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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천안 도가니'의 진실은?

'천안 도가니'의 진실은?
입력 2013-05-27 09:50 | 수정 2013-05-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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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여름의 어느 날.

    천안의 한 장애인 학교.

    지적장애인 학생 대여섯 명이 교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영화에 푹 빠져 있는 사이, 교사가 한 여학생을 자리로 불러 강제로 성추행합니다.

    수업 시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영화를 보느라 다른 아이들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날 오후.

    이 교사는 교실 청소를 해야 한다며 또 그 여학생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는 교실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이 여학생을 성폭행합니다.

    다른 교사들과 부모님한텐 절대 말하지 말라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이번엔 아예 학교 기숙사로 찾아와 자고 있던 이 여학생을 성폭행합니다.

    이 교사는 이런 식으로 모두 학생 6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했습니다.

    이른바 천안 도가니 사건.

    학교 교실에서 수업 시간에, 그리고 학교 안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이라 학부모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INT▶ 학부모
    "솔직히 믿고 싶지 않았죠. 설마 했어요. 아니겠거니. 설마 우리 학교에서 그런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하기야 했을까?"

    집 구경을 시켜 주겠다며 학생을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당시 17살에서 19살의 지적 장애인들.

    당시는 영화 도가니 때문에 지역 사회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4천8백 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 교사를 엄중 처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냈습니다.

    결국, 이 교사는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바로 이 교도소에서 수감중입니다.

    재판부는 광주 도가니 사건보다 죄질이 나쁘고 반성 조차하지 않는다며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지금도 자신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고, 피해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천안 도가니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경찰은 먼저 돗자리를 수거해, 국과수에 맡겼습니다.

    돗자리에서 정액이나 DNA를 채취하기 위해섭니다.

    해당 교사가 교실에서 돗자리를 깔고, 성폭행을 했다고 피해 학생 3명이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SYN▶ 서울법의학연구소 한길로 소장
    "DNA를 검출할 수 있는 샘플의 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적습니다. 면봉 끄트머리에 살짝 묻은 것 정도만 돼도…."

    한 학생은 정액이 몸에 묻었다고 진술해 돗자리에도 묻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SYN▶ 서울법의학연구소 한길로 소장
    "침대보나 이런 데 조금 떨어지는 건 대부분 있는 일이니까 그런 게 있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국과수 조사 결과 돗자리엔 어떤 흔적도 없었습니다.

    기숙사 방에 있던 이불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피해학생의 속옷과 손톱도 검사했지만, 역시 이 교사의 DNA는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교사가 교실에서 컴퓨터로 음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성추행했다고 진술했는데, 음란 동영상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무런 물적 증거는 확보되지 못한 상황.

    ◀SYN▶ 학부모
    "늘 그런 일은 은밀하게 행해지는 일이니까요. 증거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저걸 증거로 쉽게 잡을 수 있는, 노출된 자리에서 했다면 그렇게 여러 명 한테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는 일이었겠죠."

    유일한 증거는 피해 학생들의 진술 뿐.

    수업시간에 바닥에 돗자리를 깐 다음 한 학생을 성폭행했으나, 다른 학생들은 영화를 보느라 몰랐다.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있는데도, 교실 뒤에서 의자를 여러 개 붙이고, 그 위에 한 학생을 눕히고 성폭행했다.

    기숙사 한 방에 서너 명씩 자고 있고, 바로 옆 방에 생활지도 교사가 있는데 기숙사 방에 몰래 들어가 한 여학생만 성폭행했다는 진술.

    해당 교사 측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정황이라고 주장합니다.

    해당 교사에게 징역 20년 형이 선고된 건 진술 분석가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진술 분석가는 학생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재판부도 받아들였습니다.

    진술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경험하지 않고는 하기 힘든 표현이라는 겁니다.

    ◀SYN▶ 황00 교수/진술분석가(대독)
    "맥락을 조리 있게 진술하지는 못하였지만, 자발적으로 반복해서 그리고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습니다. 실제 있었던 경험에 근거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취재진은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던 또 다른 전문가에게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여줘 봤습니다.

    역시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지적장애 1급인 피해 학생들이 없던 일을 이처럼 사실적으로 꾸며내긴 어렵다는 겁니다.

    ◀INT▶ 김태경 교수
    "사실은 진술 하나만 가지고 어떤 걸 판단 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진술만 놓고 본다면 신빙성 있게 볼만한 덩어리가 굉장히 많이 발견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피고인 측은 성폭행이나 성추행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그 증거로 작년, 한 학생이 성폭행 피해 학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제시합니다.

    [- 솔직히 말해주면 안 될까~나한테 말했었잖아.
    기숙사 생활하면서 목공선생님이 치킨 먹고
    술 먹고 성관계했다고 그랬잖아.
    왜 거짓말 시키니?

    = 야~00년아~내가 언제 그랬어 안 했거든 ㅋㅋ

    - 그럼 왜 너 거짓말했어? 선생임들
    네가 말한 것 진실이라고 생각하는데ㅜ ]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했던 학생이 정작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왜 거짓말 하냐고 묻던 이 학생은 나중에 목격자가 됩니다.

    이 학생은 한 학생이 교실에서 성폭행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교장선생님한테 이른다고 하자, 이 교사가 교실 앞에 있는 칠판 뒤로 끌고 가 톱으로 협박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해당교사는 협박에 사용됐다는 톱은 학교에 없는 톱이라고 주장합니다.

    ◀SYN▶ 피고인 이00
    "또 걔를 위협했다는 톱이요. 양날 톱인데 이거는 실습용 시간에 쓰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용이라./ 물품 (구매 목록) 보면 제가 산 톱이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 양날 톱을 제가 몇 년 동안 산 적이 없거든요."

    해당 교사는 돗자리에서 피해 학생들을 성폭행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김모 양과 이모 양이 이 돗자리 위에서 성폭행당했다고 한 건 2010년 여름.

    그런데 확인해 보니, 이 돗자리는 동료 교사가 그보다 1년 뒤인 2011년 7월에 구입한 겁니다.

    ◀SYN▶ 동료 교사/돗자리 주인
    "글쎄요 제가 구입한 건 2011년도인데 그게 가능할까 싶네요. 제가 구입한 날짜가 딱 나와 있으니까요."

    동료 교사가 이 교사에게 돗자리를 빌려준 건 단 하루였는데, 피해 학생 3명이 모두 다른 날 이 돗자리 위에서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SYN▶ 동료 교사/돗자리 주인
    "네 글쎄요 그건 학생들이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근데 제가 빌려준 건 하루 밖에 안 된다는 거 그거 밖에 말씀 못 드리겠네요."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지적 장애인들은 원래 날짜 개념이 없어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SYN▶ 학부모
    "저희 아이들이 3월 22일. 5월 22일. 이렇게 정확하게 날짜로 기억을 못 해요. 봄 신학기. 새 학기 되고 그때쯤.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것도 명확하게 모르고."

    한 피해 학생의 산부인과 진료 기록도 쟁점 사항입니다.

    판결문에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어, 그 무렵 상당한 물리적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진료 기록을 유죄의 근거로 본 겁니다.

    실제 그런지 해당 산부인과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진료 소견서를 보면, 이 학생이 병원에 온 목적은 성폭행과 아무 상관없는 냉 질환 때문이었습니다.

    ◀SYN▶ 산부인과 원장(대독)
    "그게 냉 검사만 했다는 거예요. 내가 볼 때는 아무 문제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경찰에다 처녀막 (있다는) 얘기 한 거에요."

    또, 피고인 측은 무죄라는 증거로 한 성폭행 피해 학생이 그린 그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림에는 남녀의 모습이 아주 음란하고, 대화 내용도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돼있습니다.

    한 전문가에게 학생에 관한 정보를 전혀 알려주지 않고, 그림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인 만화나 음란물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INT▶ 이향숙 소장
    "정신지체 1급이나 2급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거 같아요. 뭐 영화도 있을 거고, 또 음란물 동영상도 있을 거고. 이런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봐요."

    피해 학생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던 또 다른 진술 전문가이자 범죄심리전문가에게 그림 분석을 부탁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림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음란물에 여러 차례 노출된 것으로 보이고, 이 때문에 성폭행당했다는 진술도 이런 간접 경험의 영향일 수도 있어서 진술 내용을 믿기 어렵다는 겁니다.

    성폭행 피해자는 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이처럼 음란하게 그리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INT▶ 김태경 교수
    "그러면 진술 내용이 아무리 구체적이고 상세하고 독특해도 진술 타당성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이 진술이 생생하고 독특한 가치를 잃어 버려요.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이 때문에 피고인 측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합니다.

    누군가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도록 교육 시킨 게 아닌가 의심까지 하고 있습니다.

    ◀INT▶ 피고인 부인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이 거짓말하면 누구든지 이럴 수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피해자 측은 지적 장애아들을 거짓말하도록 교육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INT▶ 학부모
    "제 이름 쓰게 하려고 개별 사설 교육 기관에 치료 교육을 한 10년 시켰거든요. 아직도 이름도 못 쓰고. 글도 못 읽고. 그런데 3,4일을 합숙을 해서 그런 피해 사실을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이야기할 정도면 걔는 장애 아이가 아니에요."

    또, 지적장애 1급 정도 되면 이야기를 꾸며서 말할 사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INT▶ 학부모
    "어느 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그 당시에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분명히 언젠가 일어났던 걸 문득 얘기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할 때 아 얘가 꾸며서 이야기하는구나 거짓말 하는구나.(말 하죠.)"

    더군다나 피해자 7명이 한 선생님만 지목하는 건 실제 피해를 당한 게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INT▶ 학부모
    "그 선생님 말고도 다른 선생님. 남자 선생님 있는데도 유독 그 선생님만 지목했다는 건. 여섯 일곱 명이 한 선생님한테 당한 피해 사실만을 계속 이야기하는데. 그게 무죄인데 덮어씌웠다 이렇게 생각은 안 하고요."

    피고인 입장에선 하지도 않은 일을 안 했다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

    ◀SYN▶ 피고인 부인
    "저도 그것을 밝혀내야 하는 거잖아요. 이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런데 어떻게 밝혀내 냐고요. 날짜도 없고 뭐도 없고. 이 사람이 출장을 갔다면 날짜라도 알면 그때 출장을 갔었고 이때는 알리바이가 있어서 이런 게 나오는데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요."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선 물적 증거가 없다 보니 피해를 당했어도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받아야 하는 처지.

    ◀SYN▶ 학부모
    "계속 심리 치료를 받고, 상담 치료를 받아도 그 스스로 털어버리려고 해도 털어버려 지지가 않는 거예요. 그 사실이. 내 아픈 기억은 있고. 부모는 내가 내 자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피고인은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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