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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삼성 중고 메인보드 새 제품 둔갑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삼성 중고 메인보드 새 제품 둔갑
입력
2013-10-14 09:50
|
수정 2013-10-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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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2580으로 이런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중고부품이 새 부품으로 둔갑 돼 고객들에게 교체되고 있다."
초일류기업을 꼽히는 삼성전자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을 가진 채 확인에 나섰습니다.
=============================
서울의 한 사무실.
이 모 씨는 올해 초 5년째 사용하던 삼성 컴퓨터의 메인보드를 교체했습니다.
◀SYN▶ 이 0 0
“(모니터가) 완전히 안 나왔어요. 안 켜져 가지고 결국은 삼성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죠. 이거는 메인보드가 나갔다 그래가지고”
메인보드의 가격은 수리비까지 포함해 18만 원 가량.
웬만한 조립 컴퓨터 한 대 가격이지만, 이 씨는 삼성의 정품 새 메인보드를 선택했습니다.
◀SYN▶이 0 0
“사람들이 그럴 바에는 조립 컴퓨터 사는 게 낫지 왜 그걸 비싸게 주고 하느냐 그래도 정품(삼성 제품) 쓰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해서 했는데”
그런데, 2580은 이 씨의 컴퓨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새로 교체한 메인보드에 다른 컴퓨터의 제조번호가 입력돼 있는 겁니다.
A급 정품, 즉 새 제품인 줄 알았던 이 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SYN▶이 0 0
“그건 놀랍네요. 완전히 속이는 건데요 사람을...”
((A급) 정품이라고 믿고 구입을 하신 거 아니에요?)“그럼 삼성을 안 믿으면 어디를 믿어요. 믿지.. 삼성인데..”
2580은 몇 달 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가 컴퓨터의 중고부품을 새 부품으로 속여 교체하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습니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삼성 컴퓨터의 본체를 들고 가 종종 부팅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메인보드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화면이) 아예 안 나와요) “메인보드가 충실하지 못할 때 나오는 현상이에요. 현재는 증상이 안 나와서 뭐라고 말씀드리기 힘든데요.”
메인보드를 새 걸로 갈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메인보드를 갈려고 하면 어떻게 돼요?)“돈이 좀 들겠죠. 보드가 15만 6천 원 수리비가 2만 5천 원 다 합치면 18만 1천 원.”
30분 정도 지나자 수리가 끝났고, 취재팀은 이 컴퓨터 본체에서 교체된 메인보드를 꺼내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프린터와 모니터를 연결하는 부위에 이미 사용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부품이라 했는데 스티커도 덧붙여져 있고, 누렇게 변색된 뒷면엔 손으로 쓴 'r'자 표시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서비스센터.
이곳에서도 똑같은 증상을 얘기하고, 같은 종류의 A급 메인보드로 교체해봤습니다.
이 부품 역시 모니터와의 연결 부위에 검게 눌린 자국이 보였고, 덧붙인 스티커에 'r'자 표시도 있었습니다.
메인보드는 CPU나 메모리 등 컴퓨터의 주요 부품들이 장착되는 회로기판으로 서비스센터에서 교체하는 메인보드는 A급과 R급으로 구분됩니다.
A급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부품이고, R급은 불량품을 수리하거나, 기존 제품에서 떼어내 다시 제조한 중고부품을 말합니다.
R급의 가격은 A급의 절반.
서비스센터를 다시 찾아가 교체해준 메인보드가 혹시 R급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보드가 이상한 것 같아요 R급이 아닌가 싶어갖고요) “R급은 아닙니다. 새 보드에요.”
메인보드에 담겨 있는 제조번호를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A급이면 제조번호가?)“123456 이런 식으로 아마 나갈 거예요.”(만약에 R급이면요?)“R급이면 이 전의(제품번호가 나오죠).”
이 메인보드 역시 다른 제품의 제조번호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한번 판매됐던 제품에 들어있던 중고 메인보드란 뜻입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이거는 왜 찍혔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한 번 확인..”
서비스센터 측은 포장이 잘못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SYN▶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
“(제조사에서) 잘못 포장돼서 온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요. R급하고 A급이 있는데 그걸 잘못 넣은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580은 전현직 삼성 서비스센터 직원들로부터 특정 메인보드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중고 부품이 A급으로 둔갑돼 사용돼 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포장 실수가 아니란 겁니다.
◀SYN▶ 김 0 0/前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특정한 보드에 대해서는 (A급으로) 10장 시키면 10장 다 리페어(R급 부품)로 들어왔었고...다시 주문한다고 해도 그 자재들은 계속 그렇게 오기 때문에..”
◀SYN▶ 박 0 0/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죄책감도 조금 들긴 합니다. 저희도 사실...그런데 사실 (고객들에게) 말씀드릴 수 없는 게 만약에 그런 말씀을 드리면 저희가 회사에서 문책을 당하거나..”
그래서 2580은 전국 각지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6곳을 돌며 A급이라고 적혀있는 해당 메인보드를 확보해 뜯어봤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이 소켓을 꽂았다 뺐다 한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십니까? 앞쪽으로 왕복하기 때문에 일자로 줄이...”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여기는 열을 많이 안 받는 부분이라 변형이 안 일어나서 은색이 그나마 남아있는 거고요. 여기는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색깔이 다 누렇게 변해 있잖아요. 최소 1~2년은 사용해야 이런 식으로 색깔이 변해요.”
15개의 특정 메인보드를 확인했는데, 모두 A급 상자에 R급 중고 제품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메인보드는 지난 2008년 생산된 삼성전자의 슬림 PC, DM-Z69를 비롯해 3가지 모델에 장착됐는데, 이 모델들은 당시 큰 인기를 끌며 12만대 넘게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메인보드 고장 신고가 속출했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기사들이 차에 한 대여섯 장씩은 항상 들고 다녔었어요 2213A 보드를. 초반부터 굉장히 불량이 많았죠.”
이러다보니 A급 메인보드 물량이 부족해졌고, 그때부터 R급이 A급 상자에 담겨 들어왔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입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초기에는 불량이 굉장히 많았죠 수요 때문에 (공급이) 못 쫓아가니까 자재가 안 나오다가 공급이 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공급된 게 다 리페어(R급 부품)인 거죠.”
지난 2011년 이후 A급으로 유상 수리한 고객만 6천명이 넘는데, 상당수가 이런 중고부품을 새 부품 값을 주고 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2580은 서비스센터를 통해 교체한 A급 메인보드 넉 장에 대해 삼성전자 측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모두 2008년에 처음 판매됐다 이후 수리를 거쳐 다시 출고된 R급 중고제품임을 인정했습니다.
또 전국 서비스센터에 A급으로 나가 있는 해당 메인보드 대부분이 R급임을 확인했다고 삼성 측은 밝혔습니다.
해당 PC 모델은 대만 업체가 생산하고 삼성전자의 상표만 붙인 것으로 지난 2009년 단종된 제품입니다.
핵심부품인 메인보드의 수리는 현재 한국 협력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협력업체를 통해 메인보드를 공급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R급이 A급으로 둔갑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해당 협력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창문 안쪽으로 메인보드를 수리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벽에는 삼성전자의 작업 지시서가 붙어 있고, 삼성의 전산시스템에 무언가 부지런히 입력하는 직원의 모습도 보입니다.
포장 중인 상자 더미엔 R급과 A급 상자가 섞여 있습니다.
업체 대표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SYN▶ 0 0 전자 대표/국내 협력업체
((삼성전자 측에서) 포장 자체를 여기서 R 급을 A급으로 잘못 포장해서 온 것 같다고 얘기를 해서 여쭤보는 거예요.)“물어보세요. 삼성한테.”(R급을 A급으로 포장을 여기서 하시는 거예요?) “아니 R급, A급은 난 잘 모르겠어 우리는 포장만 하니까..”
업체 측의 요청으로 공문까지 발송했지만, 업체 대표는 이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SYN▶ 0 0 전자 관계자
“(사장님이) 연락이 안 되시고요 볼일도 많으시고 원래는 잘 안 계세요 사무실에..”
직원 몇 명 안 되는 이 업체에서 메인보드가 수리된 뒤 R급이 아닌 A급으로 둔갑돼 포장됐는데, 삼성전자는 몇 년 동안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검수 과정에서는 상자에 붙은 A급 라벨만 확인하지, 그 안에 A급이 들었는지 R급이 들었는지는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SYN▶ 삼성전자 관계자
“(상자) 밖에 있는 코드를 찍고 이게 출고가 되다 보니까 그걸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포장이) A급이면 센터에서 그냥 쓰는거죠.”(A급인 줄 알고 쓴다는 거죠?) “네네.”
그러나 서비스센터 기사들은 삼성전자 서비스 본사에 이미 이런 사실을 여러 번 얘기했다고 말합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저희가 수원에 교육을 가거나 그러면 (본사의) 교육 담당자분들한테 이야기를 했었어요. 저희가 이거는 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A급으로 수리를 해야 되는데 왜 R급 자재가 나오느냐. 그런데 삼성에서 그걸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렇다면 문제가 된 메인보드는 과연 한 종류뿐일까.
2580은 다른 모델 컴퓨터들의 A급 메인보드들도 조사해 봤습니다.
확인 결과, 추가로 두 개 종류의 메인보드 여러 장에서 R급이 발견됐습니다.
모니터에 뜬 내부 제조번호를 확인한 결과 모두 다른 제품의 제조번호가 확인된 겁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일반적으로 (A급) 제품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제조번호가 들어가 있었죠. 시중에 판매가 되기 위해서 나간 모델이라고 확인이 되는 거죠.”
현재까지 중고 메인보드가 A급으로 둔갑해 나간 것으로 2580이 확인한 건 모두 3종류.
이들 메인보드가 들어간 컴퓨터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판매된 8개 모델들입니다.
◀SYN▶ 정태명 교수/성균관대 정보통신 대학
“쓰던 제품은 아무래도 열이나 먼지 같은 것 때문에 수명이 어느 정도 감소되었다고 봐야 돼요. 5년의 수명을 가진 것을 2년 쓰고 다시 고치면 3년 밖에 수명이 안 남았다고 봐야 되는 게 맞는 거죠. 리퍼비시 된(R급) 제품을 신제품이라고 파는 것은 명백한 사기에요.”
당초 삼성 측은 문제가 있는 모델은 단연코 하나뿐이라고 2580측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 제품들이 추가로 드러나자 삼성측 은 서비스센터가 확보하고 있는 메인보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부품을 유상 수리한 고객들이 1만여 명 정도라며, 일일이 연락해 차액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습니다.
◀SYN▶ 김학철 부장/삼성전자 품질운영그룹
“저희 회사의 관리 소홀로 A급과 R급이 일부 혼용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관리 소홀로 인한 저희 회사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번 문제 보드의 혼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위에서 발생했는지 재제조 업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전자제품 수리 실태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SYN▶윤철한 국장/경실련 소비자 정의센터
“삼성전자라는 특정 회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산업 전체의 관행적인 문제인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고요. 자체 조사와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도 한 번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까지 성장한 밑거름은 삼성 제품, 삼성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일 겁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작은 부품 하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중고부품이 새 부품으로 둔갑 돼 고객들에게 교체되고 있다."
초일류기업을 꼽히는 삼성전자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을 가진 채 확인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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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무실.
이 모 씨는 올해 초 5년째 사용하던 삼성 컴퓨터의 메인보드를 교체했습니다.
◀SYN▶ 이 0 0
“(모니터가) 완전히 안 나왔어요. 안 켜져 가지고 결국은 삼성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죠. 이거는 메인보드가 나갔다 그래가지고”
메인보드의 가격은 수리비까지 포함해 18만 원 가량.
웬만한 조립 컴퓨터 한 대 가격이지만, 이 씨는 삼성의 정품 새 메인보드를 선택했습니다.
◀SYN▶이 0 0
“사람들이 그럴 바에는 조립 컴퓨터 사는 게 낫지 왜 그걸 비싸게 주고 하느냐 그래도 정품(삼성 제품) 쓰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해서 했는데”
그런데, 2580은 이 씨의 컴퓨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새로 교체한 메인보드에 다른 컴퓨터의 제조번호가 입력돼 있는 겁니다.
A급 정품, 즉 새 제품인 줄 알았던 이 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SYN▶이 0 0
“그건 놀랍네요. 완전히 속이는 건데요 사람을...”
((A급) 정품이라고 믿고 구입을 하신 거 아니에요?)“그럼 삼성을 안 믿으면 어디를 믿어요. 믿지.. 삼성인데..”
2580은 몇 달 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가 컴퓨터의 중고부품을 새 부품으로 속여 교체하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습니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삼성 컴퓨터의 본체를 들고 가 종종 부팅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메인보드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화면이) 아예 안 나와요) “메인보드가 충실하지 못할 때 나오는 현상이에요. 현재는 증상이 안 나와서 뭐라고 말씀드리기 힘든데요.”
메인보드를 새 걸로 갈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메인보드를 갈려고 하면 어떻게 돼요?)“돈이 좀 들겠죠. 보드가 15만 6천 원 수리비가 2만 5천 원 다 합치면 18만 1천 원.”
30분 정도 지나자 수리가 끝났고, 취재팀은 이 컴퓨터 본체에서 교체된 메인보드를 꺼내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프린터와 모니터를 연결하는 부위에 이미 사용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부품이라 했는데 스티커도 덧붙여져 있고, 누렇게 변색된 뒷면엔 손으로 쓴 'r'자 표시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서비스센터.
이곳에서도 똑같은 증상을 얘기하고, 같은 종류의 A급 메인보드로 교체해봤습니다.
이 부품 역시 모니터와의 연결 부위에 검게 눌린 자국이 보였고, 덧붙인 스티커에 'r'자 표시도 있었습니다.
메인보드는 CPU나 메모리 등 컴퓨터의 주요 부품들이 장착되는 회로기판으로 서비스센터에서 교체하는 메인보드는 A급과 R급으로 구분됩니다.
A급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부품이고, R급은 불량품을 수리하거나, 기존 제품에서 떼어내 다시 제조한 중고부품을 말합니다.
R급의 가격은 A급의 절반.
서비스센터를 다시 찾아가 교체해준 메인보드가 혹시 R급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보드가 이상한 것 같아요 R급이 아닌가 싶어갖고요) “R급은 아닙니다. 새 보드에요.”
메인보드에 담겨 있는 제조번호를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A급이면 제조번호가?)“123456 이런 식으로 아마 나갈 거예요.”(만약에 R급이면요?)“R급이면 이 전의(제품번호가 나오죠).”
이 메인보드 역시 다른 제품의 제조번호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한번 판매됐던 제품에 들어있던 중고 메인보드란 뜻입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이거는 왜 찍혔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한 번 확인..”
서비스센터 측은 포장이 잘못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SYN▶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
“(제조사에서) 잘못 포장돼서 온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요. R급하고 A급이 있는데 그걸 잘못 넣은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580은 전현직 삼성 서비스센터 직원들로부터 특정 메인보드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중고 부품이 A급으로 둔갑돼 사용돼 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포장 실수가 아니란 겁니다.
◀SYN▶ 김 0 0/前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특정한 보드에 대해서는 (A급으로) 10장 시키면 10장 다 리페어(R급 부품)로 들어왔었고...다시 주문한다고 해도 그 자재들은 계속 그렇게 오기 때문에..”
◀SYN▶ 박 0 0/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죄책감도 조금 들긴 합니다. 저희도 사실...그런데 사실 (고객들에게) 말씀드릴 수 없는 게 만약에 그런 말씀을 드리면 저희가 회사에서 문책을 당하거나..”
그래서 2580은 전국 각지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6곳을 돌며 A급이라고 적혀있는 해당 메인보드를 확보해 뜯어봤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이 소켓을 꽂았다 뺐다 한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십니까? 앞쪽으로 왕복하기 때문에 일자로 줄이...”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여기는 열을 많이 안 받는 부분이라 변형이 안 일어나서 은색이 그나마 남아있는 거고요. 여기는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색깔이 다 누렇게 변해 있잖아요. 최소 1~2년은 사용해야 이런 식으로 색깔이 변해요.”
15개의 특정 메인보드를 확인했는데, 모두 A급 상자에 R급 중고 제품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메인보드는 지난 2008년 생산된 삼성전자의 슬림 PC, DM-Z69를 비롯해 3가지 모델에 장착됐는데, 이 모델들은 당시 큰 인기를 끌며 12만대 넘게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메인보드 고장 신고가 속출했습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기사들이 차에 한 대여섯 장씩은 항상 들고 다녔었어요 2213A 보드를. 초반부터 굉장히 불량이 많았죠.”
이러다보니 A급 메인보드 물량이 부족해졌고, 그때부터 R급이 A급 상자에 담겨 들어왔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입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초기에는 불량이 굉장히 많았죠 수요 때문에 (공급이) 못 쫓아가니까 자재가 안 나오다가 공급이 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공급된 게 다 리페어(R급 부품)인 거죠.”
지난 2011년 이후 A급으로 유상 수리한 고객만 6천명이 넘는데, 상당수가 이런 중고부품을 새 부품 값을 주고 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2580은 서비스센터를 통해 교체한 A급 메인보드 넉 장에 대해 삼성전자 측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모두 2008년에 처음 판매됐다 이후 수리를 거쳐 다시 출고된 R급 중고제품임을 인정했습니다.
또 전국 서비스센터에 A급으로 나가 있는 해당 메인보드 대부분이 R급임을 확인했다고 삼성 측은 밝혔습니다.
해당 PC 모델은 대만 업체가 생산하고 삼성전자의 상표만 붙인 것으로 지난 2009년 단종된 제품입니다.
핵심부품인 메인보드의 수리는 현재 한국 협력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협력업체를 통해 메인보드를 공급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R급이 A급으로 둔갑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해당 협력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창문 안쪽으로 메인보드를 수리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벽에는 삼성전자의 작업 지시서가 붙어 있고, 삼성의 전산시스템에 무언가 부지런히 입력하는 직원의 모습도 보입니다.
포장 중인 상자 더미엔 R급과 A급 상자가 섞여 있습니다.
업체 대표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SYN▶ 0 0 전자 대표/국내 협력업체
((삼성전자 측에서) 포장 자체를 여기서 R 급을 A급으로 잘못 포장해서 온 것 같다고 얘기를 해서 여쭤보는 거예요.)“물어보세요. 삼성한테.”(R급을 A급으로 포장을 여기서 하시는 거예요?) “아니 R급, A급은 난 잘 모르겠어 우리는 포장만 하니까..”
업체 측의 요청으로 공문까지 발송했지만, 업체 대표는 이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SYN▶ 0 0 전자 관계자
“(사장님이) 연락이 안 되시고요 볼일도 많으시고 원래는 잘 안 계세요 사무실에..”
직원 몇 명 안 되는 이 업체에서 메인보드가 수리된 뒤 R급이 아닌 A급으로 둔갑돼 포장됐는데, 삼성전자는 몇 년 동안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검수 과정에서는 상자에 붙은 A급 라벨만 확인하지, 그 안에 A급이 들었는지 R급이 들었는지는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SYN▶ 삼성전자 관계자
“(상자) 밖에 있는 코드를 찍고 이게 출고가 되다 보니까 그걸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포장이) A급이면 센터에서 그냥 쓰는거죠.”(A급인 줄 알고 쓴다는 거죠?) “네네.”
그러나 서비스센터 기사들은 삼성전자 서비스 본사에 이미 이런 사실을 여러 번 얘기했다고 말합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기사
“저희가 수원에 교육을 가거나 그러면 (본사의) 교육 담당자분들한테 이야기를 했었어요. 저희가 이거는 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A급으로 수리를 해야 되는데 왜 R급 자재가 나오느냐. 그런데 삼성에서 그걸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렇다면 문제가 된 메인보드는 과연 한 종류뿐일까.
2580은 다른 모델 컴퓨터들의 A급 메인보드들도 조사해 봤습니다.
확인 결과, 추가로 두 개 종류의 메인보드 여러 장에서 R급이 발견됐습니다.
모니터에 뜬 내부 제조번호를 확인한 결과 모두 다른 제품의 제조번호가 확인된 겁니다.
◀SYN▶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일반적으로 (A급) 제품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제조번호가 들어가 있었죠. 시중에 판매가 되기 위해서 나간 모델이라고 확인이 되는 거죠.”
현재까지 중고 메인보드가 A급으로 둔갑해 나간 것으로 2580이 확인한 건 모두 3종류.
이들 메인보드가 들어간 컴퓨터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판매된 8개 모델들입니다.
◀SYN▶ 정태명 교수/성균관대 정보통신 대학
“쓰던 제품은 아무래도 열이나 먼지 같은 것 때문에 수명이 어느 정도 감소되었다고 봐야 돼요. 5년의 수명을 가진 것을 2년 쓰고 다시 고치면 3년 밖에 수명이 안 남았다고 봐야 되는 게 맞는 거죠. 리퍼비시 된(R급) 제품을 신제품이라고 파는 것은 명백한 사기에요.”
당초 삼성 측은 문제가 있는 모델은 단연코 하나뿐이라고 2580측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 제품들이 추가로 드러나자 삼성측 은 서비스센터가 확보하고 있는 메인보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부품을 유상 수리한 고객들이 1만여 명 정도라며, 일일이 연락해 차액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습니다.
◀SYN▶ 김학철 부장/삼성전자 품질운영그룹
“저희 회사의 관리 소홀로 A급과 R급이 일부 혼용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관리 소홀로 인한 저희 회사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번 문제 보드의 혼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위에서 발생했는지 재제조 업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전자제품 수리 실태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SYN▶윤철한 국장/경실련 소비자 정의센터
“삼성전자라는 특정 회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산업 전체의 관행적인 문제인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고요. 자체 조사와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도 한 번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까지 성장한 밑거름은 삼성 제품, 삼성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일 겁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작은 부품 하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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