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송양환 기자
관광비자로 입국해 성매매로 빠지는 외국인 여성들
관광비자로 입국해 성매매로 빠지는 외국인 여성들
입력
2014-09-29 08:49
|
수정 2014-09-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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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태국인 단체 관광객 95명 가운데 여성 71명이 종적을 감췄습니다.
7월에도 한 팀 전체가 공항에서 사라졌다는데..
이들이 간 곳은 마사 지 시설,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광비자로 입국해 성매매로 빠지는 외국인 여성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오피스텔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까지, 성매매는 더더욱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생활 주변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 우리 사회의 불편한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
경남 창원의 한 유흥가.
한 마사지 업소를 경찰이 급습합니다.
"경찰입니다. 단속나왔습니다."
마사지실에서 손님을 맞던 여성이 놀라 고개를 숙이고, 대기실에 2명이 더 있었습니다.
이들 3명은 모두 태국에서 여성들.
업소에선 피임 기구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책장으로 위장한 비밀문을 만들고, 건물 밖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통로도 설치하며 단속에도 철저히 대비했습니다.
태국 여성 3명은 작은 방 하나에 짐을 풀고 함께 생활하며, 1인당 하루에 3명에서 많게는 7명씩 남성들을 상대했습니다.
◀ 태국 여성 A씨 ▶
"여기서 일하고 여기서 먹고, 자고, 어디 안 나 가기 때문에 아무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디도 놀러가지 못했고."
유흥가마다 여러 개씩 보이는 마사지방.
이 가운데는 마사지라는 간판만 내걸고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업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업소에 요즘 태국 여성들이 유달리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한국에 들어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게 된 걸까요.
경찰이 기습 단속한 또 다른 마사지 업소, 역시 태국 여성 2명이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습니다.
이 업소의 제일 안쪽 방.
샌드위치 패널로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손님들의 수면실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태국 여성은 여기서 숙식을 해왔다고 합니다.
◀ 태국 마사지 업주 ▶
"주무시는 손님들이 있으면 그 방에서 자버리면 손님을 못 받아서 이 방을 제가 만든지 오래됐는데요."
(이러다 화재 나면 어떡하려고요?)
"그런 것까지 생각합니까.."
이 업소는 넉 달 전에도 성매매를 하다 단속에 적발됐지만 배짱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마사지 업소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 천영규/창원중부경찰서 계장 ▶
"지자체에서 허가를 내준다든지 신고를 한다든지 하면 지자체에서 관리가 될 건데 그게 자유업으로 돼 있기 때문에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계속되거든요. 단속이 됐다고 해도 그 장소에서 계속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속에 적발된 태국 여성들은 모두 관광객으로 입국해 공항에서 브로커인 한국 남성을 만나 이곳으로 따라왔다고 말했습니다.
◀ 태국 여성 B씨 ▶
"공항에 도착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마중 나온 사람이 있었고,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 태국 여성 A씨 ▶
"그때 운전하는 사람이 돌고 또 돌고 한 것 같아요. 제가 가게에 어떻게 가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2580이 만난 태국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실제로 공항에서 한국 남성을 따라 움직이는 태국 여성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 태국 여행사 관계자 ▶
"미팅 포인트에서 미팅하거나 기다리다보면 자기들끼리 나와서 공항 앞 미팅 포인트에 있는 한국브로커 만나서 가버리는 경우 많이 봤어요"
한꺼번에 수십 명이 사라진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6월 22일 단체로 들어온 태국인 95명 중 71명이 사라지기도 했고, 7월엔 한 팀 전체가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없어졌습니다.
◀ 태국 여행사 관계자 ▶
"25명이 왔어요. 인솔자 1명 빼고 나머지 24명은 관광객이란 말이에요. 밖에 나와서 물어봤더니 한 명도 없습니다. 나이가 젊다든가 그런 사람들은 거의 사라진다고 보시면 돼요."
태국 현지엔 한국 성매매 업소로 여성을 보내주는 전문 업체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 태국 여행사 관계자 ▶
"(태국) 현지 여행사에서 모객을 해갖고 올 때 그런 분류만 데리고 오는 거예요. 그리고 공항에서 싹 없어져버리는 거예요."
태국인들이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건 중국이나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와 관광객 비자면제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태국인들은 우리나라에 90일 동안 비자없이 머물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마사지 업소 등에 취업해 일을 하게 되는 겁니다.
브로커들은 이들 여성의 항공 요금 등 입국 비용 3백여만원을 먼저 부담하고, 이들이 한국에서 성매매를 하며 번 돈을 받아냅니다.
◀ 태국 여성 C씨 ▶
"빚을 갚기 위해서 한 달 동안 일한다고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 다음에 다음 달, 다다음달 돈 들어오면 우리 돈이 돼요."
최근 태국 성매매 조직을 검거한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이같은 방식이 결국 외국인 여성에 대한 지속적 착취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 박상진/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 ▶
"그 사람들의 빚이 되는 거죠. 브로커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할 때마다 그 받는 돈에서 일정 금액을 계속 떼는 겁니다. 그래서 들였던 비용 이상을 뽑아내는 건데, 아무래도 그런 착취 구조가 여기서 종사하다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업주 입장에선 한국 여성을 고용할 때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길수 있어 태국 여성을 선호합니다.
◀ 태국 마사지업소 종업원 ▶
"한국 아가씨 같은 경우엔 5:5로 대부분 나눠지고 태국 아가씨 같은 경우는 더 싸기 때문에 한 6:4정도로 나눠지고. 업주한테는 이익이 되는 거죠, 한국 아가씨보다는."
◀ 태국 마사지 업주 ▶
"그거(성매매) 안 하냐고 다른 데는 다 하는데 그러고 가 버리고. 그러다 보니까 저도 이 장사를 또 해야되고, 그런(성매매) 근무하는 애들이 한 명씩 생기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 버렸어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친구 2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태국 여성 리나씨.
브로커는 일반 마사지 업소나 태국 식당에 취직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그들은 돌변해 여권을 빼앗고 집단 성폭행했습니다.
◀ 리나(가명)/태국 여성 ▶
"이런 일은 앞으로 너희들이 할 일이라며 우리를 성폭행했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라고 했든데 '안 돼! 너희들이 여기에 왔으니까 일해야 해!'라고 계속 협박했어요."
결국 그녀는 한 마사지 업소로 넘겨져 거의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습니다.
쉬는 날도 보장받지 못하고 인신매매에 가까운 심각한 인권유린이 있었던 겁니다.
◀ 리나(가명)/태국 여성 ▶
"한국약인 것 같은데, 우리 태국에서 먹는 피임약과 같아요. 생리가 오면 꼭 먹어야한다고 강
조했어요."
지난 2004년 우리나라엔 성매매 근절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집창촌 화재 사건 등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침해 실태가 확인되면서 특별법 제정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그 후 10년, 집창촌은 쇠락했지만, 퇴폐 마사지 업소 같은 곳은 외국인 여성들이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우고 있고, 성매매는 점점 더 은밀하게 우리 생활 터전 주변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광고를 하고 있는 성매매 업주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업주는 어느 사이트를 봤는지, 아이디는 무엇인지 확인한 뒤 약속장소를 알려줍니다.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OOO역 오셔서 다시 한 번 전화를 주세요."
(몇 번 출구로 가야하나요?)
"거기 우체국 아세요? 혹시"
약속 장소에서 다시 연락을 하자 옷차림을 묻고는 다시 이동하게 합니다.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옷 뭐 입고 오시나요?"
(초록색 남방에 청바지 입고 가요.)
"ㅁㅁㅁㅁ 쪽으로 오다 보면 편의점이 하나 있어요. 거기 잠시만 앉아 계시겠어요?"
편의점에서 다른 편의점 앞으로 한번 더 장소를 옮기게 한 뒤, 한 오피스텔 건물의 비상 계단으로 오라고 알려줬습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업주.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왜 이렇게 뺑뺑이를 돌려요.") "아시안게임도 있고 해서 단속이 너무 심해서 저희도 안전하고 사장님도 안전할 수 있게 계속 주변을 돌면서.."
처음부터 약속장소 주변을 돌면서 동태를 지켜봤다는 업주는 마지막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죄송한데 지갑 좀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지갑은 왜 봐요?)
"저희가 안전해야 돼서.. 실례인 거 아는데 요즘 (단속) 너무 심해서."
이같은 오피스텔 성매매는 흔히 '오피방'이란 말로 불리고 있습니다.
2580은 최근까지 이른바 오피방 성매매를 알선했던 업주를 만났습니다.
그는 '오피방'이 5년 전쯤 등장했는데, 요즘엔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 성매매 업소 관계자 ▶
"번화가 쪽이라든지 그런 데들은 오피스텔 보이는 데에 업소가 한 두 개씩은 다 있다고 생각을 하시면 돼요. 많은 데는 한 5-6개. 강남같은 데에는 열 몇 개 되는 데도 있고, 업소만. (한 건물에?) 예, 한 건물에."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은데,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어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성매매 업소 관계자 ▶
"한 달에 방 4-5개로 했을 때 잘 벌때는 5천, 6천만 원 정도 이렇게 벌고요. 못 벌때는 한 2-3천 만원 정도. 단속을 맞아도 또 하고, 바지 바꿔서 또 하고. 좀 크게 맞았다 싶으면 이름 바꿔서 또 하고. 이름 바꿨다가 또 단속을 맞으면 다른 데 가서 하고.."
현재 성매매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은 오피스텔 성매매가 생활 공간 깊숙이 들어왔지만 눈에는 잘 띄지 않아 대낮에도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 김OO/성매매 여성 ▶
"낮 시간에 회사 점심시간, 그 한 시간 주어지는 거 밥 안 먹고 와서 가게에서 하고 가시는 손님들도 많고, 주로 영업사원인 경우가 되게 많았고요. 군인들도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도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대화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알수 없는 채팅 어플에 접속하면 금세 성매매를 하자는 쪽지가 쏟아집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서도 연락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은밀히 이뤄지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위험에 처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 김OO/성매매 여성 ▶
"오피스텔은 손님이랑 아가씨가 둘이 일을 해야되니까 손님이 때리거나 아니면 욕설을 하거나 이걸 컨트롤 하기가 어렵거든요..."
성매매 특별법 시행 10년,
실제 달라진 것 없이 여러 형태의 부작용만 키웠다며 특별법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김강자/전 서울 종암경찰서장 ▶
"벌집 건드리는 거랑 똑같아요. 막 모여 있잖아요 집창촌. 그런데 여기 단속하면 뿔뿔이 흩어져요. 엄청나게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거죠. 이 여성들이 성매매특별법 이후에 많이 퍼져나갔습니다."
반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매매 행태가 자연스럽게 변한 것일 뿐 특별법이 역효과를 낸 건 아니라며, 법을 고쳐가며 성매매를 계속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성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성매매뿐만 아니라 포르노라든지 여러가지 음란물을 통해서도 이뤄지잖아요. 그런 형태는 늘 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와 연관이 돼 있습니다. 한국 산업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성을 구매하는 형태 자체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누군가에는 어쩔수 없는 생계이고 현실적으로 근절이 어려우니 차라리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성매매가 기본적으로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인 한, 어떤 형태이든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 박수진/두레방 쉼터 상담원 ▶
"한국 여성들은 비싸니까 외국 여성들로 대체를 하자, 이런 식의 사고 방식. 돈으로만 생각해서 여자들은 단순히 성적으로 착취가 돼도 무방하다라고, 그게 어느 나라에서 왔든 간에.."
특별법 10년, 주택가와 사무실 근처, 우리 일상으로 더 깊숙히 파고드는 성매매.
갈수록 지능화되고 국경마저 사라진 성매매를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 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7월에도 한 팀 전체가 공항에서 사라졌다는데..
이들이 간 곳은 마사 지 시설,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광비자로 입국해 성매매로 빠지는 외국인 여성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오피스텔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까지, 성매매는 더더욱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생활 주변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 우리 사회의 불편한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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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의 한 유흥가.
한 마사지 업소를 경찰이 급습합니다.
"경찰입니다. 단속나왔습니다."
마사지실에서 손님을 맞던 여성이 놀라 고개를 숙이고, 대기실에 2명이 더 있었습니다.
이들 3명은 모두 태국에서 여성들.
업소에선 피임 기구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책장으로 위장한 비밀문을 만들고, 건물 밖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통로도 설치하며 단속에도 철저히 대비했습니다.
태국 여성 3명은 작은 방 하나에 짐을 풀고 함께 생활하며, 1인당 하루에 3명에서 많게는 7명씩 남성들을 상대했습니다.
◀ 태국 여성 A씨 ▶
"여기서 일하고 여기서 먹고, 자고, 어디 안 나 가기 때문에 아무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디도 놀러가지 못했고."
유흥가마다 여러 개씩 보이는 마사지방.
이 가운데는 마사지라는 간판만 내걸고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업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업소에 요즘 태국 여성들이 유달리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한국에 들어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게 된 걸까요.
경찰이 기습 단속한 또 다른 마사지 업소, 역시 태국 여성 2명이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습니다.
이 업소의 제일 안쪽 방.
샌드위치 패널로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손님들의 수면실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태국 여성은 여기서 숙식을 해왔다고 합니다.
◀ 태국 마사지 업주 ▶
"주무시는 손님들이 있으면 그 방에서 자버리면 손님을 못 받아서 이 방을 제가 만든지 오래됐는데요."
(이러다 화재 나면 어떡하려고요?)
"그런 것까지 생각합니까.."
이 업소는 넉 달 전에도 성매매를 하다 단속에 적발됐지만 배짱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마사지 업소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 천영규/창원중부경찰서 계장 ▶
"지자체에서 허가를 내준다든지 신고를 한다든지 하면 지자체에서 관리가 될 건데 그게 자유업으로 돼 있기 때문에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계속되거든요. 단속이 됐다고 해도 그 장소에서 계속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속에 적발된 태국 여성들은 모두 관광객으로 입국해 공항에서 브로커인 한국 남성을 만나 이곳으로 따라왔다고 말했습니다.
◀ 태국 여성 B씨 ▶
"공항에 도착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마중 나온 사람이 있었고,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 태국 여성 A씨 ▶
"그때 운전하는 사람이 돌고 또 돌고 한 것 같아요. 제가 가게에 어떻게 가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2580이 만난 태국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실제로 공항에서 한국 남성을 따라 움직이는 태국 여성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 태국 여행사 관계자 ▶
"미팅 포인트에서 미팅하거나 기다리다보면 자기들끼리 나와서 공항 앞 미팅 포인트에 있는 한국브로커 만나서 가버리는 경우 많이 봤어요"
한꺼번에 수십 명이 사라진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6월 22일 단체로 들어온 태국인 95명 중 71명이 사라지기도 했고, 7월엔 한 팀 전체가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없어졌습니다.
◀ 태국 여행사 관계자 ▶
"25명이 왔어요. 인솔자 1명 빼고 나머지 24명은 관광객이란 말이에요. 밖에 나와서 물어봤더니 한 명도 없습니다. 나이가 젊다든가 그런 사람들은 거의 사라진다고 보시면 돼요."
태국 현지엔 한국 성매매 업소로 여성을 보내주는 전문 업체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 태국 여행사 관계자 ▶
"(태국) 현지 여행사에서 모객을 해갖고 올 때 그런 분류만 데리고 오는 거예요. 그리고 공항에서 싹 없어져버리는 거예요."
태국인들이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건 중국이나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와 관광객 비자면제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태국인들은 우리나라에 90일 동안 비자없이 머물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마사지 업소 등에 취업해 일을 하게 되는 겁니다.
브로커들은 이들 여성의 항공 요금 등 입국 비용 3백여만원을 먼저 부담하고, 이들이 한국에서 성매매를 하며 번 돈을 받아냅니다.
◀ 태국 여성 C씨 ▶
"빚을 갚기 위해서 한 달 동안 일한다고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 다음에 다음 달, 다다음달 돈 들어오면 우리 돈이 돼요."
최근 태국 성매매 조직을 검거한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이같은 방식이 결국 외국인 여성에 대한 지속적 착취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 박상진/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 ▶
"그 사람들의 빚이 되는 거죠. 브로커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할 때마다 그 받는 돈에서 일정 금액을 계속 떼는 겁니다. 그래서 들였던 비용 이상을 뽑아내는 건데, 아무래도 그런 착취 구조가 여기서 종사하다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업주 입장에선 한국 여성을 고용할 때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길수 있어 태국 여성을 선호합니다.
◀ 태국 마사지업소 종업원 ▶
"한국 아가씨 같은 경우엔 5:5로 대부분 나눠지고 태국 아가씨 같은 경우는 더 싸기 때문에 한 6:4정도로 나눠지고. 업주한테는 이익이 되는 거죠, 한국 아가씨보다는."
◀ 태국 마사지 업주 ▶
"그거(성매매) 안 하냐고 다른 데는 다 하는데 그러고 가 버리고. 그러다 보니까 저도 이 장사를 또 해야되고, 그런(성매매) 근무하는 애들이 한 명씩 생기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 버렸어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친구 2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태국 여성 리나씨.
브로커는 일반 마사지 업소나 태국 식당에 취직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그들은 돌변해 여권을 빼앗고 집단 성폭행했습니다.
◀ 리나(가명)/태국 여성 ▶
"이런 일은 앞으로 너희들이 할 일이라며 우리를 성폭행했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라고 했든데 '안 돼! 너희들이 여기에 왔으니까 일해야 해!'라고 계속 협박했어요."
결국 그녀는 한 마사지 업소로 넘겨져 거의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습니다.
쉬는 날도 보장받지 못하고 인신매매에 가까운 심각한 인권유린이 있었던 겁니다.
◀ 리나(가명)/태국 여성 ▶
"한국약인 것 같은데, 우리 태국에서 먹는 피임약과 같아요. 생리가 오면 꼭 먹어야한다고 강
조했어요."
지난 2004년 우리나라엔 성매매 근절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집창촌 화재 사건 등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침해 실태가 확인되면서 특별법 제정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그 후 10년, 집창촌은 쇠락했지만, 퇴폐 마사지 업소 같은 곳은 외국인 여성들이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우고 있고, 성매매는 점점 더 은밀하게 우리 생활 터전 주변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광고를 하고 있는 성매매 업주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업주는 어느 사이트를 봤는지, 아이디는 무엇인지 확인한 뒤 약속장소를 알려줍니다.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OOO역 오셔서 다시 한 번 전화를 주세요."
(몇 번 출구로 가야하나요?)
"거기 우체국 아세요? 혹시"
약속 장소에서 다시 연락을 하자 옷차림을 묻고는 다시 이동하게 합니다.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옷 뭐 입고 오시나요?"
(초록색 남방에 청바지 입고 가요.)
"ㅁㅁㅁㅁ 쪽으로 오다 보면 편의점이 하나 있어요. 거기 잠시만 앉아 계시겠어요?"
편의점에서 다른 편의점 앞으로 한번 더 장소를 옮기게 한 뒤, 한 오피스텔 건물의 비상 계단으로 오라고 알려줬습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업주.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왜 이렇게 뺑뺑이를 돌려요.") "아시안게임도 있고 해서 단속이 너무 심해서 저희도 안전하고 사장님도 안전할 수 있게 계속 주변을 돌면서.."
처음부터 약속장소 주변을 돌면서 동태를 지켜봤다는 업주는 마지막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
"죄송한데 지갑 좀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지갑은 왜 봐요?)
"저희가 안전해야 돼서.. 실례인 거 아는데 요즘 (단속) 너무 심해서."
이같은 오피스텔 성매매는 흔히 '오피방'이란 말로 불리고 있습니다.
2580은 최근까지 이른바 오피방 성매매를 알선했던 업주를 만났습니다.
그는 '오피방'이 5년 전쯤 등장했는데, 요즘엔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 성매매 업소 관계자 ▶
"번화가 쪽이라든지 그런 데들은 오피스텔 보이는 데에 업소가 한 두 개씩은 다 있다고 생각을 하시면 돼요. 많은 데는 한 5-6개. 강남같은 데에는 열 몇 개 되는 데도 있고, 업소만. (한 건물에?) 예, 한 건물에."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은데,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어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성매매 업소 관계자 ▶
"한 달에 방 4-5개로 했을 때 잘 벌때는 5천, 6천만 원 정도 이렇게 벌고요. 못 벌때는 한 2-3천 만원 정도. 단속을 맞아도 또 하고, 바지 바꿔서 또 하고. 좀 크게 맞았다 싶으면 이름 바꿔서 또 하고. 이름 바꿨다가 또 단속을 맞으면 다른 데 가서 하고.."
현재 성매매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은 오피스텔 성매매가 생활 공간 깊숙이 들어왔지만 눈에는 잘 띄지 않아 대낮에도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 김OO/성매매 여성 ▶
"낮 시간에 회사 점심시간, 그 한 시간 주어지는 거 밥 안 먹고 와서 가게에서 하고 가시는 손님들도 많고, 주로 영업사원인 경우가 되게 많았고요. 군인들도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도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대화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알수 없는 채팅 어플에 접속하면 금세 성매매를 하자는 쪽지가 쏟아집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서도 연락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은밀히 이뤄지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위험에 처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 김OO/성매매 여성 ▶
"오피스텔은 손님이랑 아가씨가 둘이 일을 해야되니까 손님이 때리거나 아니면 욕설을 하거나 이걸 컨트롤 하기가 어렵거든요..."
성매매 특별법 시행 10년,
실제 달라진 것 없이 여러 형태의 부작용만 키웠다며 특별법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김강자/전 서울 종암경찰서장 ▶
"벌집 건드리는 거랑 똑같아요. 막 모여 있잖아요 집창촌. 그런데 여기 단속하면 뿔뿔이 흩어져요. 엄청나게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거죠. 이 여성들이 성매매특별법 이후에 많이 퍼져나갔습니다."
반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매매 행태가 자연스럽게 변한 것일 뿐 특별법이 역효과를 낸 건 아니라며, 법을 고쳐가며 성매매를 계속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성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성매매뿐만 아니라 포르노라든지 여러가지 음란물을 통해서도 이뤄지잖아요. 그런 형태는 늘 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와 연관이 돼 있습니다. 한국 산업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성을 구매하는 형태 자체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누군가에는 어쩔수 없는 생계이고 현실적으로 근절이 어려우니 차라리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성매매가 기본적으로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인 한, 어떤 형태이든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 박수진/두레방 쉼터 상담원 ▶
"한국 여성들은 비싸니까 외국 여성들로 대체를 하자, 이런 식의 사고 방식. 돈으로만 생각해서 여자들은 단순히 성적으로 착취가 돼도 무방하다라고, 그게 어느 나라에서 왔든 간에.."
특별법 10년, 주택가와 사무실 근처, 우리 일상으로 더 깊숙히 파고드는 성매매.
갈수록 지능화되고 국경마저 사라진 성매매를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 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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