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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민병호 기자

검찰·경찰도 못 잡은 범인 밝혀낸 일반인?…주목 받는 '누리꾼 수사대'

검찰·경찰도 못 잡은 범인 밝혀낸 일반인?…주목 받는 '누리꾼 수사대'
입력 2015-02-16 09:20 | 수정 2015-02-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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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에 쿵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자신의 차량과 앞차까지 크게 부서져있습니다.

    CCTV에도 블랙박스에도 용의자는 잘 보이지않고 꼼짝없이 3백만원의 수리비를 물어야할 상황.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것은 경찰이 아닌 한 네티즌.

    신속하고 정확하게 용의차량을 특정해줬는데...

    최근 경찰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수사력을 발휘하는 네티즌들의 능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 변호사까지 억울함을 풀지못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일반인도 있습니다.

    사립탐정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 이들이 해결해낸 사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네티즌 수사대의 폐해는 없을까?

    ============================================================================

    경기도 성남의 한 주택가.

    이태경 씨는 얼마전 '쿵'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이태경▶
    "밤에 자다가 쿵 소리가 나가지고 이런 분리대에 박고 간 줄 알았는데 어떤 분이 전화가 와가지고..차 완전 박살났으니까 나와보라고 해서 나왔더니 완전 엉망진창 됐더라고요. 그래서 경찰분도 오시고..."

    뺑소니였습니다.

    현장에 CCTV는 없었지만 블랙박스를 달아둔 터라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화질이 문제였습니다.

    ◀이태경▶
    "블랙박스가 있어서 당연히 번호도 잘 보이고 경찰분들도 적극적으로 잘 잡아주실 것 같았어요. 그런데 블랙박스가 화질이 밤이라서 그런지 안 좋더라고요. 경찰분들도 번호판 안 보이면 못잡는다고. 한마디가 속상한거죠. 적극적으로 봐주실 줄 알았는데..."

    앞차까지 부딪히는 바람에 가해차량을 못 잡으면 꼼짝없이 수리비 350만원을 물어야 되는 상황.

    경찰은 영상이 흐릿해 잡기 힘들거라 했고 이씨는 억울한 마음에 혼자서 동분서주했습니다.

    ◀이태경▶
    "내가 왜 경찰 놔두고 이렇게 다녀야 되나. 내가 가해자도 아닌데 내가 피해자인데 내가 왜 이렇게 해야되나 싶어서 많이 억울했죠"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았고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네티즌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냈습니다.

    대답은 놀랄만큼 빨랐습니다.

    ◀이태경▶
    "제가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바로 30분만에 다시 전화가 온 거예요. 카페에 글 올려놨으니까 그걸로 번호 보시라고. 4가지 경우를 주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걸 경찰한테 넘겨줬죠."

    범인은 바로 잡혔습니다.

    경찰에 건넨 4개의 차량번호 가운데 하나가 범인 차량 번호와 일치했고 그 덕에 이씨는 억울함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생 이성휘씨는 지하철역에 자전거를 세워뒀다 도둑을 맞았습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솔직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성휘▶
    "이분들이 도와주시기는 도와주시겠는데 이 자전거를 이분들이 찾아주겠구나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어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sns계정에 사연을 올렸습니다.

    ◀이성휘▶
    "자전거를 이렇게 이렇게 잃어버렸고 이렇게 생겼다 올렸더니 한 2시간이나 3시간 지나니까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댓글중에 어떤 분이 '지금 이 자전거가 중고사이트에 올라와있다 한번 확인해봐라' 그래서..."

    꼬리를 문 댓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섰습니다.

    ◀이성휘▶
    "'그 사람하고 만나서 사겠다고 해라' 그러면서 그 사람의 글들과 그 사람의 어떤 신상같은 거를 댓글로 달아주시더라고요. '오늘 저녁에 만나서 사기로 하고', '혼자가지 마시고 경찰과 같이 가시라'."

    충고대로 경찰과 함께 거래현장에 간 성휘씨는 범인도 잡고 자전거도 찾았습니다.

    sns에 글을 올린지 8시간만이었습니다.

    억울한 사고나 피해를 당했을 때, 여러분은 가장 먼저 누구를 찾아가십니까.

    물론 처음엔 대부분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범인을 잡아달라고 할텐데요.

    최근 인터넷의 각종 정보를 수집해 사실이나 단서를 밝혀내는 이른 바 누리꾼 수사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사업을 하고 있는 30살 김두호씨.

    누리꾼들 사이에선 유명한 해결사입니다.

    ◀김두호▶
    "이 사건은 오토바이가 직진 차로에서 진행하는 과정인데요. 갑자기 이제 이 흰색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들어와서 인사사고가 난 사례이고요"

    경찰도 잡기 힘들다는 뺑소니 차량들이 두호씨의 손을 거치면 어느 정도 식별됩니다.

    ◀김두호▶
    "보시면 블랙박스의 위치상 제일 가까운 위치랑 차량이 이제 가속도가 제일 없는 상태에서 스크린샷을 해서 번호판을 이제 판독하는 방법이고요."

    전자현미경까지 동원한 여러차례 보정작업이 반복됩니다.

    ◀김두호▶
    "3일에서 5일 정도 판독을 했고요. 제가 알려드리고 나서 하루나 이틀 정도 뒤에 범인을 잡았다고 온 것 같습니다."

    지난 2년동안 별도의 사례금없이 3천건 정도의 영상을 의뢰받았고 그 가운데 5백건 넘게 범인을 가려냈습니다.

    경찰들까지 영상 판독을 부탁해 올 정도입니다.

    ◀김두호▶
    "일단은 뭐 누리꾼들도 충분한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고요. 경찰분들이 못 잡으려고 하는 거는 아니고.. 조금 스케일이 작은 거 같은 경우에는 신경을 못 쓰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거는 국민들이 충분히 국민들의 힘으로.."

    이 일을 시작한 건 본인이 억울한 일을 겪고 나서였습니다.

    ◀김두호▶
    "3년 전에 제가 이런 대물상의 피해를 받아서 경찰서에 의뢰를 했는데 그 범인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제가 차를 폐차했거든요. 그때부터 제가 '아 이런 영상공부를 하면 저같은 상황이 있었을때 도움을 드릴 수 있겠다' 해 가지고 시작하게 됐고요"

    최근엔 공개적으로 누리꾼 과학 수사대를 모집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김두호/누리꾼 수사대모임, 지난 8일▶
    "경찰들이 못 해온 거 어느 정도 팁은 줄 수 있는 거고요. 그 다음에 작은 사건이라도 그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알면 저희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거기때문에...."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실제 개인들간의 분쟁이 있을때 억울함이 있을때 국가가 그거를 모두 처리할 수는 없는만큼 사적인 부분은 시민 사회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일선 경찰들도 겸연쩍긴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합니다.

    ◀경찰 관계자▶
    "고맙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찾을때 경찰들은 뭐하고 있느냐..본연의 임무니까 저희 힘만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죠 그렇지만 현실적인 인원한계도 있고..."

    민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건전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수경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경찰도 경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상은 민간의 전문성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사진이나 동영상이나 이런 것들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보다 경찰이 더 전문적일 수는 없기 때문에...그것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로 등장하는 것을 막을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크림빵 뺑소니 사건 수사 도중 가해 차량으로 오해를 받았던 BMW 자동차.

    사고와는 아무 상관없는 렌터카였지만 인터넷에 차량번호와 신상이 공개됐고 직원들은 빗발치는 전화와 경찰조사에 불편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홍충기/피해 렌터카 업체 직원▶
    "(인터넷에서)'이 차가 범인 차량인데 왜 아직도 범인을 못 잡고 있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경찰에서도 하시는 말씀이 그거였어요. '네티즌이 BMW다 BMW다 하니까 제보들어왔으니까 조사 안할 수는 없고' "

    다만 네티즌이나 민간의 참여가 수사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는 경찰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웅혁 교수/건국대 경찰학과▶
    "불필요한 인력낭비라든가 이것을 네티즌 수사대의 원인으로 탓하는 것은 적정치 않겠죠. 설령 잘못된 제보라고 할 지라도 수사기관 자체가 그것에 옳고 그름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책무의 하나이기 때문에..."

    네티즌 수사대나 민간의 수사 참여에 대해 앞으로도 지지와 비판이 공존하겠지만 어쨌든 그 영역은 점점 늘어날 전망입니다.

    2012년 10월.

    좌회전을 하던 김정구씨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한 트럭과 충돌했습니다.

    차량이 완파된 큰 사고였습니다.

    CCTV와 블랙박스는 없었지만 수사결과 경찰은 김씨를 피해자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한달뒤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김씨는 가해자로 뒤바뀌었습니다.

    ◀김정구▶
    "담당 경찰한테 찾아가서 항의를 했죠. 항의를 하는데 '목격자가 있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뭐 알아서 하십시오'"

    변호사들도 하나같이 끝난 싸움이라 했습니다.

    ◀김정구▶
    "하시는 말씀이 똑같은 얘기입니다. 이미 경찰서에 내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규정이 되서 검찰까지 송치가 됐는데..결론은 똑같습니다. 100% 진 게임입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경찰과 검찰, 변호사까지 안 된다던 사건.

    진실을 밝혀낸 건 일반인이었습니다.

    증거도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상대방 운전자는 이전 삼거리에서 빨간불을 보고 우회전을 한 다음 곧바로 직진 신호를 봤다고 진술했는데..

    이 곳 신호체계는 상대가 빨간불을 보고 우회전을 했다면 이어지는 직진 도로엔 정지 신호가 들어오게 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낸 겁니다.

    ◀원린수 소장/형사문제연구소▶
    "거기 신호를 한 세번만 지켜보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계속 지켜보니까 아니야 그 사람이 말하는 진술 내용과 다른 제 3의 목격자가 말한 진술하고는 전혀 맞지가 않더라고요"

    억울한 옥살이 도중 독학으로 법을 공부해 10년째 이런 사법피해자들을 도와 온 원씨는 증거를 찾더라도 싸우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원린수 소장/형사문제연구소▶
    "증거는 아이들이 찾아내도 증거고요 일반인이 찾아내도 증거는 증거일 뿐입니다. 누가 찾아내도 증거인데 꼭 오로지 법률과 즉 검사나 변호사에 의한 것만 인정해주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라는 겁니다"

    1년이 넘는 끈질긴 법적 공방끝에 결국 김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정구▶
    "사실 경찰도 변호사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진짜 난감하죠. 누구를 찾아뵙고 이런 내 상황을 말씀을 드려야 되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많은 선진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게 흔히 탐정이라 불리는 민간조사원 제도입니다.

    현 정부가 유망직종으로까지 꼽았지만 정작 관련 법안은 15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웅혁 교수/건국대 경찰학과▶
    "OECD 국가 중에서 민간조사 특히 탐정이라고 분류하는 그 직종 자체가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특히 탐정이라고 하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 조차 법으로 인해서 허용이 안되는 이런 상태죠."

    사생활 침해 우려도 걸림돌이지만 정작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따로 있습니다.

    ◀곽대경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법조계 특히 변호사 같은 경우에 이 법에 대해서 상당히 반대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법무부나 경찰에서는 과연 이러한 민간조사원들을 누가 관리를 할거냐 이거에 대해 서로 이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기때문에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도 밥그릇 싸움아니냐...."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심부름센터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민간조사원의 양성화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수경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민간조사원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고 어떻게 세금을 내야되고 뭐 이러한 업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생긴다면 그렇다면 불법으로 운영되는 심부름 센터의 업무는 상당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죠. 합법과 불법이 경쟁해야 되니까요"

    '범인을 잡아달라', '억울함을 풀어 달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문제로 경찰서와 인터넷을 오가며 저마다의 사정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보자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경찰력이 미처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민간인 전문가들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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