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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강나림 기자

길이 555m 123층 '제2 롯데월드', 이대로 정말 괜찮나?

길이 555m 123층 '제2 롯데월드', 이대로 정말 괜찮나?
입력 2013-12-02 10:48 | 수정 2013-12-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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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헬기가 부딪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제 2 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서울공항의 전투기 이륙의 안전 문제로 강력 반발했던 공군이 MB정부 출범 이후 돌연 찬성입장으로 돌아선 배경은 뭘까요?

    롯데 측이 내년 봄 극장과 대형 쇼핑몰이 입점한 제 2 롯데월드 저층부의 조기 개장을 예고한 가운데 뻔히 보이는 교통대란과 상권침해를 이유로 반발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조기개장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이 공개됐습니다.

    논란속에 공사중인 123층 초고층 빌딩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

    이곳은 제2 롯데월드 공사 현장입니다.

    123층짜리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 타워가 올라가고 있고, 바로 옆엔 명품관을 갖춘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영화관이 들어섭니다.

    하지만 계획할 때부터 완공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제2 롯데월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아침 8시 54분.

    LG전자 소속 8인승 헬기가 제2 롯데월드 인근 서울 삼성동의 38층 아파트를 들이받았습니다.

    ◀SYN▶ 최초 신고자
    "119죠? 아이파크 102동에 헬리콥터가 부딪치고 떨어졌어요." (102동에 헬기가 떨어졌다고요?)
    "헬리콥터가 아파트에 부딪혀서 떨어졌다고!"
    (알겠어요 알겠어요 빨리 갈게요!)

    헬기는 프로펠러가 건물에 박힌 채 70m 아래로 추락해, 산산 조각났고, 조종사 두 사람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만약 헬기본체가 정면으로 충돌해 화재까지 났다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이 사고는 서울 시내 곳곳에 솟아 있는 초고층 빌딩, 특히 롯데월드타워를 둘러싼 하늘 길 안전논란을 다시 점화시켰습니다.

    123층 555m의 롯데월드 타워,

    완공되면 국내 최고 높이, 전 세계적으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초고층 건물입니다.

    2016년 10월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 타워는 이미 51층까지 올라간 상태.

    헬기가 도심 건물에 부딪친 초유의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INT▶ 김온자/송파구 주민
    "앞으로 헬기 사건 없다는 보장은 없잖아. 더 높은 게 있으니. 지금 (롯데월드 타워가)덜 올라갔으니 그렇지 만약 더 올라가봐봐. 항상 위험은 도사리고 있잖아."

    여기에 여당 최고위원이 롯데월드 타워 층수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됐습니다.

    ◀SYN▶ 이혜훈/새누리당 최고위원
    "아직 완공된 상태는 아닌 만큼 제2롯데월드의 층수 조정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 차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 2 롯데월드는 계획 단계와 인허가 과정부터 안정성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롯데그룹이 이 터를 매입한 것은 1987년.

    연면적 80만 제곱미터, 사업비 3조 5천억 원, 국내 최고 높이의 롯데월드 타워를 세우고, 특급 호텔과 그 옆에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을 연결해 세계적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2만 명 고용창출, 연간 관광객 5천만 명을 유치한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1995년 설계안을 제출하자마자 곧바로 공군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제 2롯데월드와 성남 공군 비행장 사이 거리는 불과 5.5km.

    공군은 전투기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며 '절대 불가'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SYN▶ 최차규/2006년 당시 공군본부 전략기회처장
    "롯데에서 신축 예정인 초고층 건물은 계기비행 최종경로접근 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어 자칫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건물 자체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까지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데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제 2롯데월드 사업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며 힘을 실어줬습니다.

    반대 의사를 피력해왔던 공군 참모 총장이 임기를 7개월이나 남기고 전격 교체됐고, 15년 동안 반대 의사를 피력해온 공군은 갑자기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애초 공군은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에서 뜨는 비행기가 군 규정상 항공기가 다닐 수 없는 구역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다 활주로를 오른쪽으로 2.7도 가량 틀고, 최신 항공 안전 장비를 추가하면 안전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겁니다.

    2009년 당시 제2 롯데월드 신축 관련 국회 공청회에 출석했던 전투기 조종사 출신 예비역 공군 장교는 활주로 방향을 바꾸더라도 비상 상황에선 주변에 초고층 건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했지만, 이런 반대 의견에 대한 압력이 상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SYN▶ 김성전/공군 예비역 중령
    "제가 공청회를 나갈 때 당시 공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이 저에게 전화를 세 번을 했어요. 마지막에 무슨 얘기를 했냐면 전술적인 부분을 빼달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참 고심을 했습니다. 정치권과 대통령에 의해서 그것이 강요되는 상황인데.."

    공군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당시 여당 의원들조차 날선 비판을 쏟아낼 정도였습니다.

    ◀SYN▶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
    "이거 하나만 물어봅시다. 빌딩을 짓기 위해, 활주로를 튼 사례가 있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공군참모)총장 잘 아실 거 아니에요.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SYN▶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의원
    "그동안 그렇게 반대해놓고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제2 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해준다고 하면 국민들이 의심을 안 할 국민들이 있겠습니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2009년 정부는 제2롯데월드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착공을 허용했습니다.

    현재 제2 롯데월드의 공정률은 46%.

    최근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자, 공사를 맡은 롯데물산은 안전에 완벽을 기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SYN▶ 김종천 /롯데물산 사업총괄 이사
    "완벽한 안전 보장을 위해서 활주로도 변경시켰고, 여러 가지 첨단 정밀 감시 장비라든지 그런 장비들을 보안을 해서 만일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완벽하게 제거를 했습니다."

    층수 재조정 문제와 관련해선, 적법한 과정을 거쳐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제2 롯데월드에 대해 "데이터 상으로 안전하다고 본다"면서도, 일단 건축을 중단하고 안전을 재점검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공군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삼성동 헬기 사고를 통해 군용기 뿐 아니라 민간 항공기도 통제 불능의 상황이 닥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SYN▶ 조진수 교수/한국항공우주학회장
    "이런 사고가 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사고란 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확률이 어떠냐를 따지기 전에 가능하면 사고가 날 요소는 미리 제거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제2 롯데월드를 둘러싼 논란은 층수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거대한 공사 규모만큼이나 교통과 환경, 상권 등 전반에 걸쳐 우려와 반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대표적인 상습 정체 구간인 잠실역 사거리.

    평일에는 출퇴근 차량으로, 주말엔 백화점과 놀이공원을 찾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SYN▶ 조병천/택시기사
    "잠실 사거리에서 강남역까지는 물론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 정체가) 심하고, 평상시에도 차가 많이 밀리는 편 중 하나에요 이 거리는"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는 롯데가 내년 5월 일부 건물을 먼저 개장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제 2롯데월드는 롯데월드 타워와 8에서 11층짜리 상업동 세 개로 이뤄지는데, 저층부로 불리는 상업동에는 백화점 명품관과 대형 쇼핑몰, 극장, 공연장 등이 들어섭니다.

    롯데 측은 전체건물 완공예정인 2016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상업동을 먼저 열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잠실사거리의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은 평균 1만 3천여 대.

    저층부 세 개 동을 먼저 개장하면 잠실 사거리 교통량은 지금의 네 배 가까이 늘어날 걸로 추산됩니다.

    ◀SYN▶ 백삼종/송파구청 교통행정팀장
    "저층부가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공연장. 이런 게 많기 때문에 (전체 교통 증가량) 6만 7천 대의 64%, 한 4만 3천 대 정도가 저층부 오픈시에 유발되는 교통량으로 저희들이 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2016년까지 상업동을 그냥 비워놓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SYN▶ 김종천/롯데물산 사업총괄 이사
    “2년반 이상을 (저층부 상업동을) 지어놓고 놀려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그래서 지금 저층부 오픈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높은 교통개선대책은 내년 3월 이전에 완료를 목표로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롯데가 내놓은 교통개선 대책은 6가지.

    잠실 사거리에 지하 광장과 잠실길 지하 차도, 버스환승센터를 만들고, 탄천변의 도로를 확장하고, 올림픽대로 하부 도로도 개설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교통대책의 대부분은 롯데월드 타워가 완공되는 2016년을 기준으로 한데다, 일부 공사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SYN▶ 강감창 의원/서울시 교통위원회
    "교통 개선 대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먼저 오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주민과의 상생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우리 기업으로서 갈 길만 가겠다, 그런 취지로밖에.."

    조기개장에 대한 승인권이 있는 서울시는 이대로라면 롯데 측의 계획대로 되기 쉽지 않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SYN▶ 윤준병/서울시 교통본부장
    "(교통 대책 방안이)개선되지 않으면 사용승인 내주기는 어렵지 않겠나..지금 여건으로 봐서는 (저층부 조기 개장이)어려울 가능성 높다고 봅니다. 롯데의 일방적인 희망이 아닐까."

    제2 롯데월드 조기 개장 예고에 주변 영세 상인들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1km 남짓 떨어진 방이시장.

    30여 년 간 명맥을 유지해온 재래시장은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SYN▶ 이세용/방이시장 상인
    "뭔가 지원책도 좀 내주고 그래야 우리도 살지, 자기네들 오픈한다고 날짜만 다 잡아놓고, 우리는 뭐 죽으라는 것밖에 더 돼요?"

    롯데가 상생 방안으로 상인들에게 친절교육과 마케팅 기법 전수, 쇼핑백 등 포장물품 지원 등을 내놨지만, 반응은 싸늘합니다.

    ◀SYN▶ 김영동/방이시장 상인
    "롯데가 우리 재래시장과 상생이니 협력이니 한다는데, 전부 내가 볼 때에는 말 뿐이고, 실질적으로 우리 재래시장에 피부로 와 닿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죠."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석촌호수.

    지난여름부터 호수에 녹조가 심해지고 악취가 심하다는 민원이 잇따랐습니다.

    구청에서 살펴보니, 석촌호수 수위가 70cm 가량 낮아졌습니다.

    제2 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솟아나온 지하수가 빠져나갔던 빈자리로 호수물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구청은 보고 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호수에 한강 물을 끌어다 채워 넣고 있는데, 이 비용은 롯데와 송파구청이 절반씩 부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구청 예산만 1억 5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SYN▶ 오해근/송파구청 환경팀장
    "롯데에서는 처음에는 관련성을 크게 인정도 안 하고 부정도 안 하는 그런 형태였는데요. 지금 저희가 인정을 할 수 있도록 아주 객관적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2 롯데월드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롯데의 일관된 입장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층수 논란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가, 상업동 조기 개장은 그곳이 삶의 터전인 주민과 상인들의 생존에 관한 문제입니다.

    대기업의 수익사업에 따르는 법적 의무, 그 이상의 책임과 성의를 다 하라는 요구가 결코 과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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