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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민병호 기자

“기다리면 싸집니까?”

“기다리면 싸집니까?”
입력 2014-10-20 09:05 | 수정 2014-10-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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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부터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이 전격 시행됐습니다.

    통신시장의 거품을 빼고,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통법.

    그러나 소비자도 판매점들도 보조금이 급감해 휴대폰을 팔고 살 수 없다며 불 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고가 단말기에 쏠려 있던 휴대폰 구매패턴에 변화가 생기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

    “이동통 신사가 통신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기업들 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눈치만 보는 상황.

    단통법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

    지난 4일, 휴대폰 매장들이 몰려있는 서울의 한 전자상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맞는 첫 주말입니다.

    ◀ 손세웅 / 휴대폰 판매업자 ▶
    "판매대수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줄었고요. 손님 내방 숫자가 거의 10분의 1 수준이고요"

    휴대폰 가격이 며칠새 갑자기 올랐기 때문입니다.

    ◀ 장동희 ▶
    "지금 와서 보니까 너무 비싸 가지고 바꿀 엄두가 안 나는데요"

    ◀ 손세웅 / 휴대폰 판매업자 ▶
    "어제 산 거랑 오늘 산 거랑 똑같은 걸 샀어도 60만원이 차이가 났다라고 얘기하는 건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죠. 지금 그런게 발생되고 있는 거 쟎아요"

    지난 1일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전격시행됐습니다.

    휴대폰을 살 때 누군 싸게 사고, 누군 비싸게 사던 차별을 없애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만든 법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행해놓고 보니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불만이 가득합니다.

    왜 그럴까요?

    단통법의 핵심 내용은 새 휴대폰을 구입할 경우 소비자에게 주는 제조사와 통신사의 지원금을 최대 30만원으로 제한하는 겁니다.

    여기에 대리점 등 유통망은 그 15%인 최대 4만5천원의 지원금을 더 얹어줄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이동통신사들이 뿌렸던 평균 지원금은 42만 7천원.

    그런데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이 공시한 지원금은 정부가 제시한 상한선 30만원에도 못미쳤습니다.

    지난 달 말 출시된 삼성 갤럭시 노트4 단말기의 출고가는 95만 7천원.

    sk텔레콤은 11만원 1천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이것도 매달 10만원 넘는 요금제를 2년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 박태근 / 휴대폰 판매업자 ▶
    "고객님들이 매장에 오시면 오히려 저희한테 욕을 해요. '왜 이거 밖에 안해주냐'. 실제로 34만 5천? 받으려면 예전 구기종을 구매하셔야 되고 10만원짜리 요금제를 24개월 쓰셔야 되거든요."

    소비자로선 휴대폰 값만 비싸졌다고 여길 수 있는 상황.

    ◀ 안진걸 /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 ▶
    "단말기 가격도 인하하지 않고 통신 3사의 폭리도 전혀 인하하지 않은 속에서 보조금만 조금 받아라, 그러니까 우리 국민들이 열받은 거고 그래서 단말기 구입을 사실상 파업 수준으로 안 하고 있는 거고...."

    휴대전화를 살 때 소비자들이 지는 부담, 미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내에서 95만7천원에 출고된 갤럭시 노트4는 dmb와 광대역lte 기능을 뺀 채 미국에서 749불에 출시됐습니다.

    단말기 가격 차이만 16만원 정도, 요금에서도 꽤 차이가 있었습니다.

    ◀ 미국 LA 휴대전화 판매업자 ▶
    "(2년 약정을 하게 될 경우 지원금은 어떻게 되나요?) 지원금은 없어요. 대신 요금이 굉장히 싸요. 25불이면 통화.문자.인터넷이 무제한이 되고 그리고 31불 전화기 가격해서 한달에 50불 한국 돈으로 5만원 정도면 전화기를 구입할 수 있는거죠."

    양국 대표 통신사들의 2년 약정 무제한 요금제를 비교해봤더니

    한국에선 지원금이 주어져 기기 가격 차이가 7만8천원 정도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통신요금의 차이는 매달 4만7천원.

    약정기간 2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110만원 넘게 더 내는 셈입니다.

    ◀ 한현배 / 카이스트 통신공학 박사 ▶
    "OECD 국가 중에서 저희가 2위로 높습니다. 멕시코 다음으로, 거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가 아니고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가 멕시코 제외하고 제일 높은 거죠."

    일각에선 단통법 자체가 시장경제 논리와 맞지 않으니 없애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우종현 / 휴대전화 판매업자 ▶
    "가격이 차별이 없는 제품이 어디 있습니까 A라는 판매점가면 30만원이고 B라는 판매점가면 25만원일 수 있는게 맞는 거지. 어떻게 전국 동일하게 똑같이 가격을 똑같이 팔라는 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편의점하고 마트하고 동네 슈퍼하고 가격이 다 똑같습니까?"

    이런저런 방법으로 싸게 휴대폰을 사온 이른 바 '영리한 고객'이었던 소비자들은 억울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 황종구 ▶
    "예전에는 인터넷이든 어디든 뒤져서 좀 더 저렴한 것 찾아보고 발품 팔아서라도 가는게 하나의 낙이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10만원 20만원 저렴하게 샀다 그러면 왠지 제가 이득을 본 것 같고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문이 많이 남던 고가 휴대폰의 판매가 뚝 끊기면서 문을 닫는 판매점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국 4만개까지 늘어났던 매장 수가 반토막이 날 거란 얘기도 나돌고 있습니다.

    ◀ 휴대전화 판매업자▶
    "삼성이 '9월, 8월달에 대란이 터질 거다' 해 가지고 기계를 받으라고 했어요. 엄청나게 많이 받았는데 대란이 안 터졌쟎아요. 그래서 재고가 엄청 많아요. 단통법이나 이런 게 있으면 (판매가) 줄어들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던 거죠." (삼성쪽으로 반납은 안되는 거예요?) "불량 기계 아니면 안되죠" (이통사들은 전혀 손해보는 건 아니고?) "(팬매점만) 미쳐 죽는거죠."

    시행된지 보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벌써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단통법.

    하지만 이런 불만은 통신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실제 단통법의 긍정적인 효과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체국 한켠이 분주합니다.

    알뜰폰을 신청하러 온 고객들.

    단통법 시행 이후 달라진 풍경입니다.

    ◀ 정경준 / 우체국 알뜰폰 담당 직원 ▶
    "그전보다 손님이 한 30~40%는 더 증대되신 거거든요. 계속 찾아오세요. 하루에 10개 13개 이렇게 하는 것 같아요"

    알뜰폰은 통신 3사 이외의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제공하는 요금제로 제휴 할인이나 멤버십같은 부가 혜택은 없지만 통신 서비스 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 정경준 / 우체국 알뜰폰 담당 직원 ▶
    "얼마 전에 노인정에서 대거 40명이 (알뜰폰 하러) 오신다는 거예요. 그러지 말라고 하루 2명씩만 보내라고, 설명해 주려면 40명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젊은 분들도 혹시 오세요?) "혹시 오는 게 아니라 자주 오세요...젊으신 분들이 특히 휴대폰을 따로 구입을 하셔서 그 휴대폰으로 개통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금제만 저렴하게.."

    비싼 신규 단말기만 찾던 소비자들이 눈을 중저가폰으로 돌리기 시작한 겁니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목표로 알뜰폰 시장을 확대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 이용구 /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 ▶
    "지금 이 상태에서 보조금 더 올려도요, 소비자들 시장의 변동 그렇게 클 것 같지 않아요. 자급제 폰하고 알뜰 요금제하고 같이 결합하면 지금도 반값 통신 가능하다는 걸 이제 소비자들이 알아요."

    새롭게 생긴 '12% 요금 할인'도 사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습니다.

    전에는 신규가입이나 통신사 변경고객에게만 요금을 깎아줬지만, 이제는 계약을 갱신하기만 하면 어떤 단말기든 일괄적으로 12%의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실제 지난 달과 비교했을때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은 크게 줄었지만 기기변경과 중고단말기 가입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 한현배 / 카이스트 통신공학 박사 ▶
    "우리나라의 지금 중고폰 회수율이 굉장히 낮아요. 그 것이 대부분의 경우 해외로 수출을 해버리는데 그걸 거의 새 폰처럼 재생을 할 수 있으니까 중고폰이 나오게되면 가격이 굉장히 많이 싸니까요 1/3 정도로 싸니까 그 부분을 구매하는 것도.."

    23살 김성령씨는 최근에 휴대폰을 스마트폰에서 통화 전용 2G폰으로 바꿨습니다.

    ◀ 김성령 ▶
    "비싼 요금제를 쓰면서 그걸 다 요금을 못 쓰쟎아요. 무료 통화나 무료 데이터들이 많은데 주로 데이터만 쓰고 문자하고 통화는 항상 남다 보니까 돈이 좀 아깝더라고요."

    인터넷은 태블릿을 들고다니면서 무료로 이용합니다.

    ◀ 김성령 ▶
    "요즘 와이파이가 어디 음식점에 가도 다 있고 주변 카페나 비하철 버스 다 와이파이 되니까.."

    수고로움의 댓가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 김성령 ▶
    "스마트폰 쓸 때 한 7만원 정도 나왔었는데 지금은 2만원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통신요금이 합리적으로 내려간다면 스마트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단통법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 오남석 /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 정책 국장 ▶
    "조금만 기다려보시면 이 법이 워킹되면 좀 소비하는 문화도 바뀔 거고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 수익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겁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구조에서 통신요금 인하를 통신사들의 자율로 맡기면 하세월일 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 안진걸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SK 텔레콤이 요금 인가를 받게되면 나머지 2개 회사가 거의 똑같은 요금제를 내놔서 지금 우리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요금이 똑같습니다. 문자메시지 요금, 1분당 통화요금, 1분당 데이터 요금, 정액요금제도 어떻게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습니까. 34요금제 44요금제 55요금제, 거의 다 똑같지 않습니까.사실상 담합인데"

    ◀ 한현배 / 카이스트 통신공학 박사 ▶
    "이 과점상태가 깨지지 않는 한 이 통신요금의 급격한 하락은 그 사람, 이동통신업자들이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MB정권이 들어설때 20%의 통신요금을 낮추겠다고 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썼지만 몇년만에 단돈 천원을 낮췄습니다. 그마만큼 통신 3사의 과점이 굉장히 강력한 거고요."

    통신사들은 국정감사에서도 아직은 요금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우상호 / 국회의원 ▶
    "요금 인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셨쟎아요“

    ◀ 윤원영 / SKT 마케팅부문장 ▶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저희들이 지켜봐야 되겠고요)

    ◀ 우상호 / 국회의원 ▶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조금 더 돈 번 다음에 하겠다고요? 조금씩 더 벌어서?"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도 희박해보입니다.

    제조사와 통신사의 지원금 액수가 각각 얼마인지 알려주는 이른바 분리공시제가 입법과정에서 무산됐기때문입니다.

    ◀ 안진걸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그동안 받았던 보조금은 제조사들의 장려금과 통신 3사들의 지원금이 뒤섞여 있었는데 그것을 누가 얼마씩 냈는지를 알려줌으로써...제조사가 예를 들면 15만원을 냈다면 처음부터 싸게 팔아도 될 일을 괜히 부풀려서 거품을 만든 다음에 15만원이나 되는 장려금을 줬네, 이런 국민적 비난과 압박이 작용하면서 단말기 가격이 자연스럽게 인하할 거라는 기대를 했었는데..."

    다급해진 정부는 통신사와 제조사 대표들을 한데 불러 모아 직접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 최양희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기업들이 단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공은 다시 기업으로 넘겨졌습니다.

    ◀ 한현배 / 카이스트 통신공학 박사 ▶
    "제조사가 됐건 이동통신사가 됐건 사업자들로서는 구조적으로 자기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정부에서 의지로 규제와 의지로 컨트롤 할 것이냐 혹은 시장환경을 경쟁화시켜서 이 사람들을 컨트롤 할 것인가 라는 것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의지가 있어야되겠죠."

    국회의원 단 한명의 반대없이 통과됐던 단통법.

    하지만 시행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여야 할것 없이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더 치밀하고 신중했어야 했다는 비판 속에

    조용히 눈치만 살피고 있는 제조사와 통신사가 소비자를 위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앞으로 단통법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 지 또 그 진정한 수혜자는 누가 될지 소비자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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