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설 명절 앞두고 달걀 찾는 분들 많으시죠.
조금 더 비싸더라도 위생이나 사육환경 등을 고려해서 '동물복지' 인증이 붙은 달걀을 구입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런데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부 농가에선 동물복지가 말뿐인 것 같습니다.
홍의표, 정혜인 두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동물복지' 달걀을 생산하는 국내의 한 축산 농가.
널찍한 축사 바닥에 닭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워낙 많은 닭이 부대끼다 보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축사 옆에는 죽은 닭의 사체들이 구석에 뒤엉켜 있습니다.
[동물권 단체 'PETA' 조사관 (음성변조)]
"밀집도도 원래도 높을뿐더러 (닭들이) 입구 쪽에 완전히 몰려서‥ 소음과 암모니아 독성 악취 때문에 힘들거든요. 닭들도 마찬가지일 거란 말입니다."
또 다른 '동물복지' 달걀 생산 농가.
깃털이 한 움큼씩 빠져 벌건 피부가 드러나거나, 날개뼈가 그대로 보이는 닭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전문가는 스트레스로 인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라케시 치토라/야생동물 전담 수의사]
"닭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깃털 쪼임이 유발돼, 면역 체계도 약화해 피부 질환에 더 취약해집니다."
모두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국내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들입니다.
현재 동물복지 인증 기준은 방목장 크기와 조명, 홰, 깔짚의 유무 등 70여 가지.
하지만 대부분의 조건이 설비 위주로 돼 있어 실제 사육환경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5백 곳 넘는 전국 '동물복지' 농장을 담당 인력 10여 명이 관리해야 하다 보니, 매년 진행하는 사후 점검도 촘촘히 이뤄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물권 단체 'PETA' 조사관 (음성변조)]
"(한 농장에서) 몇십만 마리를 사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농장에서 당연히 닭들을 방사도 하겠지만, 과연 얼마큼이나 되는지 소비자들은 알 수 없게끔 되어 있고요."
달걀에는 생산 환경을 숫자로 표시한 난각번호가 적혀있는데요.
야외 방목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닌 닭이 낳은 달걀은 1번, 축사 안에서 풀어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은 2번으로, 동물복지 달걀은 대개 1·2번에 해당합니다.
좁은 닭장 안에 갇힌 닭이 낳은 3·4번보다 생산비가 많이 드는 만큼, 가격도 많게는 1.5배에서 2배가량 비쌉니다.
그럼에도 일부러 돈을 더 내면서까지 동물복지 달걀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이 달걀을 찾는 건지 물어봤습니다.
마트에서 달걀을 사면서 난각번호를 확인하는 모습은 이제 낯익은 풍경이 됐습니다.
[이미광]
"<어떤 이유 때문에 보세요?> 아무래도 좀 닭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좀 좋은 알을 낳지 않을까 싶어서요."
동물복지 달걀을 고른 소비자가 생각한 축사 환경은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윤효숙]
"어떻게 (난각번호) 2번인데 이렇게‥ 이렇게 키우죠? 슬퍼요. 너무 안쓰러워요. <혹시 좀 상상하시던 모습이 있으세요?> 저는 1, 2번이면 자유롭게 방목하고 그러는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 너무 충격적인 걸 봐서‥"
[유근광]
"사람으로 치면 교도소에 가둬놓은 것도 아니고‥ 그런 게 좀 그러네요 좀 마음이."
하지만 이 정도 환경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전체 달걀 가운데 1, 2번 달걀은 10% 정도.
90%의 달걀은 닭이 움직이기도 어려운 비좁은 닭장 안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가장 열악한 수준의 난각번호 4번의 기준 면적은 0.05제곱미터입니다.
이 A4 용지 1장보다도 좁은 곳에서 닭들은 살아가야 하는 겁니다.
지난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고 달걀에서 살충제까지 발견되면서 좁은 닭장이 문제로 지적되자, 이듬해 최소 면적을 1.5배 늘리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됐습니다.
당시 생산자들이 시설을 변경할 수 있도록 7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시행이 예정됐던 건 지난 2025년.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다시 2년을 유예시키면서 비좁은 닭장의 개선은 더 미뤄졌습니다.
그 와중에도 동물복지 인증 농장이 꾸준히 늘 수 있었던 건, 동물 복지를 위해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른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위해 평생을 좁은 닭장 속에 갇혀있어야 하는 닭을 한 마리라도 더 밖으로 나오게 하는 길은 동물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입니다.
[남영신]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그냥 기계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늘 했던 것처럼 1번을 사기는 할 것 같기는 해요."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김승우·독고명·정영진 / 영상편집: 이소현·나경민 / 영상제공: PETA / 자료조사: 김지우·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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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홍의표, 정혜인
홍의표, 정혜인
털 빠지고 부대껴도 '동물복지' 달걀‥"그래도 찾아요"
털 빠지고 부대껴도 '동물복지' 달걀‥"그래도 찾아요"
입력
2026-02-11 20:22
|
수정 2026-02-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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