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란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건, 극심한 경제난과 파탄 난 민생뿐만이 아닙니다.
40년 넘게 이어진 인권 탄압과 갈수록 퇴보하는 '종교 독재'의 무능, 그리고 잔혹한 억압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깔려 있습니다.
손병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국왕폐하 만세! 국왕폐하 만세!"
이란 전역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반정부 구호입니다.
47년 전, '왕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던 혁명 구호는 지금 왕정을 복고하자는 구호로 바뀌었습니다.
왕정을 타도하고 혁명으로 세운 공화국보다, 차라리 왕조가 나았다는 목소리는 이란 종교 독재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1970년대, 이란의 친미 '팔레비 왕조'에는 독재와 개방이 공존했습니다.
국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막기 위해 비밀경찰이 투입되는 등 억압도 있었지만, '오일 머니'의 풍요로움 속에 여성들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거리를 누볐고, 시민들은 널리 퍼진 서구 문화를 자유롭게 즐겼습니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사회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왕정 독재'는 공화국의 외피를 쓴 '신정 독재'로 대체됐습니다.
여성들은 검은 히잡으로 온몸을 꽁꽁 둘러 싸매야 했지만, 일부다처제에 조혼까지 허용됐습니다.
양육과 상속 등 기본 권리도 다 빼앗길 정도로 여성의 인권은 더욱 유린됐습니다.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였다는 이유로 끌려가 숨지고, 히잡 없이 지하철에 탄 16살 아이가 경찰 구타에 뇌사 판정을 받았지만, 이란 최고 권력층의 딸에게는 심한 노출도, 호화로운 결혼식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민생고로 시작된 시위가 신을 내세운 독재정권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폭발시킨 겁니다.
권력은 잔혹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카림 사자드푸르/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분석가]
"저는 지금의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좀비 정권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념도, 정당성도, 경제도, 지도자도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부패했던 팔레비 정권의 마지막 왕세자를 소환할 정도로 신정체제에 대한 분노는 치솟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위대의 실질적 구심점이 없다는 점은, 수없는 희생을 치른 반정부 시위가 결국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게 합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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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산
손병산
'종교 독재' 47년‥"무능·탄압 더는 못 참아"
'종교 독재' 47년‥"무능·탄압 더는 못 참아"
입력
2026-01-1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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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1-1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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