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검은 먼지의 공포
검은 먼지의 공포
입력
2013-06-24 08:57
|
수정 2013-06-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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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의 한 작은 농촌 마을.
깔끔하게 잘 지은 한 가정집을 찾았습니다.
먼저 2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INT▶ 이정화 씨/주민
(여기 아무도 안 사나 보네요?)
"아무도 안 살아요."
(왜 아무도 안 살아요?)
"살 수가 없죠. 보시면 먼지가 잔뜩이니까"
부엌 식탁과 창틀. 대리석으로 된 방과 거실 바닥 모두 시커먼 먼지가 두텁게 내려 앉았습니다.
원래 살던 세입자가 도저히 못 살겠다고 나간 뒤, 1년 넘게 이사 오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INT▶ 이정화 씨/ 주민
(지금은 세입자 받을 생각 안 하세요?)
"이 상태로 어떻게 보여주겠어요? 못 보여주죠. 집이 이런데 보여주겠어요. 창피해서 못 보여줘요."
발코니 마당은 더 심합니다.
시커먼 먼지가 발코니를 완전 뒤덮었습니다.
◀INT▶ 이정화 씨/ 주민
"청소를 자주 하거든요. 항상 물청소를 하는데 마당에 딱 보니까 쓸 때 마다 까맣게 그게 생기는 거에요."
여기에 비라도 내리면 난리가 납니다.
이 먼지들이 배수구를 타고 내려가다 배수관이 막히는 겁니다.
◀INT▶ 김의균/주민
"아이고 이 옆으로 넘쳤다. 누가 보면 이거 거짓말이라고 하지."
1층 주인집도 마찬가지. 매일 쓸고 닦아도 늘상 먼지 때문에 생활이 힘겹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창문은 열지도 못 하고, 공기청정기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노란색이던 공기청정기 필터는 금세 시커멓게 변합니다.
◀INT▶ 이정화 씨/ 주민
(이게 새 거예요? 얼마나 쓰신 거예요?)
"두달 정도요."
(6개월에서 12개월마다 갈라고 돼 있는데)
"그렇게 못 하거든요."
(얼마만에 가세요?)
"2달이요."
이 먼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먼지에 자석을 갖다 대봤습니다.
먼지가 자석에 들러붙습니다.
자석을 털어내도 쉽게 떨어지진 않습니다.
그냥 집 먼지가 아닌 겁니다.
이 집 주인은 이 마을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2580에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세입자가 마을을 떠난 건 이 집에서 암에 걸렸기 때문이고, 남아 있는 주민들도 줄줄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검은 먼지의 공포에 휩싸인 이 작은 마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집주인 김의균 씨는 지난 3월 집안 먼지를 수거해 한 연구소에 검사를 맡겼습니다.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먼지에서 바륨과 카드뮴, 니켈 같은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습니다.
1급 발암 물질들입니다.
깜짝 놀란 김 씨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에 이물질이 박힌 게 확인됐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가래가 이렇게 올라 온다고. 제가 술 담배를 안 해요."
가족들도 소변 검사를 받았습니다.
김 씨와 부인, 그리고 어머니와 세 아들까지 6명 모두에게서 1급 발암물질인 니켈이 기준 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특히, 김 씨는 일반인보다 무려 8배가 높았습니다.
◀INT▶ 임종한 교수/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직업적 노출에서 확인 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지역주민들에게서 소변을 통해 니켈 농도가 높은 건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한 중소업체 사무실도 마찬가지.
책상과 서랍장 등 사무실 곳곳에 어김없이 시커먼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INT▶ 업체 사장
(이게 청소를 안 해서 이런 건가요?)
"아니에요. 한 2~3일만 안해도 쌓여요."
먼지에 자석을 갖다 대면 역시 달라 붙습니다.
회사 마당엔 먼지 수준을 넘어 아예 금속 가루가 쌓여 있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에 날려와 쌓인 겁니다.
먼지가 쇳가루란 것도, 몸에 나쁠 거란 것도 알지도 못한 채 이 회사 사장은 2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INT▶ 업체 사장
"저희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셨어요. 그런데 끊으신 지 25~26년 되셨어요. 그랬는데 2011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도대체 먼지가 얼마나 많은 걸까? CCTV에 찍힌 영상입니다.
눈이 날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 날은 4월 달. 쇳가루 먼지가 흩날리는 겁니다.
주민들은 이 먼지들이 주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한 주물 공장. 열린 문 사이로 짙은 먼지가 흩날립니다.
이번엔 작업자들이 무언가를 옮기려는 순간 모래 폭풍처럼 먼지가 날립니다.
공장 굴뚝은 시커먼 연기를 쉴새 없이 내뿜고, FRP 공장이나 가구 공장들은 폐자재를 불법 소각하기도 합니다.
◀INT▶ 임상혁 소장/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거기는 포름알데히드라든지 (다이옥신 같은) 다양한 물질들이 노출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역시 발암물질이고 면역계를 교란시키는 그런 물질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온 동네가 참기 힘든 악취로 진동합니다.
◀INT▶ 최홍철/주민
"시장이나 시의원이 거물대리 와서 냄새 한참 날 때에 자고 나갔으면 걔네 다 보내죠. 못 살죠. 공기 좋은 아파트 분양 살고 우리는 여기."
불법 매립도 다반사입니다.
주물공장에서 나온 폐기물로 추정되는 물질들이 마을 곳곳에 묻혀 있습니다.
◀INT▶ 김지용/주민
"나도 처음에 몰랐다고 이 거 공사하면서 보고 이 거봐. 사람 자꾸 죽으니까 나도 이거를 확인 해봤지 그랬더니 뭐 그래서 그리고 나서 지하수를 안 먹는다고..."
주민들이 10년 넘게 각종 발암 물질에 노출됐던 겁니다.
암환자는 급증했습니다.
거물대리와 초원지리 2개 마을에서 최근 7,8년 동안 암에 걸려 사망한 주민은 150여 명 가운데 어림잡아 20여 명.
우리나라 인구 1만명 당 14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배 가량 암 사망률이 높은 겁니다.
◀INT▶ 김지용/주민
"OO 폐암으로 죽었다고 그러고, XX 아버지도 죽었지, OO 아버지도, 그 양반도 암으로 죽었어. ㅁㅁ도 죽었어."
포도 농사를 짓던 김모 씨의 남편도 작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바로 옆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최양금씨는 올해 갑자기 남편을 잃었습니다.
멀쩡하던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일주일도 안 돼서 세상을 떠난 겁니다.
◀INT▶ 최양금/주민
"갑자기 원인도 모르고 돌아가셔서 이제 한참 살 나이고, 일할 나인데. 너무 억울해요. 진짜 어디다 하소연도 못 해요. 뭘 알아야 하소연을 할 거 아니에요."
남편이 떠난 뒤 최양금 씨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최 씨 또한 뇌경색 위험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INT▶ 최양금/주민
"오죽했으면 남자들이 마을에서 고사를 지냈다고요. 그랬는데 그러면 뭐해요. 소용이 없죠."
이렇게 주민들 증상은 날로 나빠지지만, 김포시청은 여전히 손을 놓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벌써 1년 넘게 암 발생 원인을 밝혀달라,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행된 게 없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직무유기에요 이거는. 주민들이 벌써 이거는 냄새가 나고 분명히 살려달라고 분명히 그랬어요. 그런데 지속적으로 계속 저렇게 방치하고 그랬단 말이에요."
지난해 9월. 여러차례 요청 끝에 대기가스 측정 차량이 마을에 오긴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날은 어떤 유해가스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김포시청은 주민들이 악성 민원을 제기하거나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대기측정 차량이 나와있던 5일 동안 공장은 어떻게 알았는지 가동을 멈췄습니다.
한 주민이 공장 전력 사용량을 떼어봤더니 이 기간 동안 기본요금만 나와 있었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한전에 가서 9월 4일부터 9월 10일까지 날짜 보니까 사용 안 했어요. 분명히 뭐 있습니다. 항의하면 아니라는 거예요. 대기측정차량 갔다면 공장 가동 시켜 놓고 해야 하는 거예요. 역학조사 마찬가지고. 항상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불신을 받고..."
참다 못한 이 주민은 불법 현장을 직접 카메라로 촬영해 증거를 수집하고, 경기도와 환경부, 권익위와 청와대 등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귀 기울여 들어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답변은 똑같아요. 모든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 모든 권한은 김포시에 이관을 시킵니다. 저희 같은 서민들은 힘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부딪칠 때가 없는 거예요. 단 한군데 공해. 공해 먹고 죽어라. 죽는 거예요."
이 마을 주민들은 불과 60여 가구. 그런데 공장은 4백개가 넘습니다.
주택의 사방을 공장이 둘러싸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이런 농촌마을에 어떻게 공장이 이 정도로 난립할 수 있었을까?
허술한 법 때문입니다.
5백제곱미터가 안 되는 공장은 지자체의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고, 등록 신청만 하면 되는데, 그 마저도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그리고 주택이 여러 채 있는 곳엔 공장 설립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이 있었지만, 허가를 내줘도 상관없었고 그 나마 있던 이 법도 2008년 완전히 폐지돼 공장을 막을 방법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INT▶ 김포시청 담당 공무원
"(공장)입지에 대한 규정 고시가 있었는데 그건 규정들이 없어지고 현재는 딱히 제한하려고 할 만한..."
(그게 왜 없어진 거예요?)
"규제 완화가 많이 작용을 하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공무원들은 법과 규정 대로 허가를 내줬을 뿐이고, 그 어떤 위법 사항도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주물공장같은 유해한 공장이 주택가에 있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하루 빨리 서로 분리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INT▶ 임종한 교수/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독성이 강한 분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분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조건에서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은 공장 자체가 이주하거나 아니면 지역 주민들이 이주 대책을 해서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자라는 농작물을 먹거나 파는 것도 절대 안 된다고 말합니다.
호흡기로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농작물로 섭취하는 유해 물질이 많을 거라는 겁니다.
◀INT▶ 임종한 교수/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농지에 뭐를 심어서 드시는데, 그게 또 토양 자체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섭취를 통하면 더 위험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김포시청은 뒤늦게 지난주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발표 했습니다.
하지만, 민원을 강하게 제기 했던 김의균 씨 집에서 반경 500미터 이내에서만 하겠다고 밝혀, 생색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절규.
죽음의 그림자에 내몰린 주민들은 도대체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잘 지은 한 가정집을 찾았습니다.
먼저 2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INT▶ 이정화 씨/주민
(여기 아무도 안 사나 보네요?)
"아무도 안 살아요."
(왜 아무도 안 살아요?)
"살 수가 없죠. 보시면 먼지가 잔뜩이니까"
부엌 식탁과 창틀. 대리석으로 된 방과 거실 바닥 모두 시커먼 먼지가 두텁게 내려 앉았습니다.
원래 살던 세입자가 도저히 못 살겠다고 나간 뒤, 1년 넘게 이사 오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INT▶ 이정화 씨/ 주민
(지금은 세입자 받을 생각 안 하세요?)
"이 상태로 어떻게 보여주겠어요? 못 보여주죠. 집이 이런데 보여주겠어요. 창피해서 못 보여줘요."
발코니 마당은 더 심합니다.
시커먼 먼지가 발코니를 완전 뒤덮었습니다.
◀INT▶ 이정화 씨/ 주민
"청소를 자주 하거든요. 항상 물청소를 하는데 마당에 딱 보니까 쓸 때 마다 까맣게 그게 생기는 거에요."
여기에 비라도 내리면 난리가 납니다.
이 먼지들이 배수구를 타고 내려가다 배수관이 막히는 겁니다.
◀INT▶ 김의균/주민
"아이고 이 옆으로 넘쳤다. 누가 보면 이거 거짓말이라고 하지."
1층 주인집도 마찬가지. 매일 쓸고 닦아도 늘상 먼지 때문에 생활이 힘겹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창문은 열지도 못 하고, 공기청정기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노란색이던 공기청정기 필터는 금세 시커멓게 변합니다.
◀INT▶ 이정화 씨/ 주민
(이게 새 거예요? 얼마나 쓰신 거예요?)
"두달 정도요."
(6개월에서 12개월마다 갈라고 돼 있는데)
"그렇게 못 하거든요."
(얼마만에 가세요?)
"2달이요."
이 먼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먼지에 자석을 갖다 대봤습니다.
먼지가 자석에 들러붙습니다.
자석을 털어내도 쉽게 떨어지진 않습니다.
그냥 집 먼지가 아닌 겁니다.
이 집 주인은 이 마을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2580에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세입자가 마을을 떠난 건 이 집에서 암에 걸렸기 때문이고, 남아 있는 주민들도 줄줄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검은 먼지의 공포에 휩싸인 이 작은 마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집주인 김의균 씨는 지난 3월 집안 먼지를 수거해 한 연구소에 검사를 맡겼습니다.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먼지에서 바륨과 카드뮴, 니켈 같은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습니다.
1급 발암 물질들입니다.
깜짝 놀란 김 씨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에 이물질이 박힌 게 확인됐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가래가 이렇게 올라 온다고. 제가 술 담배를 안 해요."
가족들도 소변 검사를 받았습니다.
김 씨와 부인, 그리고 어머니와 세 아들까지 6명 모두에게서 1급 발암물질인 니켈이 기준 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특히, 김 씨는 일반인보다 무려 8배가 높았습니다.
◀INT▶ 임종한 교수/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직업적 노출에서 확인 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지역주민들에게서 소변을 통해 니켈 농도가 높은 건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한 중소업체 사무실도 마찬가지.
책상과 서랍장 등 사무실 곳곳에 어김없이 시커먼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INT▶ 업체 사장
(이게 청소를 안 해서 이런 건가요?)
"아니에요. 한 2~3일만 안해도 쌓여요."
먼지에 자석을 갖다 대면 역시 달라 붙습니다.
회사 마당엔 먼지 수준을 넘어 아예 금속 가루가 쌓여 있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에 날려와 쌓인 겁니다.
먼지가 쇳가루란 것도, 몸에 나쁠 거란 것도 알지도 못한 채 이 회사 사장은 2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INT▶ 업체 사장
"저희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셨어요. 그런데 끊으신 지 25~26년 되셨어요. 그랬는데 2011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도대체 먼지가 얼마나 많은 걸까? CCTV에 찍힌 영상입니다.
눈이 날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 날은 4월 달. 쇳가루 먼지가 흩날리는 겁니다.
주민들은 이 먼지들이 주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한 주물 공장. 열린 문 사이로 짙은 먼지가 흩날립니다.
이번엔 작업자들이 무언가를 옮기려는 순간 모래 폭풍처럼 먼지가 날립니다.
공장 굴뚝은 시커먼 연기를 쉴새 없이 내뿜고, FRP 공장이나 가구 공장들은 폐자재를 불법 소각하기도 합니다.
◀INT▶ 임상혁 소장/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거기는 포름알데히드라든지 (다이옥신 같은) 다양한 물질들이 노출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역시 발암물질이고 면역계를 교란시키는 그런 물질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온 동네가 참기 힘든 악취로 진동합니다.
◀INT▶ 최홍철/주민
"시장이나 시의원이 거물대리 와서 냄새 한참 날 때에 자고 나갔으면 걔네 다 보내죠. 못 살죠. 공기 좋은 아파트 분양 살고 우리는 여기."
불법 매립도 다반사입니다.
주물공장에서 나온 폐기물로 추정되는 물질들이 마을 곳곳에 묻혀 있습니다.
◀INT▶ 김지용/주민
"나도 처음에 몰랐다고 이 거 공사하면서 보고 이 거봐. 사람 자꾸 죽으니까 나도 이거를 확인 해봤지 그랬더니 뭐 그래서 그리고 나서 지하수를 안 먹는다고..."
주민들이 10년 넘게 각종 발암 물질에 노출됐던 겁니다.
암환자는 급증했습니다.
거물대리와 초원지리 2개 마을에서 최근 7,8년 동안 암에 걸려 사망한 주민은 150여 명 가운데 어림잡아 20여 명.
우리나라 인구 1만명 당 14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배 가량 암 사망률이 높은 겁니다.
◀INT▶ 김지용/주민
"OO 폐암으로 죽었다고 그러고, XX 아버지도 죽었지, OO 아버지도, 그 양반도 암으로 죽었어. ㅁㅁ도 죽었어."
포도 농사를 짓던 김모 씨의 남편도 작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바로 옆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최양금씨는 올해 갑자기 남편을 잃었습니다.
멀쩡하던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일주일도 안 돼서 세상을 떠난 겁니다.
◀INT▶ 최양금/주민
"갑자기 원인도 모르고 돌아가셔서 이제 한참 살 나이고, 일할 나인데. 너무 억울해요. 진짜 어디다 하소연도 못 해요. 뭘 알아야 하소연을 할 거 아니에요."
남편이 떠난 뒤 최양금 씨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최 씨 또한 뇌경색 위험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INT▶ 최양금/주민
"오죽했으면 남자들이 마을에서 고사를 지냈다고요. 그랬는데 그러면 뭐해요. 소용이 없죠."
이렇게 주민들 증상은 날로 나빠지지만, 김포시청은 여전히 손을 놓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벌써 1년 넘게 암 발생 원인을 밝혀달라,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행된 게 없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직무유기에요 이거는. 주민들이 벌써 이거는 냄새가 나고 분명히 살려달라고 분명히 그랬어요. 그런데 지속적으로 계속 저렇게 방치하고 그랬단 말이에요."
지난해 9월. 여러차례 요청 끝에 대기가스 측정 차량이 마을에 오긴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날은 어떤 유해가스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김포시청은 주민들이 악성 민원을 제기하거나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대기측정 차량이 나와있던 5일 동안 공장은 어떻게 알았는지 가동을 멈췄습니다.
한 주민이 공장 전력 사용량을 떼어봤더니 이 기간 동안 기본요금만 나와 있었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한전에 가서 9월 4일부터 9월 10일까지 날짜 보니까 사용 안 했어요. 분명히 뭐 있습니다. 항의하면 아니라는 거예요. 대기측정차량 갔다면 공장 가동 시켜 놓고 해야 하는 거예요. 역학조사 마찬가지고. 항상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불신을 받고..."
참다 못한 이 주민은 불법 현장을 직접 카메라로 촬영해 증거를 수집하고, 경기도와 환경부, 권익위와 청와대 등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귀 기울여 들어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INT▶ 김의균/주민
"답변은 똑같아요. 모든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 모든 권한은 김포시에 이관을 시킵니다. 저희 같은 서민들은 힘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부딪칠 때가 없는 거예요. 단 한군데 공해. 공해 먹고 죽어라. 죽는 거예요."
이 마을 주민들은 불과 60여 가구. 그런데 공장은 4백개가 넘습니다.
주택의 사방을 공장이 둘러싸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이런 농촌마을에 어떻게 공장이 이 정도로 난립할 수 있었을까?
허술한 법 때문입니다.
5백제곱미터가 안 되는 공장은 지자체의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고, 등록 신청만 하면 되는데, 그 마저도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그리고 주택이 여러 채 있는 곳엔 공장 설립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이 있었지만, 허가를 내줘도 상관없었고 그 나마 있던 이 법도 2008년 완전히 폐지돼 공장을 막을 방법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INT▶ 김포시청 담당 공무원
"(공장)입지에 대한 규정 고시가 있었는데 그건 규정들이 없어지고 현재는 딱히 제한하려고 할 만한..."
(그게 왜 없어진 거예요?)
"규제 완화가 많이 작용을 하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공무원들은 법과 규정 대로 허가를 내줬을 뿐이고, 그 어떤 위법 사항도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주물공장같은 유해한 공장이 주택가에 있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하루 빨리 서로 분리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INT▶ 임종한 교수/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독성이 강한 분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분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조건에서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은 공장 자체가 이주하거나 아니면 지역 주민들이 이주 대책을 해서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자라는 농작물을 먹거나 파는 것도 절대 안 된다고 말합니다.
호흡기로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농작물로 섭취하는 유해 물질이 많을 거라는 겁니다.
◀INT▶ 임종한 교수/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농지에 뭐를 심어서 드시는데, 그게 또 토양 자체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섭취를 통하면 더 위험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김포시청은 뒤늦게 지난주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발표 했습니다.
하지만, 민원을 강하게 제기 했던 김의균 씨 집에서 반경 500미터 이내에서만 하겠다고 밝혀, 생색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절규.
죽음의 그림자에 내몰린 주민들은 도대체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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