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수상한 진단서
수상한 진단서
입력
2013-07-15 09:30
|
수정 2013-07-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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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째 공사현장에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해온 55살 허명우 씨.
하지만 지난해 8월 말, 1주일 넘게 일손을 놨습니다.
출근길에 넘어져 다쳤기 때문입니다.
◀SYN▶ 허명우
"신발끈이 풀리는지 모르고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밟아) 넘어져 버렸으니까. 한 30분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어요."
집 근처 정형외과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슬개골 골절'.
의사는 무릎 앞부분 뼈가 부러졌다며 한 달간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YN▶ 허명우
"무릎 안에 있는 뼈가 골절이 됐다 그러더라고요. 입원을 하려고 입원 수속 밟으니까 2인실밖에 없다 그러는 거예요."
2인실의 하루 입원비는 10만 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습니다.
◀SYN▶ 강옥란/허명우 씨 아내
"거의 한 달인가 있으라고 그더라고요. 우리는 그렇게 못 있겠고 그냥 퇴원처리를 해주라 했었죠."
결국, 이틀 만에 퇴원하고 좀 더 싼 병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아간 허씨.
그런데,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SYN▶ 허명우
"이게 입원이 안 된다는 거예요. CT 찍은 걸 갖다주니까 확인하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뼈가 부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입원을 시켜줄 수 없다는 것, 의사는 그 자리에서 부목을 풀어줬는데, 이상하게도 정말 무릎이 괜찮았다고 합니다.
◀SYN▶ 허명우
"다음 날 아니, 그 오후부터 무릎 쓰는데 문제가 없었어요. 좀 상처가 나서 아파서 그러지 구부리고 앉았다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다시 3일 뒤, 허 씨는 또다른 병원에서 치질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무릎에 이상이 없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치질수술은 무릎을 굽힌 채로 해야 하는데 뼈가 부러졌다면, 이 자세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SYN▶ 허명우
"치질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무릎이 잘못되면 안 된다고 MRI를 한 번 찍어보자는 거예요. 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처음 입원을 했던 병원에 항의했지만 의사는 골절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SYN▶ 강옥란/허명우 씨 아내
"엑스레이 찍었을 때 사진을 이렇게 보여주더라고요. 보여주면서 의사가 딱 여기가 골절돼있다 하는 거예요."
◀SYN▶허명우
"죽어도 골절이 됐다 그러는 거예요."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까지 했는데, 실은 아무 이상 없이 멀쩡했다면 어떠시겠습니까?
그런데, 이 병원에서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허 씨 한 명뿐이 아니라고 합니다.
같은 정형외과에서 골절 판정을 받은 또 다른 환자들을 만나봤습니다.
13살 태영이, 지난 4월 학교에서 친구가 발등을 밟았습니다.
◀SYN▶ 김태영
"저 놀리는 애가 있었는데 걔가 발을 밟아가지고 다쳤을 때 진짜 아팠어요"
정형외과에서 내린 진단은 중족골 골절, 발등 쪽 뼈가 부러졌다는 겁니다.
◀SYN▶ 김태영
"발에 금이 갔다고 했어요. 심하게 좀 금이 가 있어서 목발하고 깁스한 거예요"
하지만, 이틀 뒤 다른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더니 골절이 아니라며 부목을 풀어줬습니다.
◀SYN▶ 김태영
"(깁스를) 풀고요? 다리가 안 아픈지 한 번 다리를 쾅쾅쾅 했어요. 원장님이 한 번 다리 괜찮은지 뛰어보라고 해서 뛰었는데 막 뛰어다닐 수 있더라고요 하나도 안 아프고"
이후로도 움직이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SYN▶ 김태영
(뒤로 깁스 풀고나서 아프진 않았어요?)
"한 번도 아프진 않았어요. 00병원에서는 금 간 게 있다고 했는데, 00병원은 아니라고 그래서 어느 편이 맞는지 몰라가지고 엄마도 그때 당황해 했어요"
9살 수연이도 학교에서 넘어져 다친 뒤, 이 병원에서 팔꿈치 밑 뼈가 골절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INT▶ 조한국/조수연 양 큰아버지
"애가 넘어졌대요. 애들한테 걸려가지고 듣기로는 팔이 골절됐다고 깁스를 했더라고"
어깨부터 손목까지 석고붕대를 하고 다닌 지 한 달째, 그 무렵 수연이는 다른 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게 됐는데, 그 병원에서 애초부터 팔이 부러지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INT▶ 조한국/조수연 양 큰아버지
"치료 중에 팔을 풀은 거죠. 풀었는데 아니라는 거예요"
(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골절이 아니라는 거죠. 한 달, 한 달동안 하고 있었다 풀었는데 아니라는 게 판독이 된 거예요.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고"
이들의 진단서에 적힌 최종진단명은 모두 '골절'.
취재진은 정형외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에게 환자들이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찍은 X-RAY, CT 등의 판독을 의뢰했습니다.
먼저 무릎뼈 골절로 한 달 입원 진단을 받았던 허명우 씨.
◀INT▶권오수 정형외과 전문의 /대전가톨릭성모병원
"골절은 없습니다."
◀INT▶ 송인수 정형외과 전문의
"골절뿐 아니라 십자인대 연골 다 괜찮네요. 문제가 별로 없네요. 염증이겠죠 염증"
발등 뼈가 부러졌다던 13살 김태영 군.
◀INT▶ 김진수 정형외과 전문의 /을지대학병원
"발등이 부러졌다면 그 주변에 있는 골절선이 보여야 하는데 그 선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타박상 정도 의심할 수 있는"
◀INT▶ 송인수 정형외과 전문의
"골절 저렇게 안 생기죠 애들은 골막이에요 그냥."
◀INT▶김진수 정형외과 전문의 /을지대학병원
"골절이 있었다면 다친 지 이틀 만에 뛰어다닐 수 없을 겁니다.
한 달 동안 오른팔 전체에 석고붕대를 했던 조수연 양.
◀INT▶ 송인수 정형외과 전문의
"전혀 모르겠는데요? 왜 깁스를 했나? 정상인데 뼈가?"
◀INT▶ 김종건 영상의학과 전문의
"요골 골절로 보기엔 어렵습니다."
◀INT▶ 권오수 정형외과 전문의 /대전가톨릭성모병원
"일반 좌상(타박상)에 준하게 치료를 하면 돼요."
전문의들은 모두 '골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실수로 인한 오진이라고 보기엔 의문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INT▶ 송형곤 대변인/대한의사협회
"엑스레이 봤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주관적 증상이 골절 생각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최종 진단이 아닌 임상추정 체크하든가..."
골절뿐만이 아닙니다.
10년 전 종아리 뼈가 부러져 한 병원에서 금속정 삽입 수술을 받은 김광춘 씨.
3년 뒤인 2006년, 이 병원에 금속정을 제거하러 갔다가 '무릎 뒤쪽 인대가 찢어져 말려있다'며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권유받았다고 합니다.
◀INT▶김광춘
"후방십자인대가 끊어져서 속에서 말려져 있다고 했어요. (수술)꼭 해야 된다고 했고"
당시 김 씨는 먼저 찾은 병원에서 금속정 삽입 수술을 받다가 인대가 파열됐을 거라 생각하고 그 병원에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그런데, 최초 수술을 했던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기 전 찍은 MRI 상에서 인대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독돼 인대는 아예 건드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INT▶ 권호석 외과 전문의/00병원
"처음에 환자가 왔을 때 수술 전에 MRI 찍어서 무릎 인대 손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수술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에 수술할 때도 그 무릎인대는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 문제로 인대재건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김 씨의 현재 무릎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정형외과를 찾아 다시 MRI를 찍어봤습니다.
◀INT▶허준혁 정형외과 전문의
"제가 볼 때 지금 후방십자인대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완전 파열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또 후방십자인대는 수술 안 해도 어느 정도 큰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이 되거든요"
이 같은 일련의 의문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골절'이라는 진단은 확실했고, 김광춘 씨의 경우는 의료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척추와 관절 치료로 꽤 유명한 또 다른 병원.
간호사로 일했던 31살 홍민기 씨는 1년여 전, 어깨 통증으로 이 병원을 찾았다가 어깨 근육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INT▶ 홍민기
"이거 방치하면 정말 큰일 난다. 지금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퇴행성 관절염도 심해지고 한다"
일단 치료부터 받아보고 싶었지만 병원 측의 말을 듣고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INT▶홍민기
"주사로 이거 치료할 수 없느냐. 이건 주사로 치료할 수 없다. 상태가 심해서 수술밖에 없다."
하지만 수술 뒤에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재치료를 위해 찾아간 한 대학병원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SYN▶00병원/진료당시 녹취
"의학적으로 안 튿어졌습니다. 건들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근육 아무 문제 없어요. 수술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수술이 급했던 상황일까.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조심스럽게 다른 소견을 내놨습니다.
수술 전 MRI 사진을 검토해 본 결과, 수술을 시급히 할 정도로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SYN▶ 유환욱 정형외과 전문의
"수술 전 MRI로 봐서는 그렇게 과도하게까지 심하지 않은데 좀 더 다른 보전적인 요법으로 하다가 처음부터 수술 권했다는 건 좀 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어깨 근육이 파열됐다며 역시 수술을 하라는 얘길 들은 28살 하정훈 씨.
◀INT▶ 하정훈
"지금 어깨 상태가 50, 60대 그 정도 상태라고 하시더니만 수술을 해야 될 것 같다 다음 날 바로 하자 입원 수속까지 했었어요."
하지만, 하 씨는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진 않다는 생각에 다른 병원 3곳을 돌며 다시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처음 병원에서와는 달리 전부 '이상 없음'. 이후 기본적인 치료만 받았는데도 어깨 통증이 다 나았다고 합니다.
◀INT▶하정훈
"다른 데서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스트레칭만 하고 집에서 쉬어주면 괜찮아질 거다. 지금 평상시대로 지내고 운동도, 네 뭐 산악자전거 타고"
병원 측은 이에 대해 수술을 한 홍민기 씨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부분만 수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든 경우에 있어 수술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건 의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의들은 최근 척추나 관절전문병원 등이 워낙 많아지다보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먼저 권유하는 경향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INT▶ 유환욱 정형외과 전문의
"병원이 너무 많아졌고요. 그러니까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내가 안 해도 다른 데서 한다는 그런 게 많이 팽배해있습니다. 그러니까 수술이 권유되는 것도 있는데"
하지만 만일의 경우 허위나 과잉 진단이 내려졌더라도 환자가 알기란 불가능한 상황.
보건당국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의사들의 진단이나 진료가 부적절했다는 걸 먼저 걸러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INT▶ 송형곤 대변인/대한의사협회
"진단이 허위로 됐을 경우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죠. 약을 투약했다 안 했다 이 정도까진 거를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병명이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의사밖에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극히 일부 병원의 문제겠지만, 허위 또는 과잉 진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들이 무엇보다 환자를 우선시할 수 있는, 의료계 내부의 철저한 검증시스템이 시급해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말, 1주일 넘게 일손을 놨습니다.
출근길에 넘어져 다쳤기 때문입니다.
◀SYN▶ 허명우
"신발끈이 풀리는지 모르고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밟아) 넘어져 버렸으니까. 한 30분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어요."
집 근처 정형외과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슬개골 골절'.
의사는 무릎 앞부분 뼈가 부러졌다며 한 달간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YN▶ 허명우
"무릎 안에 있는 뼈가 골절이 됐다 그러더라고요. 입원을 하려고 입원 수속 밟으니까 2인실밖에 없다 그러는 거예요."
2인실의 하루 입원비는 10만 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습니다.
◀SYN▶ 강옥란/허명우 씨 아내
"거의 한 달인가 있으라고 그더라고요. 우리는 그렇게 못 있겠고 그냥 퇴원처리를 해주라 했었죠."
결국, 이틀 만에 퇴원하고 좀 더 싼 병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아간 허씨.
그런데,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SYN▶ 허명우
"이게 입원이 안 된다는 거예요. CT 찍은 걸 갖다주니까 확인하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뼈가 부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입원을 시켜줄 수 없다는 것, 의사는 그 자리에서 부목을 풀어줬는데, 이상하게도 정말 무릎이 괜찮았다고 합니다.
◀SYN▶ 허명우
"다음 날 아니, 그 오후부터 무릎 쓰는데 문제가 없었어요. 좀 상처가 나서 아파서 그러지 구부리고 앉았다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다시 3일 뒤, 허 씨는 또다른 병원에서 치질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무릎에 이상이 없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치질수술은 무릎을 굽힌 채로 해야 하는데 뼈가 부러졌다면, 이 자세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SYN▶ 허명우
"치질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무릎이 잘못되면 안 된다고 MRI를 한 번 찍어보자는 거예요. 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처음 입원을 했던 병원에 항의했지만 의사는 골절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SYN▶ 강옥란/허명우 씨 아내
"엑스레이 찍었을 때 사진을 이렇게 보여주더라고요. 보여주면서 의사가 딱 여기가 골절돼있다 하는 거예요."
◀SYN▶허명우
"죽어도 골절이 됐다 그러는 거예요."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까지 했는데, 실은 아무 이상 없이 멀쩡했다면 어떠시겠습니까?
그런데, 이 병원에서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허 씨 한 명뿐이 아니라고 합니다.
같은 정형외과에서 골절 판정을 받은 또 다른 환자들을 만나봤습니다.
13살 태영이, 지난 4월 학교에서 친구가 발등을 밟았습니다.
◀SYN▶ 김태영
"저 놀리는 애가 있었는데 걔가 발을 밟아가지고 다쳤을 때 진짜 아팠어요"
정형외과에서 내린 진단은 중족골 골절, 발등 쪽 뼈가 부러졌다는 겁니다.
◀SYN▶ 김태영
"발에 금이 갔다고 했어요. 심하게 좀 금이 가 있어서 목발하고 깁스한 거예요"
하지만, 이틀 뒤 다른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더니 골절이 아니라며 부목을 풀어줬습니다.
◀SYN▶ 김태영
"(깁스를) 풀고요? 다리가 안 아픈지 한 번 다리를 쾅쾅쾅 했어요. 원장님이 한 번 다리 괜찮은지 뛰어보라고 해서 뛰었는데 막 뛰어다닐 수 있더라고요 하나도 안 아프고"
이후로도 움직이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SYN▶ 김태영
(뒤로 깁스 풀고나서 아프진 않았어요?)
"한 번도 아프진 않았어요. 00병원에서는 금 간 게 있다고 했는데, 00병원은 아니라고 그래서 어느 편이 맞는지 몰라가지고 엄마도 그때 당황해 했어요"
9살 수연이도 학교에서 넘어져 다친 뒤, 이 병원에서 팔꿈치 밑 뼈가 골절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INT▶ 조한국/조수연 양 큰아버지
"애가 넘어졌대요. 애들한테 걸려가지고 듣기로는 팔이 골절됐다고 깁스를 했더라고"
어깨부터 손목까지 석고붕대를 하고 다닌 지 한 달째, 그 무렵 수연이는 다른 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게 됐는데, 그 병원에서 애초부터 팔이 부러지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INT▶ 조한국/조수연 양 큰아버지
"치료 중에 팔을 풀은 거죠. 풀었는데 아니라는 거예요"
(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골절이 아니라는 거죠. 한 달, 한 달동안 하고 있었다 풀었는데 아니라는 게 판독이 된 거예요.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고"
이들의 진단서에 적힌 최종진단명은 모두 '골절'.
취재진은 정형외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에게 환자들이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찍은 X-RAY, CT 등의 판독을 의뢰했습니다.
먼저 무릎뼈 골절로 한 달 입원 진단을 받았던 허명우 씨.
◀INT▶권오수 정형외과 전문의 /대전가톨릭성모병원
"골절은 없습니다."
◀INT▶ 송인수 정형외과 전문의
"골절뿐 아니라 십자인대 연골 다 괜찮네요. 문제가 별로 없네요. 염증이겠죠 염증"
발등 뼈가 부러졌다던 13살 김태영 군.
◀INT▶ 김진수 정형외과 전문의 /을지대학병원
"발등이 부러졌다면 그 주변에 있는 골절선이 보여야 하는데 그 선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타박상 정도 의심할 수 있는"
◀INT▶ 송인수 정형외과 전문의
"골절 저렇게 안 생기죠 애들은 골막이에요 그냥."
◀INT▶김진수 정형외과 전문의 /을지대학병원
"골절이 있었다면 다친 지 이틀 만에 뛰어다닐 수 없을 겁니다.
한 달 동안 오른팔 전체에 석고붕대를 했던 조수연 양.
◀INT▶ 송인수 정형외과 전문의
"전혀 모르겠는데요? 왜 깁스를 했나? 정상인데 뼈가?"
◀INT▶ 김종건 영상의학과 전문의
"요골 골절로 보기엔 어렵습니다."
◀INT▶ 권오수 정형외과 전문의 /대전가톨릭성모병원
"일반 좌상(타박상)에 준하게 치료를 하면 돼요."
전문의들은 모두 '골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실수로 인한 오진이라고 보기엔 의문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INT▶ 송형곤 대변인/대한의사협회
"엑스레이 봤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주관적 증상이 골절 생각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최종 진단이 아닌 임상추정 체크하든가..."
골절뿐만이 아닙니다.
10년 전 종아리 뼈가 부러져 한 병원에서 금속정 삽입 수술을 받은 김광춘 씨.
3년 뒤인 2006년, 이 병원에 금속정을 제거하러 갔다가 '무릎 뒤쪽 인대가 찢어져 말려있다'며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권유받았다고 합니다.
◀INT▶김광춘
"후방십자인대가 끊어져서 속에서 말려져 있다고 했어요. (수술)꼭 해야 된다고 했고"
당시 김 씨는 먼저 찾은 병원에서 금속정 삽입 수술을 받다가 인대가 파열됐을 거라 생각하고 그 병원에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그런데, 최초 수술을 했던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기 전 찍은 MRI 상에서 인대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독돼 인대는 아예 건드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INT▶ 권호석 외과 전문의/00병원
"처음에 환자가 왔을 때 수술 전에 MRI 찍어서 무릎 인대 손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수술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에 수술할 때도 그 무릎인대는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 문제로 인대재건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김 씨의 현재 무릎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정형외과를 찾아 다시 MRI를 찍어봤습니다.
◀INT▶허준혁 정형외과 전문의
"제가 볼 때 지금 후방십자인대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완전 파열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또 후방십자인대는 수술 안 해도 어느 정도 큰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이 되거든요"
이 같은 일련의 의문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골절'이라는 진단은 확실했고, 김광춘 씨의 경우는 의료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척추와 관절 치료로 꽤 유명한 또 다른 병원.
간호사로 일했던 31살 홍민기 씨는 1년여 전, 어깨 통증으로 이 병원을 찾았다가 어깨 근육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INT▶ 홍민기
"이거 방치하면 정말 큰일 난다. 지금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퇴행성 관절염도 심해지고 한다"
일단 치료부터 받아보고 싶었지만 병원 측의 말을 듣고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INT▶홍민기
"주사로 이거 치료할 수 없느냐. 이건 주사로 치료할 수 없다. 상태가 심해서 수술밖에 없다."
하지만 수술 뒤에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재치료를 위해 찾아간 한 대학병원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SYN▶00병원/진료당시 녹취
"의학적으로 안 튿어졌습니다. 건들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근육 아무 문제 없어요. 수술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수술이 급했던 상황일까.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조심스럽게 다른 소견을 내놨습니다.
수술 전 MRI 사진을 검토해 본 결과, 수술을 시급히 할 정도로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SYN▶ 유환욱 정형외과 전문의
"수술 전 MRI로 봐서는 그렇게 과도하게까지 심하지 않은데 좀 더 다른 보전적인 요법으로 하다가 처음부터 수술 권했다는 건 좀 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어깨 근육이 파열됐다며 역시 수술을 하라는 얘길 들은 28살 하정훈 씨.
◀INT▶ 하정훈
"지금 어깨 상태가 50, 60대 그 정도 상태라고 하시더니만 수술을 해야 될 것 같다 다음 날 바로 하자 입원 수속까지 했었어요."
하지만, 하 씨는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진 않다는 생각에 다른 병원 3곳을 돌며 다시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처음 병원에서와는 달리 전부 '이상 없음'. 이후 기본적인 치료만 받았는데도 어깨 통증이 다 나았다고 합니다.
◀INT▶하정훈
"다른 데서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스트레칭만 하고 집에서 쉬어주면 괜찮아질 거다. 지금 평상시대로 지내고 운동도, 네 뭐 산악자전거 타고"
병원 측은 이에 대해 수술을 한 홍민기 씨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부분만 수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든 경우에 있어 수술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건 의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의들은 최근 척추나 관절전문병원 등이 워낙 많아지다보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먼저 권유하는 경향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INT▶ 유환욱 정형외과 전문의
"병원이 너무 많아졌고요. 그러니까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내가 안 해도 다른 데서 한다는 그런 게 많이 팽배해있습니다. 그러니까 수술이 권유되는 것도 있는데"
하지만 만일의 경우 허위나 과잉 진단이 내려졌더라도 환자가 알기란 불가능한 상황.
보건당국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의사들의 진단이나 진료가 부적절했다는 걸 먼저 걸러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INT▶ 송형곤 대변인/대한의사협회
"진단이 허위로 됐을 경우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죠. 약을 투약했다 안 했다 이 정도까진 거를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병명이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의사밖에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극히 일부 병원의 문제겠지만, 허위 또는 과잉 진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들이 무엇보다 환자를 우선시할 수 있는, 의료계 내부의 철저한 검증시스템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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