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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장인수 기자

중고차의 거짓말

중고차의 거짓말
입력 2014-12-01 09:07 | 수정 2014-12-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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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차 성능검사표의 '양호'하다는 말을 믿고 차를 구입했는데, 몇 달만에 핸들이 돌아가지 않고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알고보니 심하게 부식돼 폐차해야하는 차였다는데...

    중고차 시장은 매년 커져 신차 시장을 넘어섰지만, 허위매물, 사고차량 등 소비자를 속이는 딜러와 악성매물이 넘쳐납니다.

    하소연할데도 마땅치않은 중고차 거래 사기 실태를 2580이 취재했습니다.

    ==============================================================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용석씨는 4년 전, 2천5백만 원을 주고 중고 혼다 CRV를 샀습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사고 차량이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딜러가 단순 접촉사고라고 설명한데다, 성능상태기록표에도 앞 범퍼만 교체했다고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단순사고 뭐 단순. 그리고 약간 녹이 슬었다. 뭐 신경쓸 거 없다 이 정도는 상관없다. 그래서 좀 몇십만원 깎아주겠다 그런 식으로.."

    혹시나해서 보험개발원에서 고지해주는 자동차 사고 이력도 조회해봤습니다.

    한 차례 사고에 총 수리비 25만원.

    단순 접촉사고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바로 계약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이 차가 2천3백만 원의 수리비가 나온 대형 사고가 났던 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어우 쾅했죠 그냥.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는구나. 큰일났다. 빨리 가야겠다. 빨리 다시 가서 이거 어떻게든 물러야겠다"

    하지만 계약 해지는커녕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차를 팔지도,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윤 모씨도 올 6월 중고차를 샀습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차량 상태가 좋다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다 양호 양호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저희는 '아 그래도 믿을만한 차구나'그래서 사게 된 거죠"

    하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운전대도 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정비소에 가서 확인해 보니 각종 부품의 부식이 너무 심해 수리도 불가능하고 즉시 폐차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등골이 되게 서늘하더라고요. '아 진짜 운전하다가 정말로 그냥 죽었을수도 있겠구나'”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를 알려주는 이 점검기록부에는 분명 사고도 없었고 차량 상태도 모두 양호하다고 돼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기록부를 믿고 중고차를 샀습니다.

    하지만 기록부는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매매상이 중고차를 사오면 기존의 번호판을 떼고 명의를 매매상사로 이전하게 됩니다.

    고장이나 파손된 부분은 수리하고 깨끗하게 손질합니다.

    그 다음 반드시 자격을 갖춘 정비소에서 성능검사를 받아야 차량을 인터넷과 전시장에 진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차를 선택하면 매매상은 반드시 성능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설명한 뒤, 사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중고차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정부가 법으로 규정한 제도입니다.

    문제는 중고차 매매상들이 성능검사장과 짜고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중고차 성능검사 조작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보해 온 몇몇 매매업자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취재해했습니다.

    서울의 한 중고차 성능검사장.

    한 매매업자가 성능검사 전 매매단지 관계자에게 잘 부탁한다며 돈을 건넵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성능검사) 잘 좀 부탁한다고 그래요. 잘 좀 부탁한다고"

    지나가다 이를 본 다른 정비공이 말을 건넵니다.

    정비공: 어 이거 (돈) 왔다갔다하는 거 봤어요.
    매매상: 뇌물 줬어요.
    정비공: 하하하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한 대화내용입니다.

    검사를 의뢰한 차량은 2010년식 SM3.

    3년 전 큰 사고로 1천2백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었던 차입니다.

    정비공은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7분만에 점검을 끝냅니다.

    기록부에는 사고가 없었다고 표시했습니다.

    명백한 조작입니다.

    차량 상태도 미세하게 오일이 샌다는 점 말고는 모두 양호하다고 돼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의 다른 성능검사장에서도 이 차량을 검사해 봤습니다.

    역시 무사고 차량이고 모든 상태가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중고차 성능 검사를 조작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진은 한 자동차 명장에게 이 차의 점검을 부탁했습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엔진 뜯었던 흔적이 있는 거죠. 그리고 이것도 보면 여기 자국 나잖아. 볼트를 이거 풀었잖아요"

    한눈에 봐도 사고차량이라는 겁니다.

    여기저기 오일도 새고 있었습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등속조인트 이상 있는 거예요. 오일 새죠?
    (아 오일 많이 새네요 이렇게 보면)
    저기 보이죠 저기. 오일 팬에서 오일 또 누유되는 거예요.
    지금 저 위에도 새요. 저기 펜더하고 실린더 블록 사이. 까맣죠? 저기 위에? (네) 거기도 새는 거예요"

    중고차 매매상들이 성능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건 돈 때문입니다.

    이 SM3의 경우 실제론 중고가격이 200만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사고 사실을 숨기면 8~9백만원을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사고를) 고지하면 일단은 차를 팔 수도 없을뿐더러 돈이 100~200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저게 (무사고로 하면) 800만원 이상 나오니까.. 사기죠. 사기. 100% 사기로 보시면 됩니다"

    기록부를 조작한 검사장을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성능검사장 관계자▶
    "차를 봐야지. 실수할 수 있었던 부분을 서로 인정하고서 우리가 그 대처를 하면 되는 거지. 아니 사람이 육안으로 검사하는 거지. 기계로 찍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규정은 11가지 기계장비를 갖추고 이를 사용해 검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들이 규정도 무시하고 조작까지 하는 건 제도의 허점때문입니다.

    중고차 성능검사장은 대부분 매매단지 안에 있고, 아예 매매상들이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매매상들이 원하는대로 검사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같은 식구라고 보는 거죠. 같은 식구가 같은 식구를 점검하는 데 있어서 자동차 판매하는 데 도움을 주면 줘야지 손해 보게는 할 수 없잖아요"

    설사 조작하다 당국에 적발당해도 5백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속아서 산 차를 몰다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OO / 경기도 화성시▶
    "성능검사표만을 믿고 '아 속은 깨끗하다고 하니까 깨끗하다고 하겠지'하고 사는 건데../아 진짜 돈 없는 서민들은 까딱 잘못하면 죽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속았다는 걸 알아도 보상이나 환불을 받긴 쉽지 않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임정경씨는 이달 초 2천2백만 원에 중고 포드 이스케이프를 샀습니다.

    ◀임정경 / 경기도 파주시▶
    "저가를 보러온 게 아니다. 금액대보다 사고 없고 좀 튼튼한 차를 보러온 거다. 아 진짜 괜찮은 차 있다고 그래서 그 사람이 보여준 게 이거였어요"

    임씨가 차를 산 직후 중고차 딜러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전화녹음▶
    임정경: 그거도 무사고 차량이고?
    딜 러: 네. 제가 보증해드릴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저도 차 팔고 나 몰라라 안 하니까...

    임씨가 차를 제대로 샀나 싶어 인터넷으로 중고차 시세를 알아봤더니 자신이 산 차가 1천3백만 원에 나와있었습니다.

    수리비가 2천2백만 원이나 나온 사고차였던 겁니다.

    곧장 딜러를 찾아갔지만 발뺌합니다.

    임정경: 환불해줘야지.
    딜 러: 왜 환불을 해드려야 해요?
    임정경: 처음부터 이게 우리는 무사고차라고 해서 샀어.
    딜 러: 무사고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요. 이거는 외판 교환이랑 앞에 올 수리된 차량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고...

    취재진이 직접 임씨와 함께 딜러를 찾아가 봤습니다.

    사무실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중고차 딜러 1▶
    "잠깐 내려가 계세요. 손님들 많으시니까. ((해당 딜러)계세요 지금?) 아니요 없어요. (저희가 안 들어갈게요 그럼. 조용히 할게요. 불러주세요 일단은) 아니 내려가 계시라고요. 괜히 여기서 영업방해 하지 말고"

    30분을 기다려도 딜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약을 거들었던 다른 딜러를 발견하고 다가가자 도망갑니다.

    ◀중고차 딜러 2▶
    "이렇게 따라오실 이유 없잖아요. 저 아세요? (알아요) 저 어떻게 알아요? (아저씨 여기서 차 파시는 분이잖아요) 제가 판 거 아니잖아요. 제가 판 거 아니잖아요. (몸에 손대지 마세요) 저 따라오지 마세요"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나타난 딜러는 임씨도 처음 본 사람입니다.

    ◀중고차 딜러 3▶
    "이걸 밑도 끝도 없이 '알겠습니다. 환불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여건은 아예 안 나와요"

    정부는 소비자가 산 중고차에 대해 한달 이내, 주행거리 2천km 이내에서만 매매상들이 보증을 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매상들은 일단 속여 팔고 한 달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
    "어차피 저희는 한 달에 2천km 안에서만 보상을 해주거든요. 한 달 동안만 그냥 피해 다니면 그 뒤로는 뭐 법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는 거죠. 그걸 전부 다 딜러들이 사실상 악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소비자들은 매매상들의 말과 성능상태기록부만 믿지 말고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 사이트에서 사려는 차의 사고 이력을 조회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사고가 나도 보험처리를 하지 않았거나 보험처리가 지연돼 사고 내용이 제때 올라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이용석씨는 카히스토리에서 확인하고 샀는데도 속았습니다.

    사고 내역이 인터넷에 올라가기 전에 딜러가 이씨에게 팔았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번거롭고 비용이 좀 들더라도 중고차를 사기 전에 소비자가 직접 믿을 만한 정비소에서 성능검사를 받아보는 게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속아서 산 것도 분한데 보상은커녕 환불도 어렵고 그렇다고 안전한지 아닌지도 모르는 차를 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관할 구청이나 관련 기관에 민원을 넣는 게 전부입니다.

    효과가 있었을까요?

    가벼운 접촉사고만 났던걸로 알고 혼다차량을 샀던 이용석씨는 여기저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소비자원 거기 가서 신고도 하고.. 청와대 신문고에 올려가지고 이제 도움도 요청해보고.."

    성능 기록부 조작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갖고 있었지만 도와주는 곳은 아무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용석 / 경기도 성남시▶
    "구청이랑 경찰서를 갔었는데.. 이런 사건으로 또 왔구나 누군가 항상 겪는 그러한 일처럼 형식적으로 대했던 거 같고 뭐 자기일 보면서 아 저쪽 가서 기다리세요. 마냥 기다리세요. 내일 연락 줄게요. 모레 연락 줄게요"

    지난 8월 유 모씨는 2륜구동 무쏘를 4륜구동으로 속아서 샀다며 양천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차량 매매가 강서구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별다른 조치없이 민원을 종결해 버렸습니다.

    ◀유OO / 충남 천안시▶
    "아니 도대체 말이 되냐고. 내가 돈을 그러면 그 사람(신월동 딜러)을 어떻게 알고 돈까지 그 사람 명의로 보낸 것까지 다 카드로 보냈는데 그렇게 말을 하냐 그렇게 하니까 법대로 하라고 하면서.."

    양천구 신월동 매매단지에서 차를 샀는데도, 무쏘차량의 전 주인 주소지가 강서구라며 양천구청에서 이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유OO / 충남 천안시▶
    "딜러들이 참 공무원하고 이른바 결탁이 된 건지.. **모터스가 양천구 소속인데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신월동 매매단지의 일부 매매상들은 공무원들과 유착이 있다며 제보해왔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
    "(구청) 단속이 나오기 전에 ***지부장이랑 ***사무장이라는 분이 계신데 단속이 나온다고 알려줍니다. 딜러들한테요"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
    "명절 때 같은 경우는 보통 한 상사 당 20만원씩. 그러면 기본적으로 40개면 800만원이잖아요. 이번에 인사 안 하면 우리 영업정지 받는다 그러면서 1년에 서너 번 걷어가고요. 그 돈이 구청으로 들어간 거라고.."

    매매상들이 돌아가며 구청 공무원들을 데리고 접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
    "사무장하고 공무원 한 5명하고 1박2일 갈치낚시를 갔습니다. 여수쪽으로(준비물을 사장님이 다하신 거예요?)그렇다고 봐야죠"

    양천구청을 찾아가봤습니다.

    ◀송호규 과장 / 양천구 교통행정과▶
    "유착관계는 제가 알기로는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계속해서 저희들이 단속과 지도를 병행하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항은 없다고 저는 그렇게 알고있습니다"

    올 7월 이후 신월동 매매단지에 대해서만 영업취소 2건, 영업정지 12건 등 강력한 단속을 해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영업취소를 당한 두 업체 모두 이틀만에 각자 부인 명의로 구청에서 재허가를 받아내 그 자리에서 업체이름만 살짝 바꿔 여전히 영업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비자원에는 중고차 거래와 관련해서 매년 만 건이 넘는 소비자불만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구제를 받는 경우는 38%에 불과합니다.

    서로 짜고 엉터리 성능검사를 하는 중고차 업계, 불법이 만연한 걸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공무원들.

    속아서 산 걸 뒤늦게 깨달아도 환불이나 피해보상을 받기 힘든 중고차 거래제도.

    어디서, 누굴 믿고 중고차를 사야하는 건지 소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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