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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최 훈 기자

"튜닝, 제대로 하세요"…정부 "튜닝도 산업화"

"튜닝, 제대로 하세요"…정부 "튜닝도 산업화"
입력 2013-12-09 09:42 | 수정 2013-12-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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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란한 엔진소리, 기괴한 문양 등 몇몇 젊은이들의 유별난 취미쯤으로 여겨졌던 자동차 튜닝이 양지로 나왔습니다.

    업계에선 4조원 시장이 열렸고, 관련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며 반기고 있습니다. '나만의 차'를 만든다는 점도 있지만, 단순히 외관만을 꾸미는 튜닝 뿐 아니라 장애인 차량 등 꼭 필요한 튜닝도 있다고 합니다.

    튜닝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

    음악에 따라 자유자재로 회전하는 조명.

    화려한 불빛들.

    가슴을 울리는 수많은 스피커도 모자라, 차량이 아예 헤드폰을 썼습니다.

    클럽에서나 볼 법한 DJ카도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스피커와 디제이 박스까지.

    금세 클럽 같은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억대를 넘는 슈퍼카 부터 원래 차종이 뭐였는지 눈치 채기도 힘든 독특한 모양의 차들 까지...

    모두 개인이 꾸미고 개조한 튜닝 차들입니다.

    황금빛 화려한 타이어 휠에, 차체는 위아래 자유자재로 움직입니다.

    문짝 마다 LED 조명과 모니터가 여럿 설치돼 있고, 트렁크에도 소리에 따라 엘이디 등이 반짝거립니다.

    스피커와 앰프 등 오디오 장비에만 4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친구들 웨딩카로 자주 쓴다는 이 차는 2년 동안 꾸준히 손 본 덕에 이번 예쁜 차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SYN▶ 박정준
    "이 차량 같은 경우는 고급스럽게 예를 들어 어느 호텔 앞에 세워도 이목을 끌 수 있는 차. 어느 시내에 가도 충분히 사람들이 쳐다보고 신기하다라든지 놀라운 눈으로 쳐다볼 수 있는 차량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시끄럽다, 눈부시다, 불법이다.

    튜닝 하면 보통 떠올리는 생각들입니다.

    하지만 요즘 튜닝 카를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모양을 바꾸고, 성능을 높이는 것을 넘어 나만의 차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차를 산 지 1년이 조금 넘은 윤선희 씨.

    개성 있는 외모답게 차도 톡톡 튑니다.

    검은색 차량에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줬고, 휠은 형광색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날 또 튜닝 업체를 찾았습니다.

    1년 만에 벌써 4번째.

    ◀SYN▶ 윤선희
    "이쪽 은색으로 돼 있는 부분 있잖아요. 여기하고 이쪽하고 여기 이쪽 부분하고요 여기 날개. 그리고 뒤쪽 부분 하려고 그러거든요."

    아파트 주차장에 워낙 비슷한 차가 많아서, 자신의 차를 못 찾을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튜닝을 시작했습니다.

    ◀SYN▶ 윤선희
    "똑같은 걸 싫어하고 좀 제가 눈에 띄는 걸 좀 많이 좋아하거든요. 얼굴이 안 되니까 다른 거라도 눈에 띄게 하는데. 한 가지 한 가지 하다가 이렇게..."

    원래 차 색깔은 지금과 확연히 다른 분홍색.

    ◀SYN▶ 윤선희
    "맨 처음 차가 이거였거든요. 그냥 여자 차. 딱 봐도 여자 차 같잖아요. 이렇게 있다가 지금 조금 포스 있게 한번 해보자 해서.."

    남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볼 땐 속상하지만, 그래도 개성을 표현하는 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SYN▶윤선희
    "그냥 제 개성에서 합법적인 선에서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그러시죠. 어머니는 엄마가 하는 말이. 차 그만 꾸미고 너 이제 너나 꾸미고 시집가라고. 그런 식으로 말씀 하시죠."

    연기를 뿜으며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차량들.

    미끄러지듯 아찔한 코너링을 이어갑니다.

    보기만 해도 스릴 넘치는 '드리프트'라는 모터스포츠입니다.

    ◀SYN▶ 소준호/드리프트 선수
    "타는 원리는 우리가 코너를 급하게 꺾으면 앞바퀴든 뒷바퀴든 미끄러질 때가 있잖아요. 미끄러질 때가 있는데 그 미끄러짐을 이용하는 거예요. 갑자기 차 핸들을 급 조작해서 뒤로 미끄러뜨린 다음에..."

    이 영상의 주인공 드리프트 선수 소준호 씨.

    소 씨는 드리프트를 위해 차량을 튜닝 했습니다.

    엔진은 3백 마력에서 6백 마력으로 올렸고, 흡기장치와 냉각장치도 경주용으로 고쳤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누구보다 즐기지만, 튜닝할 때 무엇 보다 신경쓴 건 안전입니다.

    ◀SYN▶ 소준호/드리프트 선수
    "눈에 보이는 데는 이렇게 휠하고 쇼바하고 타이어 정도인데, 눈에 안 보이는 데가 많이 튜닝이 돼있죠. 차대 강성을 높이는 작업이라든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소음기도 달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튜닝 이미지가 좋지 않은 건 극히 일부 폭주족들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합니다.

    ◀SYN▶ 소준호/드리프트 선수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거죠. 지금 한번 시내 나가보세요. 불법 HID 차에 장착한 사람들 몇 명이나 있을 거 같아요. 없어요."

    43살 엄 현 씨는 벌써 17년 째 이 차를 타고 있습니다.

    차 문짝은 고급 스포츠카처럼 위로 열리는 이른바 '걸 윙 도어' 방식.

    차량 내부도 경주용 차처럼 모두 바꿨습니다.

    ◀SYN▶ 엄현/97년식 티뷰론 운전자
    “이거는 수온. 이거는 배기 온도. 부스트 게이지. 쉬프트 램프. 이거는 엔진 부스트 컨트롤러.”
    (여기 빨간 버튼은 뭐예요?)
    “이거는 크랙슨(경적).”

    차 값은 천4백만 원인데, 튜닝비는 1억 원이 들었습니다.

    ◀SYN▶ 엄현/97년식 티뷰론 운전자
    (도색도 좀 달라 보이네요. 좀 좋아 보이는데요.)
    “도색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오렌지 펄이에요. 그래서 고급스럽죠.”
    (아 람보르기니에만 쓰는 도색이에요?)
    “네네.”

    큰돈이 들었지만, 17년이나 탔고, 앞으로도 잘 관리해서 계속 탈거기 때문에 꼭 낭비만은 아니라는 게 엄 씨의 생각입니다.

    번호판도 일부러 17년 전 번호판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SYN▶ 엄현/97년식 티뷰론 운전자
    “그래야만 처음부터 소지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죠.”
    (아 번호판을 바꾸면?)
    “중고차 산 것처럼 느껴지니까. 대부분 마니아들은 다 알죠. 처음부터 차를 좋아해서 여태껏 꾸몄구나. 그것을 느낄 수가 있죠.”

    눈이나 비가 오면 차가 망가질까봐 아예 운행을 하지 않고, 주차장이 마땅치 않은 식당은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엄 씨는 이 차를 앞으로 50년 더 탈 생각입니다.

    엄 씨 집 마당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 자동차 부품으로 가득합니다.

    차가 이미 단종 됐기 때문에 고장 나도 수리할 수 있도록 5년 전에 미리 차량 부품을 사놓고 보관하는 겁니다.

    ◀SYN▶ 엄현/97년식 티뷰론 운전자
    "앞유리, 문짝 알루미늄 문짝 2개 구했고요. 펜더(흙받기) 이건 쇼바(완충기) 타이어, 범퍼..."

    "요란하게 겉모양을 꾸미거나 엔진 출력을 높이는 정도의 튜닝이라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를 바꾸지 않고도 적은 돈으로 필요한 기능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튜닝의 또 다른 이유입니다.

    카레이서이자 튜닝업체를 운영하는 신형철 씨.

    신 씨가 차에 다가가자 잠겼던 차 문이 풀리고, 좌석에 앉기도 전에 자동으로 시동이 걸립니다.

    아내를 위해 신 씨가 직접 튜닝한 기능입니다.

    ◀SYN▶ 신형철
    "원래 이 차량은 키로 시동을 거는 차량인데 아내가 좀 편하게 사용하라고 스타트 버튼으로 개조해서 따로 제가 경보기를 개조해서 장착했는데"

    차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

    신 씨가 차에서 멀어지자 차량 문이 자동으로 잠깁니다.

    ◀SYN▶ 신형철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꺼낼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렇죠.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사용할 수 있게 편리하게 기존의 순정 차량의 스마트키 보다 좀 더 진화되어 있는 스마트키를 만들어서 장착한 겁니다."

    차 열쇠가 없어도 앞 유리 터치센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문을 열고 시동도 걸 수 있습니다.

    차에 전화번호를 남길 필요도 없습니다.

    터치 센서를 3초 동안 누르면, 곧바로 차 열쇠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SYN▶ 신형철
    "누가 차를 건든다든지 충격이 오면 다 따로따로. 누가 문을 땄다고 해도..."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이 준중형 차엔 이렇게 크고 작은 튜닝이 100가지 들어가 있습니다.

    가장 옵션이 적은 이른바 깡통 차량인데, 웬만한 수입차 못지않은 각종 편의장치를 추가로 단 겁니다.

    3단계로 높이 조절이 가능한 헤드라이트.

    어두운 밤길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SYN▶ 신형철
    "상향등처럼 눈부시지 않지만 조금 더 멀리 시야가 확보돼서 야간 운전에 훨씬 편하고..."

    실내등도 LED로 모두 바꿔 훨씬 밝아졌고, 밤에는 잘 안 보이던 각종 버튼에도 LED 등을 달아 잘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SYN▶ 신형철
    (계기판 색깔도 바뀌었네요?)
    "네. 계기판도 원래 흰색이었는데 아내가 눈이 좀 안 좋아서 편하게 운전하라고..."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기능만 스스로 골라서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 없는 기능까지 다 돈 내고 사야하는 완성차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SYN▶ 신형철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라고 생각해요. 아반떼 MD는. 일단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으니까. 그런데 똑같은 MD를 타더라도 아내가 탈 때 좀 더 만족스럽게 탈 수 있게..."

    공익을 위한 튜닝도 있습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장애인 전용차량.

    휠체어로 차에 타고 내리기 쉽게 전동 리프트를 설치하거나, 휠체어 없이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전동 시트도 있습니다.

    ◀SYN▶ 이규방 상무/‘특장차’ 제작전문업체
    "노인분 들이나 장애인분들을 차량 안으로 모시려 하다보면 굉장히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죠. 특히 허리를 많이 부상하는 부분이 있는데..."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앉아도 창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차량 바닥은 낮추고, 천장은 높이는 등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차량도 마찬가지.

    어린이들이 타고 내리기 쉽게 발판을 만들고, 안전을 위해 보호 표시등을 설치하는 것도 튜닝입니다.

    ◀SYN▶ 윤삼걸/‘어린이차’ 전문 튜닝업체
    "적색등이 들어오는 건 일반인들이 즉시 어린이가 타고 내리니까 즉시 서라 이런 의미입니다. 그리고 노란 등은 이 차가 출발할 거니까 주의해서 움직여라 그런 의미입니다."

    이처럼 튜닝은 개성 표현일 뿐 아니라 누군가에겐 꼭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남에게 피해만 주고, 단속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비쳐져 있습니다.

    현행 자동차 법은 차색깔이나 타이어 휠을 바꾸는 것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 규정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 차량은 같은 차종.

    그런데 왼쪽 차량의 헤드라이트는 노란색 빛을 내는 할로겐 등이고, 오른쪽은 흰색 빛을 내는 HID가 달려 있습니다.

    할로겐보단 오른쪽 HID가 훨씬 밝습니다.

    양쪽 모두 차를 살 때부터 달려 있던 순정품.

    할로겐을 더 밝은 HID로 바꾸려면 전구만 사서 끼우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하지만, 오른쪽 차량의 HID 라이트를 통째로 떼어내 왼쪽 차량에 달면 이건 합법입니다.

    ◀SYN▶ 김성민/튜닝전문업체
    "이거 하나 바꾸면 전구 하나 바꾸니까 한 5만 원에서 15만 원, 30만 원 정도 안에서는 해결되는데 통째로 바꾸면 200만 원 정도가 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애매한 법 규정들 때문에 지난주 정부가 주최한 제1회 튜닝카 경진대회 출전 차량은 현행법대로라면 대부분 불법입니다.

    ◀SYN▶ 김필수 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미국이나 영국 같은 데서는 엔진이나 변속기를 본인이 사다가요 자기 집 뒤뜰에서 차를 직접 섀시를 만들어 가지고 길거리에 나올 때 번호판을 붙이고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완전히 불가능한 거죠."

    자동차 생산 5대 강국인 우리나라의 튜닝 시장 규모는 5천억 원.

    미국 35조 원, 독일 23조 원, 일본 14조 원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입니다.

    정부도 앞으로 튜닝을 단속 대상이 아닌 4조 원대 시장으로 키우고, 일자리도 현재 만 명에서 4만 명으로 확대시킬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불량 부품들이 난립하며 시민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부품 인증 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해 소비자가 믿고 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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