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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최훈 기자

성폭행이 '치료'라고?…정신과 의사의 황당한 치료

성폭행이 '치료'라고?…정신과 의사의 황당한 치료
입력 2014-12-22 09:05 | 수정 2014-12-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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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소재 한 정신병원에서 70대 원장이 30대 여성환자를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원장은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한 허그치료, 성치료라고 설명했는데, 과연 이런 식의 황당한 치료가 존재하는걸까요?

    ============================================================

    "성추행을 3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당하다가 성폭행 당해서야만이 내가 그 병원에서 도망쳐 나올 수 있었어요. 성추행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더라고요..."

    정신과 치료중인 여성 환자가 병원안에서 70대 의사에게 수차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신고 했지만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

    믿기 힘든 제보 전화가 2580으로 걸려 왔습니다.

    정신과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 했다는 것.

    정신과 입원 환자 중엔 망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말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라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한 정신과 병원.

    30대 윤고은 씨는 1년 정도 이 병원에 입원중이었습니다.

    기분이 심하게 들뜨거나 가라앉는, 이른바 조울증 때문입니다.

    윤씨는 거의 매일 아침 원장의 진료실로 불려갔습니다.

    ◀윤고은 (가명)▶
    "저를 아침마다 꼭 간호사도 없고 아무도 없을 때 꼭 저를 불러서 상담해요."

    그리곤 70대 원장이 윤씨를 끌어안고, 냄새를 맡아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환자가 오면 할아버지 냄새 나면 안 되니까 박사님 노인 냄새 나는지 확인해 줄래 이렇게"

    그리곤 원장이 볼을 비비고, 몸을 밀착시켰다고 합니다.

    ◀윤고은 (가명)▶
    "그러면 이렇게 안고요. 비비고요. 아~ 이러고요 그 다음에 이렇게 서 있으면요 그 사람 중간에 흥분해 있는 것도 느껴져요. 그게 저는 진짜 뭐 어떤 거 당하는 것 보다 더 힘들었어요."

    이러기를 석달째...

    윤씨는 매우 불쾌했지만, 원장은 '허그 치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윤고은 (가명)▶
    "이렇게 볼 비비고 안고 그게 자기 말로는 허그 치료래요. 그것도 내가 원해야 되잖아요."

    그러던 지난 1월 3일.

    이 날도 성추행을 당한 윤씨는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윤고은 (가명)/성추행 신고 당시 녹취▶
    "나도 나쁘게 (신고) 하려고 안 했어. 아침 마다 (원장실에) 내려 가는 게 무서웠어."

    인근 파출소에서 경찰 2명이 병원으로 나왔지만, 누구도 입건되진 않았습니다.

    ◀출동 경찰 (신고 당시 녹취)▶
    "그게 원장님은 그렇게 하시면 조울증이나 이런 거에 (효과가) 있다는데..."

    환자의 말 보다는 '허그 치료'라는 의사의 말을 믿은 겁니다.

    보호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호자▶
    "따뜻하게 아빠처럼 안아주고 하는 그런 치료가 있다 하셔서 저는 그 때 처음 뵀는데 나이가 70넘으시고, 점잖으시고 하셔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추행은 그 뒤에도 2달 동안 계속됐고, 결국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 되자 해당의사는 뜻밖에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성폭행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자신이 직접 녹음했다며, 이 음성 파일을 증거라고 내놨습니다.

    실제로 여기엔 윤 씨가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모습은 없고, 의사가 폭력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윤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3월 18일 아침 8시쯤.

    원장은 평소처럼 또 윤씨를 진료실로 불렀습니다.

    이날은 윤씨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날이었고, 원장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000정신병원 원장▶
    "(뭐예요. 일찍 오라고.) 너 생리 언제 끝나냐? 생리할 시기지 이제 지금. 지금 예민한 단계지? 너 그러면 내가 기분 좋게 할 수 있는데 말이야..."

    원장은 치료인지 아닌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윤씨에게 침대에 누우라고 시킵니다.

    ◀000정신병원 원장▶
    "응 그런데 내가...드러누워봐. 그리고 절대 비밀이다. 너 비밀 지킬 수 있지? (네.) 어디 가서 니 오빠한테 얘기 하면 안돼. (네)"

    윤씨는 그렇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원장은 또 한번 신고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000정신병원 원장▶
    "또 이거 했다고 또 형사 안 부를 거지? 맹꽁아. 형사 안 부를 거지? 고발 안 할 거지? 저기 저...오빠 안 부를 거지? 응?"

    이 의사는 이 녹취를 근거로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보호자에겐 성관계가 있었지만 '성 치료'였다고 말했습니다.

    ◀보호자▶
    "정신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그랬더니 듣도 보도 못한 섹스 치료 이런 얘기를 꺼내시는 거예요. 생리 전후에 상태에 따라서 이런 게 하나의 (치료다) 유럽에서 하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정신과 의사가 정말 그런 말을 했을까?

    병원에 찾아 갔지만 의사는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정식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000정신병원 원장▶
    "(성추행을 하면서 허그 치료라고 하시고 성폭행을 하면서는 섹스 치료라는 말을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네. (그런 치료가 있는 건가요?) 허그라고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안아주기 운동 같은 거 하지 않습니까? 그런 개념이지요. (그러면 성폭행은요?) 네 근데요 그 문제는 법원, 검찰에서 다루고 있으니까 결과 나오는거 보시면 알겁니다"

    의사가 녹음한 음성 파일을 전문가들에게 들려줬습니다.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단언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안거나 성행위를 하는 치료법은 없다는 겁니다.

    ◀강동우 / 성의학 전문, 정신과 전문의▶
    "전혀. 전혀 전혀. 성치료를 그렇게 오해하는 분은 거의 없는데. 저희도 성기능 장애가 생긴 원인을 치료하고 상처가 있으면 그 감정을 다루는 것이지 의사가 그렇게 성행위를 해서 치료하는 경우 자체가 없어요."

    윤씨가 거부하지 않은 게 성관계를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심적으로 약한 상태에 있는 정신과 환자들은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상당히 의지하는 경향이 있고, 의사를 절대시 하는 경우가 많아 그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고, 특히 과거 성추행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환자라면 더더욱 저항하지 못 했을 거란 겁니다.

    ◀표창원 박사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권위가 있는 사람한테 당했을 때 여기에 저항해 봐도 누군가의 도움을 청해 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학습해서 알게 되는 현상입니다. 무기력 증상 때문에 전혀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것이"

    실제로 윤씨는 11살 때 새아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트라우마가 생겼고, 작년에 다른 병원에서 옆 방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을때도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윤고은 (가명)▶
    "나이 많은 사람하고 저하고 아니면 목소리 큰 사람이나 위협적인 사람하고 저하고 폐쇄된 공간에 있을 때는 저는 복종하게 돼요. 모든 걸."

    윤씨는 1년 동안 상담하면서 의사에게 이런 얘기를 수도 없이 했다고 합니다.

    의사가 직접 당시 상황을 녹음한 것도 떳떳한 치료행위여서가 아니라, 윤씨가 저항하지 않을 거란 걸 미리 알았기 때문이었을 거란 주장입니다.

    ◀김윤관 변호사 / 윤고은 씨 측 변호인▶
    "피해자가 효과적인 반응 효과적인 대응을 못할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 자신의 어떤 그런 간음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화간이라든지 그런 가해자의 주장으로 포장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씨가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 의사는 선처를 부탁한다며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000원장 / 보호자와 통화 내용▶
    "네 죄송합니다. 사태를 파악했으니까 기다리겠습니다. 선처 좀 해주십시오."

    직접 돈을 들고 와서 수차례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의사는 지금도 서로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000정신병원 원장▶
    "(그런 일이 있었던 건 맞지만 그게 합의에 의한 거지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말씀이신 건가요?) 그렇죠"

    전문가들은 정신과 의사와 입원 환자의 성관계에 대해 '합의'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합니다.

    ◀강동우 / 성의학 전문, 정신과 전문의▶
    "입원을 시켰다는 얘기는 환자의 판단력이 지금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 한다는 것을 스스로 진단하고 입증한 상태에서 입원한 건데 입원상태에서 환자의 판단이 불가능하거나 부실한 이런 상황에서 성행위가 일어났다면 옳지 않단 말씀이죠."

    특히 환자의 감정을 다루는 정신과 의사의 경우 더욱 죄질이 나쁘다는 겁니다.

    ◀표창원 박사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지배하고 통제하고 환자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어떤 사람보다도 정신과 의사는 범행하기가 쉽고 편안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만큼 정신과 의사의 윤리적인 책무, 윤리의식은 대단히 높게 요구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피해자는 윤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50대 여성도 같은 원장한테 몇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00▶
    "자연스럽게 허그 했을 때는 처음엔 이해를 했었죠. 근데 밑을 당기고 남자가 좀 느껴지는 게 그런 게 있더라고요. 그리고 좀 흥분돼 있는 상태라는 거."

    더군다나 이 여성은 정신과 환자도 아니었고, 환자의 보호자였습니다.

    ◀이00▶
    "저같이 판단이 정확하다고 한다는 사람도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을 하는데, 병원에 있는 여자 환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윤씨가 성폭행 신고를 한 건 지난 3월.

    법조계에선 성폭력 사건의 경우 빠르면 2~3달, 늦어도 6개월이면 기소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아홉 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기소조차 안 됐습니다.

    ◀김윤관 변호사 / 윤고은 씨 측 변호인▶
    "가해자 측이 변호인을 계속 새로 선임하면서, 새로운 의견 새로운 주장들을 해가면서 변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계속 검토가 늦어지고 있다 고(들었습니다)"

    윤씨 측은 검찰에 정식 진정서를 세번, 전화상담으로는 수십번 진정을 넣었다고 합니다.

    ◀표창원 박사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기소하지 않은 채 질질 끈다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강하게 얘기하자면 피해자 스스로가 포기하거나 차라리 목숨을 끊는 등의 일이 생겨도 난 모르겠다 미필적 고의가 담긴 직무태만이고 직무유기이고..."

    정신과 환자라는 이유로, 가족이나 경찰조차 믿어주지 않는 처지에 놓일 수 있었던 윤씨는 그나마 의사가 녹음한 증거덕분에 수사라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서 피해자는 지쳐가고 고통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윤고은(가명)▶
    "여자로서 모든 행복이나 매력이나 그런 것도 다 없어진 것 같고 제 몸이 더러워진 거 같고 몸에 벌레가 돌아다니는 거 같고.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사)가 계속 밤에 나타나요. 꿈에도 나타나고..."

    정신과 의사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합의를 했건 안 했건 병원 내에서 의사가 환자를 유도해 성관계를 가진 건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극소수 비윤리적인 의사에 국한된 일이겠지만, 외부와 단절된 정신병동안에서, 정신과 환자라는 약점 때문에,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있는 건 아닐까 우려가 가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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