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비정규직 철야 보고서
비정규직 철야 보고서
입력
2013-10-07 09:38
|
수정 2013-10-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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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잠든 듯 적막해진 거리에 홀로 불을 켠 편의점.
김광진 씨가 부지런히 빵과 우유를 진열대에 올려놓습니다.
새벽 1시를 넘은 시각,
손님이 더이상 없을 것 같은 시간이지만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틈나는 대로 물건을 정리하고 가게 청소까지 하다 보면,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잠깐 엉덩이를 붙일 틈도 없습니다.
◀INT▶ 김광진 /야간 아르바이트생
"밤에는 테이블이 있으면 편의점에 손님들이 거의 늦으면 새벽 3시까지는 계시니까 그거 기다리다가 다 못드시고 가시면 그거 치우고 청소하고."
이렇게 밤을 꼬박새면서 일하고 받는 돈은 1시간에 4천9백 원.
지난달 받았던 최저임금 4860원에서 그나마 40원 오른 겁니다.
밤샘 근무가 훨씬 더 힘들지만, 야근 수당은 따로 없습니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잃게 될까 월급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합니다.
◀INT▶김광진
"괜히 돈 더 달라고 했다가 편의점 일도 못하게 되면 할 일이 없어지니까 최저임금이라도 주시니까 괜찮은 것 같아서 그냥 만족하고 있어요."
분명 근로자는 맞는데 근로 계약서도 없고 그러다 보니 근로 환경이나 권리를 따질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참 많은것들이 편해집니다.
그렇지만 밤을 새워 노동하는 것은 아주 힘들고 위험한 일.
그렇기에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데요.
하지만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밤새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23살 박민우 씨가 오토바이에 야식을 싣고 쏜살같이 내달립니다.
야식 배달집이 가장 바쁜 금요일 밤.
오토바이에서 한 번 내려올 틈도 없이 배달이 이어집니다.
야간 배달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12시간 동안 하루 평균 5-60건을 배달하는데 배달이 없을 때 오토바이에 잠깐 걸터앉아 있는 것이 휴식 시간의 전부입니다.
낮에 일하든 밤에 일하든 시급은 똑같이 6천 원.
낮 근무와 밤 근무를 돌아가면서 불규칙하게 일하는 박씨.
한창 젊은 나이지만, 누적된 피로에
밤 근무가 점점 힘들게 느껴집니다.
◀INT▶ 박민우/야간 배달원
"요즘 하루하루 힘들어요. 밤을 새고 밤새는 건 상관 없는데 그 다음날에 출근하고 계속 똑같은 게 반복되니까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정 힘들면, 아르바이트생들끼리 서로 양해를 구해서 쉬는 날을 억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INT▶ 박민우
(밤샘 근무에서 낮 근무로 바뀔 때 하루 정도 아예 쉬는 날은 있어요?)
"아니요 쉬는 날은 없어요. 저희가 쉬고 싶은 때 얘기해 가지고 그렇게 애들끼리 스케쥴 조정해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쉬고 있어요."
지난 겨울엔 배달하는 중간에 조금 쉴 틈을 벌어보려고 속도를 내다, 큰 사고까지 당했습니다.
새벽에 배달을 나갔다가 화물 트럭이 박 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겁니다.
◀INT▶ 박민우
"화물차 트럭이 불법유턴 해 가지고 저는 쭉 오다가 그냥 박았죠. 다리 양쪽 다 부러지고 이마 깨지고."
5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졌지만 치료비는 물론 월급도 한 푼 못 받았습니다.
직원이라곤 배달 아르바이트생 4-5명뿐인 작은 가게에서 위로금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고 산업재해 신청은 그런게 있는지조차 잘 몰라 아예 생각도 못했습니다.
◀INT▶ 박민우
(가게에서는요?)
"가게에서는 딱히 그런 게 (보상금) 없다고 해 가지고."
(딱히 사장님이 배려해주신 건 없구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야간 수당을 조금만 더 달라고도 해보고 아르바이트생을 좀 더 뽑아달라고 얘기도 해봤지만 가게사정이 어렵다 하니 그냥 일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INT▶박민우
(야간수당 줘야하는거 알지 않아요?)
"네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왜 달라고 안 해요?)
"달라고 해도 안 주니까요. 사장님이 귀찮아해요. 모든 일에 다..저희는 그냥 말하는데 그냥 대충대충 넘겨가지고."
야간 근로의 경우 재해 발생률이 아침 근무에 비해 30% 높고, 밤낮이 바뀌는 2교대 근로자가 사고를 당할 확률은 일반 근로자보다 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 씨처럼 가게 아르바이트생이나 영세 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파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야 근로자들 가운데는 야간 수당과 휴일을 보장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조금 더 받고 휴식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사정이 크게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경우든 불규칙한 노동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50대 후반인 서상호 씨가 잠에서 깼습니다.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세수와 양치질을 합니다.
한밤중에 출근해보면 적막한 거리.
쓰레기 처리 용역 업체에서 일하는 서 씨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찾아 골목 구석구석을 뛰어다닙니다.
쓰레기를 싣고 나면 차량 안에 올라 탈 새도 없이 트럭이 서씨를 매달고 출발합니다.
뛰고, 쓰레기를 실어나르고, 또 이동하고.
쉴 새도 없이 10시간 넘게 일하는 서씨.
새벽 1시부터 시작된 업무는 밤새도록 이어집니다.
낮에 쓰레기를 치우면 도로가 복잡하다, 냄새가 난다 각종 민원이 쏟아지기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밤을 새서 일해야 합니다.
◀INT▶ 서상호/환경미화원
"청소 일이라는 건 냄새도 나고 여러가지 차로 이동하다 보니까 도로가 막힌다 던지 교통방해가 되고. 그러니까 야간에 하는거죠."
낮에 잠들고 밤에 깨기를 10년 째.
◀INT▶ 서상호/환경미화원
"습관적으로 생활이 되다보니까 (낮에) 그 시간 정도 되면 저절로 잠이 와요."
서 씨의 몸은 실제로 밤낮이 바뀐 생활에 잘 적응했을까?
평소처럼 밤을 꼬박새고 오후 1시가 넘어 일을 마친 뒤, 서 씨의 수면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자리에 눕자마자 금세 코를 골며 깊은 잠을 자나 싶더니 갑자기 숨을 멈춥니다.
몸을 틀어 옆으로 돌아눕다가 다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계속 몸을 움직입니다.
손도 쥐었다 폈다, 거의 3분에 한 번꼴로 호흡을 멈추면서 잠들었다, 깨어 났다를 반복합니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수면 장애가 심각합니다.
평소 밤에 일하는 대신 낮에 잠을 잔다고 하지만, 숙면에 들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수면 장애는 밤새 일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INT▶ 홍승봉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심각한 수면 부족에 빠져있으세요. 수면부족이 이렇게 만성적으로 지속 되면 신체질환도 많이 증가하는데요. 특히 당뇨병, 고혈압, 관상동맥질환이 굉장히 많이 증가하고요."
실제로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서씨는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INT▶ 서상호/환경미화원
"제가 혈압이 좀 높아요. 혈압약을 먹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밤에 일하고 나서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검진을 받다 보니까 혈압 이런 게 상승 되는 거 같고 그런 거에요."
심야에 일을 하면,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집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에 이미 심야 노동을 2급 암 유발 인자로 규정했습니다.
◀INT▶ 최규연 교수 / 순천향대 산부인과
"여성의 경우에 있어서는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증가하게 되고 그 외 직장암이나 대장암, 그리고 전립선 암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또 뇌심혈관계 질환이 증가하게 돼서 돌연사를 한다든지."
늦은 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김수현 간호사가 출근해 오후 근무자와 교대를 준비합니다.
한 달 평균 대여섯 번의 '나이트' 즉 야간 근무를 하는데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밤을 꼬박 새야 합니다.
◀INT▶ 김수현 간호사
"통증이나 힘드신 분들 콜벨 누르면 바로바로 가서 처치를 해드려야 하고 또 응급실에서 밤에 입원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없을뿐더러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내기 힘들 때도 있어요."
낮 근무와 심야 근무를 반복하다보니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렵습니다.
◀INT▶ 김수현 간호사
커텐을 치고 잔다고 해도 빛이 계속 들어오고 또 나이트 근무 끝나고 잠을 자게 되면 굉장히 피곤한 상태여도 잠들기가 힘들어요. 한 번 잠들게 되면 많이 자야 3-4시간..
심야 근로를 하는 병원 직원들이 집단으로 유산하거나 유방암에 걸린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전남대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이선영 씨는 재작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10여 년을 근무하면서 암에 걸린 동료 간호사를 수 없이 봤던 탓인지 담담했다고 말합니다.
◀SYN▶ 이선영
"저 암이래요, 정말 눈물 한 방울도 안 나요 아 나도 암에 걸릴 수 있구나. 2458 너무 아픈 사람들도 많이 접하고 하다 보니까 이 정도 아픈 건 그래 치료하면 되지."
우리나라에서 한밤에 일하는 근로자들은 최대 197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병원이나 기업들은 물론 5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까지 밤샘 근무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편의점이 24시간 열려있는 건 오래전부터 당연한 일이 됐고 이젠 커피숍과 식당, 음식배달까지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밤샘 운영이 빠르게 확산 되고 있습니다.
특히 생존경쟁이 치열한 영세업종은 어쩔 수 없이 밤샘 영업에 내몰리는 상황.
◀INT▶ 이준영 /24시간 PC방 운영
"경쟁하는 PC방들이 다 24시간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여는 것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단골로 오시는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 인거죠. 밤 12시까지 하고 손님들한테 나가세요 얘기를 못하니까."
문제는 이들 근로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입니다.
소방관이나 병원간호사 등 정규직과 달리 영세한 업체에서 밤샘 근무를 하는 이들 비정규직을 위한 보호장치는 사실상 전무 한 실정입니다.
◀INT▶김종진 연구원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지금은 일부 대기업에 유노조 사업장에서만 교대제 심야 노동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에 놓이는 거죠.
벨기에와 스위스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원칙적으로 야간 근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사업주가 야간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휴식 시간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선 8시간 넘게 야간 근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야간 근무를 했다면 반드시 14시간 이상 쉬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야 근로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심야근로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INT▶김종진 연구원
"굳이 필요가 없는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자본시장경쟁에 의해서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24시간 운영을 통한 심야 교대제 야간 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겠다."
모두가 단잠을 자고, 안식을 누리는 시간.
자신의 건강을 위험에 노출한 채, 밤새 일해야 하는 심야근로자들.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김광진 씨가 부지런히 빵과 우유를 진열대에 올려놓습니다.
새벽 1시를 넘은 시각,
손님이 더이상 없을 것 같은 시간이지만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틈나는 대로 물건을 정리하고 가게 청소까지 하다 보면,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잠깐 엉덩이를 붙일 틈도 없습니다.
◀INT▶ 김광진 /야간 아르바이트생
"밤에는 테이블이 있으면 편의점에 손님들이 거의 늦으면 새벽 3시까지는 계시니까 그거 기다리다가 다 못드시고 가시면 그거 치우고 청소하고."
이렇게 밤을 꼬박새면서 일하고 받는 돈은 1시간에 4천9백 원.
지난달 받았던 최저임금 4860원에서 그나마 40원 오른 겁니다.
밤샘 근무가 훨씬 더 힘들지만, 야근 수당은 따로 없습니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잃게 될까 월급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합니다.
◀INT▶김광진
"괜히 돈 더 달라고 했다가 편의점 일도 못하게 되면 할 일이 없어지니까 최저임금이라도 주시니까 괜찮은 것 같아서 그냥 만족하고 있어요."
분명 근로자는 맞는데 근로 계약서도 없고 그러다 보니 근로 환경이나 권리를 따질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참 많은것들이 편해집니다.
그렇지만 밤을 새워 노동하는 것은 아주 힘들고 위험한 일.
그렇기에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데요.
하지만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밤새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23살 박민우 씨가 오토바이에 야식을 싣고 쏜살같이 내달립니다.
야식 배달집이 가장 바쁜 금요일 밤.
오토바이에서 한 번 내려올 틈도 없이 배달이 이어집니다.
야간 배달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12시간 동안 하루 평균 5-60건을 배달하는데 배달이 없을 때 오토바이에 잠깐 걸터앉아 있는 것이 휴식 시간의 전부입니다.
낮에 일하든 밤에 일하든 시급은 똑같이 6천 원.
낮 근무와 밤 근무를 돌아가면서 불규칙하게 일하는 박씨.
한창 젊은 나이지만, 누적된 피로에
밤 근무가 점점 힘들게 느껴집니다.
◀INT▶ 박민우/야간 배달원
"요즘 하루하루 힘들어요. 밤을 새고 밤새는 건 상관 없는데 그 다음날에 출근하고 계속 똑같은 게 반복되니까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정 힘들면, 아르바이트생들끼리 서로 양해를 구해서 쉬는 날을 억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INT▶ 박민우
(밤샘 근무에서 낮 근무로 바뀔 때 하루 정도 아예 쉬는 날은 있어요?)
"아니요 쉬는 날은 없어요. 저희가 쉬고 싶은 때 얘기해 가지고 그렇게 애들끼리 스케쥴 조정해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쉬고 있어요."
지난 겨울엔 배달하는 중간에 조금 쉴 틈을 벌어보려고 속도를 내다, 큰 사고까지 당했습니다.
새벽에 배달을 나갔다가 화물 트럭이 박 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겁니다.
◀INT▶ 박민우
"화물차 트럭이 불법유턴 해 가지고 저는 쭉 오다가 그냥 박았죠. 다리 양쪽 다 부러지고 이마 깨지고."
5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졌지만 치료비는 물론 월급도 한 푼 못 받았습니다.
직원이라곤 배달 아르바이트생 4-5명뿐인 작은 가게에서 위로금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고 산업재해 신청은 그런게 있는지조차 잘 몰라 아예 생각도 못했습니다.
◀INT▶ 박민우
(가게에서는요?)
"가게에서는 딱히 그런 게 (보상금) 없다고 해 가지고."
(딱히 사장님이 배려해주신 건 없구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야간 수당을 조금만 더 달라고도 해보고 아르바이트생을 좀 더 뽑아달라고 얘기도 해봤지만 가게사정이 어렵다 하니 그냥 일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INT▶박민우
(야간수당 줘야하는거 알지 않아요?)
"네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왜 달라고 안 해요?)
"달라고 해도 안 주니까요. 사장님이 귀찮아해요. 모든 일에 다..저희는 그냥 말하는데 그냥 대충대충 넘겨가지고."
야간 근로의 경우 재해 발생률이 아침 근무에 비해 30% 높고, 밤낮이 바뀌는 2교대 근로자가 사고를 당할 확률은 일반 근로자보다 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 씨처럼 가게 아르바이트생이나 영세 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파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야 근로자들 가운데는 야간 수당과 휴일을 보장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조금 더 받고 휴식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사정이 크게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경우든 불규칙한 노동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50대 후반인 서상호 씨가 잠에서 깼습니다.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세수와 양치질을 합니다.
한밤중에 출근해보면 적막한 거리.
쓰레기 처리 용역 업체에서 일하는 서 씨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찾아 골목 구석구석을 뛰어다닙니다.
쓰레기를 싣고 나면 차량 안에 올라 탈 새도 없이 트럭이 서씨를 매달고 출발합니다.
뛰고, 쓰레기를 실어나르고, 또 이동하고.
쉴 새도 없이 10시간 넘게 일하는 서씨.
새벽 1시부터 시작된 업무는 밤새도록 이어집니다.
낮에 쓰레기를 치우면 도로가 복잡하다, 냄새가 난다 각종 민원이 쏟아지기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밤을 새서 일해야 합니다.
◀INT▶ 서상호/환경미화원
"청소 일이라는 건 냄새도 나고 여러가지 차로 이동하다 보니까 도로가 막힌다 던지 교통방해가 되고. 그러니까 야간에 하는거죠."
낮에 잠들고 밤에 깨기를 10년 째.
◀INT▶ 서상호/환경미화원
"습관적으로 생활이 되다보니까 (낮에) 그 시간 정도 되면 저절로 잠이 와요."
서 씨의 몸은 실제로 밤낮이 바뀐 생활에 잘 적응했을까?
평소처럼 밤을 꼬박새고 오후 1시가 넘어 일을 마친 뒤, 서 씨의 수면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자리에 눕자마자 금세 코를 골며 깊은 잠을 자나 싶더니 갑자기 숨을 멈춥니다.
몸을 틀어 옆으로 돌아눕다가 다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계속 몸을 움직입니다.
손도 쥐었다 폈다, 거의 3분에 한 번꼴로 호흡을 멈추면서 잠들었다, 깨어 났다를 반복합니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수면 장애가 심각합니다.
평소 밤에 일하는 대신 낮에 잠을 잔다고 하지만, 숙면에 들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수면 장애는 밤새 일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INT▶ 홍승봉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심각한 수면 부족에 빠져있으세요. 수면부족이 이렇게 만성적으로 지속 되면 신체질환도 많이 증가하는데요. 특히 당뇨병, 고혈압, 관상동맥질환이 굉장히 많이 증가하고요."
실제로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서씨는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INT▶ 서상호/환경미화원
"제가 혈압이 좀 높아요. 혈압약을 먹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밤에 일하고 나서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검진을 받다 보니까 혈압 이런 게 상승 되는 거 같고 그런 거에요."
심야에 일을 하면,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집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에 이미 심야 노동을 2급 암 유발 인자로 규정했습니다.
◀INT▶ 최규연 교수 / 순천향대 산부인과
"여성의 경우에 있어서는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증가하게 되고 그 외 직장암이나 대장암, 그리고 전립선 암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또 뇌심혈관계 질환이 증가하게 돼서 돌연사를 한다든지."
늦은 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김수현 간호사가 출근해 오후 근무자와 교대를 준비합니다.
한 달 평균 대여섯 번의 '나이트' 즉 야간 근무를 하는데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밤을 꼬박 새야 합니다.
◀INT▶ 김수현 간호사
"통증이나 힘드신 분들 콜벨 누르면 바로바로 가서 처치를 해드려야 하고 또 응급실에서 밤에 입원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없을뿐더러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내기 힘들 때도 있어요."
낮 근무와 심야 근무를 반복하다보니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렵습니다.
◀INT▶ 김수현 간호사
커텐을 치고 잔다고 해도 빛이 계속 들어오고 또 나이트 근무 끝나고 잠을 자게 되면 굉장히 피곤한 상태여도 잠들기가 힘들어요. 한 번 잠들게 되면 많이 자야 3-4시간..
심야 근로를 하는 병원 직원들이 집단으로 유산하거나 유방암에 걸린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전남대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이선영 씨는 재작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10여 년을 근무하면서 암에 걸린 동료 간호사를 수 없이 봤던 탓인지 담담했다고 말합니다.
◀SYN▶ 이선영
"저 암이래요, 정말 눈물 한 방울도 안 나요 아 나도 암에 걸릴 수 있구나. 2458 너무 아픈 사람들도 많이 접하고 하다 보니까 이 정도 아픈 건 그래 치료하면 되지."
우리나라에서 한밤에 일하는 근로자들은 최대 197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병원이나 기업들은 물론 5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까지 밤샘 근무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편의점이 24시간 열려있는 건 오래전부터 당연한 일이 됐고 이젠 커피숍과 식당, 음식배달까지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밤샘 운영이 빠르게 확산 되고 있습니다.
특히 생존경쟁이 치열한 영세업종은 어쩔 수 없이 밤샘 영업에 내몰리는 상황.
◀INT▶ 이준영 /24시간 PC방 운영
"경쟁하는 PC방들이 다 24시간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여는 것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단골로 오시는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 인거죠. 밤 12시까지 하고 손님들한테 나가세요 얘기를 못하니까."
문제는 이들 근로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입니다.
소방관이나 병원간호사 등 정규직과 달리 영세한 업체에서 밤샘 근무를 하는 이들 비정규직을 위한 보호장치는 사실상 전무 한 실정입니다.
◀INT▶김종진 연구원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지금은 일부 대기업에 유노조 사업장에서만 교대제 심야 노동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에 놓이는 거죠.
벨기에와 스위스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원칙적으로 야간 근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사업주가 야간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휴식 시간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선 8시간 넘게 야간 근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야간 근무를 했다면 반드시 14시간 이상 쉬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야 근로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심야근로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INT▶김종진 연구원
"굳이 필요가 없는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자본시장경쟁에 의해서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24시간 운영을 통한 심야 교대제 야간 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겠다."
모두가 단잠을 자고, 안식을 누리는 시간.
자신의 건강을 위험에 노출한 채, 밤새 일해야 하는 심야근로자들.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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