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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장인수 기자

회장님 빌라 부도사건을 아십니까? 20억짜리 명품 인테리어 해줬는데…

회장님 빌라 부도사건을 아십니까? 20억짜리 명품 인테리어 해줬는데…
입력 2014-01-27 13:30 | 수정 2014-01-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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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골프 리조트 회사의 회장. 자신의 리조트 안에 있는 고급빌라에서 화려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빌라의 인테리어 공사 대금을 떼먹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인테리어 업체들은 자회사를 통해 공사를 진행했고 공사가 끝나자 석연치 않은 부도가 나 공사대금을 못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리조트측은 부도가 났으니 공사대금을 못준다며 대신 골프장 이용 선불카드를 받아가라는데…

    =============================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바다와 인접한 70만 평 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아일랜드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골프장 디자인의 거장 데이비드 데일이 설계했고 삼성 에버랜드가 시공했습니다.

    리조트의 자산 평가액은 총 2700억 원.

    웅장하고 화려한 클럽하우스가 보이고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지은 교회도 눈에 띕니다.

    클럽하우스 옆으로 5층짜리 빌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 빌라는 모두 10가구로 내부 인테리어에만 20억 원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공사가 끝난 이 빌라에는 이 리조트의 회장과 아들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화려한 삶은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에 방송되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고급 빌라를 직접 공사했던 인테리어 업자들이 최근 2580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이 리조트 회장이 자신들이 지은 빌라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은 빌라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김현호 씨는 지난해 4월 계약서를 쓰고 이 빌라 절반의 인테리어를 맡았습니다.

    공사 발주회사는 아일랜드리조트의 자회사 격인 NCC, 결제 조건은 100% 어음이었습니다.

    혹시 부도가 나서 돈을 못 받을까 처음엔 계약을 망설였습니다.

    ◀ 김현호 사장/인테리어 업체 ▶
    "(NCC의)재무제표를 떼보고 했더니 부채 비율이 저희가 알아봤을 때 1,200퍼센트가 넘더라고요"

    하지만, NCC가 부도나도 모회사인 아일랜드리조트가 공사대금을 차질없이 주겠다는 지급보증을 받고 나서야 김씨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서에도 그렇게 명시했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아일랜드 리조트를 믿고 공사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 김OO 사장/인테리어 업체 ▶
    "아일랜드 골프장이 워낙 규모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거가(공사대금 8억 원이) 문제가 되겠는가?"

    ◀ 김종환 사장/전기공사 업체 ▶
    "담당자들도 그렇게 무슨 여기가 부도가 나겠느냐. 자기들이 보증을 서주겠다 라고까지 웃으면서 얘기까지 했었는데…."

    인테리어는 대부분 수입 제품에 최고급 자재로 시공됐습니다.

    ◀ 김현호 사장/인테리어 업체 ▶
    "거의 뭐 최고급. 정말로 최고급 정도."

    복층으로 꾸며진 5층 펜트하우스의 샹들리에는 해외에서 주문 제작해 600만 원이 들었습니다.

    거실에 설치한 이탈리아제 등은 300만 원을 육박합니다.

    욕실과 테라스에 쓴 목재도 수입해왔고 등을 켜는 스위치도 독일 제품을 달았습니다.

    모두 이들 영세한 인테리어 업체들이 자신들 돈으로 구매해 설치해 준 것들입니다.

    ◀ 김OO 사장/인테리어 업체 ▶
    "이게 거의 개당 40만 원에서 60만 원."
    (아 이 수도꼭지 하나가 40만 원이요?)
    "" 수입 독일제입니다. 이거는.

    주방 가전 역시 모두 수입 명품이 들어갔습니다.

    냉장고는 2500만 원짜리 미국 브랜드 제품이고 식기세척기, 전기 오븐, 세탁기는 독일 제품이 설치됐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두 달만인 6월 말에 끝났고 업체들은 공사대금으로 현찰 대신 어음을 받았습니다.

    어음은 일정기한이 지나면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증명서입니다.

    업체들이 받은 어음의 지급 기한은 상당수가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습니다.

    ◀ 김OO 사장/인테리어 업체 ▶
    "12월 30일에 하도 불안해서 또 전화를 했습니다./ 내일이 만기인데 어떻게 이상 없겠습니까? 아무 지금까지 문제없는데 무슨 이상이 있겠느냐?"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NCC는 돈이 없다며 어음을 부도 처리했습니다.

    공사 업체들이 들고 있던 어음 19억 원이 휴짓조각이 된 겁니다.

    ◀ 김종환 사장/전기공사 업체 ▶
    "그날까지 통화했을 때도 말일 날 주겠다고 얘기를 했었으니까 걱정 않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그런 기분이죠."

    업체 사장들은 아일랜드 리조트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리조트 측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합니다.

    NCC와 아일랜드 리조트는 서로 다른 법인이며, 상관이 없는 회사라는 것이었습니다.

    NCC가 발행한 어음입니다.

    어음 발행인은 NCC 대표이사 이 모 씨.

    이 씨는 아일랜드 리조트 권 모 회장의 부인입니다.

    권 회장과 부인 이씨의 지분을 합치면 NCC의 최대 주주가 됩니다.

    기업신용분석보고서에도 아일랜드리조트가 관계사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업체 사장들은 애초부터 돈 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 김현호 사장/인테리어 업체 ▶
    "다 그래요. 저 큰 회사가 13억 8천만 원 못 막고 부도를 낸다는 건 좀 그렇지 않냐고."

    휴양지 측은, 자신들이 지급보증을 해준 업체에게조차 돈이 없어 못 주는 형편이라며 소송을 할 테면 하라고 말했습니다.

    ◀ 권OO 부사장/아일랜드 리조트 ▶
    "민형사상 그건 관계없어. 뭘 어떻게 할 건데. 어음으로 들어가면 민사인데. 민사에서 돈이 있어야 갚지"

    아일랜드 리조트 측은 이렇게 NCC와 자신들은 상관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공사대금을 줄 수 없으니 골프장 선불카드를 대신 받아가라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선불카드는 충전된 금액만큼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골프를 칠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입니다.

    공사대금 대신 골프 상품권을 받아든 인테리어 사장들, 어떻게든 이거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해 보려고 동분서주했지만, 좀처럼 팔리지 않았습니다.

    ◀ 김OO 사장/인테리어 업체 ▶
    "설 명절 앞두고 어떻게 그거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해보려는 건데 좀 알아봐 주세요"

    골프장 경기가 불황이어서 여기저기 사정해 보고 대폭 할인을 해줘도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합니다.

    ◀ 김OO 사장/인테리어 업체 ▶
    "지인들에게 팔아보려고 천만 원짜리입니다. 제가 어려운 일을 당해서 그렇습니다. 좀 팔아주십시오. 그러면 500만 원 400만 원 반도 안 되게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업체 사장들은 천만 원짜리 카드면 1천 2백만 원 정도를 충전해달라고 아일랜드 휴양지 측에 요구했습니다.

    그래야, 600만 원 정도라도 받고 팔 수 있을까 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거절당했습니다.

    ◀ 권OO 부사장/아일랜드 리조트 ▶
    "부사장: 다른 건 못해"
    (업체 사장: 그러니까 먼저 주신 것 외에는 대안이 전혀 없다는 얘기입니까?)
    "부사장: 그럼 어떻게 하겠어"

    리조트 측은 선불카드를 공사대금 대신 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도난 회사에서 선불카드라도 준 것은 오히려 업체들을 배려한 거란 입장입니다.

    ◀ 권OO 부사장/아일랜드 리조트 ▶
    "어음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떤 사용권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일랜드 입장에서는 요즘 보기 드문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사 대금을 떼인 업체들과 선불카드를 준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아일랜드 리조트.

    이런 분쟁의 와중에 이 빌라가 불법건축물이라는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골프장의 관리감독청인 안산시청에 찾아가 골프장 빌라와 관련된 인허가 서류를 찾아봤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빌라와 관련된 서류는 전혀 없었습니다.

    ◀ 담당공무원/안산시청 도시계획과 ▶
    (빌라는 없네요?)
    "빌라는 없어요."
    (그럼 빌라를 지으면 안 되는 거죠? (허가난 게) 없으니까)
    "그렇죠. 빌라를 짓다니?"

    리조트측이 시청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빌라가 들어선 바로 그 자리에 5층짜리 관리사무소가 신고돼 있습니다.

    관리사무소의 설계도면을 확인해보니 빌라의 공사 도면과 외형상으론 일치합니다.

    하지만, 내부는 딴판입니다.

    사무실, 휴게실 등으로 쓰겠다며 관리사무소로 허가를 받아놓고 실제론 빌라로 분양하고 있었던 겁니다.

    엄연한 불법입니다.

    사용허가도 나지 않았습니다.

    ◀ 담당 공무원/안산시청 건축과 ▶
    "관리사무소요? 관리사무소는 별도로 안 났고요. (그러니까 관리사무소는 임사사용승인 허가가 안 나갔다는 거죠?) 예 그건 난 적이 없습니다."

    리조트 측은 애초부터 이 건물은 빌라가 아니라 관리사무소를 임직원 숙소로 쓴 것이며, 사용승인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 권OO 부사장/아일랜드 리조트 ▶
    "관리사무소 관리동 그렇죠. 임직원들도 살 수 있고 하기 때문에 숙소로도 쓰고...임시사용허가를 여기 다 전체적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리조트측은 현재 여러 매체를 동원해 빌라 분양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 리조트 직원 ▶
    "네 분양 중입니다. 고객님. 지금 8세대는 다 분양이 끝났고요. 2세대밖에 안 남았습니다. 지금 티브이에서 보신 그 빌라 있으시잖아요. 그게 한 동이고요.(93평형은 더 비싼데 그것도 5억이에요?) 그거는 분양 끝났어요. 입주 다 하셔서 살고 계십니다."

    결국, 자신들 돈으로 회장이 살 집을 호화판으로 꾸며준 꼴이 된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 김종환 사장/전기공사 업체 ▶
    "내일 어머님 팔순 잔치에요. 팔순. 팔순을 하는데 제가 지금 좀 많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거기도 가지 못할 상황까지 됐어요."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자재를 납품했던 협력업체들까지 대금을 못 받아 연쇄 부도 위기에 빠졌습니다.

    ◀ 양종윤 사장/금속자재 업체 ▶
    "죽고 싶죠. 중소기업 사장님들 자살하고 그런 심정을 이해하고 내가 그러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양씨는 8600만 원어치 선불카드를 받아왔지만 결국, 한 장도 팔지 못하고 다시 아일랜드 리조트에 돌려줬습니다.

    그런데 휴양지 측에선 선불카드를 주며 민형사상 이의을 묻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 양종윤 사장/금속자재 업체 ▶
    "뭐 민형사상의 책임을 못 진다는 서약서를 들고 오더라고요 그거 사인을 하라고 하는데 반으로 찢어서 버렸습니다."

    졸지에 골프장 선불카드 영업사원이 돼 버린 업체 사장들.

    이들은 리조트 회장과 그 가족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문제가 된 바로 그 빌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 김OO 사장/인테리어 업체 ▶
    "(그 빌라) 제 돈이죠. 지금 그거 한두 푼도 아니고 지금 거기서 그렇게 호화스럽게 살고 있는 걸 방송을 내고 무슨 생각과 의도인지를 모르겠어요."

    리조트 측은 부도 사태와 TV출연은 별개라고 반박합니다.

    ◀ 권OO 부사장/아일랜드 리조트 ▶
    "예능 프로그램 매체에서 협력하라고 하니까 협력한 것뿐이지 저희들이 그거를 내달라고 했습니까? 어떻게 했습니까?"

    현재 아일랜드 리조트 측은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선불카드를 주는 것 외에는 어떤 조치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팔리지 않는 선불카드만 받아든 영세업자들은 자신들이 지은 화려한 빌라를 보며 오늘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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