 능가하는 숫자였기 때문입니다.
마음 졸였던 아시아 시장도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재반전되는 데 걸린 시간 딱 하루, 거품론이 재부각됐기 때문입니다.
빌미를 준 것은 엔비디아 매출액의 60%를 넘는 '매출 채권' 규모였습니다.
매출 채권은 물건 팔고 돈을 아직 못 받은 미수금을 가리킵니다.
미수금 증가율이 88%로 매출 증가율을 앞지르다 보니, 엔비디아가 반도체 살 돈 벌지 못하는 인공지능 분야 기업들에게 반도체 팔아 돈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불이 붙었습니다.
공급이 달리고 입도선매가 이뤄지는 제품의 판매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예민해진 시장은 블랙웰 칩을 사는 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이 신통치 않아서 일어나는 일로 단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 앵커 ▶
사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익성이 있느냐 없느냐?' 이게 관심사인데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합니까?
◀ 기자 ▶
챗GPT, 제미나이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용을 장부에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수익성 있게 보일 수도 그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150억 달러를 투자한 두 기업이 있는데, 한 기업은 5년 동안 쓸 시설로 계산하지만, 다른 기업은 3년만 쓸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두 기업이 똑같이 한 해 40억 달러 매출을 올리더라도 3년으로 정한 기업은 10억 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기록되지만, 5년으로 정하면 거꾸로 10억 달러 흑자를 낸 기업이 됩니다.
투자업계에서는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가진 기업들이 이 기준을 6년으로 늘린 사실을 의심스럽게 보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그 기간을 쓸 수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의 손실을 감추는 꼼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처럼 과거에 번 돈으로 이 투자를 하는 기업도 그렇지만, 은행,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 투자하는 기업이 늘면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앵커 ▶
결국 이런저런 잡음이 나오는 이유가 기업들이 '투자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느냐?',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서 그런 것 같네요.
◀ 기자 ▶
미국의 서부 개척을 이끈 골드러시에서 금맥을 발견해 거부가 된 사람은 극소수지만, 이들을 상대로 장비와 청바지를 판 상인들은 대부분 돈을 벌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벌써 '청바지' 즉 반도체를 파는 엔비디아가 아니라, 엔비디아에 돈을 주고 사 온 반도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아마존, 오픈 AI,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기업이 '금을 캘 수 있느냐?', '수익을 얼마나 내겠느냐?' 따지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전 세계 정부 기업이 계획대로 2030년까지 수조 달러, 우리 돈 수천조 원 대 투자를 할 수 있으려면, 챗GPT 운영하는 오픈 AI 같은 기업이 수십 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투자하는 쪽에서 하는 계산입니다.
그만한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설비를 만들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질문입니다.
물론 모든 걱정, 과열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 엔진이라는 전망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속도로 성장할지, 우리 금융 시장과 기업에도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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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성일
이성일
[뉴스 속 경제] 인공지능 산업 널뛰는 기대와 실망‥왜?
[뉴스 속 경제] 인공지능 산업 널뛰는 기대와 실망‥왜?
입력
2025-11-24 07:44
|
수정 2025-11-2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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