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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고시'
'연예인 고시'
입력
2013-06-03 09:21
|
수정 2013-06-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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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나 연기 실력같은 재능에도 영어나 수학 성적처럼 등급을 매기는 게 가능할까요?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연예인 열풍이 불면서 재능 인증 시험까지 등장했습니다.
일종의 '연예인판 토익'인데요, 어떻게 점수를 매긴다는 건지 시험 현장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이른바 '재능 평가(TOT:Test Of Talent)' 모의 시험장.
◀SYN▶
"파이팅. 열심히 할 수 있지? 좋은 기회 될테니까 열심히 하고 너 실력을 마음껏.."
18살 백예슬양이 어머니와 함께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립니다.
평가위원은 대학교수와 현직 가수, 기획사 관계자 등 모두 3명.
딸이 잘하고 있는지 궁금한 어머니는 밖에서 애가 탑니다.
얼핏 보면 일반 오디션과 비슷해 보이지만 단순히 합격, 불합격만 통보하는 게 아니라 1명 당 최소 10분씩 할애해 기초 재능을 분석해 준다는 점이 다릅니다.
◀SYN▶정순도 교수/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과
"주위에 부모님이나 아니면 인맥적으로 연예인이 될 수 있는,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네, 부모님이 항상 옆에서...)
음악성은 물론 기본 여건까지.
스무 개가 넘는 항목에 일일이 점수를 매깁니다.
그 결과를 종합해 영어의 'TOEIC' 시험처럼 재능을 점수로 인증해 준다는 겁니다.
◀SYN▶심영란 / 응시생 백예슬양 어머니
"정말 얘한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검증하고 인증 한다는 게 좀 생소하긴 하지만 (앞으로) 또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 이런 걸 확실하게 알면 좀 편하고 좋을 것 같아요."
시험 분야는 노래, 연기, 춤 세 가지.
각 시험의 평가 항목은 한 민간 업체가 각 대학교수들과 기획사 관계자 수십 명, 현직 연예인들과 제휴해 개발했습니다.
기본기에 대한 평가부터..
◀SYN▶원영신 교수/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여기는 고난이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가능성을 좀 더 보는 것으로 저는 점수배점을 했습니다."
총평까지 제공합니다.
◀SYN▶박완규 / 가수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점이 없어 현재. 냉정하게 얘기를 해 주면 자기 귀에 대고 자기만 노래하고 있는 느낌."
◀SYN▶
"안녕하세요. 23살 이정은입니다."
배우가 꿈인 대학생 이정은양도 자신의 연기 등급을 평가받으러 왔습니다.
평가위원들이 울어봐라, 웃어봐라, 이것저것 즉흥 연기를 시킵니다.
◀SYN▶김성원 / 연기자
"됐어, 됐어, 됐어. 호흡이 짧지? 힘들지?"
(네)
"그걸 훈련을 해야 돼."
◀SYN▶이정은 / 23세, 연기자 지망생
"다른 데서는 이제 대본을 짧은 시간 안에 얼마큼 잘 해석할 수 있느냐를 보시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 배우의 자질, 기본 자질에서부터 시작하시는 것 같아서."
시험 이틀 뒤, 정은양에게 성적표가 전달됐습니다.
정은양의 평균 점수는 60점대.
A부터 E까지 5단계 중 C등급을 받았습니다.
집중력과 매력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호흡과 발성, 신체 비율에서 점수가 깎였습니다.
◀SYN▶이정은 / 23세, 연기자 지망생
"C등급이면 A등급은 어떻게 해서 맞을 수 있는가 또 궁금하고, 얼굴이 더 작아져야 되나 어떻게 하면 더 작아지나 생각이 드네요."
시험을 개발한 업체는 이런 모의 테스트를 거쳐 이달 말 제1회 공식 시험을 열 예정입니다.
한 과목당 응시료가 15만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연예인 지망생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 정착시키겠다는 게 회사측의 계획입니다.
◀SYN▶정순도 교수/ 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과 , TOT 운영위원장
"취업이나 또는 대학 입시나 또는 어떤 그런 공개적인 오디션 자리에서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면 굉장히 유익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재능을 점수로 공증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결국 세태에 편승한 돈벌이 수단 아니냐는 시각도 물론 있습니다.
◀SYN▶윤영실 / 24세
"너무 사익성으로 회사가 이윤만 추구하는 방법이 될까봐 그런 부분은 좀 걱정이 되네요."
재능에도 등급을 매기겠다는 이런 신종 시험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시험까지 등장하게 된 건, 장래희망 1순위가 연예인일 정도로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열풍은 공교육 안에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대중예술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
이 학교 실용음악과의 경우 올 해 입학 경쟁률이 5년 전 개교 당시에 비해 10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SYN▶신동의 / 서울공연예술고 실용음악과 2학년
"평소에 노래도 부르고 작곡도 하는 게 꿈이었는데 작곡 수업도 받고 노래도 배울 수 있는 그런 학교가 있다 그래서 관심이 가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연기예술과, 방송연예과 등 5개 전공에 2백6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과 과정의 절반은 재즈댄스,연기,보컬 같은 수업입니다.
◀SYN▶이화령 / 서울공연예술고 실용무용과 3학년
"제가 모르던 춤도 알게 되고 여러 장르를 알게 되니까 더 눈도 높아지고 더 실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런 대중예술 관련 고등학교는 속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SYN▶김기현 교사 / 서울공연예술고 실용음악과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신데렐라를 꿈꾸면서 오는 경우가 있는데 K-POP이 더 발전을 하려면 정식 고등학교에서 실용음악을 이렇게 좀 가르칠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되기 때문에 저희 학교가 그런 것에선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대학들도 마찬가지.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올해 전문대 수시모집에서 실용음악과는 444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교육기관들도 앞다퉈 현직 음악인 등을 교수로 위촉해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SYN▶안정훈 / 작곡가,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노래는 분명히 기승전결이 존재하잖아. 너희들 보통 아마추어들이 다 특징이 뭐냐면 기승전결 모두 다 힘을 준다는 거지."
◀SYN▶박종근 / 서울종합예술학교 2학년
"(교수님들이) 현직에서 활동하시다 보니까 그런 데서 얻으신 경험 같은 것들도 많이 알려주시고 저희가 단지 노래 연습만이 꼭 저희가 앞으로 음악을 하는 삶 가운데 꼭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연예인 중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가장 되고싶어 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아이돌'.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이 되는 건 연예인 지망생들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늘 구멍같은 기획사 관문을 통과한다 해도 또 다시 혹독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좁은 자취방에서 21살 신윤철군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서울에 있는 연예기획사에 오느라 고향을떠난지 2년 째.
기획사로 향하는 지하철에서도 연습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SYN▶신윤철 / 연예기획사 연습생
"댄서들이나 먼저 데뷔한 선배들 영상도 보고 비교를 많이 하면서 뭐가 부족한지 많이 느끼고 그렇게..."
윤철군은 '탑독(ToppDogg)'이라는 이름의 아이돌 그룹 멤버로 데뷔를 준비 중입니다.
노래나 작곡 연습은 기본.
격렬한 춤을 소화하기 위한 체력과 몸매 관리를 위해 강도높은 훈련이 매일 두 세시간씩 이어집니다.
함께 연습 중인 다른 멤버들도 최소한 1년 넘게 기약없는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연습생 생활로 잃은 건 내 1년 반 뿐만이 아니라 자존심과 또 부모님의 돈 빼다 박았지
♬
Free style yo free style 나 방송에 나가면 나 미쳐 나는 가요계 나가면 곧 뜨게 될 걸 You know what it is. yo 가사가 없어도 난 계속 랩을 할 수 있어 그게 내 특기
처음 15명으로 시작했던 멤버는 하나 둘씩 빠져나가 지금은 8명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누가 언제 탈락할 지 알 수 없습니다.
◀SYN▶신윤철 / 연예기획사 연습생
"사랑노래 보다는 한숨, 한탄 약간 그런 가사를 좀 많이 쓰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그런 것 때문에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그런 걱정들이 많다보니까 네, 한숨이..."
◀SYN▶ 김태양 / 연예기획사 연습생
"(기획사) 철문 안에는 뭐가 있을까 거대한 뭔가 여기 안에 들어가면 모든 게 다 이뤄지겠다.이제 회사가 다 (해주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더한 싸움이더라고요."
매일매일 12시간씩 이어지는 강행군은 일지를 쓰면서 마무리합니다.
이들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은 오직 한 가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갈망입니다.
◀SYN▶서상원 / 연예기획사 연습생
"저는 제 갈 길이 확실하고 제가 좋아하는 길을, 지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런 힘들다는 생각을 아예 버렸어요. 지금."
이처럼 스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동안, 한쪽에선 상처받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지난해 걸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대학생 이 모양의 경우 연습생 시절은 잊고 싶은 악몽입니다.
3개월 안에 데뷔시켜주겠다는 말에 학교까지 휴학하고 연습에 매진했지만, 돌아온 건 금품 요구였습니다.
◀SYN▶이○○ / 24세, 전 가수 지망생
"(기획사 대표가) 곡을 작곡가한테 받았는데 (비용이) 1천만 원이다 내가 3백만 원 부담할 테니까 너희가 7백만 원을 부담해라."
원치 않는 술접대도 해야 했다고 합니다.
◀SYN▶이○○ / 24세,
"전 가수 지망생미팅을 하자고 해서 나갔죠. 가면 모르는 분들도 계셨고 어디 관계자 분이다. 술 접대 같이 이렇게.."
학창 시절 6년을 연기자의 꿈에 매달렸었다는 22살 백지희양.
◀SYN▶백지희 / 22세, 전 연기자 지망생
"매니저라는 사람을 제 앞으로 붙여주면서 광고, 오디션 미팅 있으면 연락으로 언제언제 되느냐 식으로 스케줄 조절해 주면서. 처음에는 정말 마치 내가 연예인이 된 것 마냥... "
하지만 성사된 일은 하나도 없었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요요 현상에 우울증까지 찾아왔습니다.
◀SYN▶백지희 / 22세, 전 연기자 지망생
"20살 때 (다이어트를) 쫙 해서 한 1년 동안, 1~2년 동안 거의 노력해서 20~30킬로그램을 감량은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다시 뭔가를 시작하고 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좀 잘 안되더라고요."
기대와 열정이 컸던 만큼 실망과 상처도 깊게 남았습니다.
지금 그녀는 회사에 다니며 평범한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SYN▶백지희 / 22세, 전 연기자 지망생
"그 어린 나이라는 그 시간과 나이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인데, 그 때 거기에 너무 얽매여서 추후에 나중에 성인 됐을 때 정말 필요한 일을 해야 되는데 사회에 또 많은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학원과 학교, 기획사. 여기에 인증 시험까지.
저마다 스타가 되는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극소수 만이 그 길에 들어섭니다.
◀SYN▶김작가 / 문화평론가
"인증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확신 같은 것들을 주기 위해서 시험까지 생기면서 예전에 고시가 갖고 있었던 신분상승의 욕구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한류'라는 날개를 달고 대중문화 산업이 거대하게 팽창하는 사이, 그 무대에 오르려 안간힘을 쓰는 젊은이들의 행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연예인 열풍이 불면서 재능 인증 시험까지 등장했습니다.
일종의 '연예인판 토익'인데요, 어떻게 점수를 매긴다는 건지 시험 현장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이른바 '재능 평가(TOT:Test Of Talent)' 모의 시험장.
◀SYN▶
"파이팅. 열심히 할 수 있지? 좋은 기회 될테니까 열심히 하고 너 실력을 마음껏.."
18살 백예슬양이 어머니와 함께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립니다.
평가위원은 대학교수와 현직 가수, 기획사 관계자 등 모두 3명.
딸이 잘하고 있는지 궁금한 어머니는 밖에서 애가 탑니다.
얼핏 보면 일반 오디션과 비슷해 보이지만 단순히 합격, 불합격만 통보하는 게 아니라 1명 당 최소 10분씩 할애해 기초 재능을 분석해 준다는 점이 다릅니다.
◀SYN▶정순도 교수/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과
"주위에 부모님이나 아니면 인맥적으로 연예인이 될 수 있는,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네, 부모님이 항상 옆에서...)
음악성은 물론 기본 여건까지.
스무 개가 넘는 항목에 일일이 점수를 매깁니다.
그 결과를 종합해 영어의 'TOEIC' 시험처럼 재능을 점수로 인증해 준다는 겁니다.
◀SYN▶심영란 / 응시생 백예슬양 어머니
"정말 얘한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검증하고 인증 한다는 게 좀 생소하긴 하지만 (앞으로) 또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 이런 걸 확실하게 알면 좀 편하고 좋을 것 같아요."
시험 분야는 노래, 연기, 춤 세 가지.
각 시험의 평가 항목은 한 민간 업체가 각 대학교수들과 기획사 관계자 수십 명, 현직 연예인들과 제휴해 개발했습니다.
기본기에 대한 평가부터..
◀SYN▶원영신 교수/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여기는 고난이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가능성을 좀 더 보는 것으로 저는 점수배점을 했습니다."
총평까지 제공합니다.
◀SYN▶박완규 / 가수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점이 없어 현재. 냉정하게 얘기를 해 주면 자기 귀에 대고 자기만 노래하고 있는 느낌."
◀SYN▶
"안녕하세요. 23살 이정은입니다."
배우가 꿈인 대학생 이정은양도 자신의 연기 등급을 평가받으러 왔습니다.
평가위원들이 울어봐라, 웃어봐라, 이것저것 즉흥 연기를 시킵니다.
◀SYN▶김성원 / 연기자
"됐어, 됐어, 됐어. 호흡이 짧지? 힘들지?"
(네)
"그걸 훈련을 해야 돼."
◀SYN▶이정은 / 23세, 연기자 지망생
"다른 데서는 이제 대본을 짧은 시간 안에 얼마큼 잘 해석할 수 있느냐를 보시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 배우의 자질, 기본 자질에서부터 시작하시는 것 같아서."
시험 이틀 뒤, 정은양에게 성적표가 전달됐습니다.
정은양의 평균 점수는 60점대.
A부터 E까지 5단계 중 C등급을 받았습니다.
집중력과 매력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호흡과 발성, 신체 비율에서 점수가 깎였습니다.
◀SYN▶이정은 / 23세, 연기자 지망생
"C등급이면 A등급은 어떻게 해서 맞을 수 있는가 또 궁금하고, 얼굴이 더 작아져야 되나 어떻게 하면 더 작아지나 생각이 드네요."
시험을 개발한 업체는 이런 모의 테스트를 거쳐 이달 말 제1회 공식 시험을 열 예정입니다.
한 과목당 응시료가 15만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연예인 지망생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 정착시키겠다는 게 회사측의 계획입니다.
◀SYN▶정순도 교수/ 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과 , TOT 운영위원장
"취업이나 또는 대학 입시나 또는 어떤 그런 공개적인 오디션 자리에서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면 굉장히 유익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재능을 점수로 공증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결국 세태에 편승한 돈벌이 수단 아니냐는 시각도 물론 있습니다.
◀SYN▶윤영실 / 24세
"너무 사익성으로 회사가 이윤만 추구하는 방법이 될까봐 그런 부분은 좀 걱정이 되네요."
재능에도 등급을 매기겠다는 이런 신종 시험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시험까지 등장하게 된 건, 장래희망 1순위가 연예인일 정도로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열풍은 공교육 안에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대중예술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
이 학교 실용음악과의 경우 올 해 입학 경쟁률이 5년 전 개교 당시에 비해 10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SYN▶신동의 / 서울공연예술고 실용음악과 2학년
"평소에 노래도 부르고 작곡도 하는 게 꿈이었는데 작곡 수업도 받고 노래도 배울 수 있는 그런 학교가 있다 그래서 관심이 가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연기예술과, 방송연예과 등 5개 전공에 2백6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과 과정의 절반은 재즈댄스,연기,보컬 같은 수업입니다.
◀SYN▶이화령 / 서울공연예술고 실용무용과 3학년
"제가 모르던 춤도 알게 되고 여러 장르를 알게 되니까 더 눈도 높아지고 더 실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런 대중예술 관련 고등학교는 속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SYN▶김기현 교사 / 서울공연예술고 실용음악과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신데렐라를 꿈꾸면서 오는 경우가 있는데 K-POP이 더 발전을 하려면 정식 고등학교에서 실용음악을 이렇게 좀 가르칠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되기 때문에 저희 학교가 그런 것에선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대학들도 마찬가지.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올해 전문대 수시모집에서 실용음악과는 444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교육기관들도 앞다퉈 현직 음악인 등을 교수로 위촉해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SYN▶안정훈 / 작곡가,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노래는 분명히 기승전결이 존재하잖아. 너희들 보통 아마추어들이 다 특징이 뭐냐면 기승전결 모두 다 힘을 준다는 거지."
◀SYN▶박종근 / 서울종합예술학교 2학년
"(교수님들이) 현직에서 활동하시다 보니까 그런 데서 얻으신 경험 같은 것들도 많이 알려주시고 저희가 단지 노래 연습만이 꼭 저희가 앞으로 음악을 하는 삶 가운데 꼭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연예인 중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가장 되고싶어 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아이돌'.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이 되는 건 연예인 지망생들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늘 구멍같은 기획사 관문을 통과한다 해도 또 다시 혹독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좁은 자취방에서 21살 신윤철군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서울에 있는 연예기획사에 오느라 고향을떠난지 2년 째.
기획사로 향하는 지하철에서도 연습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SYN▶신윤철 / 연예기획사 연습생
"댄서들이나 먼저 데뷔한 선배들 영상도 보고 비교를 많이 하면서 뭐가 부족한지 많이 느끼고 그렇게..."
윤철군은 '탑독(ToppDogg)'이라는 이름의 아이돌 그룹 멤버로 데뷔를 준비 중입니다.
노래나 작곡 연습은 기본.
격렬한 춤을 소화하기 위한 체력과 몸매 관리를 위해 강도높은 훈련이 매일 두 세시간씩 이어집니다.
함께 연습 중인 다른 멤버들도 최소한 1년 넘게 기약없는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연습생 생활로 잃은 건 내 1년 반 뿐만이 아니라 자존심과 또 부모님의 돈 빼다 박았지
♬
Free style yo free style 나 방송에 나가면 나 미쳐 나는 가요계 나가면 곧 뜨게 될 걸 You know what it is. yo 가사가 없어도 난 계속 랩을 할 수 있어 그게 내 특기
처음 15명으로 시작했던 멤버는 하나 둘씩 빠져나가 지금은 8명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누가 언제 탈락할 지 알 수 없습니다.
◀SYN▶신윤철 / 연예기획사 연습생
"사랑노래 보다는 한숨, 한탄 약간 그런 가사를 좀 많이 쓰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그런 것 때문에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그런 걱정들이 많다보니까 네, 한숨이..."
◀SYN▶ 김태양 / 연예기획사 연습생
"(기획사) 철문 안에는 뭐가 있을까 거대한 뭔가 여기 안에 들어가면 모든 게 다 이뤄지겠다.이제 회사가 다 (해주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더한 싸움이더라고요."
매일매일 12시간씩 이어지는 강행군은 일지를 쓰면서 마무리합니다.
이들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은 오직 한 가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갈망입니다.
◀SYN▶서상원 / 연예기획사 연습생
"저는 제 갈 길이 확실하고 제가 좋아하는 길을, 지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런 힘들다는 생각을 아예 버렸어요. 지금."
이처럼 스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동안, 한쪽에선 상처받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지난해 걸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대학생 이 모양의 경우 연습생 시절은 잊고 싶은 악몽입니다.
3개월 안에 데뷔시켜주겠다는 말에 학교까지 휴학하고 연습에 매진했지만, 돌아온 건 금품 요구였습니다.
◀SYN▶이○○ / 24세, 전 가수 지망생
"(기획사 대표가) 곡을 작곡가한테 받았는데 (비용이) 1천만 원이다 내가 3백만 원 부담할 테니까 너희가 7백만 원을 부담해라."
원치 않는 술접대도 해야 했다고 합니다.
◀SYN▶이○○ / 24세,
"전 가수 지망생미팅을 하자고 해서 나갔죠. 가면 모르는 분들도 계셨고 어디 관계자 분이다. 술 접대 같이 이렇게.."
학창 시절 6년을 연기자의 꿈에 매달렸었다는 22살 백지희양.
◀SYN▶백지희 / 22세, 전 연기자 지망생
"매니저라는 사람을 제 앞으로 붙여주면서 광고, 오디션 미팅 있으면 연락으로 언제언제 되느냐 식으로 스케줄 조절해 주면서. 처음에는 정말 마치 내가 연예인이 된 것 마냥... "
하지만 성사된 일은 하나도 없었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요요 현상에 우울증까지 찾아왔습니다.
◀SYN▶백지희 / 22세, 전 연기자 지망생
"20살 때 (다이어트를) 쫙 해서 한 1년 동안, 1~2년 동안 거의 노력해서 20~30킬로그램을 감량은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다시 뭔가를 시작하고 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좀 잘 안되더라고요."
기대와 열정이 컸던 만큼 실망과 상처도 깊게 남았습니다.
지금 그녀는 회사에 다니며 평범한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SYN▶백지희 / 22세, 전 연기자 지망생
"그 어린 나이라는 그 시간과 나이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인데, 그 때 거기에 너무 얽매여서 추후에 나중에 성인 됐을 때 정말 필요한 일을 해야 되는데 사회에 또 많은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학원과 학교, 기획사. 여기에 인증 시험까지.
저마다 스타가 되는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극소수 만이 그 길에 들어섭니다.
◀SYN▶김작가 / 문화평론가
"인증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확신 같은 것들을 주기 위해서 시험까지 생기면서 예전에 고시가 갖고 있었던 신분상승의 욕구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한류'라는 날개를 달고 대중문화 산업이 거대하게 팽창하는 사이, 그 무대에 오르려 안간힘을 쓰는 젊은이들의 행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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