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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장인수 기자

진명여고 매매의 흑막

진명여고 매매의 흑막
입력 2014-05-12 08:44 | 수정 2014-05-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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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진명여고가 4년 전 장안대학교 재단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이후 이 과정에서 빚어진 불법행위로 전, 현직 재단이사장이 모두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았고, 진명여고에서는 교사들이 봉급을 제 때 못받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사학재단끼리의 수상한 거래, 석연치 않은 교육당국의 태도.

    학교돈을 빼내 또 다른 학교를 사는 일이 가능했던 이유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

    서울시 목동에 위치한 진명여고입니다.

    올해로 개교 108년을 맞은 유서 깊은 학교입니다.

    고종황제의 계비로 영친왕의 생모였던 엄순헌 황귀비가 땅을 하사해 1906년 설립됐습니다.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여학교답게 그간 많은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학교의 전 이사장 변 모 씨와 현 이사장 류모 씨가 모두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학교를 새로 인수한 재단 관계자들도 줄줄이 구속됐습니다.

    최근 진명여고에선 교직원끼리 고소를 하고 교사들 봉급조차 제때 지급되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명문사학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발단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장안대학교에서 시작됩니다.

    진명여고의 현 이사장 58살 류 모씨는 원래 장안대학교 총장이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말 장안대 재단은 16년간 총장이었던 류 씨를 이사직에서 전격 해임시켰습니다.

    해임을 주도한 것은 장안대 재단이사장이었던 그의 큰 형이었습니다.

    ◀서 0 0/장안대 前 사무처장▶
    "이사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형식을 갖춰서 (장안대) 류 0 0 이사장이 류 △△ 총장을 사임을 시키는 것이죠."

    형제간의 갈등이 깊어지다, 결국 타협이 이뤄집니다.

    동생 류 씨가 장안대에서 나가는 대신 형은 실거래가 100억 원이 넘는 서울 여의도의 10층짜리 건물과 20억 원어치의 유가증권을 줬습니다.

    학교도 하나 새로 사서 동생에게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류 씨 형제는 가깝게 지내던 건설업자 박 모 씨를 통해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마침 새 임자를 찾고 있던 진명여고 측과 거래를 시도했습니다.

    당시 진명여고 전 이사장 변 모 씨는 개인 사업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학교를 팔아 돈을 마련할 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승인 없이 학교를 사고파는 건 불법.

    그래서 양측은 비밀리에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2010년 4월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75억 원에 진명여고를 매매하는 계약서를 썼고 이 자리에서 진명여고의 전 이사장 변 모씨는 24억 원이 든 통장을 계약금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2010년 8월 동생 류 씨는 진명여고 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진명여고 교사▶
    "예 주인이 바뀐 걸 알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그 당시에 류 △△ 교장이 주인이라는 걸 알았죠."

    동생 류 씨는 진명여고 이사진을 자신의 사람들로 교체했고, 학교 살림을 총괄하는 행정실장도 자신의 지인으로 앉혔습니다.

    지난해 3월엔 교장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자신이 진명여고 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습니다.

    학교 인수는 이렇게 일단락 돼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진명여고를 인수한 자금이 검찰에 걸렸습니다.

    검찰 조사결과 장안대의 교비를 횡령해 마련한 돈으로 진명여고를 인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안대가 2년 전 새로 만든 정문.

    59억 원을 들여 만든 이 정문은 52억 원이면 만들 수 있는 것이었지만 장안대 이사장 형 류 씨는 공사비를 부풀려 7억 원의 교비를 횡령했습니다.

    이 공사를 맡은 사람이 바로 진명여고 인수에 관여했던 건설업자 박 모 씨였습니다.

    박 씨는 부풀린 공사대금 7억 원을 학교 인수대금 명목으로 진명여고 변 전 이사장에게 건넸습니다.

    강원도 횡성에 구입한 학교 연수원 부지도 총 87억 원에 산 것처럼 계약서를 썼지만 실제로는 64억 원에 샀습니다.

    23억 원을 횡령한 겁니다.

    또 경기도 안성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 장학금 4억 원을 기부했는데 이 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이 바로 건설업자 박 씨였습니다.

    박 씨는 이 4억 원 역시 진명여고 전 이사장 변 씨에게 줬습니다.

    장안대 전용 스쿨버스도 건설업자 박 씨의 회사와 계약하면서 2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습니다.

    장안대 재단은 이런 식으로 정문 공사, 유아교육관 증축, 정보통신관 리모델링 연수원 부지 매입 등의 비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모두 68억 원을 횡령했습니다.

    이 돈은 진명여고 인수 자금으로 쓰이거나 재단 이사장이었던 형 류 씨에게 들어갔습니다.

    장안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진명여고를 사들여서 형이 동생에게 준 겁니다.

    검찰은 지난해 말 관련자들을 구속했고 이들의 검은 거래를 밝혀 기소했습니다.

    2010년 8월 류 씨가 진명여고 교장에 취임할 당시 학교 안팎에선 불법 매매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서울시 교육청은 두 달 뒤인 2010년 10월 진명여고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교육청은 불법매매 사실은 밝혀내지 못한 채 19건의 비리 사실만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육청은 진명여고 재단 이사 8명 가운데 5명을 해임 조치했습니다.

    ◀변영일/진명여고 이사▶
    "느닷없이 교육청에서 승인 취소가 내려왔습니다. 류 △△이 데려온 이사를 뺀 나머지 옛날부터 있는 이사를 전원 다 승인을 취소한다는 얘깁니다."

    해임된 이사 5명은 모두 과거 변 전 이사장이 임명했던 기존의 이사들이었습니다.

    학교를 장악하기 위해 이들을 내보내고 새 이사들을 앉혀야 했던 류씨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검찰이 압수한 류씨의 다이어리 사본입니다.

    '교육청 감사 발표 구 이사 5명 승인 취소 나한테 지배권 온 거 인정'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교육청이 자신의 진명여고 인수를 인정해줬다며 반기고 있는 것입니다.

    사학의 불법 매매를 적발하겠다며 시작한 특별감사가 오히려 류씨의 학교 인수를 도와준 꼴이 된 겁니다.

    마치 짜고 친 듯 한 감사, 우연의 결과일까?

    당시 시민감사관으로 특별감사에 참가했던 이득형 씨는 교육청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불법 매매를 조사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득형/시민운동가▶
    "변명혜(설립자 가족 대표) 여사님이 뭐 (매매 관련) 서류를 이렇게 들고 오셨더라고요. 그걸 쫘악 넘겨보니까 뭐 거기에 증거가 다 있잖아요. 그거를 송 □□ 감사관한테 가져가셨어요. 갔는데도 이거를 뿌리치고 볼 거 없다고. 이거는 불법 아니라고 그랬어요."

    실제로 검찰이 압수한 류 씨의 휴대전화 내역을 보면 당시 서울시 교육청 간부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류씨가 교육청 모 과장에게 보낸 문자.

    진명 교장입니다. 최 의원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과장님 고맙습니다.

    몇 분 뒤 교육청 과장에게서 돌아온 대답.

    지금 진행중입니다. 초면에 제가 좀 실례한 것 아니었는지

    류씨의 다이어리를 봐도 자주 교육청 공무원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만났던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류씨와 자주 연락했던 교육청 과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서울시 교육청 담당관▶
    "아 그 만나지 않았습니다.“
    (‘1월 24일 6시 30분 이후로 일단 약속 잡아두었습니다’라고 류 △△ 이사장한테 문자를 보내셨는데 이 때 안 만나신건가요?)
    "네 안 만났어요."
    (그럼 이런 문자는 왜 보내신 거죠?)
    "내가 기억이 안 나는데요."

    서울시 교육위원까지 매수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진명여고 전 이사장 변씨는 2010년 학교를 팔면서 이사진이 잘 교체될 수 있게 도와달라며 당시 서울시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김 모 씨에게 3억 원을 줬습니다.

    김 씨는 이후 2010년 10월 진명여고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행정실장 해고를 주도했습니다.

    ◀변 □ □/진명여고 前 행정실장▶
    "1차 해고 때 재심위원회 위원장이 교육의원 김 ◯ □ 씨세요. 예 그분이 이사들도 뭐 정리를 해주는 거겠지만 저 역시도 그 분이 정리를 해주셨더라고요."

    장안대를 감독해야하는 교육부도 의문점이 많습니다.

    장안대의 전 사무처장 서 모 교수는 올해 1월 교육부의 부실감사와 장안대의 내부비리를 교육부에 진정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서 교수를 파면하라고 장안대 재단에 지시했습니다.

    사무처장으로 지내며 각종 공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게 파면 사유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가져간 류씨 형제에게는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 공무원/사학 담당관실▶
    (1월에 진정이 됐는데 지금 5월이거든요? 처리가 됐습니까?)
    "아 그건 이제 따로 한번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역시 진명여고 이사장을 맡고있는 동생 류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청 공무원▶
    "우리가 지금 검찰하고 이제 법원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거를 조치하거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진명여고 인수 이후 분란은 학교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진명여고 인수당시 류씨가 해고했던 전 행정실장이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에서 진명여고측이 최종 패소했지만, 복직시키라는 법원명령에도 버티다가 얼마 전 이행강제금 3천만 원을 학교 돈으로 물었습니다.

    동생 류 씨가 새로 임명한 행정실장이 교사들의 비리를 내사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진명여고 졸업사진을 찍어왔던 앨범업자에게 교사들의 비리 내용을 가져오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압박했다는 겁니다.

    ◀진명여고 행정실장/앨범업자 통화녹음 내용▶
    "정보를 못 해드리면 도와 줄 수 없다고 제가 몇 번 말씀을 드렸는데 왜 그러시나? 똑같은 얘기를 왜 수십 번 씩 하게 만들죠? 사장님"

    앨범업자가 학교 교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교사들은 행정실장에게 항의했습니다.

    ◀진명여고 교사▶
    "불법적으로 교사들을 내사한 거죠. 그러니까 전 교사들을 갖다가 비리 교사로 모는 그 상당히 잘 못된 건데..."

    교사들의 봉급도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명여고 한 교사의 지난해 10월 봉급 명세표입니다.

    교원연구비 4만 8000원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인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원 연구비 항목이 없어졌고 올해 3월이 돼서야 네 달 동안 밀렸던 연구비 24만 원이 한꺼번에 지급됐습니다.

    올해 예산을 끌어다 지난해 수당을 준 겁니다.

    ◀진명여고 교사▶
    "돌려막기 하는 거죠. (선생님들 봉급을요?) 봉급을. 몇 만원씩이면 우리가 모를 줄 안 거지. 그리고 나중에 돌려막기 해서 넣으면 표시 안 날 줄 안거지."

    용처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공사도 학교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이사장실 앞에 만들어진 바닥분수대.

    ◀진명여고 교사▶
    "자기 사주가 그래서 이사장 본인이 물이 부족해서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지관들이 그 분수대를 만드는 게 좋다고 그랬데요."

    학교 안팎에선 교비를 횡령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변영일/진명여고 이사▶
    "평소에 우리가 느끼지 않던 교비의 집행사항 같은 게 사실은 그 연구비를 지불하는데 전용했다고 집행을 못할 정도니 근래에 급식이 형편없이 나빠진 사실에 대해서도 물론 이것이 특별히 나쁘다는 것을 입증을 해야 되겠지만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먹지 않겠다고 할 정도니..."

    취재진은 동생 류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진명여고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습니다.

    장안대학교 측은 교비 횡령금 70억 원 중 50억 원을 이미 형 류 전 이사장에게 돌려받았고 나머지 돈도 반드시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시범 교수/장안대 대외홍보실장▶
    "지금 대학입장에서는 이제 새로 거듭나는 대학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대학운영진이 새로 구비가 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진명여고 재단 인수 비리로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모두 5명.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검찰 조사로 검은 뒷거래는 드러났지만 학교를 개인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일부 사학재단의 행태가 근절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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