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조의명 기자
조의명 기자
무서운 '고객님'..식파라치 원정대, 학원까지
무서운 '고객님'..식파라치 원정대, 학원까지
입력
2015-03-16 09:04
|
수정 2015-07-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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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의 대형마트들이 소위 '식파라치 원정대'로 시끄럽다. 3인조로 움직이며 문제없는 상품 중 하나를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바꿔치기 해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아간다는 것입니다.
서울 강동 지역과 경기도 하남의 대형마트 33곳은 이같은 정황이 나타난 CCTV를 공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부산에서도 대형마트들이 너도나도 피해를 입었다며 하소연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신고활동인가, 이를 빙자한 사기인가. 지금도 각종 '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에서는 법과 제도 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파고들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참으로 다양하고도 기발 한 강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지난달 10일 서울의 한 슈퍼마켓.
한 남성이 햄 진열대 앞을 서성대더니,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촬영하기 시작합니다.
열흘 뒤, 이 슈퍼마켓에 영업정지 7일, 혹은 1천만 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관할 구청의 통보가 내려왔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팔았다는 겁니다.
슈퍼마켓에서 촬영을 하던 남성의 정체는 유통기한처럼 음식물 관련 신고를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식파라치'.
이 남성이 촬영해 신고한 영상을 보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햄이 판매대에 전시돼 있습니다.
슈퍼마켓 사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유통기한을 확인한다며 펄쩍 뜁니다.
◀안상구 / 슈퍼마켓 점주▶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확인)해 보니까 그렇지 않은 겁니다. 다분히 뭔가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한... 사기를 맞은 듯한 이런 생각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날의 CCTV 화면을 돌려 보기 시작한 안 사장은, 문제의 진열대 주변에서 이상한 모습을 견했습니다.
식파라치로 추정되는 남성 말고도 매장 안을 맴도는 수상한 손님이 둘이나 더 있었던 겁니다."
식파라치 남성 주변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건을 둘러보는 두 명의 여성.
무심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서로 모르는 이 같지만, 시 뒤, 매장 뒷편에서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습니다.
남성이 등장하기 직전으로 화면을 돌려보자, 제의 유통기한 지난 햄이 있던 곳에서, 이 여성이 한참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듯한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매장 안에선 따로 움직이던 이들 세 사람, 하지만 슈퍼마켓을 나와서는 함께 모여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안상구 / 슈퍼마켓 점주▶
"이건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이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됐고.. 동네에 동업을 하시는 분들하고 얘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까 우리 매장에 다녀가신
분들이 다른 매장에도 다녀가신 겁니다."
설 연휴를 앞둔 2월 10일부터 18일 사이, 울 강동, 송파, 광진구. 그리고 경기도 하남시까지 모두 서른 세 곳의 슈퍼마켓과 대형마트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팔았다는 내용의 고발을 당했는데, 한결같이 이들 세 명이 다녀간 뒤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업주들은 말합니다.
◀안상구 / 슈퍼마켓 점주▶
난리가 난 거죠. 전쟁이죠. 이것은 날벼락 아니겠습니까.
같은동일인이 한 지역 반경 10킬로미터 이내를 초토화 시켰습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대형 마트.
이곳 CCTV에서도 앞서 나왔던 바로 그 3인조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김경창 / 슈퍼마켓 점주▶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니까 잘 보셔야 해요.
장바구니를 든 여성이 한참동안 물건을 살펴보다 하나를 주머니에 슬쩍 넣는 동안 다른 여성은 주변을 맴돕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자리를 옮기자마자 남성이 나타나 사진을 찍기 작합니다.
◀김경창 / 슈퍼마켓 점주▶
"보셨죠. 이 부분에서 넣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어디론가 전화하는 거예요. 같은 일행을 부르는 겁니다."
신고를 당한 제품은 수입산 겨자 소스, 이 제품을 취급하는 도매상은 다른 건 몰라도 이 소스 만큼은 유통기한까지 외고 있을 만큼 확인해 왔다고 말합니다.
◀홍석우 / 도매상▶
저희들이 납품을 하면서 이 제품은 마지막 제품이기 때문에... 상시 기억을
하고 있던 부분이죠. 3월 13일 자로... 황당한 거죠. 확인을 했는데 1월 15일 자로 나오니까.."
한 슈퍼마켓에서는 이들 3인조가 어디선가 게맛살을 가져와 진열대에 놓은 뒤, 슬쩍 손짓을 하면서 일행을 부르는 수상한 행적도 포착됐습니다.
업주들은 식파라치들이 일부러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숨겨들어와 매장에 갖다놓고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경찰과 관계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말 하루에만 마트 다섯 곳이 식파라치 한 명에게 신고를
당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부산 OO마트 업주▶
"이쪽 진열된 두부가 고발을 당한 두부고요. 이 우동이 고발을 당한 우동입니다."
이들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조작이라는 증거를 잡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부산 OO마트 업주▶
앉아서 작업을 한다거나 길모퉁이에 서서 작업을 한다거나 아니면 2인 1조가 되어서 가리고 사진을 찍는다거나 모든 방법을 다동원을 할 거란 말이죠.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획적으로 해 버리면 저희가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현행법상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팔다가 적발되면 영업정지 7일, 아니면 매출에 따라 많게는 1천 만원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됩니다.
그리고 신고를 한 사람에게는 식약처에서 7만 원의 포상금을 주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신고를 국민권익위원회에 하면 액수는 수백만 원까지 커집니다.
권익위의 공익신고는 정해진 액수가 아니라 과징금 중 최대 20%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 건 당 어림잡아 2백만 원, 마트 서른 개를 신고한 3인조 식파라치는 6천만 원 규모의 목돈을 손에 쥐게 되는 구조. 전문 신고꾼들이 마트에 몰리고 있는 이윱니다.
◀부산 OO마트 업주▶
"조작을 하려면 상당히 쉬워요. 유통기한 지난 제품 하나 시중에 잘 파는 거 하나 들고 가서 매대에 올려놓고 찍어서 신고하면 포상금 나옵니다. 그러면 그게 한 달 월급입니다."
정부와 기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종 신고포상금 제도는 1천 가지가 넘고, 연간 지급 액수는 200억 원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소위 돈이 되는 항목만을 노리는 족집게 파파라치 학원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습니다.
2580은 자칭 '시민감시단'을 양성한다는 한 학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정부에 엄청난 애국자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마치 창업 강좌 같은 느낌입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우버 택시 단속해서 버는 사람을 우파라치, 나이롱환자 가짜 환자 돈버는 사람을 나파라치,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죠. 닭파라치도 있고 개파라치도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파파라치 학원을 열었다는 원장의 입에선 신고 대상 업종이 청산유수처럼 나옵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메모를 하십쇼. 도배,장판,인테리어, 리모델링, 성형외과, 비뇨기과, 치과, 요양원, 실버타운, 가발집, 한복집..“
마음만 먹으면 부자되는 건 금방이라고 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1백만 원 벌고, 그 다음 직원들이 회식하자 하면 갈비집 가서 실컷 먹고 1백만 원 벌고 횟집 가서 회 실컷 먹고 1백만 원 벌고.. 도처에 돈이 깔려있습니다."
혼자보다는 조를 짜서 움직이라고 조언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가장 성공률이 높은게 부부 팀입니다. 부부팀은 현장에 나가면 상대방이 의심을 안 해요. 파트너가 필요하실때는 저희가
소개해드립니다."
다음날, 이 학원 출신 선배 포상금 파파라치와의 만남의 시간. 수강생들을 독려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야멸찬 포부를 가지고 내가 대기업 가서 월급 받아야 200~300만 원 받는데 그러면 여기서 한 건 하면 20~30배 많이 벌잖아요. 그러면 대기업 가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설사 허위 신고를 하다 들통 나더라도 공익신고자 신분이기 때문에 뒷탈도 없다고 안심시켜줍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전혀 불이익이 없습니다... 아닐 경우엔 어떻게 공문이 오냐면, 귀하가 신고한 것을 조사해보니까..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신고해 주십시오. 신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공문이 와요. 왜 신고했냐 그런게 아니야. 법이 그래요.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고르면 직원에게 말하고 다른 걸로 바꿔가는 게
보통인데, 누군가는 이걸로 떼돈을 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쩐지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소비자의 권리라고만 하기에는 도를 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인터넷으로 TV와 모니터를 판매하는 한 중소기업의 보관 창고입니다.
◀인터넷 유통업체 ▶
"택배를 받았는데 박스가 찢어졌고 제품 안에 패널이라는 부분 안에 액정이
깨져 있다는 이유로 반품이 들어온 건데...“
그런데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상자가 찢어진 곳은 뒷면인데, TV는 앞면인 액정이 심하게 파손돼 있는 겁니다.
◀무상교환 요구 고객▶
박스가 상처가 나 있잖아요 부딪치면서 깨지거나 했겠죠.
(저희가 제품이 앞면하고 뒷면이 있어요. 그런데 앞면에 그렇게 박스가 흠집난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박스는 뒷면에 뚫린 자국이 있거든요) 우리가 깬 것 같다 이야기를 하실 거면 그 쪽에서 처음부터 기사분을 보내주셔서
기사분이 설치하게 해 주시든가“
인터넷 쇼핑은 교환이나 환불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열 대를 팔면 한 대는 다시 돌아오곤 하는데 이렇게 심하게 망가져서 돌아오면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유통업체▶
"이런 건 너무 명확한데도 소비자가 자기는 받았을 때부터 파손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렇게 되면 저희가 보냈을 때 정상적인 제품을 보냈다는 걸 증명을 해야 하거든요. 소비자가 이렇게 거짓말을 하더라도...“
한 유통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악성 고객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손님들입니다.
홍삼을 사먹었는데 힘이 안 난다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신발 때문에 허리디스크가 생겼으니 정신적 피해보상을 내놓으란 사람도 있습니다.
명품 가방을 사간 손님이 짝퉁을 들고 와 환불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고
화장품을 다 쓴 뒤에 자기 피부에 안 맞는다며 억지로 떼를 쓴 손님은 결국 새 제품을 공짜로 받아갔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 (전화녹취)▶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저희가 보상을 해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께서 또 저희 회사 이름을 걸고 악성 멘트를 다실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루 많게는 10만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TV 홈쇼핑 업체의 콜센터.
◀콜센터 통화 내용▶
"말장난을 하고 있어 XX이 XXX이 (알겠습니다 고객님 다음엔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디다 대고 이X아 네가 말장난이야 (불편드렸다면 죄송합니다) X같은 X아!“
단순히 화가 나서 이러는 것만은 아닙니다.
◀콜센터 상담원▶
"나는 어디에서는 이런 경우 이렇게 처리를 받았는데 왜 너희는 그 정도
서비스밖에 해주지 못하느냐.. 안 된다고 해서 상담원에게 욕설하시거나
소리 고함을 지르시고.."
트집을 잡아 할인이나 상품권을 요구하는 게 이른바 '블랙 컨슈머'들이 쓰는 수법입니다.
◀콜센터 상담원▶
"제가 10년을 일을 해 오면서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확실히 더 많아지고 고객님들께서 요구하는 부분도 치밀해진다는 것이 느껴져요."
업계에서 추산하는 블랙 컨슈머의 비중은 전체의 0.01%, 만 명에 한 명 꼴이지만 하루 손님을 생각하면 매일 한 두 번 꼴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셈입니다.
◀조은정 / 한국EAP협회▶
"우리 사회 문화가 손님이 왕이다 주의로 갔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돈을 냈으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엄밀히 살펴 보면 돈 낸 만큼의 서비스 이상의 친절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왕이 왕 다워야 될 것 같아요."
이처럼 도를 넘는 일이 되풀이되자, 한 대형 마트에서는 지나친 요구에 대한 대응 지침을 정하고, 올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는 등 보호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블랙 컨슈머를 직업처럼 삼아 기업으로부터 2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내 온 사람이 지난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기업들도 더 이상은 참고만 있지 않겠다는 반응입니다. 파파라치 포상금도, 편하게 환불 받고 교환 받을 수 있는 규정도 모두 소비자인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들이지만, 이처럼 일부 사람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하고 트집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것이 직업처럼 변질되기 시작한다면 결국 전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허경옥 교수 /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사업자들도 방어적인 체제를 갖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가격에 포함이 될 수가 있어요... 사실상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고 그래서 소비자들도 비싸게 사야 하는 거죠. 극소수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직한 판매만큼 정직한 소비도 중요합니다.
이른바 '꾼'들만 대접받는 구조가 과연 옳은 것인지, 제도의 틈을 노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는 없는지 꼼꼼히 챙겨봐야할 때입니다.
서울 강동 지역과 경기도 하남의 대형마트 33곳은 이같은 정황이 나타난 CCTV를 공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부산에서도 대형마트들이 너도나도 피해를 입었다며 하소연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신고활동인가, 이를 빙자한 사기인가. 지금도 각종 '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에서는 법과 제도 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파고들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참으로 다양하고도 기발 한 강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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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서울의 한 슈퍼마켓.
한 남성이 햄 진열대 앞을 서성대더니,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촬영하기 시작합니다.
열흘 뒤, 이 슈퍼마켓에 영업정지 7일, 혹은 1천만 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관할 구청의 통보가 내려왔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팔았다는 겁니다.
슈퍼마켓에서 촬영을 하던 남성의 정체는 유통기한처럼 음식물 관련 신고를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식파라치'.
이 남성이 촬영해 신고한 영상을 보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햄이 판매대에 전시돼 있습니다.
슈퍼마켓 사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유통기한을 확인한다며 펄쩍 뜁니다.
◀안상구 / 슈퍼마켓 점주▶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확인)해 보니까 그렇지 않은 겁니다. 다분히 뭔가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한... 사기를 맞은 듯한 이런 생각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날의 CCTV 화면을 돌려 보기 시작한 안 사장은, 문제의 진열대 주변에서 이상한 모습을 견했습니다.
식파라치로 추정되는 남성 말고도 매장 안을 맴도는 수상한 손님이 둘이나 더 있었던 겁니다."
식파라치 남성 주변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건을 둘러보는 두 명의 여성.
무심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서로 모르는 이 같지만, 시 뒤, 매장 뒷편에서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습니다.
남성이 등장하기 직전으로 화면을 돌려보자, 제의 유통기한 지난 햄이 있던 곳에서, 이 여성이 한참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듯한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매장 안에선 따로 움직이던 이들 세 사람, 하지만 슈퍼마켓을 나와서는 함께 모여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안상구 / 슈퍼마켓 점주▶
"이건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이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됐고.. 동네에 동업을 하시는 분들하고 얘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까 우리 매장에 다녀가신
분들이 다른 매장에도 다녀가신 겁니다."
설 연휴를 앞둔 2월 10일부터 18일 사이, 울 강동, 송파, 광진구. 그리고 경기도 하남시까지 모두 서른 세 곳의 슈퍼마켓과 대형마트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팔았다는 내용의 고발을 당했는데, 한결같이 이들 세 명이 다녀간 뒤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업주들은 말합니다.
◀안상구 / 슈퍼마켓 점주▶
난리가 난 거죠. 전쟁이죠. 이것은 날벼락 아니겠습니까.
같은동일인이 한 지역 반경 10킬로미터 이내를 초토화 시켰습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대형 마트.
이곳 CCTV에서도 앞서 나왔던 바로 그 3인조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김경창 / 슈퍼마켓 점주▶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니까 잘 보셔야 해요.
장바구니를 든 여성이 한참동안 물건을 살펴보다 하나를 주머니에 슬쩍 넣는 동안 다른 여성은 주변을 맴돕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자리를 옮기자마자 남성이 나타나 사진을 찍기 작합니다.
◀김경창 / 슈퍼마켓 점주▶
"보셨죠. 이 부분에서 넣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어디론가 전화하는 거예요. 같은 일행을 부르는 겁니다."
신고를 당한 제품은 수입산 겨자 소스, 이 제품을 취급하는 도매상은 다른 건 몰라도 이 소스 만큼은 유통기한까지 외고 있을 만큼 확인해 왔다고 말합니다.
◀홍석우 / 도매상▶
저희들이 납품을 하면서 이 제품은 마지막 제품이기 때문에... 상시 기억을
하고 있던 부분이죠. 3월 13일 자로... 황당한 거죠. 확인을 했는데 1월 15일 자로 나오니까.."
한 슈퍼마켓에서는 이들 3인조가 어디선가 게맛살을 가져와 진열대에 놓은 뒤, 슬쩍 손짓을 하면서 일행을 부르는 수상한 행적도 포착됐습니다.
업주들은 식파라치들이 일부러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숨겨들어와 매장에 갖다놓고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경찰과 관계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말 하루에만 마트 다섯 곳이 식파라치 한 명에게 신고를
당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부산 OO마트 업주▶
"이쪽 진열된 두부가 고발을 당한 두부고요. 이 우동이 고발을 당한 우동입니다."
이들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조작이라는 증거를 잡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부산 OO마트 업주▶
앉아서 작업을 한다거나 길모퉁이에 서서 작업을 한다거나 아니면 2인 1조가 되어서 가리고 사진을 찍는다거나 모든 방법을 다동원을 할 거란 말이죠.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획적으로 해 버리면 저희가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현행법상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팔다가 적발되면 영업정지 7일, 아니면 매출에 따라 많게는 1천 만원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됩니다.
그리고 신고를 한 사람에게는 식약처에서 7만 원의 포상금을 주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신고를 국민권익위원회에 하면 액수는 수백만 원까지 커집니다.
권익위의 공익신고는 정해진 액수가 아니라 과징금 중 최대 20%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 건 당 어림잡아 2백만 원, 마트 서른 개를 신고한 3인조 식파라치는 6천만 원 규모의 목돈을 손에 쥐게 되는 구조. 전문 신고꾼들이 마트에 몰리고 있는 이윱니다.
◀부산 OO마트 업주▶
"조작을 하려면 상당히 쉬워요. 유통기한 지난 제품 하나 시중에 잘 파는 거 하나 들고 가서 매대에 올려놓고 찍어서 신고하면 포상금 나옵니다. 그러면 그게 한 달 월급입니다."
정부와 기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종 신고포상금 제도는 1천 가지가 넘고, 연간 지급 액수는 200억 원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소위 돈이 되는 항목만을 노리는 족집게 파파라치 학원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습니다.
2580은 자칭 '시민감시단'을 양성한다는 한 학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정부에 엄청난 애국자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마치 창업 강좌 같은 느낌입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우버 택시 단속해서 버는 사람을 우파라치, 나이롱환자 가짜 환자 돈버는 사람을 나파라치,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죠. 닭파라치도 있고 개파라치도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파파라치 학원을 열었다는 원장의 입에선 신고 대상 업종이 청산유수처럼 나옵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메모를 하십쇼. 도배,장판,인테리어, 리모델링, 성형외과, 비뇨기과, 치과, 요양원, 실버타운, 가발집, 한복집..“
마음만 먹으면 부자되는 건 금방이라고 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1백만 원 벌고, 그 다음 직원들이 회식하자 하면 갈비집 가서 실컷 먹고 1백만 원 벌고 횟집 가서 회 실컷 먹고 1백만 원 벌고.. 도처에 돈이 깔려있습니다."
혼자보다는 조를 짜서 움직이라고 조언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 원장▶
"가장 성공률이 높은게 부부 팀입니다. 부부팀은 현장에 나가면 상대방이 의심을 안 해요. 파트너가 필요하실때는 저희가
소개해드립니다."
다음날, 이 학원 출신 선배 포상금 파파라치와의 만남의 시간. 수강생들을 독려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야멸찬 포부를 가지고 내가 대기업 가서 월급 받아야 200~300만 원 받는데 그러면 여기서 한 건 하면 20~30배 많이 벌잖아요. 그러면 대기업 가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설사 허위 신고를 하다 들통 나더라도 공익신고자 신분이기 때문에 뒷탈도 없다고 안심시켜줍니다.
◀포상금 파파라치▶
전혀 불이익이 없습니다... 아닐 경우엔 어떻게 공문이 오냐면, 귀하가 신고한 것을 조사해보니까..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신고해 주십시오. 신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공문이 와요. 왜 신고했냐 그런게 아니야. 법이 그래요.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고르면 직원에게 말하고 다른 걸로 바꿔가는 게
보통인데, 누군가는 이걸로 떼돈을 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쩐지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포상금 파파라치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소비자의 권리라고만 하기에는 도를 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인터넷으로 TV와 모니터를 판매하는 한 중소기업의 보관 창고입니다.
◀인터넷 유통업체 ▶
"택배를 받았는데 박스가 찢어졌고 제품 안에 패널이라는 부분 안에 액정이
깨져 있다는 이유로 반품이 들어온 건데...“
그런데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상자가 찢어진 곳은 뒷면인데, TV는 앞면인 액정이 심하게 파손돼 있는 겁니다.
◀무상교환 요구 고객▶
박스가 상처가 나 있잖아요 부딪치면서 깨지거나 했겠죠.
(저희가 제품이 앞면하고 뒷면이 있어요. 그런데 앞면에 그렇게 박스가 흠집난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박스는 뒷면에 뚫린 자국이 있거든요) 우리가 깬 것 같다 이야기를 하실 거면 그 쪽에서 처음부터 기사분을 보내주셔서
기사분이 설치하게 해 주시든가“
인터넷 쇼핑은 교환이나 환불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열 대를 팔면 한 대는 다시 돌아오곤 하는데 이렇게 심하게 망가져서 돌아오면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유통업체▶
"이런 건 너무 명확한데도 소비자가 자기는 받았을 때부터 파손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렇게 되면 저희가 보냈을 때 정상적인 제품을 보냈다는 걸 증명을 해야 하거든요. 소비자가 이렇게 거짓말을 하더라도...“
한 유통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악성 고객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손님들입니다.
홍삼을 사먹었는데 힘이 안 난다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신발 때문에 허리디스크가 생겼으니 정신적 피해보상을 내놓으란 사람도 있습니다.
명품 가방을 사간 손님이 짝퉁을 들고 와 환불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고
화장품을 다 쓴 뒤에 자기 피부에 안 맞는다며 억지로 떼를 쓴 손님은 결국 새 제품을 공짜로 받아갔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 (전화녹취)▶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저희가 보상을 해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께서 또 저희 회사 이름을 걸고 악성 멘트를 다실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루 많게는 10만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TV 홈쇼핑 업체의 콜센터.
◀콜센터 통화 내용▶
"말장난을 하고 있어 XX이 XXX이 (알겠습니다 고객님 다음엔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디다 대고 이X아 네가 말장난이야 (불편드렸다면 죄송합니다) X같은 X아!“
단순히 화가 나서 이러는 것만은 아닙니다.
◀콜센터 상담원▶
"나는 어디에서는 이런 경우 이렇게 처리를 받았는데 왜 너희는 그 정도
서비스밖에 해주지 못하느냐.. 안 된다고 해서 상담원에게 욕설하시거나
소리 고함을 지르시고.."
트집을 잡아 할인이나 상품권을 요구하는 게 이른바 '블랙 컨슈머'들이 쓰는 수법입니다.
◀콜센터 상담원▶
"제가 10년을 일을 해 오면서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확실히 더 많아지고 고객님들께서 요구하는 부분도 치밀해진다는 것이 느껴져요."
업계에서 추산하는 블랙 컨슈머의 비중은 전체의 0.01%, 만 명에 한 명 꼴이지만 하루 손님을 생각하면 매일 한 두 번 꼴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셈입니다.
◀조은정 / 한국EAP협회▶
"우리 사회 문화가 손님이 왕이다 주의로 갔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돈을 냈으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엄밀히 살펴 보면 돈 낸 만큼의 서비스 이상의 친절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왕이 왕 다워야 될 것 같아요."
이처럼 도를 넘는 일이 되풀이되자, 한 대형 마트에서는 지나친 요구에 대한 대응 지침을 정하고, 올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는 등 보호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블랙 컨슈머를 직업처럼 삼아 기업으로부터 2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내 온 사람이 지난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기업들도 더 이상은 참고만 있지 않겠다는 반응입니다. 파파라치 포상금도, 편하게 환불 받고 교환 받을 수 있는 규정도 모두 소비자인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들이지만, 이처럼 일부 사람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하고 트집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것이 직업처럼 변질되기 시작한다면 결국 전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허경옥 교수 /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사업자들도 방어적인 체제를 갖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가격에 포함이 될 수가 있어요... 사실상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고 그래서 소비자들도 비싸게 사야 하는 거죠. 극소수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직한 판매만큼 정직한 소비도 중요합니다.
이른바 '꾼'들만 대접받는 구조가 과연 옳은 것인지, 제도의 틈을 노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는 없는지 꼼꼼히 챙겨봐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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