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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이필희 기자

'실수로 공포탄 대신 총탄?'…'총기 난사' 예비군 훈련장 조교 증언

'실수로 공포탄 대신 총탄?'…'총기 난사' 예비군 훈련장 조교 증언
입력 2015-05-26 11:19 | 수정 2015-05-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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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B급 관심병사'였던 한 예비군의 총기 난사로 3명이 그야말로 어이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실탄 사격인데도 총구도 고정되지 않았고, 사격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는 등 이번 사건은 예비군 훈련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사고가 난 부대에서 예비군 훈련 조교로 복무했던 A씨는 2580을 만나 예비군 훈련이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한 상태에서 진행돼왔는지 털어놓았습니다.

    경북의 또다른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공포탄이 들어있어야 할 총에 실탄이 장전돼 예비군의 목숨을 잃게 할 뻔했던 황당무계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군대 간 아들만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젠 예비군 훈련에 간 남편, 아들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 '훈련장'이 아니라 '지뢰밭'이 되어버린 예비군 훈련장을 취재했습니다.

    ======================================================================

    지난 월요일 서울 내곡동의 예비군 훈련장.

    3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기난사 사고 이후 첫 예비군 훈련입니다.

    이른 아침 부대를 찾은 예비군들의 표정은 이전과 사뭇 다릅니다.

    [예비군 OOO]
    (사고 난 거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약간 소름 돋았죠. (어떤 점에서? 왜 소름이 돋았어요?) 당장 다음 주에 훈련 오라고 문자 왔는데 뉴스에 (예비군이 사고로) 죽었다고

    사격 훈련이 중단된 것에 안심하기도 합니다.

    [예비군 OOO]
    사고 터져서 더 열심히 하겠죠.
    (그래도 안심은 되겠네요) 네

    경기도 북부의 또다른 훈련장도 사격훈련이 취소됐습니다.

    [예비군 교관]
    저희 훈련장에서는 전혀 사격하는데 지장은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통제가 되어 있어서 오늘은 사격 대신 다른 과목으로 편성을 했습니다.

    이 날 예비군들은 실탄 대신 페인트탄 총을 쏘며 전투 훈련을 받았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성이 멎었습니다.

    예비군들은 총을 쏘는 대신 사격 예비 훈련이나 이론 교육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3살 한 예비군이 벌인 총기난사 이후 벌어진 광경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공원.

    주민들은 이 공원에서 대낮에 병째로 소주를 마시는 청년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웃주민]
    이런 자전거 타고 술을 가지고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죠. 이 근처 많이 다녔죠

    [이웃주민]
    애들이 거기서 (그네) 타려고 하면 애들이 무서워서 도망 가 거기서 안 타고. 혼자 중얼중얼하고 침을 그렇게 뱉어. 침을 그냥 탁탁 뱉고 사방 아무 데나 뱉고 막 그래

    누가 봐도 이상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행동을 하곤 했다고 말합니다.

    [이웃주민]
    상의탈의 하고 돌아다녀요 길거리를(보셨어요?) 봤죠. 갑자기 소리 지른다거나..와이프 혼자 있을 때 그 사람 다가오거나 그러면 소리 지르면서 도망가라고 맨날 주의시키고 그랬죠.

    이 청년이 지난 13일 예비군 훈련에서 총을 난사한 최 모씨입니다.

    함께 훈련을 받았던 예비군들은 최 씨가 문제의 사격 훈련 전부터 수상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OOO / 사고훈련 참여 예비군]
    올라가기 전에 대화는 같이 했었는데 조용했거든요. 혼잣말을 좀 많이 하고.. 자기가 1사로에 서야 한다고

    사격장에서도 제일 왼쪽인 1사로에서 쏘겠다고 고집했고, 조교도 의심없이 그러라고 했습니다.

    사격이 시작되자 최 씨는 한 발을 표적지에 발사한 뒤 곧바로 일어나 다른 예비군들에게 총을 난사했습니다.

    예비군 4명의 사상자를 내고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는데까지 단 10초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OOO / 사고훈련 참여 예비군]
    2사로 부사수가 제일 먼저 발견을 했다고. '총구를 돌리고 총구에서 연기가 나는 걸 봤다', '자기는 무서워서 사선에서 뛰어내렸다'라고 말을 했구요.

    최 씨는 유서에서 현역 복무 시절에 사람들을 더 죽이고 자살할 기회를 놓친 게 후회된다고 적었습니다.

    최 씨는 입대전 3차례나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현역병으로 입대한 뒤에는 B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렇지만 예비군 훈련장에선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고, 결국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이태명 / 육군중앙수사단장]
    "5월12일이 마지막이야.나는 저 세상 사람'이라고 언급한 걸 고려할 때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돌발적으로 저지른, 그래서 어쩔 수 없었던 일로만 여기고 넘겨야 할까.

    사고가 난 사격장입니다.

    총기가 이탈되지 않도록 고정하는 방지틀과 안전 고리가 사로마다 장착돼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최씨가 있었던 사로의 안전 고리는 채워지지 않았고, 최 씨는 아무런 제지없이 총부리를 다른 사람에게 돌렸습니다.

    [OOO / 사고훈련 참여 예비군]
    고리가 있는데 자의적으로 자신이 채우고 자신이 풀 수 있는 그런 고리로 돼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20개 사로에 조교는 6명.

    조교 한 사람당 서너명의 예비군을 관리해야 하는데다, 하루 5백 40명의 예비군 사격훈련을 계속 감독하다보니 안전고리가 제대로 채워졌는지 일일이 확인 못한 겁니다.

    사고가 난 훈련장에서만 3년째 훈련을 받았다는 한 예비군은 사격훈련때 안전고리를 채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OOO / 예비군]
    제가 여기 몇 년째 오고 있는데 사격을 할 때 안전고리를 안 하기 때문에 총을 들고 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발 한발 쏘고 해야 되는데 그냥 다다다다 쏴도 뭐라고 안 하고.

    탄창 지급도 문제였습니다.
    사격훈련은 3발로 영점 사격을 한 뒤 실사격 6발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예비군들은 한꺼번에 10발의 실탄을 지급받았고 최 씨는 9발을 연달아 발사했습니다.

    실탄을 나눠서 지급했다면 피해자를 줄일 수도 있었던 겁니다.

    2580은 사고가 난 52사단에서 몇 년 전 복무했던 김승우씨에게서 이같은 허점의 단초를 찾을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동원 훈련 때 예비군 조교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늘 인원이 부족했다고 말합니다.

    [김승우 / 52사단 전역자]
    생활관에 최대 인가가 10명이거든요. 10명이 다 차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많아야 9명 적을 때는 6~7명까지 빠질 때가 있거든요. 그 중에도 누군가가 휴가가고 하면 더 없을 수 밖에 없잖아요.

    전방 사단은 현역병이 편성된 정원의 95%로 유지되지만, 52사단 같은 향토 사단은 정원의 10~15%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훈련장도 이렇게 부족한 인원으로 사격 훈련과 주특기 훈련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사로에 조교를 1:1로 배치할 수 없었습니다.

    실탄 10발을 한 번에 나눠준 것도 적은 인원으로 훈련을 빨리 진행하려다 벌어진 일일 거라고 김 씨는 말합니다.

    [김승우 / 52사단 전역자]
    3발 쏘고 탄창 빼고 탄피 확인하고 그러면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리거든요. 만약에 규정대로 9발을 하고 클립을 끼면 결국 1자리가 비잖아요. 그럼 또 일일이 빼서 10개씩 맞춰야 하니까 그래서 10발을 준 거라고 생각도 되요.

    경찰만 해도 사격 훈련시 안전을 살필 조수를 사수 옆에 배치하도록 규칙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군 훈령은 조교 배치나 탄창 지급 등에 관한 별도의 안전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문형철 / 전 동원장교, 예비역 소령]
    병력 현황을 보고 임의적으로 동원장교나 작전 장교, 해당 중대장이 합쳐서 병력이 이렇게 되니 이렇게 나눕시다 라고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린 문제들인 거거든요. 사격 병력을 꼭 얼마를 두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언제부턴가 예비군 훈련 하면 헐렁한 옷차림, 헐렁한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다녀오는 것으로 인식돼왔습니다.

    실전도 아니고, 현역 시절 해 본 훈련인만큼 받는 입장이나 시키는 입장이나 서로 어느 정도 편의를 봐주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훈련장의 안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전혀 다른 얘깁니다.

    작년 3월, 경북 지역의 한 예비군 훈련 도중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네 초등학교에 모인 예비군들이 가상의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공포탄을 쏘며 시가지 전투 훈련을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예비군이 총을 쏜 뒤 상대편이었던 32살 김병창씨의 왼쪽 팔이 갑자기 축 늘어졌습니다.

    [김병창]
    면대장이 옷을 벗기는데 피가 뚝뚝 떨어진 거에요. 그리고 또 옷이 좀 흔들리니까 총알이 떨어져서 그 때 총알을 맞았다고 그 때 안 거죠.

    예전 훈련 때 격발 불량으로 총열에 남아있던 실탄이 제대로 손질되지 않은 채 예비군들에게 그대로 지급된 겁니다.

    [김병창]
    총기 손질이 확실히 덜 된 부분이 있습니다. 녹슨 총알을 제가 봤거든요.

    예비군끼리 실탄이 든 총을 겨눈 어이없는 상황.

    기본적인 총기관리도,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던 겁니다.

    [김병창]
    총기 손질이 됐다면 이런 일이 없었겠죠. 그 다음에 안전사항. 하늘을 보고 쏴라, 사람 보고 쏘면 다칠 수 있으니까. 그 사항.

    부서진 팔꿈치 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은 최씨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고, 후유증으로 1년 가까이 다른 일도 못했습니다.

    [김병창]
    솔직히 겁이 나더라구요. 제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 했지만 국가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훈련장이 아니라 지뢰밭이 되어버린 예비군 훈련장.

    이번 난사 사고 직후 국방부는 단 이틀만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초고속으로 나온 대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그만큼 빠르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은 우선, 사격 훈련 때는 반드시 사로마다 조교를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한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문형철 / 전 동원장교, 예비역 소령]
    말은 그렇게 하기 쉽지만 그렇게 하려면 또 다른 어딘가에서 결원이 발생하겠죠. 철조망, 장애물에서 충분히 조교들이 안전준비를 해야 하지만 거기가 빠진다고 하면 부상들이나 이런 것이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인 거죠.

    조교에게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지급하고, 사로에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예산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질문에 군은 아직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답했습니다.

    관심병사 여부 등 현역 시절 복무 자료를 예비군 부대가 활용하는 방안은
    인권 침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김대희]
    이 사람은 관심 사병이라고 얘기하는 건 그 사람에게 엄청난 낙인효과를 주는 겁니다. 그 정보가 만약에 현실에서 민간인 이런 세계에서 노출이 되게 된다면 그 사람에게는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진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이 떨어져 입대할 사람수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

    지난 1999년에는 40만 명이 징병검사를 받았지만 2013년에는 36만명으로 줄었고, 10년 뒤에는 현역으로 입대할 사람이 19만명까지 떨어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군의 규모는 유지해야 하다보니 현역판정 비율은 계속 높아져 2004년 이후 꾸준히 90% 안팎입니다.

    징병검사를 받은 10명중 9명이 현역입대하고 있는 건데 복무 부적응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어지간하면 현역으로 배치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이번 사고를 저지른 최 씨처럼 예전같으면 입대하지 않았을 법한 사람들이 입대해 영내에서 문제가 되고,

    예비군은 예비군대로 관리할 사람이 모자라 결국 양쪽 모두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관심병사가 들어온 것을 잘 관리해서 제대 시키고 또 예비군 가면 관심병사 출신들을 다 관리해서 사고 나지 않게 하고, 왜 그래야 됩니까. 그 사람들이 군대를 안 가야죠.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6년에 수립된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병력이 줄어드는 대신 장기 복무가 가능한 직업군인을 많이 뽑아 전투력을 유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방예산을 매년 7~8%씩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백군기/국회의원, 전 3군사령관]
    전문장비, 특수장비, 과학화 된 장비 이런 것들은 복무기간을 5년 이상 할 수 있는 간부를 충원해서 운영하고 나머지 우리 징집된 병사들은 전투지원이나 행정병으로 그렇게 활용하자는 취지였거든요. 그런데 예산 뒷받침이 안 되니까 간부 증원이 안 되는 거에요.

    이번 난사 사건은 단 한 사람의 위험행동에 어이없이 무너져내리는 예비군 훈련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군대간 아들도 모자라 이제는 예비군 훈련에 간 아들, 남편까지 걱정하며 마음 졸이고, 아군의 무기가 나를 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

    흔들리는 신뢰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책무가 우리 군에 지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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