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만취한 승객이 대리기사를 차량에 매단 채 달려 숨지게 한 사건의 이유는 차가 덜컹거려 승객의 잠을 깨웠다는 겁니다.
숨진 대리기사가 폭행을 피하지 못한 배경엔 부당한 노동환경이 있었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혜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대전에서 만취 승객이 대리기사를 차 밖으로 매단 채 1.5km 넘게 달려 숨지게 한 사건.
숨진 기사는 홀로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10년 전부터 새벽길을 달린 60대 가장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그가 남긴 마지막 통화에도 고객을 향한 책임감이 묻어 있습니다.
[숨진 대리기사(사고 당일, 음성변조)]
"빨리 찾아뵙겠습니다."
당초 차 뒷자리에 타고 있던 승객은 과속방지턱을 넘자 잠이 깼다며 앞자리로 넘어와 대리기사를 때리고 밀쳤지만 대리기사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성노근/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과장]
"(블랙박스에) 피의자가 대리기사한테 일방적으로 욕설하는 그런 음성이 많고, 그 대리기사는 '잘할게요. 잘할게요.' 이런 달래는…"
대리 운전기사들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불합리한 제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의 만취 승객이어서 거부라도 하게 되면 업체로부터 최대 12시간까지 배차를 제한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승객에게 대리비를 받지 못했는데도 약 2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등 각종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만취 승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광원/전국대리운전노조 대전지부장]
"콜을 빼버리면 업체에서는 뭐라고 그러냐면 '만약에 당신이 그 자리를 떠나면 그 사람이 음주운전을 할 수도 있는데, 음주운전 방조죄 아니냐…'"
운행 중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대리기사는 10명 중 7명.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대리기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이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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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혜현
이혜현
"잘 할게요"‥블랙박스에 담긴 마지막 음성
"잘 할게요"‥블랙박스에 담긴 마지막 음성
입력
2025-12-02 06:58
|
수정 2025-12-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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