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임신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중지할 수 있는지, 의료체계는 어떻게 갖출지 등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는데요.
결국 여성들이 임신을 중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온라인 브로커를 찾아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임신중지약을 사는 겁니다.
서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SNS에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검색하자 "실물 보유 중", "사용법 알려드림"이라는 판매 글이 줄줄이 뜹니다.
한 판매자와의 오픈채팅방.
마지막 생리일을 묻더니 임신 주수를 직접 계산해 약값 55만 원을 입금하라고 합니다.
닷새 만에 도착한 약은 중국 산둥성에서 '스낵'이란 품목으로 둔갑해 도착했습니다.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
"어떤 건 인도에서 오고 어떤 건 베트남에서 오고. 브로커가 생기고, 공식적인 가이드도 없고. 암시장만 커질 수밖에 없어요."
자신이 구입한 약을 양도하겠다는 또 다른 판매자.
임신 주수가 초기니 5알만 먹어도 된다고 복용량을 멋대로 정하더니 35만 원을 요구합니다.
약은 55만 원짜리 약과 모양도 색깔도 다릅니다.
[이동근/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대표]
"궁지에 몰려있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가짜인지 진짜인지 판단하기도 힘든 상황이고. 복용방법이나 또는 약이 품질이 잘못됐다거나… 그런 경우에 따라서 후기 임신중지까지 미뤄지는 그런 상황까지…"
최근 5년간 온라인 임신중지약 불법 판매·알선으로 적발된 건만 2천600건이 넘습니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의료 공백은 병원 현장도 비슷합니다.
임신 20주에 태아 이상 진단을 받은 은영 씨는 임신중지를 결정했지만 상급병원에서부터 거절당했습니다.
[김은영 (가명)/임신중지 수술 경험자]
"(병원에서) '수술 안 하니까 알아서 찾으세요'라고 얘기를 하셨을 때 카페, 블로그 다 뒤져서… 1주씩 넘어갈 때마다 100만 원씩 올라가요. '현금으로만 가능합니다'… (이러면서) 내가 진짜 무슨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임신중지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그 부담을 오롯이 개인이 지는 겁니다.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
"아무런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개인의 결정에 맡겨버린 거고. 국가가 해야 될 역할은 완전히 삭제된 상태로 남아있는…"
이러는 사이 인터넷에는 "무섭고 두렵다", "낙태약만이라도 도와달라"는 호소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과 제도 개선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가가 책임지는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 영상편집: 이지영, 박예진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서유정
서유정
'병원 대신 브로커'‥7년째 방치된 임신중지 관리
'병원 대신 브로커'‥7년째 방치된 임신중지 관리
입력
2026-06-20 20:19
|
수정 2026-06-20 20:40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