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장인수 기자
장인수 기자
중고차의 거짓말
중고차의 거짓말
입력
2014-12-01 09:07
|
수정 2014-12-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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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성능검사표의 '양호'하다는 말을 믿고 차를 구입했는데, 몇 달만에 핸들이 돌아가지 않고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알고보니 심하게 부식돼 폐차해야하는 차였다는데...
중고차 시장은 매년 커져 신차 시장을 넘어섰지만, 허위매물, 사고차량 등 소비자를 속이는 딜러와 악성매물이 넘쳐납니다.
하소연할데도 마땅치않은 중고차 거래 사기 실태를 2580이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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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용석씨는 4년 전, 2천5백만 원을 주고 중고 혼다 CRV를 샀습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사고 차량이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딜러가 단순 접촉사고라고 설명한데다, 성능상태기록표에도 앞 범퍼만 교체했다고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단순사고 뭐 단순. 그리고 약간 녹이 슬었다. 뭐 신경쓸 거 없다 이 정도는 상관없다. 그래서 좀 몇십만원 깎아주겠다 그런 식으로.."
혹시나해서 보험개발원에서 고지해주는 자동차 사고 이력도 조회해봤습니다.
한 차례 사고에 총 수리비 25만원.
단순 접촉사고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바로 계약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이 차가 2천3백만 원의 수리비가 나온 대형 사고가 났던 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어우 쾅했죠 그냥.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는구나. 큰일났다. 빨리 가야겠다. 빨리 다시 가서 이거 어떻게든 물러야겠다"
하지만 계약 해지는커녕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차를 팔지도,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윤 모씨도 올 6월 중고차를 샀습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차량 상태가 좋다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다 양호 양호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저희는 '아 그래도 믿을만한 차구나'그래서 사게 된 거죠"
하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운전대도 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정비소에 가서 확인해 보니 각종 부품의 부식이 너무 심해 수리도 불가능하고 즉시 폐차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등골이 되게 서늘하더라고요. '아 진짜 운전하다가 정말로 그냥 죽었을수도 있겠구나'”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를 알려주는 이 점검기록부에는 분명 사고도 없었고 차량 상태도 모두 양호하다고 돼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기록부를 믿고 중고차를 샀습니다.
하지만 기록부는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매매상이 중고차를 사오면 기존의 번호판을 떼고 명의를 매매상사로 이전하게 됩니다.
고장이나 파손된 부분은 수리하고 깨끗하게 손질합니다.
그 다음 반드시 자격을 갖춘 정비소에서 성능검사를 받아야 차량을 인터넷과 전시장에 진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차를 선택하면 매매상은 반드시 성능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설명한 뒤, 사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중고차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정부가 법으로 규정한 제도입니다.
문제는 중고차 매매상들이 성능검사장과 짜고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중고차 성능검사 조작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보해 온 몇몇 매매업자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취재해했습니다.
서울의 한 중고차 성능검사장.
한 매매업자가 성능검사 전 매매단지 관계자에게 잘 부탁한다며 돈을 건넵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성능검사) 잘 좀 부탁한다고 그래요. 잘 좀 부탁한다고"
지나가다 이를 본 다른 정비공이 말을 건넵니다.
정비공: 어 이거 (돈) 왔다갔다하는 거 봤어요.
매매상: 뇌물 줬어요.
정비공: 하하하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한 대화내용입니다.
검사를 의뢰한 차량은 2010년식 SM3.
3년 전 큰 사고로 1천2백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었던 차입니다.
정비공은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7분만에 점검을 끝냅니다.
기록부에는 사고가 없었다고 표시했습니다.
명백한 조작입니다.
차량 상태도 미세하게 오일이 샌다는 점 말고는 모두 양호하다고 돼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의 다른 성능검사장에서도 이 차량을 검사해 봤습니다.
역시 무사고 차량이고 모든 상태가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중고차 성능 검사를 조작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진은 한 자동차 명장에게 이 차의 점검을 부탁했습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엔진 뜯었던 흔적이 있는 거죠. 그리고 이것도 보면 여기 자국 나잖아. 볼트를 이거 풀었잖아요"
한눈에 봐도 사고차량이라는 겁니다.
여기저기 오일도 새고 있었습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등속조인트 이상 있는 거예요. 오일 새죠?
(아 오일 많이 새네요 이렇게 보면)
저기 보이죠 저기. 오일 팬에서 오일 또 누유되는 거예요.
지금 저 위에도 새요. 저기 펜더하고 실린더 블록 사이. 까맣죠? 저기 위에? (네) 거기도 새는 거예요"
중고차 매매상들이 성능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건 돈 때문입니다.
이 SM3의 경우 실제론 중고가격이 200만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사고 사실을 숨기면 8~9백만원을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사고를) 고지하면 일단은 차를 팔 수도 없을뿐더러 돈이 100~200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저게 (무사고로 하면) 800만원 이상 나오니까.. 사기죠. 사기. 100% 사기로 보시면 됩니다"
기록부를 조작한 검사장을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성능검사장 관계자▶
"차를 봐야지. 실수할 수 있었던 부분을 서로 인정하고서 우리가 그 대처를 하면 되는 거지. 아니 사람이 육안으로 검사하는 거지. 기계로 찍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규정은 11가지 기계장비를 갖추고 이를 사용해 검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들이 규정도 무시하고 조작까지 하는 건 제도의 허점때문입니다.
중고차 성능검사장은 대부분 매매단지 안에 있고, 아예 매매상들이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매매상들이 원하는대로 검사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같은 식구라고 보는 거죠. 같은 식구가 같은 식구를 점검하는 데 있어서 자동차 판매하는 데 도움을 주면 줘야지 손해 보게는 할 수 없잖아요"
설사 조작하다 당국에 적발당해도 5백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속아서 산 차를 몰다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성능검사표만을 믿고 '아 속은 깨끗하다고 하니까 깨끗하다고 하겠지'하고 사는 건데../아 진짜 돈 없는 서민들은 까딱 잘못하면 죽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속았다는 걸 알아도 보상이나 환불을 받긴 쉽지 않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임정경씨는 이달 초 2천2백만 원에 중고 포드 이스케이프를 샀습니다.
◀임정경 / 경기도 파주시▶
"저가를 보러온 게 아니다. 금액대보다 사고 없고 좀 튼튼한 차를 보러온 거다. 아 진짜 괜찮은 차 있다고 그래서 그 사람이 보여준 게 이거였어요"
임씨가 차를 산 직후 중고차 딜러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전화녹음▶
임정경: 그거도 무사고 차량이고?
딜 러: 네. 제가 보증해드릴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저도 차 팔고 나 몰라라 안 하니까...
임씨가 차를 제대로 샀나 싶어 인터넷으로 중고차 시세를 알아봤더니 자신이 산 차가 1천3백만 원에 나와있었습니다.
수리비가 2천2백만 원이나 나온 사고차였던 겁니다.
곧장 딜러를 찾아갔지만 발뺌합니다.
임정경: 환불해줘야지.
딜 러: 왜 환불을 해드려야 해요?
임정경: 처음부터 이게 우리는 무사고차라고 해서 샀어.
딜 러: 무사고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요. 이거는 외판 교환이랑 앞에 올 수리된 차량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고...
취재진이 직접 임씨와 함께 딜러를 찾아가 봤습니다.
사무실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중고차 딜러 1▶
"잠깐 내려가 계세요. 손님들 많으시니까. ((해당 딜러)계세요 지금?) 아니요 없어요. (저희가 안 들어갈게요 그럼. 조용히 할게요. 불러주세요 일단은) 아니 내려가 계시라고요. 괜히 여기서 영업방해 하지 말고"
30분을 기다려도 딜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약을 거들었던 다른 딜러를 발견하고 다가가자 도망갑니다.
◀중고차 딜러 2▶
"이렇게 따라오실 이유 없잖아요. 저 아세요? (알아요) 저 어떻게 알아요? (아저씨 여기서 차 파시는 분이잖아요) 제가 판 거 아니잖아요. 제가 판 거 아니잖아요. (몸에 손대지 마세요) 저 따라오지 마세요"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나타난 딜러는 임씨도 처음 본 사람입니다.
◀중고차 딜러 3▶
"이걸 밑도 끝도 없이 '알겠습니다. 환불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여건은 아예 안 나와요"
정부는 소비자가 산 중고차에 대해 한달 이내, 주행거리 2천km 이내에서만 매매상들이 보증을 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매상들은 일단 속여 팔고 한 달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
"어차피 저희는 한 달에 2천km 안에서만 보상을 해주거든요. 한 달 동안만 그냥 피해 다니면 그 뒤로는 뭐 법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는 거죠. 그걸 전부 다 딜러들이 사실상 악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소비자들은 매매상들의 말과 성능상태기록부만 믿지 말고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 사이트에서 사려는 차의 사고 이력을 조회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사고가 나도 보험처리를 하지 않았거나 보험처리가 지연돼 사고 내용이 제때 올라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이용석씨는 카히스토리에서 확인하고 샀는데도 속았습니다.
사고 내역이 인터넷에 올라가기 전에 딜러가 이씨에게 팔았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번거롭고 비용이 좀 들더라도 중고차를 사기 전에 소비자가 직접 믿을 만한 정비소에서 성능검사를 받아보는 게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속아서 산 것도 분한데 보상은커녕 환불도 어렵고 그렇다고 안전한지 아닌지도 모르는 차를 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관할 구청이나 관련 기관에 민원을 넣는 게 전부입니다.
효과가 있었을까요?
가벼운 접촉사고만 났던걸로 알고 혼다차량을 샀던 이용석씨는 여기저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소비자원 거기 가서 신고도 하고.. 청와대 신문고에 올려가지고 이제 도움도 요청해보고.."
성능 기록부 조작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갖고 있었지만 도와주는 곳은 아무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구청이랑 경찰서를 갔었는데.. 이런 사건으로 또 왔구나 누군가 항상 겪는 그러한 일처럼 형식적으로 대했던 거 같고 뭐 자기일 보면서 아 저쪽 가서 기다리세요. 마냥 기다리세요. 내일 연락 줄게요. 모레 연락 줄게요"
지난 8월 유 모씨는 2륜구동 무쏘를 4륜구동으로 속아서 샀다며 양천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차량 매매가 강서구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별다른 조치없이 민원을 종결해 버렸습니다.
◀유OO / 충남 천안시▶
"아니 도대체 말이 되냐고. 내가 돈을 그러면 그 사람(신월동 딜러)을 어떻게 알고 돈까지 그 사람 명의로 보낸 것까지 다 카드로 보냈는데 그렇게 말을 하냐 그렇게 하니까 법대로 하라고 하면서.."
양천구 신월동 매매단지에서 차를 샀는데도, 무쏘차량의 전 주인 주소지가 강서구라며 양천구청에서 이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유OO / 충남 천안시▶
"딜러들이 참 공무원하고 이른바 결탁이 된 건지.. **모터스가 양천구 소속인데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신월동 매매단지의 일부 매매상들은 공무원들과 유착이 있다며 제보해왔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
"(구청) 단속이 나오기 전에 ***지부장이랑 ***사무장이라는 분이 계신데 단속이 나온다고 알려줍니다. 딜러들한테요"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
"명절 때 같은 경우는 보통 한 상사 당 20만원씩. 그러면 기본적으로 40개면 800만원이잖아요. 이번에 인사 안 하면 우리 영업정지 받는다 그러면서 1년에 서너 번 걷어가고요. 그 돈이 구청으로 들어간 거라고.."
매매상들이 돌아가며 구청 공무원들을 데리고 접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
"사무장하고 공무원 한 5명하고 1박2일 갈치낚시를 갔습니다. 여수쪽으로(준비물을 사장님이 다하신 거예요?)그렇다고 봐야죠"
양천구청을 찾아가봤습니다.
◀송호규 과장 / 양천구 교통행정과▶
"유착관계는 제가 알기로는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계속해서 저희들이 단속과 지도를 병행하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항은 없다고 저는 그렇게 알고있습니다"
올 7월 이후 신월동 매매단지에 대해서만 영업취소 2건, 영업정지 12건 등 강력한 단속을 해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영업취소를 당한 두 업체 모두 이틀만에 각자 부인 명의로 구청에서 재허가를 받아내 그 자리에서 업체이름만 살짝 바꿔 여전히 영업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비자원에는 중고차 거래와 관련해서 매년 만 건이 넘는 소비자불만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구제를 받는 경우는 38%에 불과합니다.
서로 짜고 엉터리 성능검사를 하는 중고차 업계, 불법이 만연한 걸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공무원들.
속아서 산 걸 뒤늦게 깨달아도 환불이나 피해보상을 받기 힘든 중고차 거래제도.
어디서, 누굴 믿고 중고차를 사야하는 건지 소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심하게 부식돼 폐차해야하는 차였다는데...
중고차 시장은 매년 커져 신차 시장을 넘어섰지만, 허위매물, 사고차량 등 소비자를 속이는 딜러와 악성매물이 넘쳐납니다.
하소연할데도 마땅치않은 중고차 거래 사기 실태를 2580이 취재했습니다.
==============================================================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용석씨는 4년 전, 2천5백만 원을 주고 중고 혼다 CRV를 샀습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사고 차량이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딜러가 단순 접촉사고라고 설명한데다, 성능상태기록표에도 앞 범퍼만 교체했다고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단순사고 뭐 단순. 그리고 약간 녹이 슬었다. 뭐 신경쓸 거 없다 이 정도는 상관없다. 그래서 좀 몇십만원 깎아주겠다 그런 식으로.."
혹시나해서 보험개발원에서 고지해주는 자동차 사고 이력도 조회해봤습니다.
한 차례 사고에 총 수리비 25만원.
단순 접촉사고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바로 계약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이 차가 2천3백만 원의 수리비가 나온 대형 사고가 났던 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어우 쾅했죠 그냥.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는구나. 큰일났다. 빨리 가야겠다. 빨리 다시 가서 이거 어떻게든 물러야겠다"
하지만 계약 해지는커녕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차를 팔지도,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윤 모씨도 올 6월 중고차를 샀습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차량 상태가 좋다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다 양호 양호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저희는 '아 그래도 믿을만한 차구나'그래서 사게 된 거죠"
하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운전대도 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정비소에 가서 확인해 보니 각종 부품의 부식이 너무 심해 수리도 불가능하고 즉시 폐차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등골이 되게 서늘하더라고요. '아 진짜 운전하다가 정말로 그냥 죽었을수도 있겠구나'”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를 알려주는 이 점검기록부에는 분명 사고도 없었고 차량 상태도 모두 양호하다고 돼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기록부를 믿고 중고차를 샀습니다.
하지만 기록부는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매매상이 중고차를 사오면 기존의 번호판을 떼고 명의를 매매상사로 이전하게 됩니다.
고장이나 파손된 부분은 수리하고 깨끗하게 손질합니다.
그 다음 반드시 자격을 갖춘 정비소에서 성능검사를 받아야 차량을 인터넷과 전시장에 진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차를 선택하면 매매상은 반드시 성능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설명한 뒤, 사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중고차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정부가 법으로 규정한 제도입니다.
문제는 중고차 매매상들이 성능검사장과 짜고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중고차 성능검사 조작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보해 온 몇몇 매매업자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취재해했습니다.
서울의 한 중고차 성능검사장.
한 매매업자가 성능검사 전 매매단지 관계자에게 잘 부탁한다며 돈을 건넵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성능검사) 잘 좀 부탁한다고 그래요. 잘 좀 부탁한다고"
지나가다 이를 본 다른 정비공이 말을 건넵니다.
정비공: 어 이거 (돈) 왔다갔다하는 거 봤어요.
매매상: 뇌물 줬어요.
정비공: 하하하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한 대화내용입니다.
검사를 의뢰한 차량은 2010년식 SM3.
3년 전 큰 사고로 1천2백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었던 차입니다.
정비공은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7분만에 점검을 끝냅니다.
기록부에는 사고가 없었다고 표시했습니다.
명백한 조작입니다.
차량 상태도 미세하게 오일이 샌다는 점 말고는 모두 양호하다고 돼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의 다른 성능검사장에서도 이 차량을 검사해 봤습니다.
역시 무사고 차량이고 모든 상태가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중고차 성능 검사를 조작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진은 한 자동차 명장에게 이 차의 점검을 부탁했습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엔진 뜯었던 흔적이 있는 거죠. 그리고 이것도 보면 여기 자국 나잖아. 볼트를 이거 풀었잖아요"
한눈에 봐도 사고차량이라는 겁니다.
여기저기 오일도 새고 있었습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등속조인트 이상 있는 거예요. 오일 새죠?
(아 오일 많이 새네요 이렇게 보면)
저기 보이죠 저기. 오일 팬에서 오일 또 누유되는 거예요.
지금 저 위에도 새요. 저기 펜더하고 실린더 블록 사이. 까맣죠? 저기 위에? (네) 거기도 새는 거예요"
중고차 매매상들이 성능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건 돈 때문입니다.
이 SM3의 경우 실제론 중고가격이 200만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사고 사실을 숨기면 8~9백만원을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사고를) 고지하면 일단은 차를 팔 수도 없을뿐더러 돈이 100~200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저게 (무사고로 하면) 800만원 이상 나오니까.. 사기죠. 사기. 100% 사기로 보시면 됩니다"
기록부를 조작한 검사장을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성능검사장 관계자▶
"차를 봐야지. 실수할 수 있었던 부분을 서로 인정하고서 우리가 그 대처를 하면 되는 거지. 아니 사람이 육안으로 검사하는 거지. 기계로 찍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규정은 11가지 기계장비를 갖추고 이를 사용해 검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들이 규정도 무시하고 조작까지 하는 건 제도의 허점때문입니다.
중고차 성능검사장은 대부분 매매단지 안에 있고, 아예 매매상들이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매매상들이 원하는대로 검사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같은 식구라고 보는 거죠. 같은 식구가 같은 식구를 점검하는 데 있어서 자동차 판매하는 데 도움을 주면 줘야지 손해 보게는 할 수 없잖아요"
설사 조작하다 당국에 적발당해도 5백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속아서 산 차를 몰다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성능검사표만을 믿고 '아 속은 깨끗하다고 하니까 깨끗하다고 하겠지'하고 사는 건데../아 진짜 돈 없는 서민들은 까딱 잘못하면 죽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속았다는 걸 알아도 보상이나 환불을 받긴 쉽지 않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임정경씨는 이달 초 2천2백만 원에 중고 포드 이스케이프를 샀습니다.
◀임정경 / 경기도 파주시▶
"저가를 보러온 게 아니다. 금액대보다 사고 없고 좀 튼튼한 차를 보러온 거다. 아 진짜 괜찮은 차 있다고 그래서 그 사람이 보여준 게 이거였어요"
임씨가 차를 산 직후 중고차 딜러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전화녹음▶
임정경: 그거도 무사고 차량이고?
딜 러: 네. 제가 보증해드릴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저도 차 팔고 나 몰라라 안 하니까...
임씨가 차를 제대로 샀나 싶어 인터넷으로 중고차 시세를 알아봤더니 자신이 산 차가 1천3백만 원에 나와있었습니다.
수리비가 2천2백만 원이나 나온 사고차였던 겁니다.
곧장 딜러를 찾아갔지만 발뺌합니다.
임정경: 환불해줘야지.
딜 러: 왜 환불을 해드려야 해요?
임정경: 처음부터 이게 우리는 무사고차라고 해서 샀어.
딜 러: 무사고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요. 이거는 외판 교환이랑 앞에 올 수리된 차량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고...
취재진이 직접 임씨와 함께 딜러를 찾아가 봤습니다.
사무실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중고차 딜러 1▶
"잠깐 내려가 계세요. 손님들 많으시니까. ((해당 딜러)계세요 지금?) 아니요 없어요. (저희가 안 들어갈게요 그럼. 조용히 할게요. 불러주세요 일단은) 아니 내려가 계시라고요. 괜히 여기서 영업방해 하지 말고"
30분을 기다려도 딜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약을 거들었던 다른 딜러를 발견하고 다가가자 도망갑니다.
◀중고차 딜러 2▶
"이렇게 따라오실 이유 없잖아요. 저 아세요? (알아요) 저 어떻게 알아요? (아저씨 여기서 차 파시는 분이잖아요) 제가 판 거 아니잖아요. 제가 판 거 아니잖아요. (몸에 손대지 마세요) 저 따라오지 마세요"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나타난 딜러는 임씨도 처음 본 사람입니다.
◀중고차 딜러 3▶
"이걸 밑도 끝도 없이 '알겠습니다. 환불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여건은 아예 안 나와요"
정부는 소비자가 산 중고차에 대해 한달 이내, 주행거리 2천km 이내에서만 매매상들이 보증을 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매상들은 일단 속여 팔고 한 달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
"어차피 저희는 한 달에 2천km 안에서만 보상을 해주거든요. 한 달 동안만 그냥 피해 다니면 그 뒤로는 뭐 법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는 거죠. 그걸 전부 다 딜러들이 사실상 악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소비자들은 매매상들의 말과 성능상태기록부만 믿지 말고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 사이트에서 사려는 차의 사고 이력을 조회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사고가 나도 보험처리를 하지 않았거나 보험처리가 지연돼 사고 내용이 제때 올라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이용석씨는 카히스토리에서 확인하고 샀는데도 속았습니다.
사고 내역이 인터넷에 올라가기 전에 딜러가 이씨에게 팔았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번거롭고 비용이 좀 들더라도 중고차를 사기 전에 소비자가 직접 믿을 만한 정비소에서 성능검사를 받아보는 게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속아서 산 것도 분한데 보상은커녕 환불도 어렵고 그렇다고 안전한지 아닌지도 모르는 차를 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관할 구청이나 관련 기관에 민원을 넣는 게 전부입니다.
효과가 있었을까요?
가벼운 접촉사고만 났던걸로 알고 혼다차량을 샀던 이용석씨는 여기저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소비자원 거기 가서 신고도 하고.. 청와대 신문고에 올려가지고 이제 도움도 요청해보고.."
성능 기록부 조작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갖고 있었지만 도와주는 곳은 아무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구청이랑 경찰서를 갔었는데.. 이런 사건으로 또 왔구나 누군가 항상 겪는 그러한 일처럼 형식적으로 대했던 거 같고 뭐 자기일 보면서 아 저쪽 가서 기다리세요. 마냥 기다리세요. 내일 연락 줄게요. 모레 연락 줄게요"
지난 8월 유 모씨는 2륜구동 무쏘를 4륜구동으로 속아서 샀다며 양천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차량 매매가 강서구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별다른 조치없이 민원을 종결해 버렸습니다.
◀유OO / 충남 천안시▶
"아니 도대체 말이 되냐고. 내가 돈을 그러면 그 사람(신월동 딜러)을 어떻게 알고 돈까지 그 사람 명의로 보낸 것까지 다 카드로 보냈는데 그렇게 말을 하냐 그렇게 하니까 법대로 하라고 하면서.."
양천구 신월동 매매단지에서 차를 샀는데도, 무쏘차량의 전 주인 주소지가 강서구라며 양천구청에서 이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유OO / 충남 천안시▶
"딜러들이 참 공무원하고 이른바 결탁이 된 건지.. **모터스가 양천구 소속인데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신월동 매매단지의 일부 매매상들은 공무원들과 유착이 있다며 제보해왔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
"(구청) 단속이 나오기 전에 ***지부장이랑 ***사무장이라는 분이 계신데 단속이 나온다고 알려줍니다. 딜러들한테요"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
"명절 때 같은 경우는 보통 한 상사 당 20만원씩. 그러면 기본적으로 40개면 800만원이잖아요. 이번에 인사 안 하면 우리 영업정지 받는다 그러면서 1년에 서너 번 걷어가고요. 그 돈이 구청으로 들어간 거라고.."
매매상들이 돌아가며 구청 공무원들을 데리고 접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
"사무장하고 공무원 한 5명하고 1박2일 갈치낚시를 갔습니다. 여수쪽으로(준비물을 사장님이 다하신 거예요?)그렇다고 봐야죠"
양천구청을 찾아가봤습니다.
◀송호규 과장 / 양천구 교통행정과▶
"유착관계는 제가 알기로는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계속해서 저희들이 단속과 지도를 병행하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항은 없다고 저는 그렇게 알고있습니다"
올 7월 이후 신월동 매매단지에 대해서만 영업취소 2건, 영업정지 12건 등 강력한 단속을 해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영업취소를 당한 두 업체 모두 이틀만에 각자 부인 명의로 구청에서 재허가를 받아내 그 자리에서 업체이름만 살짝 바꿔 여전히 영업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비자원에는 중고차 거래와 관련해서 매년 만 건이 넘는 소비자불만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구제를 받는 경우는 38%에 불과합니다.
서로 짜고 엉터리 성능검사를 하는 중고차 업계, 불법이 만연한 걸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공무원들.
속아서 산 걸 뒤늦게 깨달아도 환불이나 피해보상을 받기 힘든 중고차 거래제도.
어디서, 누굴 믿고 중고차를 사야하는 건지 소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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