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이정은 기자
이정은 기자
나는 얼마 받나요?
나는 얼마 받나요?
입력
2014-05-19 08:49
|
수정 2014-05-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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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서 시작된 기초연금.
우여곡절 끝에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집집마다, 노인마다 계산법이 다 달라 정말 받는 건지, 받으면 얼마를 받는 건지 여전히 복잡합니다.
국민연금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 미래 세대는 손해만 보는 '청춘악법'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여전합니다.
기초연금 손익계산서를 따져봅니다.
=============================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관.
당구대를 벗삼아 운동겸, 놀이겸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로 북적입니다.
요즘 이 곳 어르신들의 관심사는 곧 시작된다는 기초연금입니다.
◀박숙자/74세▶
"교통비도 되고 하여튼 간에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저축도 좀 될 수 있고. 그래서 나는 애들한테 항상 얻어만 먹다가 이거 나오면 한 번 사기도 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돈 문제는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우영식/77세▶ 우영식(77)
"지금도 노후지만 100세 시대니까. 그렇잖아요. 한 푼이라도 아껴서 늙어서 병들었을 때, 약값도 하고 친구들하고 소주도 한 잔 하고 그럴 수 있죠."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3%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먹고 살긴 한다지만 여유 있는 생활을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인지, 얼마나 받을지, 궁금합니다.
◀최영숙/80세▶
"20만원 올라가요? 우리네가 궁금 한거야. 우리도 그게 해당이 되는가..
.(아, 내가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이걸 어디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요?)
"없죠. 누가 알려줘"
보건복지부 콜센터에도 어르신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콜센터▶
"기초연금 말씀이십니까. 제가 상담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70%인 447만 명이 매달 최고 20만원씩 기초연금을 받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재산에 따라 차등을 두게 되는데 누가, 얼마씩 받을까요?
기초연금이 노년의 빈곤을 해결하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올해 76살인 김정순 할머니는 동네 노인복지관에서 매일 4시간 청소일을 합니다.
한 달 월급은 20만원.
◀김정순/76세▶
"그마저 안 벌면 안 되니까 보탬이 되려고 하는 거지 관리비만 해도 얼마야...다 그런 것만 해도"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생활하는 김 할머니에게 월급 20만원은 중요한 소득입니다.
월급에 국민연금 9만원, 정부가 주는 기초노령연금 9만 7천원을 더한 38만 7천원이 할머니의 한 달 수입입니다.
하지만 19년째 갚고 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관리비, 공과금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빼고 나면 용돈은 2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김정순/76세▶
"돈 많이 들어요. 물가가 모든 게 비싸잖아요. 나라에서 이렇게 안 해주면 그나마도 더 못 먹고 할 거야."
김 할머니는 기초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소득과 재산을 합친 액수가 혼자 사는 노인 87만원, 부부노인의 경우 139만 2천원을 넘지 않아야 받을 수 있는데, 김 할머니는 월 소득이 이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1억 남짓한 82㎡짜리 아파트까지 계산해도 기초연금 2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지금보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김정순/76세▶
"첫째딸 손주, 걔 하나니까 딸 하나니까, 걔 적금 하나 들어주고 싶고 또 애들 용돈도 좀 주고 싶고 가끔 한 번씩 찾아가서...그리고 넷째딸 (가게) 가서 좀 일도 도와주고..."
2008년부터 하위 70% 노인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이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7월부터 '기초연금'이 새로 도입되면서 달라지는 점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한 달 최고 1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받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최고 20만원씩, 두 배를 지급합니다.
◀류근혁 단장/보건복지부 기초연금사업지원단▶
"현재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르면 2028년까지 두 배로 인상하도록 돼 있습니다. 앞으로 14년 정도 남았죠.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노인 빈곤율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현 세대 노인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급히 20만원 인상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론 부자인데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가 생기진 않을까?
정부는 본인 명의로 소득과 재산이 없지만 부자인 노인을 가려내기 위해, 자녀 명의의 비싼 집에 살거나 고급차, 골프나 콘도 등 고가회원권이 있으면 소득이 있는 걸로 계산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국내에 살지 않는 복수 국적의 노인들도 제외됩니다.
◀정윤수/76세▶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양보를 해야지. 그렇지 않아요? 당연한 얘기지. 이치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 하는 게 근본 목적인데..."
지급하는 액수가 늘어나고, 부유층 노인은 제외한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생계 지원에 실질적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각지대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도움이 가장 절실한 극빈층 노인 40만 명은 기초연금이 도입돼도 실제론 아무 혜택을 못 받게 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형영 할아버지.
올해 예순 여섯으로 이른바 '젊은' 노인에 속하지만 재작년 위암 수술을 받은데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일을 못합니다.
◀김형영/66세▶
"발목 관절이 있지, 다리도 아프지...숨이 막 가빠가지고서 그것도 한 30분 다니다가 한 10분, 20분 쉬었다가..."
할아버지가 받는 기초생활보장비는 46만 8천원.
이걸로 월세 20만원을 내고 먹는 것, 입는 것, 공과금까지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면 20만원이 추가돼 여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지만 김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라에서 받을 돈의 총 합계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 받고 있는 기초생활보장비가 최저생계비에서 모자란 만큼 채워주는 식이여서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20만원인걸로 계산돼 차액인 26만 8천원만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배신감마저 든다는 김 할아버지.
◀김형영/66세▶
"차라리 기초수급자는 기초노령연금을 안 준다, 차라리 그렇게 했으면 좀 덜 했을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기초노령연금이라고 준다고 그렇게 해놓고 기초수급에서 그만큼 빼버리니까 참말로 기가 찰 노릇이지. 정말로."
보충급여, 즉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게 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이기 때문에 새 제도가 시행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 박금렬 단장/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50만 원이 최저생활 보장을 위해서 필요한 수준이다, 이러면 당초에 30만원 밖에 소득이 없었다가 나머지 20만원을 지원해주다가 이제 40만원 소득이 됐으니까 최저 생활보장수준에서 10만원이 부족한 부분을 그 급여를 주는거 아닙니까? 제도만 보면 그렇게 논리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을 도입한 이유가 '노인 빈곤문제 해결'인만큼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윤영 사무국장/빈곤사회연대▶
"장애인 수당, 아동양육 수당, 아니면 한부모 가구에 대한 보조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거든요. 이런 방식처럼 기초연금 역시도 빈곤한 노인들의 더 나은 생활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령에서 개정이 좀 이뤄져야 한다."
또 한편에선 기초연금이 미래의 노인들, 즉 지금의 3,4,50대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원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을 많이 내고 많이 받을수록 내가 받을 기초연금은 줄어듭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52살 신도성 씨.
아내와 대학생 아들, 고등학생 딸을 둔 네 식구의 가장입니다.
자녀 대학등록금과 결혼자금 다음으로 제일 급한 과제가 노후준비입니다.
◀신도성/52세▶
"요즘 아이들보면 행동하는 게 부모님 모시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큰 의무감이나 그런 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도 결국 노후 보장은 나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인 신 씨가 만 63세부터 받을 연금은 현재 가치로 49만원.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 납부액을 높이고 노년에 연금을 더 받으려 했지만 이번에 통과한 기초연금법을 보고 생각을 접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은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이 10만원까지 차감되기 때문입니다.
◀신도성/52세▶
"이번에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다고 하니까 굳이 내가 국민연금을 높이, 높여놓아 가지고서 기초연금을 줄일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그것도 (국민연금은)내 부담으로 하는건데.."
국민연금을 많이 내면 나라에서 그냥 주는 기초연금이 줄어드는데 뭐하러 내 돈 들여 국민연금을 많이 붓느냐는 겁니다.
특히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88년 이후 사회에 나온 중장년층은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자입니다.
◀김연명 교수/중앙대 사회복지과▶
"라면을 먹는 한이 있어도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게 되면 노후가 편해져요. 그러니까 국민연금에 장기가입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지 그게 맞는 건데 이 법안은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 안 하도록 인센티브를 만든 거예요."
장기적으로 봤을 땐 국민평균소득 상승율에 따라 오르게 돼있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새 기초연금보다 유리하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새 제도는 물가상승율에 연동해 오르도록 설계됐는데 보통 소득상승율이 더 높기 때문에 2022년 이후엔 새 제도가 손해라는 겁니다.
◀오건호 위원장/내가만드는복지국가▶
"소득연동은 우리가 1년에 한 5 내지 6%씩 소득이 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물가는 그거 절반 밖에 안 올라요. 한 3% 밖에. 그러니까 한 6%씩 연동해서 계속 올라야 될 기초연금이 3%씩만 오르는 거예요."
국민연금제도가 정착한 뒤 취업한 젊은이들은 미래에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 액수를 줄이는 쪽으로 설계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류근혁 단장/보건복지부 기초연금사업지원단▶
"노인인구가 굉장히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2040년, 50년 넘어가면 거의 현재 수준의 3배 가까이 되거든요. 그렇게 노인이 많이 늘어나는 상태에서 그분들께 드리는 기초연금의 액수를 과연 우리 미래세대가 부담할 수 있겠느냐, 거기에 대한 고민도 사실은 같이 해야 되는 부분"
늘어나는 수명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우리 시대의 노인들.
◀고종현/78세▶
"가만히 생각해보면 장수라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우리 생각엔 나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견디기 힘드니까..."
미래의 노인들도 다가올 노년이 두렵다고 합니다.
◀이정훈/34세▶
"박스 줍고 다니시는 분들, 그리고 할 일 없어서 공원에 가 있으신 분들 보면 솔직히 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비참해질 때는 있어요."
노후대비가 국가적 과제가 된 시점에서 시행되는 기초연금,
'노인복지'와 '한정된 재원' 속에서 현세대와 후세대간 갈등의 불씨를 안은채 복잡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집집마다, 노인마다 계산법이 다 달라 정말 받는 건지, 받으면 얼마를 받는 건지 여전히 복잡합니다.
국민연금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 미래 세대는 손해만 보는 '청춘악법'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여전합니다.
기초연금 손익계산서를 따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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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노인복지관.
당구대를 벗삼아 운동겸, 놀이겸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로 북적입니다.
요즘 이 곳 어르신들의 관심사는 곧 시작된다는 기초연금입니다.
◀박숙자/74세▶
"교통비도 되고 하여튼 간에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저축도 좀 될 수 있고. 그래서 나는 애들한테 항상 얻어만 먹다가 이거 나오면 한 번 사기도 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돈 문제는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우영식/77세▶ 우영식(77)
"지금도 노후지만 100세 시대니까. 그렇잖아요. 한 푼이라도 아껴서 늙어서 병들었을 때, 약값도 하고 친구들하고 소주도 한 잔 하고 그럴 수 있죠."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3%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먹고 살긴 한다지만 여유 있는 생활을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인지, 얼마나 받을지, 궁금합니다.
◀최영숙/80세▶
"20만원 올라가요? 우리네가 궁금 한거야. 우리도 그게 해당이 되는가..
.(아, 내가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이걸 어디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요?)
"없죠. 누가 알려줘"
보건복지부 콜센터에도 어르신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콜센터▶
"기초연금 말씀이십니까. 제가 상담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70%인 447만 명이 매달 최고 20만원씩 기초연금을 받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재산에 따라 차등을 두게 되는데 누가, 얼마씩 받을까요?
기초연금이 노년의 빈곤을 해결하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올해 76살인 김정순 할머니는 동네 노인복지관에서 매일 4시간 청소일을 합니다.
한 달 월급은 20만원.
◀김정순/76세▶
"그마저 안 벌면 안 되니까 보탬이 되려고 하는 거지 관리비만 해도 얼마야...다 그런 것만 해도"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생활하는 김 할머니에게 월급 20만원은 중요한 소득입니다.
월급에 국민연금 9만원, 정부가 주는 기초노령연금 9만 7천원을 더한 38만 7천원이 할머니의 한 달 수입입니다.
하지만 19년째 갚고 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관리비, 공과금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빼고 나면 용돈은 2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김정순/76세▶
"돈 많이 들어요. 물가가 모든 게 비싸잖아요. 나라에서 이렇게 안 해주면 그나마도 더 못 먹고 할 거야."
김 할머니는 기초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소득과 재산을 합친 액수가 혼자 사는 노인 87만원, 부부노인의 경우 139만 2천원을 넘지 않아야 받을 수 있는데, 김 할머니는 월 소득이 이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1억 남짓한 82㎡짜리 아파트까지 계산해도 기초연금 2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지금보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김정순/76세▶
"첫째딸 손주, 걔 하나니까 딸 하나니까, 걔 적금 하나 들어주고 싶고 또 애들 용돈도 좀 주고 싶고 가끔 한 번씩 찾아가서...그리고 넷째딸 (가게) 가서 좀 일도 도와주고..."
2008년부터 하위 70% 노인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이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7월부터 '기초연금'이 새로 도입되면서 달라지는 점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한 달 최고 1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받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최고 20만원씩, 두 배를 지급합니다.
◀류근혁 단장/보건복지부 기초연금사업지원단▶
"현재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르면 2028년까지 두 배로 인상하도록 돼 있습니다. 앞으로 14년 정도 남았죠.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노인 빈곤율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현 세대 노인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급히 20만원 인상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론 부자인데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가 생기진 않을까?
정부는 본인 명의로 소득과 재산이 없지만 부자인 노인을 가려내기 위해, 자녀 명의의 비싼 집에 살거나 고급차, 골프나 콘도 등 고가회원권이 있으면 소득이 있는 걸로 계산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국내에 살지 않는 복수 국적의 노인들도 제외됩니다.
◀정윤수/76세▶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양보를 해야지. 그렇지 않아요? 당연한 얘기지. 이치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 하는 게 근본 목적인데..."
지급하는 액수가 늘어나고, 부유층 노인은 제외한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생계 지원에 실질적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각지대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도움이 가장 절실한 극빈층 노인 40만 명은 기초연금이 도입돼도 실제론 아무 혜택을 못 받게 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형영 할아버지.
올해 예순 여섯으로 이른바 '젊은' 노인에 속하지만 재작년 위암 수술을 받은데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일을 못합니다.
◀김형영/66세▶
"발목 관절이 있지, 다리도 아프지...숨이 막 가빠가지고서 그것도 한 30분 다니다가 한 10분, 20분 쉬었다가..."
할아버지가 받는 기초생활보장비는 46만 8천원.
이걸로 월세 20만원을 내고 먹는 것, 입는 것, 공과금까지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면 20만원이 추가돼 여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지만 김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라에서 받을 돈의 총 합계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 받고 있는 기초생활보장비가 최저생계비에서 모자란 만큼 채워주는 식이여서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20만원인걸로 계산돼 차액인 26만 8천원만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배신감마저 든다는 김 할아버지.
◀김형영/66세▶
"차라리 기초수급자는 기초노령연금을 안 준다, 차라리 그렇게 했으면 좀 덜 했을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기초노령연금이라고 준다고 그렇게 해놓고 기초수급에서 그만큼 빼버리니까 참말로 기가 찰 노릇이지. 정말로."
보충급여, 즉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게 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이기 때문에 새 제도가 시행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 박금렬 단장/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50만 원이 최저생활 보장을 위해서 필요한 수준이다, 이러면 당초에 30만원 밖에 소득이 없었다가 나머지 20만원을 지원해주다가 이제 40만원 소득이 됐으니까 최저 생활보장수준에서 10만원이 부족한 부분을 그 급여를 주는거 아닙니까? 제도만 보면 그렇게 논리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을 도입한 이유가 '노인 빈곤문제 해결'인만큼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윤영 사무국장/빈곤사회연대▶
"장애인 수당, 아동양육 수당, 아니면 한부모 가구에 대한 보조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거든요. 이런 방식처럼 기초연금 역시도 빈곤한 노인들의 더 나은 생활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령에서 개정이 좀 이뤄져야 한다."
또 한편에선 기초연금이 미래의 노인들, 즉 지금의 3,4,50대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원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을 많이 내고 많이 받을수록 내가 받을 기초연금은 줄어듭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52살 신도성 씨.
아내와 대학생 아들, 고등학생 딸을 둔 네 식구의 가장입니다.
자녀 대학등록금과 결혼자금 다음으로 제일 급한 과제가 노후준비입니다.
◀신도성/52세▶
"요즘 아이들보면 행동하는 게 부모님 모시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큰 의무감이나 그런 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도 결국 노후 보장은 나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인 신 씨가 만 63세부터 받을 연금은 현재 가치로 49만원.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 납부액을 높이고 노년에 연금을 더 받으려 했지만 이번에 통과한 기초연금법을 보고 생각을 접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은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이 10만원까지 차감되기 때문입니다.
◀신도성/52세▶
"이번에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다고 하니까 굳이 내가 국민연금을 높이, 높여놓아 가지고서 기초연금을 줄일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그것도 (국민연금은)내 부담으로 하는건데.."
국민연금을 많이 내면 나라에서 그냥 주는 기초연금이 줄어드는데 뭐하러 내 돈 들여 국민연금을 많이 붓느냐는 겁니다.
특히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88년 이후 사회에 나온 중장년층은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자입니다.
◀김연명 교수/중앙대 사회복지과▶
"라면을 먹는 한이 있어도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게 되면 노후가 편해져요. 그러니까 국민연금에 장기가입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지 그게 맞는 건데 이 법안은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 안 하도록 인센티브를 만든 거예요."
장기적으로 봤을 땐 국민평균소득 상승율에 따라 오르게 돼있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새 기초연금보다 유리하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새 제도는 물가상승율에 연동해 오르도록 설계됐는데 보통 소득상승율이 더 높기 때문에 2022년 이후엔 새 제도가 손해라는 겁니다.
◀오건호 위원장/내가만드는복지국가▶
"소득연동은 우리가 1년에 한 5 내지 6%씩 소득이 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물가는 그거 절반 밖에 안 올라요. 한 3% 밖에. 그러니까 한 6%씩 연동해서 계속 올라야 될 기초연금이 3%씩만 오르는 거예요."
국민연금제도가 정착한 뒤 취업한 젊은이들은 미래에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 액수를 줄이는 쪽으로 설계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류근혁 단장/보건복지부 기초연금사업지원단▶
"노인인구가 굉장히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2040년, 50년 넘어가면 거의 현재 수준의 3배 가까이 되거든요. 그렇게 노인이 많이 늘어나는 상태에서 그분들께 드리는 기초연금의 액수를 과연 우리 미래세대가 부담할 수 있겠느냐, 거기에 대한 고민도 사실은 같이 해야 되는 부분"
늘어나는 수명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우리 시대의 노인들.
◀고종현/78세▶
"가만히 생각해보면 장수라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우리 생각엔 나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견디기 힘드니까..."
미래의 노인들도 다가올 노년이 두렵다고 합니다.
◀이정훈/34세▶
"박스 줍고 다니시는 분들, 그리고 할 일 없어서 공원에 가 있으신 분들 보면 솔직히 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비참해질 때는 있어요."
노후대비가 국가적 과제가 된 시점에서 시행되는 기초연금,
'노인복지'와 '한정된 재원' 속에서 현세대와 후세대간 갈등의 불씨를 안은채 복잡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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