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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기자
장인수 기자
리모델링, 대안 될까?
리모델링, 대안 될까?
입력
2014-04-14 08:49
|
수정 2014-04-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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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이달부터 '수직증축'을 통해 세대 수를 늘려 기존 주민들의 분담금을 절감할 수 있는 리모델링이 가능해지면서 실제로 리모델링으로 돌아서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단지가 아니어도 부분적으로 자신의 집을 깨끗하게 고쳐 사는 갖가지 리모델링도 가능하다는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재산증식 수단에서 거주공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최근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리모델링'을 조명해봅니다.
=============================
지난 1월 완공된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아파트.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교통까지 편리해 매매가가 14억 원이나 됩니다.
최근 입주한 조현희 씨는 집 자랑을 멈출 줄 모릅니다.
◀조현희/서울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주민▶
"베란다가 액자 걸어놓은 것같이 밖에 경치가...황사가 심한 날은 창문을 열지 않으니까 (환풍기) 이걸 사용하고 있죠.“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걸러주는 기능도 있어요?”)
“공기청정기 기능이에요.”
조현희 씨가 특히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은 안전입니다.
아파트 주차장, 건물 출입구, 현관문까지 세 단계에 걸쳐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방문객이 집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집에 없을 때 다녀간 사람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현희/서울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주민▶
"제가 없을 때에도 저희 집에 누가 왔다갔나 다 조회가 되고요"
177세대 밖에 안 되는 작은 아파트 단지지만 체력단련장, 골프연습장 같은 편의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조현희 씨가 최근 입주한 이 아파트는 실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였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새 집으로 바뀐 겁니다.
최근 서울 강남엔 이렇게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태어난 아파트 세 곳이 나란히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대치동의 우성 2차 아파트는 1989년에 지어졌습니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에 시달려야 했고 아파트도 볼품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처음엔 재건축을 원했습니다.
◀이동진/강남구 대치동 우성 2차 주민▶
"차라리 리모델링 하지 말고 재건축을 하지, 왜 자꾸 리모델링을 추진하느냐. 그래서 계속 반대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하지만 재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법적시한 36년이 되는 2025년까지 기다려야했고 그때 가서 허가가 난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선택했고 지난 2월말 공사가 끝나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칙칙한 아파트 외관은 새단장을 했고 답답하던 지상 주차장은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대신 지상엔 주민들의 휴식공간과 놀이터 체력단련장이 마련됐습니다.
내부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좁고 지저분하던 주방은 고급스러워졌고 거실과 전망은 한층 시원해졌습니다.
아파트 어디를 둘러봐도 과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동진/강남구 대치동 우성 2차 주민▶
"기존에 기둥하고 벽, 바닥 이것만 남겨놓고 나머진 다 철거한 거죠. 그리고 나서 안에 배치를 다 방 배치 거실 배치 이걸 다 따로따로 한 거죠."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는 입주민들이 분담금을 내서 진행하는데 세대 당 1억 원에서 3억 원 정도 됩니다.
이 때문에 나중에 아파트 값이 입주민들이 낸 분담금만큼 오르지 않으면 주민들은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됩니다.
대치동 우성 2차 아파트의 리모델링 전 가격은 전용면적 84제곱미터 세대가 8억 원 정도.
리모델링 공사비용으로 세대 당 2억 5천만 원을 냈습니다.
공사 뒤 10억 5천만 원이면 본전인 셈인데 현재 시세는 12억 원.
1억 이상 오른 겁니다.
증축을 통해 아파트 전용면적도 40평대인 110제곱미터로 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청담동 조현희 씨의 아파트도 크게 올랐습니다.
예전에는 8억 원 정도였는데 리모델링 후 전용면적이 30제곱미터 늘었고 가격은 14억 원까지 올라 공사 분담금 3억 원을 빼고도 3억 원이 남았습니다.
◀양용석 소장/청담동 자이부동산▶
"리모델링 이전의 금액대는 7억에서 8억 원대 정도. 30평대 기준으로 하던 금액대가 분담금 납부하고 지금 뭐 좋은 층 로얄층 기준으로 해서 15억 원에서 16억 원 정도 나오고 있고요."
손해 보지 않을까 리모델링을 망설였던 주민들은 이젠 돈보다 오히려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데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조현희/서울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주민▶
"삶의 질이 좀 높아졌다고나 할까? 그 다음에 최신 그 시스템 자체가 뭐 비교가 안 될 만큼 굉장히 업그레이드 됐죠."
헌집을 새집으로 바꾸고 돈도 남기고. 장밋빛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원래 집값이 비싼 강남 지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거액의 분담금을 냈다가 집값이 그만큼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볼 공산도 큽니다.
그래서 정부가 최근 분담금을 적게 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었는데요.
주택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아파트 리모델링은 세대수를 늘릴 수 없고 수평증축을 통해 세대 면적만 늘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달 말부터는 위로도 증축해 세대수를 늘릴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됩니다.
이렇게 늘어난 세대를 일반분양으로 팔아 공사비를 보충하면 주민들이 내야할 분담금을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러자 노후 아파트가 많은 신도시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중 3중으로 주차돼있는 차량들.
분당의 한솔 5단지 아파트에서는 매일같이 주차전쟁이 벌어집니다.
◀문철욱/분당 한솔5단지 주민▶
(“안에 주차 공간이 없어서 여기다 세우신 건가요?)
“네. 딱지도 끊었죠.”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당연하죠. 그건. 밤늦게 오면 무조건 여기다 대야해요.”
수도관에는 시커멓고 누런 녹이 가득 차 있습니다.
◀구자선/분당 한솔5단지 리모델링 조합장▶
"새로 입주 전세 입주하셨다가 몇 개월 못 사시고 나가시는 분들도 없지 않아 있거든요"
주민들은 재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경기도의 경우 1993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 자격이 생깁니다.
분당의 아파트들은 모두 1992년에서 1996년 사이에 지어졌기 때문에 재건축까지는 아직도 20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가능해 리모델링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기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리모델링이 싸다는 겁니다.
◀김복남/분당 매화2단지 주민▶
"다른데 30평 이상 구입하려면 지금 여기 매매해도 거기다가 한 3억 정도 보태야 되는데 (리모델링) 분담금은 1억 5천만 원 이하로 나온다고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더 경제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주민들과 성남시 공무원들이 함께 서울의 리모델링 아파트를 방문해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안강숙/성남시 분당 주민▶
"너무 좋고요. 그냥 놀랐어요. 저희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충동이 생기는데요."
◀김명규/성남시 분당 주민▶
"맘에 드는데요. 생각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는 좀 작은 것 같고 리모델링하다 보니까 옛날 구조가 변경되면서 표시 나는 데가 좀 있어요."
분당은 현재 2개 단지가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끝냈고 11개 단지가 추가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뛰어들었습니다.
규제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억 원 안팎의 돈을 내고 자기 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이 꼭 집값 비싼 동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합니다.
수익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으로 시각을 바꿔보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1975년에 지은 서울 당산동의 평화아파트는 대표적인 노후 단지였습니다.
주민들은 재건축을 원했지만 안전진단 결과 아파트가 튼튼해 허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강태만/서울 평화아파트 주민▶
"당시 안전진단이 보수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던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곧바로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세대장 8천만 원에서 1억 6천만 원까지 분담금을 내야했지만 낡은 아파트에서 더 이상 살기 싫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더 컸습니다.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2010년 공사를 끝냈습니다.
◀김복순/서울 평화아파트 주민▶
"아이고 많이 좋아졌죠. 너무 좋아졌어요. 잘됐다고 정부에서 상도 받고. 최고로 잘됐다고."
소위 말하는 강남3구도 아니고 주변 여건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어서 개발 이익을 노리고 한 사업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대표적인 리모델링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몇몇 아파트들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주거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겁니다.
◀이상월/수원 동신아파트 쥬만▶
"저는 욕심은 안 부리고요.‘손해만 안 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신 새집에서 살잖아요."
◀이형욱/안양 목련아파트 주민▶
"첫째 리모델링 목적이라는 게 삶의 질의 향상이고 주거환경 개선이고 그 다음 차순위가 이제 투자이익인데..."
특히, 아파트 전체에 손을 대 증축하는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대폭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전에 신혼집을 차린 임동현 씨는 단돈 3천만 원에 리모델링을 끝냈습니다.
가구와 가전 값을 빼면 리모델링 공사비용으로는 1천 5백만 원도 들지 않았습니다.
◀임동현/대전 효성타운 주민▶
"좀 오래됐더라도 거기를 제가 맞는 제 생활 라이프 스타일이랑 맞게 리모델링을 해서 나에게 맞는 집을 사느냐 두 가지에 대해서 되게 고민을 하다가..."
대신 자신의 집만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기존의 수도관이나 전기 배선 아파트 구조 등은 바꿀 수 없었습니다.
◀임동현/대전 효성타운 주민▶
"이런 배선 같은 거나 수도 부분 같은 거 있잖아요. 이 부분을 위치를 바꿀 수가 없어요. 기존에 이렇게 다 매립되어 있는 거라."
이럴 경우 주민들이 공동으로 맞춤형 리모델링을 진행하면 2~3천만 원 정도로 이런 부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현재 15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들은 전국에 430만 호.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처럼 재건축으로 큰 이익을 남기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데다, 경제적 이익보단 삶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윤영선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투입 비용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얻어가지고 이익을 남기겠다 이런 발상보다는 정말로 불편해서 노후화됐는데 정말로 불편해서 못사는 내 주거의 열악한 질을 갖다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치고 그렇게 함으로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편의.."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이 최상의 선택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돈만 들이고 결국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고, 재건축 대한 기대와 선호가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또 기존 골조를 유지한 채 진행되는 공사라 평면 구조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여전히 리모델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계식▶
"손해를 보는 거죠. 리모델링을 하면 재산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재건축이 더 좋죠. 할 수만 있다면..."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그동안 리모델링은 사실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이뤄진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한 아파트는 전국에 모두 15개 단지, 2천 세대에 불과합니다.
규제 완화와 집에 대한 인식의 변화, 두 가지 흐름을 타고 리모델링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달부터 '수직증축'을 통해 세대 수를 늘려 기존 주민들의 분담금을 절감할 수 있는 리모델링이 가능해지면서 실제로 리모델링으로 돌아서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단지가 아니어도 부분적으로 자신의 집을 깨끗하게 고쳐 사는 갖가지 리모델링도 가능하다는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재산증식 수단에서 거주공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최근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리모델링'을 조명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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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완공된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아파트.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교통까지 편리해 매매가가 14억 원이나 됩니다.
최근 입주한 조현희 씨는 집 자랑을 멈출 줄 모릅니다.
◀조현희/서울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주민▶
"베란다가 액자 걸어놓은 것같이 밖에 경치가...황사가 심한 날은 창문을 열지 않으니까 (환풍기) 이걸 사용하고 있죠.“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걸러주는 기능도 있어요?”)
“공기청정기 기능이에요.”
조현희 씨가 특히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은 안전입니다.
아파트 주차장, 건물 출입구, 현관문까지 세 단계에 걸쳐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방문객이 집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집에 없을 때 다녀간 사람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현희/서울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주민▶
"제가 없을 때에도 저희 집에 누가 왔다갔나 다 조회가 되고요"
177세대 밖에 안 되는 작은 아파트 단지지만 체력단련장, 골프연습장 같은 편의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조현희 씨가 최근 입주한 이 아파트는 실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였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새 집으로 바뀐 겁니다.
최근 서울 강남엔 이렇게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태어난 아파트 세 곳이 나란히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대치동의 우성 2차 아파트는 1989년에 지어졌습니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에 시달려야 했고 아파트도 볼품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처음엔 재건축을 원했습니다.
◀이동진/강남구 대치동 우성 2차 주민▶
"차라리 리모델링 하지 말고 재건축을 하지, 왜 자꾸 리모델링을 추진하느냐. 그래서 계속 반대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하지만 재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법적시한 36년이 되는 2025년까지 기다려야했고 그때 가서 허가가 난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선택했고 지난 2월말 공사가 끝나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칙칙한 아파트 외관은 새단장을 했고 답답하던 지상 주차장은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대신 지상엔 주민들의 휴식공간과 놀이터 체력단련장이 마련됐습니다.
내부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좁고 지저분하던 주방은 고급스러워졌고 거실과 전망은 한층 시원해졌습니다.
아파트 어디를 둘러봐도 과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동진/강남구 대치동 우성 2차 주민▶
"기존에 기둥하고 벽, 바닥 이것만 남겨놓고 나머진 다 철거한 거죠. 그리고 나서 안에 배치를 다 방 배치 거실 배치 이걸 다 따로따로 한 거죠."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는 입주민들이 분담금을 내서 진행하는데 세대 당 1억 원에서 3억 원 정도 됩니다.
이 때문에 나중에 아파트 값이 입주민들이 낸 분담금만큼 오르지 않으면 주민들은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됩니다.
대치동 우성 2차 아파트의 리모델링 전 가격은 전용면적 84제곱미터 세대가 8억 원 정도.
리모델링 공사비용으로 세대 당 2억 5천만 원을 냈습니다.
공사 뒤 10억 5천만 원이면 본전인 셈인데 현재 시세는 12억 원.
1억 이상 오른 겁니다.
증축을 통해 아파트 전용면적도 40평대인 110제곱미터로 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청담동 조현희 씨의 아파트도 크게 올랐습니다.
예전에는 8억 원 정도였는데 리모델링 후 전용면적이 30제곱미터 늘었고 가격은 14억 원까지 올라 공사 분담금 3억 원을 빼고도 3억 원이 남았습니다.
◀양용석 소장/청담동 자이부동산▶
"리모델링 이전의 금액대는 7억에서 8억 원대 정도. 30평대 기준으로 하던 금액대가 분담금 납부하고 지금 뭐 좋은 층 로얄층 기준으로 해서 15억 원에서 16억 원 정도 나오고 있고요."
손해 보지 않을까 리모델링을 망설였던 주민들은 이젠 돈보다 오히려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데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조현희/서울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주민▶
"삶의 질이 좀 높아졌다고나 할까? 그 다음에 최신 그 시스템 자체가 뭐 비교가 안 될 만큼 굉장히 업그레이드 됐죠."
헌집을 새집으로 바꾸고 돈도 남기고. 장밋빛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원래 집값이 비싼 강남 지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거액의 분담금을 냈다가 집값이 그만큼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볼 공산도 큽니다.
그래서 정부가 최근 분담금을 적게 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었는데요.
주택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아파트 리모델링은 세대수를 늘릴 수 없고 수평증축을 통해 세대 면적만 늘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달 말부터는 위로도 증축해 세대수를 늘릴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됩니다.
이렇게 늘어난 세대를 일반분양으로 팔아 공사비를 보충하면 주민들이 내야할 분담금을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러자 노후 아파트가 많은 신도시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중 3중으로 주차돼있는 차량들.
분당의 한솔 5단지 아파트에서는 매일같이 주차전쟁이 벌어집니다.
◀문철욱/분당 한솔5단지 주민▶
(“안에 주차 공간이 없어서 여기다 세우신 건가요?)
“네. 딱지도 끊었죠.”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당연하죠. 그건. 밤늦게 오면 무조건 여기다 대야해요.”
수도관에는 시커멓고 누런 녹이 가득 차 있습니다.
◀구자선/분당 한솔5단지 리모델링 조합장▶
"새로 입주 전세 입주하셨다가 몇 개월 못 사시고 나가시는 분들도 없지 않아 있거든요"
주민들은 재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경기도의 경우 1993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 자격이 생깁니다.
분당의 아파트들은 모두 1992년에서 1996년 사이에 지어졌기 때문에 재건축까지는 아직도 20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가능해 리모델링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기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리모델링이 싸다는 겁니다.
◀김복남/분당 매화2단지 주민▶
"다른데 30평 이상 구입하려면 지금 여기 매매해도 거기다가 한 3억 정도 보태야 되는데 (리모델링) 분담금은 1억 5천만 원 이하로 나온다고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더 경제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주민들과 성남시 공무원들이 함께 서울의 리모델링 아파트를 방문해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안강숙/성남시 분당 주민▶
"너무 좋고요. 그냥 놀랐어요. 저희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충동이 생기는데요."
◀김명규/성남시 분당 주민▶
"맘에 드는데요. 생각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는 좀 작은 것 같고 리모델링하다 보니까 옛날 구조가 변경되면서 표시 나는 데가 좀 있어요."
분당은 현재 2개 단지가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끝냈고 11개 단지가 추가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뛰어들었습니다.
규제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억 원 안팎의 돈을 내고 자기 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이 꼭 집값 비싼 동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합니다.
수익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으로 시각을 바꿔보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1975년에 지은 서울 당산동의 평화아파트는 대표적인 노후 단지였습니다.
주민들은 재건축을 원했지만 안전진단 결과 아파트가 튼튼해 허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강태만/서울 평화아파트 주민▶
"당시 안전진단이 보수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던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곧바로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세대장 8천만 원에서 1억 6천만 원까지 분담금을 내야했지만 낡은 아파트에서 더 이상 살기 싫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더 컸습니다.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2010년 공사를 끝냈습니다.
◀김복순/서울 평화아파트 주민▶
"아이고 많이 좋아졌죠. 너무 좋아졌어요. 잘됐다고 정부에서 상도 받고. 최고로 잘됐다고."
소위 말하는 강남3구도 아니고 주변 여건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어서 개발 이익을 노리고 한 사업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대표적인 리모델링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몇몇 아파트들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주거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겁니다.
◀이상월/수원 동신아파트 쥬만▶
"저는 욕심은 안 부리고요.‘손해만 안 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신 새집에서 살잖아요."
◀이형욱/안양 목련아파트 주민▶
"첫째 리모델링 목적이라는 게 삶의 질의 향상이고 주거환경 개선이고 그 다음 차순위가 이제 투자이익인데..."
특히, 아파트 전체에 손을 대 증축하는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대폭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전에 신혼집을 차린 임동현 씨는 단돈 3천만 원에 리모델링을 끝냈습니다.
가구와 가전 값을 빼면 리모델링 공사비용으로는 1천 5백만 원도 들지 않았습니다.
◀임동현/대전 효성타운 주민▶
"좀 오래됐더라도 거기를 제가 맞는 제 생활 라이프 스타일이랑 맞게 리모델링을 해서 나에게 맞는 집을 사느냐 두 가지에 대해서 되게 고민을 하다가..."
대신 자신의 집만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기존의 수도관이나 전기 배선 아파트 구조 등은 바꿀 수 없었습니다.
◀임동현/대전 효성타운 주민▶
"이런 배선 같은 거나 수도 부분 같은 거 있잖아요. 이 부분을 위치를 바꿀 수가 없어요. 기존에 이렇게 다 매립되어 있는 거라."
이럴 경우 주민들이 공동으로 맞춤형 리모델링을 진행하면 2~3천만 원 정도로 이런 부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현재 15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들은 전국에 430만 호.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처럼 재건축으로 큰 이익을 남기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데다, 경제적 이익보단 삶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윤영선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투입 비용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얻어가지고 이익을 남기겠다 이런 발상보다는 정말로 불편해서 노후화됐는데 정말로 불편해서 못사는 내 주거의 열악한 질을 갖다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치고 그렇게 함으로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편의.."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이 최상의 선택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돈만 들이고 결국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고, 재건축 대한 기대와 선호가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또 기존 골조를 유지한 채 진행되는 공사라 평면 구조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여전히 리모델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계식▶
"손해를 보는 거죠. 리모델링을 하면 재산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재건축이 더 좋죠. 할 수만 있다면..."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그동안 리모델링은 사실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이뤄진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한 아파트는 전국에 모두 15개 단지, 2천 세대에 불과합니다.
규제 완화와 집에 대한 인식의 변화, 두 가지 흐름을 타고 리모델링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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